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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호 79호 <비가역: 다시 돌아갈 수 없는>/특집 '팬데믹 이후의 대학'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학 교육, 정말 고민이 많습니다

by 중앙문화 2020. 11. 29.

부편집장 김시원, 편집위원 문민기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학교의 모습 정말 고민이 많습니다. 매일같이 코로나가 우리에게 위기를 줄 것인가 아니면 도약의 기회를 줄 것인가 이런 생각 굉장히 많이 해요.”

- 박상규 총장, 20.09.23. 리더스포럼

코로나 시대가 지나 미래의 우리의 교육은 어떻게 될 것이냐에 대해서 학생들도, 대학교 사회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백준기 교학부총장, 20.09.23. 리더스포럼


  2030년 중앙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 A. A가 강의실에서 학우들과 교수를 대면하며 보내는 시간은 많지 않다. 아침에는 부랴부랴 집을 나설 필요 없이 자신의 방에서 ‘VR 기기를 이용해 실험 과제를 해결한다. 과제를 끝낸 뒤 다빈치클래스룸으로 등교하여 AR 기반 팀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오후에는 텔레프레즌스[1]를 통한 타 캠퍼스 개설의 명강좌에 귀를 기울이고, 허공에 둥둥 떠있는 홀로그램 교수의 AI 교양에 도전해본다. 귀갓길에는 온라인으로 녹화된 강의 영상을 복습하며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다


  이러한 하루가 상상이 되는가? ‘싸강’에 겨우 익숙해진 우리에게 알기 힘든 용어로 장식된 대학 은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이는 세기말 예측한 2020년의 모습처럼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다. 각종 비대면 기술로 무장한 대학의 모습은 최근 제기되고 있는 대학 교육의 미래상을 암시하고 있다. 소위 '언택트 교육' 말이다.

전례없는 팬데믹을 맞이하여 모두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고민하는 요즘, 대학 교육에 대한 논의도 뜨겁다. 교육부는 포스트 코로나 교육 대전환을 위한 대화9차례 개최했고, 유튜브에 포스트 코로나 대학을 검색하면 수많은 포럼과 강연 영상이 쏟아져 나온다. 중앙대 총장단 역시 923일 열린 리더스포럼에서 ‘New Vision CAU 2030’을 비롯한 미래 교육 계획들을 대거 발표했다.

  캠퍼스라는 공유된 공간과 직접 소통을 기반으로 했던 대학 교육이 모습을 달리한 채 1년이 지났다.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것들이 단절됐고, ‘언택트로 대표되는 새로운 연결이 그 부재를 대체하고 있다. 이런 패러다임의 전환 속에서 교육의 본질은 위태로워 보이기도 한다. 중앙대는 과연 코로나 시대를 기회로 삼아, 모두가 만족할 교육 혁신을 이룰 수 있을까?

 

중앙대, 이미 원격 혁신을 향해 달리는 중이었다

  누군가는 코로나 시국이 끝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텐데 뭘 걱정하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많은 전문가들이 완벽하게 코로나 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더 주목해야 할 사실은, 중앙대가 꽤 이전부터 원격 교육을 위한 기반을 다져왔다는 것이다. 이전이라 함은 그 누구도 전 국민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상황을 상상도 하지 못했던 때다.

  본부는 2018년에 학습 플랫폼 캔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 최초의 차세대 LMS(Learning Management System) 플랫폼을 도입했고, 서버와 스토리지 확충 등을 통해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원활하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2]또한 백준기 교학부총장은 올해 리더스포럼에서 “2018년부터 매년 대학 혁신지원사업[3]을 통해 80~90억 정도를 지원받아 다빈치클래스룸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빈치클래스룸은 다빈치 러닝 모델[4]을 실행하기 위한 교육 공간으로, 토론형 수업뿐 아니라 동영상 강의 촬영과 온라인 실시간 강의가 가능하다. 김교성 기획처장은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다빈치클래스룸은 “2018년 대학혁신지원사업 시범(PILOT)운영 사업에 선정되면서 첨단형 강의실과 토론형 강의실 형태로 구축했으며, 2020학년도 현재 27개실(서울캠퍼스 19개실, 안성캠퍼스 9개실)이 있다고 밝혔다.

