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가을겨울 <당신들의 천국>
편집위원 우다영, 임시동
“인문학 혹은 기초교양에 대한 이해가 애플을 애플답게 만듭니다."
아이폰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애플사의 CEO 스티브 잡스가 2011년 연설에서 한 말이다. 스티브 잡스의 말은 교육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의 교육정책에 큰 영향을 주었다. 교육부는 이후 인문학과 공학을 결합한 융합 교육을 강조하였다. 삼성도 인문계 대졸자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육성하는 '삼성 컨버전스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2013년부터 시행했다. 교육부와 삼성 모두 이러한 교육을 통해 수많은 스티브 잡스를 양성하고자 한 것이다. 거기에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새로운 시대로의 이행은 '융합형 창의 인재'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증가시켰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복잡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 학문의 경계를 넘어 혁신적인 대안을 마련할 사람이 필요했다. 이를 반영하여 대학가에서도 융합형 창의 인재 양성을 교육 목표로 다양한 교육을 시도하고 있다.
중앙대도 예외는 아니다. 올해 100주년 기념식에서 발표된 뉴비전인 CAU2030은 앞으로 10년간 진행될 학교의 발전계획이다. 여기서 중앙대의 목표는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창의인재, 중앙'이다. 창의인재란 융합적 사고력을 가진 학생을 의미한다. 이런 비전을 기반으로 5대 사업 10개 과제 중에는 융합 관련 과제가 두 개나 등장한다. '융합형 교육 활성화'와 '학제 간 융합 연구 활성화'가 그것이다. 본부는 전략 방향에서도 융합을 제시하며 학문분야 간의 경계 없는 융합을 통해 혁신적인 미래 지식을 창출하고, 창의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본부가 앞으로 융합 교육을 더욱더 강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현재 중앙대에서 융합교육이 진행되는 방식을 보면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
계기부터 엉터리였던 융합교육
교육부 사업들은 하나같이 '특성화'나 '산학협력' 등의 이름으로 인문학적 연구와 교육의 응용' 또는 '변형'을 요구했다. 산업계와 과학기술계 중심으로 인문학을 재단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교육부의 융합은 '과학기술에 인문학 약간'이다. 이는 대학 재정 사업 중 하나인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CORE사업)에서 잘 드러난다. 1
교육부는 이러한 방식의 융합 교육을 하도록 대학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항상 그래왔듯 교육부의 압박은 재정사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2010년 교육부는 학부교육 선도대학 육성사업(ACE)을 시작으로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PRIME), 대학 인문역량 강화 사업(CORE) 등에 융복합 교육 실적을 묻는 항목을 추가했다. 2011년 이후 등록금이 거의 동결된 상황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기 위해 대학은 이 항목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고, 융합교육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교육부의 사업 공고와 대학 선정은 매우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다. ACE사업의 경우 2014년 4월 사업공고를 시작해 약 3개월 만에 사업지원대학을 선정했다. 2015년 CORE사업의 경우, 대학에게 주어진 사업 준비 기간이 더욱 짧았다. 약 6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사업 수주를 원하는 대학들은 학내 구성원 간에 충분한 논의 없이 졸속으로 학문의 융합을 시도할 수밖에 없었다.
융합을 강조하는 교육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대학가에서 융합 과목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경희대학교의 후마니타스칼리지 융합교육 과정, 연세대의 국제학, 일본어학, 중국어학 등을 합쳐 만든 아시아문학부 등 새로운 이름의 교육과정과 전공이 만들어졌다.
