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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4 봄여름, 66호 <대학을 밟지 마시오>

지방선거 돌아보기 이제는 지방으로 돌려보내자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1. 3. 4.

2014 봄여름, 66호 <대학을 밟지 마시오>

수습위원  제민수 

공천 제도? 그게 뭐야!

   이번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 선거 무공천[1]’이라는 말을  번쯤은 들어봤을 법하다. 이번 선거에 화두가 되었던 기초 선거 무공천은 지난 대선 당시 주요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걸면서 등장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무공천의 폐해를 이유로 일찍이 철회를 결정했다. 안철수의 새정치신당은 무공천 실행을 조건으로 민주당과 통합[2]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도 당원들의 반발로 인해 여론조사를  끝에 철회를 결정하며 기초 선거 무공천 논란은 종지부를 찍었다.

   기초 선거 무공친 다음에는 여성 의무 공천’이었다. 여성 의무 공천은 선거 때마다 항상 뜨거운 감자다. 국회의원 선거에 비해 지방선거는 상대적으로 많은 여성이 출마하기에 여성 의무 공천과 관련한 크고 작은 잡음이  많이 발생한다. 이번 지방 선거도 마찬가지였다.

  공천 제도, 무엇이기에 논란이 되는 것일까? 지방선거에서 그것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없을까?

▲ 선거 현수막

공천 제도 탐구 1 : 기초 선거 무공천

   기초 선거 무공천에 대해 생각해보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것이 있다. 바로 기초 선거’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기초 선거가 무엇인지 모르는 경우가많다. 선거 철만 되면 길거리에 정신없이 내걸려있는 선거 현수막을 보며, 투표소에서 7장의 투표용지를 받으며, ‘내가 누굴 찍는 건지? 하고 충분히 헷갈릴만하다.

▲1인 7투표제의 투표용지

   지방선거는 크게 광역 선거와 기초 선거로 구분된다. 그리고 각각 지방자치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선거가 있다. 지방의회 의원 선거는 국회의원 선거처럼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따로 선출한다.  외에도 광역 단체장 선거 단위로 교육감 선거가 있다.[3]

▲정당 기호 2번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 선거 무공천을 했을 경우의 투표용지

   기초 선거 무공천은  그대로 정당이 기초 선거에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이다. 무공천을 하면 투표용지에 해당 정당의 기호가 없어진다.[4] 또한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당원은 탈당한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한다. 당원의 입장에서는 탈당까지 해야 되기 때문에 부담스럽다. 더군다나 같은 정당 후보가 무소속으로출마하게 되면 표가 분산되어 선거에 불리하다. 정당의 입장에서도 핵심 당원의 대규모 탈당은 부담이 된다.

   그렇다면 기초 선거 무공천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주된 이유는 풀뿌리 민주주의 때문이다. 중앙 정치에 예속되지 않을  있고, 공천 비리나 공천 세우기 같은 지역 국회의원의 입김을 막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중앙이 지방을 간섭하는 것을 막는다고 해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실현될까?

   기초 선거 무공천을 하게 되면 후보자가 난립하면서 인지도가 있는 현역 정치인이나 지역 유지가 당선되기 유리하다 차라리 기초 선거 공천을 통해 후보자의난립을 방지하고 여성과 장애인  정치적 소수자와 정치 신인의 의회진입을 돕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에 보탬이 된다. 옆의 도표에서   있듯이 정당공천이 시행된 5기이후, 기초 의원 당선자  각종 특혜를 받던 지역 토호 세력 건설업자[5] 비율이 줄고 여성의 비율이 증가하였음을   있다.[6]

   기초 선거 무공천을 하려는 다른 이유는 유권자가 정당 보다 인물과 정책을 보고 투표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정당이 무공천을 하면 영호남처럼 지역주의가 심한 지역에서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 때문에 선택 받지 못했던 후보자에게 도움이   있다.[7]

▲5기(2006-2010). 기초의원 당선자 중 건설업자 및 여성 비율. 

   하지만 기초 선거 무공천에는  허점이 있다. 후보자가 선거 홍보물에 특정 정당의 기호나 로고는 사용하지 못해도 특정 정당을 표방하는 색이나 구호 그리고 특정 정치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사용할  있다는 점이다. 어떤 후보자의 선거 홍보물에 '파란색’ 계통의 , ‘새정치’라는 구호 그리고 '안철수’와 함께 찍은사진으로 꾸며져 있다면,  후보자의 지지정당이 새정치민주연합’임을 추측할  있다. 이러한 허점은 실상 정당 투표와 다를 바가 없어 기초 선거 무공천의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진정으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굳이 문제가 많은 기초 선거 무공천을 하기 보다는 다른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한다. 선거 때마다 ‘전략 공천’ 또는 ‘개혁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공천 비리나 공천  세우기 방지를 위해 내부혁신을 하거나 공천 심사의 윤리 기준을 강화시켜서 후보자의 질을 높이는 등의 방안이 있다.

 공천 제도 탐구 2 : 여성 의무 공천

   여성 의무 공천은 정치적 소수자인 여성의 의회진입을 돕는 장치이다.

   각 정당들도 여성 배려의 일환으로 기초 단체장 여성 할당제(여성 우선 공천 지역구 선정) 일부 지역구 기초의원 선거에서 기호 번을 여성에게 부여하는자체 규정을 두고 있다. 심지어 비례대표 기초의원 선거에서 100% 여성에게 할당한다는 자체 규정도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여성 의무 공천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들 남성 역차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성 의무 공천에 대해서는 남녀 모두 불만이 많다. 공직선거법에 여성 의무 공천 관련 규정이 있지만 이는 ‘의무’가 아닌 ‘권고’이다. 여성 의무 공천은 '실질적인’ 의무가   것이다. 비례대표 의원의 할당제는  지켜지고 있지만 정치적 힘이 강한 지역구의원의 할당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당들의 자체 규정인 기초단체장 여성 할당제나 기초의원 선거에서 여성에게 기호 ‘가’번을 배정하는 것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또한 여성 의무 공천에 열세 지역이나 후보자의 경쟁력이라는 모호한 기준의 예외 조항을 적용하고 있다. 심지어 여성 의무 공천을 해놓고 후보 등록을 포기 하도록 종용한 사례도 있다.