  교학부총장은 비대면 강의에 필요한 네트워크 환경이나 강의실의 현대화 등을 “최고 수준으로 구축했다”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러한 본부의 사업들은 대학혁신지원사업 수행 대학 원격 강의 우수 사례에 선정되었다. 교육부가 발표한 해당 자료에 따르면, 중앙대는 원활한 원격 수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지난 2년 동안 24억 원을 투입했다. 김창수 전 총장은 2018“PILOT사업의 목적은 재정 확충의 측면도 있지만 중앙대를 혁신대학으로 홍보하겠다는 것이라며 교육 혁신을 담당하는 부서들에 향후 3년간 총 200억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라 밝힌 바 있다. 원격 교육의 확대는 이전부터 중앙대가 추진해온 교육 혁신의 일환이었다.

원격 수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위한 인프라 확장

셀프 스튜디오 2개실 추가 구축

다빈치클래스룸 17개실 구축을 통한
원격 수업 기반 마련

과거부터 구축되어온 이러닝 인프라 확충과 더불어, 비대면 온라인 수업을 위해 2020년 대학혁신지원사업 대응예산 3.2억 원 편성 및 투입으로 성공적인 원격 수업 진행

기존에 온라인 강의 자체 촬영이 가능한 셀프 스튜디오를 2개실을 확보하고 있었고, 2018년 대학혁신지원사업 시범(PILOT)운영 사업을 통해 추가 2개실을 구축하여 총 4개실 확보 운영

중앙대만의 특화된 학습모델인 다빈치 러닝 확대를 위한 토론형 강의실과 원격 수업에 필요한 장비가 구비된 첨단형 강의실을 통해 직접 강의 촬영 후 LMS(e-Class)에 탑재할 수 있도록 10개실 구축 예정

출처: 대학혁신지원사업 수행 대학 원격 강의 우수 사례 (교육부한국연구재단, 2020.08.)

 

비대면 강의 확대, 이젠 정말 어쩔 수 없다?

지금 코로나 사태가 올해로 종식이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설사 종식이 되더라도 이러한 디지털 비대면의 강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뉴노멀로 자리 잡게 될 거라는 걸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 백준기 교학부총장, 20.09.23. 리더스포럼

  코로나 사태를 꿈에도 몰랐을 2018년부터 중앙대는 원격 강의를 위한 준비를 해왔다. 이런 혁신의 흐름은 팬데믹 시대의 비대면 기조와 만났고, 본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원격 강의 확대를 가속화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리더스포럼에서 이인재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이 온라인 환경에서 교수의 강의 역량 증진 계획을 묻자, 김교성 기획처장은 다빈치혁신원에 원격 교육과 관련되는 주관부서를 신설하면 어떨까 하는 의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후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원격교육지원센터는 규정 개정 절차를 거쳐 2020학년도 2학기 이내에 신설될 예정이며 기존 교수학습개발센터에 운영하고 있던 K-MOOC, CAU-MOOC, 온라인 교육 등 e-Learning 파트를 확대 개편하여 체계적인 원격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운영할 계획임을 밝혔다. 다빈치클래스룸 역시 2020 10개실을 추가로 구축 예정이다.

  원격 강의는 실험실습 영역까지 확대된다. ‘실험실습 강의 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생명공학대학 김무성 학생회장(식품공학전공 3)의 질의에 교학부총장은 어떤 시뮬레이션 툴, 특히 도시 시스템이나 에너지 전공에서는 AR/VR로 사이버 피지컬 실험실을 만드는 것이 이미 이번 학기에 진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이런 것들을 모든 실험실습에 확대해서 비대면의 실험이더라도 대면의 실험보다 더 효과가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텔레프레즌스 강의 현장.  © 한양대학교