교육부 사업은 대학에 융합교육을 요구하는 동시에 구조조정을 강조했다. ACE 사업의 경우 가산점 지표 중 하나가 구조개혁'이었다. 이후 진행된 PRIME 사업도 산업·직업별 인력수급전망에 따라 학사구조를 개편하고 정원을 조정하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두 사업의 결과 많은 대학에서는 인문학과를 통폐합하고 산업과 연관된 공과대학의 인원을 늘렸다. 가장 최근에 시행된 CORE사업은 겉보기에 인문학과 다른 학문을 융합한다는 점에서 인문학을 장려하는 것처럼 비춰진다. 그러나 선정된 대학들을 보면 사업의 진짜 목표는 인문학에 실용성을 더해 인문대학의 취업률을 향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과 융합 교육을 통해 대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려고 한 것이다. 그렇게 본부는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 수주를 위해 구조조정과 융합교육을 한번에 진행했다. 본부는 2010년부터 구조조정을 시작하며 그 변명으로 융합을 들먹이기 시작한다. 중앙대의 융합전공을 보기 전에 본부가 생각하는 융합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다. 본부가 생각하는 융합은 이제껏 진행된 구조조정을 보면 알 수 있다.
융합을 위한, 융합에 의한 구조조정
1. 융합을 위한 구조조정
본부는 2010년부터 기초학문을 축소하고 새로운 ‘특성화 학과’를 만들기 위해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본부만의 기괴한 방식으로 기초학문을 재단했고, 그 결과 본부가 원하는 ‘미래를 선도하는’ 융합학과가 개설됐다.
2009년에 발표된 구조조정 초안에서 가족복지·아동복지·청소년학과는 사회복지학부 아래 ‘인간발달·가족학’으로, 수학과물리학은 ‘수학물리학부’로 묶여있다. 학생, 교수와 어떤 상의도 없이 본부가 보기에 돈이 되지 않는 학문인 기초학문을묶어 학과의 규모를 축소하려고 한 것이다. 기초학문은 실용학문과 달리 수치, 즉 취업률로 그 가치가 바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본부는 당장 취업률이 높은 학과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기초학문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려 했다. 해당 학과 교수들과 학생들은 구조조정 초안이 나오고서야 이 사실을 알게됐다. 학내 구성원의 반발이 거셌고, 다행히도 이러한 학부들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본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2010년 기어코 억지스러운 방식으로 여러 학과를 통폐합했다. 2011년부터 비교민속학과, 중어중문학과, 일어일문학과는 학과에서 전공으로 격하됐다. 그리고 아시아문화학부 아래 묶이게 되었다. 아시아문화학부는 세 학과가 모두 아시아와 관련됐다는 이유만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본부는 학부제의 장점으로 학문간의 통섭을 내세웠다. 그러나 학부제 형태에서 각 전공 과목수는 예전보다 줄어들었고, 세 전공을 아우르는 강의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애초에 지역적인 공통점만 지녔던 세 전공이 통섭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2013년 아시아문화학부 비교민속전공은 학생들에게 가장 적은 선택을 받았고, 본부는 비교민속전공을 폐지한다.
폐지된 학과의 정원은 새로운 학과로 옮겨갔다. 이후 현재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특성화학과 중 경영학부 글로벌금융전공(2011년 개설)과 융합공학부(2013년) 등이 개설됐다.
2. 융합에 의한 구조조정
본부는 더 과감히 ‘융합’이라는 단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학문을 없애기 위해 융합을 이용한 것이다. 2015년 본부는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을 발표하며 ‘단과대학’은 ‘계열’로, ‘학과’는 ‘전공’이라는 이름으로 바꾼 후 계열별로 학생을 모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택받지 못한 전공은 융·복합시킬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이러한 모집제도는 이후‘광역화 모집제도’로 불렸다. 당시 이용구 전 총장은 학내 구성원들에게 이메일로 “한 전공에만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는 사태가 수년 지속되더라도 그 전공이 타 전공과 융합하거나 새로운 전공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사실상 비인기 학문을 없애겠다는 말이다. 해당 모집제도는 2016년에 많은 부작용 3을 낳았고, 2017년 시행이 중단됐다. 위에서 보았듯이, 본부에게 융합은 취업률이 낮은 학과를 없애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이러한 본부의 태도는 융합전공에서도 나타난다.
