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7일, 김창인 씨가 자퇴했다. 그는 어리석었다. 대학을 大學이라고 믿었고. 大學이어야 한다고 행동했다. 대학이 학원이 되어야 한다고 말할 때, 대학은 기업이 아니라고 반기를 들었다 반기의 대가는 참혹했다. 대학본부는 지속적인 압박으로 그를 내몰았다. 명예훼손과 시설물 무단 사용이라는 모호한 규정 하에 남들은 한 번도 받기 어려운 징계를 세 차례나 받았다.
그의 퇴장에 학생인 우리도 동조했다. 김창인 씨는 청산되지 못한 운동권의 잔재였으며, 공부는 하지 않고 쓸데없는 일로 학교를 시끄럽게 하는 거북한 존재였다. 맞는 말을 해도 그가 하면 이상했고, 좋은 행동을 해도 그가 하면 수상했다. 학교에서 책임을 물으면 그가 주도한 일이라고 전가했고, 학내 활동에 참여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는 그렇게 몰아세웠다.
벼랑 끝에 서 그가 할 수 있었던 마지막 저항은 아마도 ‘자퇴'였을 것이다. 그의 자퇴는 기실 비명에 가까웠다. 영신관 앞 기자회견장에는 많은 우리들이 있었다. 그가 부당한 이유로 징계들 받고, 탄압을 받을 때 그 많던 우리들은 어디에 있었나. 그저 우리들은 그를 자퇴로 내몰았다는 부채감으로 기자회견장에 나왔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가 떠난 학교에는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는 대자보 몇 장만이 남았디-. 다행히도 그의 대자보 옆에는 선배와 후배의 지지 대자보가 하나씩 붙었다 둘 다 그를 잘 알지 못하는 우리들이었다. 하지만 반나절도 가지 못했다. 떼어진 종이에는 ‘학교에서 지시한 짓임'이라고 적혀 있었다. 무력했다. 너무도 무력했다. 이대로 있을 수는 없었다. 대자보가 떼어진 다음날, 같은 자리에 더 많은 목소리를 제안하는 글이 붙었다. 말할 수 있는 대학을 위해, 한 걸음의 용기를 내달라고.
한 걸음의 용기가 모여 대자보 부착 행사가 열렸다. 중앙대학교 학생들의 대자보와 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숭실대 등 타학교의 대자보가 모였다. 그를 잘 모르지만, 같은 대학생으로서 지지한다는 글이었다. 하지만 한걸음 내딛기는 쉽지 않았다. 게시물 담당 교직원은 ‘팩트가 없다’며, ‘(교직원인) 내가 보기에 공감이 되지 않는다’며 ‘도장이 없으면 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시금 용기를 내 대자보를 붙였다. 허가받지 않은 17장’의 대자보가 벽면을 가득 매웠다. 15시간 후 벽면은 깨끗해졌다. 김태성 중앙대 홍보팀장은 외부언본과의 인터뷰에서 ‘담당부서에서 홍보물을 일일이 읽고 특정 내용을 문제 삼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1]게시물의 검열은 교직원 힌명의 독단이었을까.
이제 학교는 평화롭다. 그리고 조용하다. 아무 일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세상은 돌아간다. 말하는 자는 입이 막히고, 행동하는 자는 퇴장했다. 평화는 침묵 위에. ‘대학의 주인은 학생이 아니’라는 사소한 진리를 깨닫지 못한 바보들의 주검 위에 자리한다.
지금 우리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그는 떠나고 우리는 남았다. 아니 그들은 떠나고 우리들은 남았다. 순백의 중앙대. 퇴장한 이들의 빈자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제 남은 건 우리의 몫이다.
[1] <한국대학신문>, 「중앙대, 학내 대자보에 민감 대응 ‘논란’ 」, 2014.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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