  다른 대학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호서대학교는 코로나 위기 발생 이전부터 온라인 교육 강화를 위해 전산정보처와 이러닝지원센터(교육혁신처)를 신설하는 등 원격 강좌 활성화를 위한 학사시스템 개편을 진행하고 있었다.[5] 김민경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는 텔레프레즌스 기술을 이용하여 19년도 1학기 동안 3개의 강의실에서 동시에 수업을 진행했다. 김 교수가 스튜디오에서 강의를 하면, 실물 크기로 재현된 김 교수의 홀로그래피가 3개의 강의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는 중앙대도 추진하고 있다. 안성캠퍼스 학생들이 서울에 가지 않고도 서울캠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여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또한 한양대는 ‘VR 화학 실험실을 이미 활용 중에 있다. 전년도 한양대 기술경영학과 연구팀은 "향후엔 14개의 콘텐츠를 만들어 한 학기의 강의가 모두 VR로 구성될 수 있게 하겠다"라며 "화학에서 물리, 그리고 수학까지 콘텐츠를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6]

  이런 대학가 전반의 흐름은 당연하게도 교육부의 정책 방향과 큰 연관이 있다. 교육부는 코로나 이후 미래 교육의 전환을 위한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원격 교육에 대한 중요성과 확산을 강조하고 있다. 대학들이 원격 수업을 확대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풀고, 원격 수업을 고등교육 혁신 방안으로 계속 이어가겠다는 것이다.[7] 교학부총장은 교육부가 강의를 활발히 공유하는 대학에 여러 가지 자율성을 주는 정책들을 발표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강의가 없어지는 교수님들이 생기게 되고, 이런 분들은 연구에 활용하는 미래 계획을 잡을 것이라 말했다. 김교성 기획처장 또한 교육부의 제도 개선과 발맞춰 대학 간 공동교육과정 확대 운영, ·석사학위를 온·오프라인으로 융합한 교육 운영 등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학과 교육부가 합세하여 원격 교육을 대학의 미래로 정하고 밀어붙이니 그런가 싶다가도, 이게 정말 맞는 방향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학습자의 입장에서 1년 동안 겪은 비대면 강의의 한계는 너무나 명확했다. 그간 본부가 온라인 강의를 위해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며 다져온 기반도 충분하지 못했다. 물론 전면 비대면강의는 처음이니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수업의 질 하락으로 학습권을 보장받지 못했다며 등록금 반환까지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뒤도 안 돌아보고 가도 되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중앙문화는 해답을 찾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각 학문 분야에서 교육과 연구를 고민해온 교수자들을 만나봤다.

 

온라인 강의, 좀 나아지셨습니까

  이는 비단 학생들만의 상황이 아니다. 교수협의회 회장 방효원 교수(의과대학)음성 녹음만 해도 실제 강의 시간의 거의 2~3배 정도 소요됐다주위에 계신 많은 교수님들이 대면강의가 훨씬 쉽고 좋다고들 하신다고 밝혔다. 물리학과 최광용 교수는 두 학기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면서자료 제작에 시간을 다 쏟았다고 말했다. 비대면 학습 환경에서 교수자가 겪는 어려움 역시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본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시로 수업 방식과 학사 진행 방안에 대한 공지를 전달하고 교수학습개발센터 지원에 힘썼다. 교수학습개발센터 김시진 연구전담교수에 따르면, 온라인 강의에서 활용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나 교수자의 기본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교육이 교수자에게 제공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과학대학 모 교수에 따르면 “(학교가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은) 교수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달려있, “실질적으로 강좌를 수강하는 교수자들은 많지 않을 수도 있다며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교수 역량 강화를 위한 온라인 프로그램의 경우 신청한 교수들에게 이클래스와 줌을 통해 제공된다. 김시진 연구전담교수는각 프로그램에 대한 신청은 프로그램 운영 시 사전 교수님들께 이메일 안내는 물론 교수학습개발센터 홈페이지와 현수막과 배너를 통해 홍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본부 차원의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당장의 강의 진행에 필수적인 프로그램조차 자율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교수자들의 전체적인 역량 향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그 효과가 미지수다.