   그나마 하고 있는 여성 의무 공천도 우세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미 여성의 비율이 93.6% 비례대표 기초 의원의 100% 여성으로 공천하겠다는 것도 다양한 직능 부문의 의회진입을 돕기 위해 만든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며 생색내는 것에 불과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지방선거는  수레가 요란했을 뿐이었다. 주요 정당의 지방 의회 의원 선거에서 여성 공천 비율은 10%대에 그쳤고 기초단체장의 경우5%내에 그쳤다. 

▲2012년. 국가별 여성 국회의원 비율 순위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여성 의원의 비율이 턱없이 낮다. 그리고 하위 권력(기초의회) 여성 의원 비율(21.7%) 비해 상위 권력(국회) 여성 의원 비율(15.7%)  낮다 또한 국회 내의 비례대표 여성 의원 비율(50%) 비해 지역구 여성 의원 비율(7%)  낮다.

   진정으로 여성의 의회진입을 돕고자 한다면 공직선거법의 여성 의무 공천 관련 규정을 권고' 아닌 의무’로 바꿔야한다. 그와 동시에 법에 규정된 여성 의무공천을 이행하지 않으면 정당 보조금을 삭감하거나, 선거에서 정당 명부 등록 자체를 못하게 하는 (처벌) 방법도 마련해야한다. 또한  정당들이 정해놓은 여성 의무 공천 관련 자체 규정과 열세 지역이나 후보자의 경쟁력을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의 예외 조항도 법제화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서 실직적으로 당선이보장되는 지역에 , 하위 권력 이나 지역구, 비례대표에 상관없이 여성 의원 공천 비율을 균형있게 높여야 한다.

지방 선거’? ‘지방 선거!

   공천 제도의 중요성은 알겠지만 지방 자치를 논하는 지방 선거에서 공천 제도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없을까?

   한국의 지방선거에는 선거’만 있을  '지방 없다. 지방자치에 대해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고 중앙 정치의 논쟁거리가 이슈가 된다. 지방 정책이 아닌 정부정책에 대한 평가들 하고, 지역 정치인이 아닌 대통령이나 여당에 대한 심판을 한다. 지방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도 상황에 따라 이러한 프레임을 선거에 유리하게끔 이용한다. 여당 후보자가 “대통령을 지켜내겠습니다!”라고 말하거나 야당 후보자가 "무능한 정권을 심판합시다!”라고 말하는 것이 대표적 예다.

   국민에게 선거는 중앙 정부에 대한 의사를 표출하는 얼마 되지 않는 기회다. 지방선거가 대통령 임기 중후반에 오면 중앙 정부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짙어질수밖에 없는 점도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처럼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이 생기면 더더욱 그러하다. 위의 자료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대통령 임기 초반부이고 지난 지방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했었기 때문에 중앙 정부 심판과 지방 정부 심판이 팽팽하게 대립했으나 월호 참사 (4 16) 이후 중앙 정부의 책임론이 대두되며 지방 선거의 성격이 중앙 정부 심판의 성격으로 기울었다.

   이런 식의 지방선거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의 피해로 돌아간다. 지방선거 기간에는 지역별 현안에 대해서 충분히 토론이 이루어져야한다. 지역  신공항 건설  제나 노후 원전 재가동 문제에 대해서도 토론할  있다. 비록 지역마다 현안이 다를지라도 지방 자치와 관련한 보편적인 문제는 많다. 갈수록 심해지는 지방 정부의 재정자립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에 대해 토론할수 있다. 또는 지난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공약처럼 공통적인정책에 대해 토론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지방선거는 중앙 정부 심판의 의미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지역의 일꾼을 뽑는 의미로 인식되어야 한다. 능력이 있지만 선거에서 당선되기 위해 특정 정당을 발판으로 삼은 구의원 후보자가 있는데  사람에게 중앙 정부의 잘잘못에 대해 책임을 물을  있을까?

   1995 지방선거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이후 불과 20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방선거 제도와 관련해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제는 혼란을 멈추고 지방선거 제도를 점진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 주민의 삶을 위해서 지방선거의 중앙화가 아닌 지방화를 이뤄내야  . 지방자치와 관련한토론과 지역에   관심을 통해서 지방자치를 지방선거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지방선거를 지방으로 돌려보낼  비로소 주민이 주인이   있다.

 


[1] 공천이란 정당이 공직 선거에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을 말한다.                                

[2] 통합 정당의 당명은 새정치민주연합이다. 

[3] 특별자치시도는 기초 선거가 없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전국적으로 시행되었던 교육의원 선거는 제주도를 제외하고 폐지되었다.

[4] 원내 정당은 의석 수에 따라 기호를 부여받는다. 모든 정당이 출마하는 경우 무소속 후보는 기호 15번까지 밀린다.

[5] 각종 특혜를 받던 지역 토호 세력이 많은 직업군이 건설업자라고 판단하여  도표를 활용했다.

[6] 여성 비율 증가에는 뒤에서 다룰 여성 의무 공천의 역할도 컸다.

[7]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8] 선거구에서  명을 선출하는 경우는 소선거구제   이상을 선출하는 경우는 중대선거구제이다.

[9] 기호 1-, 기호 1-, 기호 1-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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