중앙대 융합전공의 현주소
애초에 교육부의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융합전공은 사업선정이 끝나면 찬밥 신세가 되었다. CORE 사업선정 대학 중 하나인 고려대의 경우,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인문학 관련 융합전공을 개설했다. 그러나 사업선정 이후 전공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 ‘인문학과 문화산업’ 융합전공 주임교수를 맡고 있는 송혁기(문과대 한문학과) 교수는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미미한 상태에서 소수 교수의 의욕과 열정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학교 본부의 제도적, 행정적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4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 사업이 끝나면 융합전공 제도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더 줄어든다. 교육부 지원이 끊기기 때문이다. CORE 사업은 애초에 최대 10년 정도의 사업기간을 바라보고 시행됐던 사업이었지만, 올해 3월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으로 인해 3년만에 종료되는 것이 확정됐다. CORE 사업 선정대학 중 하나인 성균관대의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제시한 사업기간이 끝나면 재정지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사업진행과정에서 재정이 필요한 사업은 중단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5이런 흐름은 중앙대에서도 나타났다. 중앙대는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중 하나인 ACE 사업수주를 위해 2008년부터 융합전공 과목들을 신설했다. 당시 본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수요가 높은 금융공학, 문화콘텐츠학을 개설했다. 그러나 중앙대의 융합전공은 전담하는 사무실은 커녕 행정직원조차 없이 시작됐다. 시스템이 그나마 구축된 이후에는 본부의 지원금이 줄어들었다. 6융합전공에 대한 행정적 지원은 아직까지도 부족한 상태다.
1. 전공 과목에서의 문제
중앙대 융합전공 신청 자격을 보면 신입생은 2학기이상, 편입생은 1학기 이상 이수해야 하며 평균학점이 2 이상이어야한다. 내년에는 소프트웨어벤처전공이 추가되어 8개 전공이 운영될 예정이다. 8개의 전공은 다음과 같다.
① 실용학문에 치우친 융합
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현재 운영되고 있는 전공은 대부분 경영학과와 공학 중심이다. 융합전공 중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다루는 전공은 문화콘텐츠와 소프트웨어-인문뿐이다. 애초에 융합교육의 목적은 인문학과 기술의 결합을 통한 인재양성이었다. 그러나 중앙대의 융합교육은 실용학문에 치중되어 진행되고 있다. 내년부터 총 8개의 전공이 운영되는데, 경영학부는 4개의 전공에참 여한다. 공학계열인 소프트웨어학부와 융합공학부는 각각 6개의 전공에 참여한다. 참여학과가 다양한 다른 대학들에 비해 중앙대학교의 융합전공은 그 수도 적을 뿐만 아니라, 그마저도 경영·경제계열과 공학계열 과목에 치중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②피상적인교육
위의 전공들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중앙대학교 융합전공에는 최소 세 개 이상의 학과가 참여한다. 학생들이 소속 학과 공부와 융합전공에 참여한 모든 학과의 기초과목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문화콘텐츠전공의 경우 무려 9개 학과의 수업을 소화해야 한다. 학문적 기반을 제대로 다지지 못한 채 여러 학과의 수업을 들어야하는 것이다. 실제로 융합전공은 학생들의 지적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화콘텐츠전공을 수강하고 있는 사회학과 A 씨는 “문화콘텐츠기획과 마케팅이라는 수업을 들었는데 매우 피상적인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기획과 마케팅 중 하나만 수업해도 한 학기동안 제대로 배울 수 없는데 많은 것을 다루다 보니 그렇게 된 것같다”고 하소연했다.
융합교육에는 융합되는 각각의 학문에 대한 기초지식이 전제돼야 한다. 기초지식 없는 융합교육은 기초학습을 거치지 않고 심화학습을 하는 것과 같다. 학문에 대한 깊이있는 공부가 가능하려면 점진적인 학습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한 전공에 수많은 학과가 참여하는 융합전공은 학생들에게 이러한 기회를 주지 못한다.