  부족한 본부의 지원보다 아쉬운 것은 온라인 강의의 근본적인 한계다. 강의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역동과 소통이 사라진 것이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비대면 상황 속 상호작용의 부재를 지적했다. 인문대학 학장 손정희 교수(영어영문학과)원 웨이(One-way), 일방으로 전달되는 수업 환경에 아쉬움을 표했다. 이에 덧붙여교육에 있어서는 지식 전달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사회적인 소통 또한 동반되는데, 비대면으로 했을 때 인간 대 인간으로 만나는 소통이 제한된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정치국제학과 김동현 교수는면대면의 공감 과정과 감정 교류가 대면 상황에 비해 많이 미약함은 물론, “교수자가 100%의 교수 능력을 발휘할 수 없어 학습자 역시 수업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강의는 아무래도 나아진 것 같지 않다. 불편함에 적응은 했을지라도, 대면 강의만큼의 학습 효과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는 당연하고 예상되는 문제다. 그럼에도 왜 교육부는 나서서 원격 교육 확대를 주도하고, 대학은 그를 순순히 따라가고 있는 것일까? 교수자들 또한 한계가 분명하지만 현재로서는 비대면 교육 확대가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에 동의했다.

“대학의 변화에 대한 요구는 시대적, 사회적 흐름 속에서 요청되는 것” (김경희 교수)

“코로나19가 대학교육의 변화를 강제하고 있다” (송상헌 교수)

한국의 대학들이 대안을 내놓지 않는 한 원격 강의는 대세가 될 것” (최광용 교수)

  사회과학대학 학장 김경희 교수(사회학과)대학의 변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좀 있다고 본다며 원격 강의 확대 등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비대면으로의 변화에 어느정도 수긍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창의ICT공과대학 학장 송상헌 교수(전자전기공학부)는 변화의 흐름이 필연적임을 강조했다. 다른 형태의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도래할 가능성과 그에 대한 대비가 코로나19의 대응 수준을 넘어설 경우도 우려했다. 그는 "점진적으로 비대면 교육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번 기회에 효율적인 비대면 교육 방법에 대한 여러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팬데믹을 거치며 언택트 교육이 대학의 뉴노멀이 될 것이고, 그에 따라 효과적인 교수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사전에 온라인 강의를 활용해 이론을 학습한 후, 대면 수업을 통해 교수자와 접촉하여 도제식으로 깊이 있는 지식을 배우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최광용 교수는 타 대학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한 공유 콘텐츠로 학생들이 기본적인 사항을 습득하도록 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3~4명의 소수 학생과 교수가 밀접하게 토론할 수 있는 대학이 양질의 대학이라고 말했다. 또한 교양 수준의 강의는 전문가들이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녹화 강의도 충분하지만대학의 역할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장밋빛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기술을 활용하되 인간으로서 담보하고 싶은 가치에 대한 논의가 필요” (손정희 교수)

비대면 강의의 확대 이전에 사회적인 합의점 도출이 우선” (방효원 교수)

현재 대학의 방향과 가치관이 변하지 않는다면 비대면 상황에서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이루지 못할 것” (최광용 교수)

  상기된 바와 같이, 근본적인 소통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원격 교육 확대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를 굳혀가는 듯하다. 허나 비대면 대학 교육의 확대가 충분한 사회적 토론이나 공감대 형성 과정 없이 성급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모두가 비대면 교육의 확장이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 결론에 도달하는데 있어 어떤 집단적인 고민이 있었냐는 것이다.

  손정희 교수는 인간과 기술에 대한 고찰, 그리고 현재의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에 비로소 변화와 재설정을 이야기할 수 있다며 대학 교육의 졸속한 변화를 경계했다. “인간의 가치를 포기하면서 디지털 기술을 받아들이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방효원 교수 역시 온라인을 통한 대형강의가 가능한 것이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분명히 존재한다며, “비대면 강의의 확대 이전에 과연 어떤 형태의 비대면 강의가 이루어져야 할지, 어느 강의까지 비대면 강의로 진행할 지 등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점 도출이 우선이라고 봤다. 비대면 상황의 장단점을 파악하여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도 말했다.

  현재의 대학이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수 있는 구조인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비대면 수업에 맞는 새로운 교수법과 온라인 강의 영상 제작 기술 등을 익히기 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허나 지금의 체계에서 교수들은 교육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 최광용 교수는 연구를 비롯하여 교수에게 지워진 여타 업무의 비중이 지나치게 큰 탓에 교과를 유지하기조차 벅차다, 학습자와의 교육적인 소통은 자연스레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앙대를 포함한 한국의 대학은 교원을 뽑는 기준의 99%는 연구력이고 교육을 어떻게 하는지는 전혀 안본다전반적으로 우리 사회가 학생들을 가장 싸게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에 들이는 에너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와 방식으로 대학이 운영될 수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에서, 어떻게 교육 혁신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교수자들이 입을 모아 지적한 바와 같이 대학 교육의 미래는 정책 결정자의 자의적인 판단으로 구성될 게 아니라, 학습 현장에 있는 대학 구성원들의 공감을 바탕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과연 대학 교육의 미래를 그리는데 있어 면밀한 상황 진단과 사회적 토론이 이루어진 바가 있는가? 대학과 정부의 교육 혁신을 믿고 새 시대의 대학 교육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는지, 과연 우리는 스스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대학의 미래를 결정할 중대한 갈림길 앞에서 공통된 합의 없이, 원활한 소통 없이, 충분한 고민 없이 조속한 언택트 기조가 관철된다면, 제아무리 혁신을 외친다 한들 그 본질에 다가가지 못한 채 놓치는 점들이 계속해서 생길 것이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는 어딘가에 발이 걸려 넘어지기 마련이다.

 

원격 대학의 이면강의 대형화, 교원 감소

  비대면 기술은 교육의 시공간적 한계를 뛰어넘게 한다. 공간의 제약을 받는 현장 강의와 달리 온라인 강의는, 특히나 실시간이 아닌 녹화 강의는 강의당 학생 정원 제한이 거의 없다. 텔레프레즌스는 홀로그램 기술을 이용해 한 교수자가 여러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는 효과를 낸다. 이처럼 대학 교육에 적용된 각종 언택트 기술과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강의 방식은강의 대형화를 야기할 수 있다. 강의 대형화는 다양성을 내포한 양질의 교육을 방해하며 대학 교육의 정체성을 흔든다.

  기존의 대면 상황에서도 강의 대형화는 고질적인 문제였다. 한 수업당 수강생이 많아지면 학습자와의 상호작용 없이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는 일차원적 강의를 벗어나기 어렵다.[8] 의미있는 학습 피드백도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양질의 대학 교육은 교수자와 학습자 사이의 면밀한 상호작용을 전제로 한다. 특히나 비대면 상황에서는 학생과 교수가 공간적으로 분리되므로 기본적인 의사소통마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비대면 강의 정원이 계속 늘어난다면, 교수와 학생 간의 밀접한 소통이나 학습 수행에 대한 피드백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질 것이다.

  강의 대형화는 자연스럽게 교원 감소로 이어진다. 강의 규모가 커지며 학생당 필요한 교원의 실수요가 줄기 때문이다. 강의 인력이 줄어들면 강단에 남은 교수자 개개인이 살펴야 할 업무가 늘어나고, 개별 강좌의 비대화에 따른 강의 부담이 증대되기에 양질의 교육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김용섭 위원장은교원의 수적 감소로 인한 교육의 질적 하락은 불 보듯 뻔하다, 강의 대형화가 불러올 대학 교육의 약화를 경고했다. 방효원 교수(의과대학)비대면 수업 확대가 결국 강의 인력 감소로 이어 질 것이며, “대학 인력의 감소는 단순히 교육 인력의 감소가 아니라 연구 인력의 감소로도 이어져 국가 경쟁력이 낙후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 보았다. 강사법[9] 시행 이후 전국 대학의 강사수가 10여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감축[10]된 가운데, 대학 교육은 얼마 남지 않은 교원으로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강의 대형화와 교육 후퇴를 더욱 부추길 비대면 교육의 도입은, 대학의 본질을 해체할 다소 섣부른 요구일 수도 있다.