③ 학생의 상황을 반영하지 않은 교육
2018년 개설된 테크놀로지아트 전공에는 서울 캠퍼스의 컴퓨터 관련 학과와 더불어 안성캠퍼스 예술대의 전공들이 대거 참여한다. 예술대의 미술학부와 디자인학부 그리고 음악학부의 작곡 전공도 포함된다. 이에 따라 테크놀로지아트 전공생들은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를 오가며 수업을 듣게 된다. 융합 전공의 졸업 이수 조건에 따라 이 전공을 듣는 학생들은 융합 선택 과목 중 12학점을 들어야 한다. 융합 선택 과목에는 컴퓨터공학부의 과목 4개와 예술 관련 과목 40개가 포함된다. 예술대의 과목을 듣고 싶어도 안성캠퍼스에 가서 수업을 들을 여력이 없는 학생들은 서울캠의 컴퓨터학부의 과목 4개를 들어서 12학점을 채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안성과 서울을 오가는 셔틀은 두 대만 운영된다. 오전 7시 20분 안성에서 서울로 출발하는 버스와 저녁 6시 20분에 서울에서 안성으로 가는 버스만 제공된다. 애초에 안성캠 학생들의 서울캠 통학을 배려하여 만들어진 셔틀이기에, 사실상 서울캠 학생들은 안성캠에 개설된 융합전공 과목을 수강하기 위해 셔틀을 이용할 수 없다. 테크놀로지아트 전공생 중 예술대 수업을 듣고 싶은 학생들은 사비를 들여 안성캠으로 통학을 하거나 계절학기로 수강하는 등의 번거로운 방법을 택해야 한다. 학내 커뮤니티에도 이에 대한 불만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2. 행정 차원의 문제
융합전공에 대한 본부의 행정 지원 또한 부족하다. 개설된지 비교적 오래된 금융공학전공과 문화콘텐츠전공은 한 해 평균 300여명의 학생이 지원한다. 그러나 아직 융합전공생만을 담당하는 행정조직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융합전공 담당 업무는 크게 두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상담은 전공 담당 교수와 교수의 학과 사무실에서 담당한다. 그 전공 관련 행정 업무는 담당 교수가 속한 단과대학 교학지원팀에서 처리하고 있다. 행정처리가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홍윤경 경영경제대 교학지원팀 과장은 “교수님한테 일일이 여쭤보고 (융합 전공 관련) 일을 해야 한다”며 “그런 시스템이다 보니 번거롭기도 하다”고 말했다.
홍윤경 과장의 말에 따르면 융합전공 과목의 담당교수가 바뀔 경우 상담업무는 새로운 교수의 소속학과로, 그 외의 업무는 교수의 단과대 교학지원팀으로 넘어간다.
예를들어, 금융공학전공은 2018년 1학기까지 경영학부 교수가 담당했다. 그러나 2학기부터 수학과 교수가 전공을 담당하면서 상담업부는 수학과로, 그 외의 행정업무는 자연과학대로 넘어갔다. 홍윤경 과장은 “아직 문의가 오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상담업무의 경우 상담사례 등이 축적되어 있지 않아서 수학과는 아마도 (융합전공 상담할 때) 당분간 조금 힘들 것같다”고 말했다. 수학과에 융합전공에 대해 문의했으나, 수학과 조교는 “아직 상담해본 경험이 없어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업무에 대한 전문성 결여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행정체제가 복잡한데 반해 관련 정보는 학생들에게 거의 제공되지 않는다. 학교의 융합 연계 자기설계 전공 사이트에서는 행정 업무가 단과대 교육지원팀과 학과사무실 두 곳에서 진행된다는 정보를 찾아볼 수 없다. 전공 담당교수의 사무실 전화와 이메일만을 문의 창구로 제시하고 있다. 전공 담당 교수와 교수의 학과 사무실에, 상담이 아닌 행정 관련 문의할 경우 명확한 답을 얻기 힘들다. 반대로 상담 업무를 단과대학에 문의할 경우 단과대로부터 제대로 된 답변을 들을 수 없다.