▲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2019 년  8 월 청와대 앞에서  ‘ 강사법 시행 첫 학기를 맞이한 입장 발표 및 기자회견 ’ 을 열고 있다 . ⓒ 연합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강의당 정원 수가 늘어나고 교원 수가 감소하면, 개설되는 강의 수 자체가 줄어든다. 개설 과목의 폭이 좁아짐에 따라 피해를 보는 것은 다름 아닌 학생들이다. 원하는 과목을 수강하지 못해 학습권이 침해당하고,[11] 상대적으로 적은 수요를 가진 교과는 개설이 어려워져 다양한 강의를 선택할 수 없게 된다. 특히 타 교과보다 교수자의 세심한 지도가 필요한 세부전공과 예체능계열은 턱없이 부족한 강의 시수로 인해 정상적인 운영조차 어려워진다.[12] 박상규 총장은대학의 특성이 일반 기업과 같은 다른 조직과 달라서 다양성, 창의성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대학은 이에 부합한 다양한 강좌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책임져야 하지만, 총체적으로 제공하는 과목군을 줄여 적은 수의 강의로 최대한 많은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실제로 중앙대는 2012년 강의 대형화를 염두에 둔강의시수 개편안에 따라 강의 개설을 위한 최소 인원 기준이 강화되었다. 그 결과로 당시 1년간 양캠의 전공과목은 약 600, 교양과목은 약 500개가 폐강된 바 있다.[13]

 

대학 기업화, 학문 절벽시대로

  강의 대형화, 교원 감축, 강좌 축소와 획일화 현상은 몇몇 학생들의 강의 선택권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결국 여태껏 학습자와 교수자들을 괴롭히며 지겹게 이어져온대학 기업화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과 이윤 추구라는 목적을 가진 대학 기업화는 교육의 본질을 지키려는 노력과 충돌해왔다. 하지만 비대면 교육의 확대로 인한 강의 대형화와 교원 감소는뉴노멀이라는 명목 하에 정당화되어 대학 기업화가 심화될 수 있다. 방효원 교수는 수익 창출을 최대 목표로 하는 최근 사립대학들의 경향을 감안했을 때, 비대면 교육 확대에 따른 학문의 기업식 경영이 충분히 예상된다고 보았다. 대학은 강의의 개설과 유지, 적극적인 교원 확보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기업의 구조조정을 연상시키는 학문 통폐합과 강의 대형화를 통해 비용 절감을 이끌어낸다. 고부응 교수(영어영문학과)는 이와 같이수지타산을 기준으로 학사를 운영하는 것은 좋은 교육을 방해한다며 교육에 시장논리를 주입해 지식을 상품화하는 대학 기업화의 폐해를 분석했다.

  대학 기업화에 더불어 교육계는 일명학문 절벽시대의 도래를 심히 염려하고 있다. 대학 내 교원수 감소와 연구강의 역량 저하에 따라 학문 후속세대가 단절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섭 위원장은 비대면 교육의 확대로 후속세대를 양성할 학문 기반이 허약해짐과 동시에, 통상 대학원 졸업 후 강사를 거쳐 교수로 임용되는 학문 생태계가 위협받게 된다며 미래 대학 교육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던졌다. 실제로 성급한 비대면 교육의 도입은 학문절벽의 충분조건을 만족시킨다. 앞서 언급된 강의 대형화와 교육 역량 저하는 물론 대학과 교육 당국의 조급한 혁신 기조, 실효 없는 학문 정책과 연구안정망의 부재는 모두 언택트 대학의 불안정한 미래를 앞당기는데 기여한다.