중앙대의 융합 전공은 다양한 학문을 다루기보다는 실용학문에 편중돼 있다. 또한 한 전공에서 너무 많은 학과가 참여하다 보니 학생들은 기초를 제대로 다지지 못한 채 많은 학과의 수업을 얕게 듣는 수준에 머문다. 학생에게 행정적 차원의 충분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CAU2030에서 융합 전공 제도를 강화할 계획을 밝힌 본부는 당장 내년에 '소프웨어 벤처' 전공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떠한 제도적 보완도 없었기에, 학생들의 추가적인 피해와 혼란이 우려된다.
융합 교육에 대한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때
지금과 같은 융합 교육으로는 CAU2030의 '창의 융합 인재'를 양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계획안에 따르면, 창의 융합 인재란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력을 통해 인류 사회기여 하는 사람이다. 대학에서의 융합 교육은 학생에게 얕고 많은 지식을 전달하기보다 학생들이 학문을 융합하여 사고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는 여러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서로의 학문을 공유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융합교육에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이 교육방식이 어느 정도 실현된 사례가 있다. 2014년 성균관대 C-school의 '융합기초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세 학과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해야 한다. 성별, 학년, 사전 학습경험 등을 고려해 꾸려진 팀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주도적으로 문제 설정부터 해결까지 도출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교수와 다양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얻을 수 있다. 협동 학습이 잘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학교의 몫이다. 이 프로젝트는 성균관대의 대학교육혁신센터를 통해 행정적 관리를 받고 있다. 중앙대와 달리 행정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가 존재하는 것이다. 물론 이 프로젝트도 교육부의 재정지원 사업이 시행되면서 개설됐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교육부의 정책 기조와 사업 지원 상황에 따라 프로젝트의 방향이 언제 바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균관대의 '융합기초 프로젝트'는 기초학문을 토대로 다양한 학생들의 협동을 끌어내는 '융합'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동안 본부는 학과 통폐합이라는 융합을 통해 기초 학문을 축소하고, 융합전공이라는 또 다른 융합 아래 실용학문을 확장했다. 진정한 융합에 대한 고민이 결여되어 있는 본부가 초래한 혼란과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100주년을 맞은 학교는 어떠한 제도적 보완도 없이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창의인재, 중앙'이란 비전을 발표했다. 더 이상 '융합'이란 허울 좋은 말이 통폐합과 구조조정의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본부의 융합교육 아래 양성되는 것은 '창의인재'가 아닌 '기업형 인재'일 뿐이다.
- 박찬길, 「융합, 인문학의 살 길인가」, 영미문학연구 안과 밖 제41호, 2016.11 [본문으로]
- 하지율, 「구조선진화? 중앙대 총장님 말장난 마세요」, 오마이뉴스, 2015.3.11. [본문으로]
- 광역화 모집으로 인기전공으로 학생들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그러나 각 학과가 추가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에는 한계가 있었고, 원하는 전공에 배정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생겼다. 또한 소속된 학과가 없는 탓에 광역모집 학생들은 소속감을 느끼며 학교생활을 할 수 없었다. [본문으로]
- 박연진·변은민, 「늘어나는융합전공, 지원은제자리걸음」, 고대신문, 2018.05.09. [본문으로]
- 조수민, 「코어 사업으로 인문학과 취업 간극 극복될까」, 성대신문, 2016.12.11. [본문으로]
- 이시범, 「융합전공이 어떤 취지에서 시작됐는지 알고 계시나요?」, 중대신문, 2013.03.17.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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