  팬데믹 이후의 미래를 대비해 본부가 자신하고 있는, 정부가 부추기고 있는교육 혁신은 과연 누구를 위한 혁신인 것일까? 공동체 차원의 충분한 논의 없이 단행된 교육 혁신은 정책적 차원을 넘어 대학 교육의 본질을 건드리고 있다. 그 어느때보다도 대학의 미래가 주목받고 있는 지금, 대학 교육을 집어삼키는언택트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근본적인 고찰이 필요해 보인다.

 

대학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포스트 코로나, 그리고 더 이후에 대학이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간은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뿐이다. 그렇기에 원격 강의를 무조건 반대하고 원래의 것을 유지하자는 주장도 시대에 뒤처진 주장일 수 있다. 더욱이 미래에는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 팬데믹과 같은 재난 현상, 기술 혁명, 학령인구 감소, 그리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변화들까지 말이다.

  중요한 것은 대학이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면서도, 흔들리지 않아야 할 본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방효원 교수는 예상되는 문제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온라인 강의 도입은 대학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말했다. 결국 포스트 코로나 대학 교육에 대한 고민은 사회에서 대학이 어떤 존재 가치를 지니고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는 것이다. 대학이란 무엇이고, 이제까지 대학의 역할은 무엇이었고, 앞으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우리가 아는 대학의 역할은 단순한 지식 전달에서 끝나지 않는다. 서로 대면하여 소통하고, 학습하고, 가치를 공유해왔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협력하는 법과 갈등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일상 속에 녹아든 배움들을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대면 접촉이 단절된 상황은 대학의 물리적인 의미를 느끼게 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물리적인 것을 뛰어넘는 가상 공간을 전망하고, 대학 또한 그를 지향해야 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신중한 고려와 사회적 논의 없이 말이다.

  대학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의 목적은 "인류사회 발전에 필요한 학술의 이론과 응용방법을 교수연구하며 지도적 인격을 도야"하는 것이다. 대학의 교육은 대학 사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사회 전반의 지적 영역을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맡는다. 더 나은 대학을 넘어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모두의 뜻으로 이끄는 진정한 교육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1]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기술

[2] <한국대학신문>, 위기를 기회로 바꾼 중앙대, 코로나19 위기에도 학생 만족도 ‘UP’, 20.05.24.

[3] 정부의 재정 지원 사업으로, 미래 사회 변화에 대응하여 대학 기본 역량 강화 및 전략적 특성화를 지원하고 대학의 자율 혁신을 통해 국가 혁신 성장의 토대가 되는 미래형 창의 인재 양성 체제 구축을 지원한다.

[4] 학습자가 학습 활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학습 과정에서 사전 동영상 이론 학습, 수업 중 실천적 활동 학습, 그리고 수업 후 학습 내용을 사회 및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전이 경험까지 제공하기 위한 교육 모델

[5] <한국대학신문>, “호서대, 교육부 원격수업우수사례 2개 분야 선정”, 20.08.05.

[6] <조선비즈>, “‘홀로그램’ 교수부터 VR 화학실험까지...대학 수업풍경 바꾸는 4차산업혁명”, 19.08.16.

[7] <한겨레>, “교육부대학 원격수업 제한기준 없앤다””, 20.07.02.

[8] <한림학보>, “‘소통부재겪는 대형강의, 학생들, 교수도불편’”, 15.03.31.

[9] 2019 8월부터 시행된 고등교육법 개정안으로, 강사의 임용절차와 교수시간 등을 규정함으로서 고용안정성 및 지위 향상을 목표로 한다. 대학들은 강사법 실행을 전후해 교원 관련 비용의 증대를 우려하여 강사를 대거 해고한 바 있다.

[10] 2020년 교육부 교육기본통계

[11] <연대춘추>, “강사들을 울리는 건 강사법일까?”, 19.03.04.

[12] <중앙문화> 67, “교수가 부족하다?”, 2014.12.

[13] <중대신문>, “그때의 걱정이 지금의 현실이 되기까지”, 14.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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