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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8 가을겨울, 75호 <당신들의 천국>

난민은 삶에서 평범하지 않은 상황을 겪었던 사람들일 뿐이다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0. 7. 27.

 

난민인권센터 김연주 변호사

편집위원 임시동

올 4월 제주도에 예멘 난민 500여 명이 입국했다. 매스컴은 이를 연일 보도했다. 난민혐오는 빠르게 퍼져나갔다. 난민신청만 해도 생계비를 지원받는다, 난민이 아니라 돈 벌러 왔다 등 가짜뉴스가 판을 쳤다. 마약과 총을 든 난민 사진부터 외국에서 일어난 난민 범죄가 SNS와 기사 댓글에 도배됐다. 제주 예멘 난민이 이슈화 된 6월에는 난민신청허가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5일 만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같은 달 30일에는 난민 반대 집회가 광화문에서 열렸다. 예멘 난민들이 입국한 제주도에서는 무사증[각주:1] 폐지를 요구하는 400여 명의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심지어 10월 22일 정부는 예멘 난민 단 한 명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유는 같았다. ‘국민이 먼저’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혐오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존재했다. 6월에는 ‘난민 반대에 반대한다’는 집회가, 10월에는 ‘난민 환영 행사’가 열렸다. 난민들도 정부의 공정한 난민 심사를 촉구하며 단식투쟁을 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중심에 난민인권센터가 있었다. 난민 혐오 반대 집회 때도, 난민들의 목숨을 건 단식투쟁이 있을 때도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난민이 이슈가 되기 훨씬 전부터 난민의 권리 보장을 외쳐 온 난민인권센터의 김연주 변호사를 만났다.

 

난민인권센터 소개

중앙문화 안녕하세요! 난민인권센터 소개 부탁드려요.
김연주 난민 인권센터는 「세계인권선언」 내용 중 ‘난민의 모든 비호를 받을 권리’를 기초로 2009년 설립된 NGO 단체예요. 주로 제도개선활동과 인식개선활동을 하고 있어요. 전에는 현장에서 난민 분들을 직접 만나면서 인권침해나 제도적인 장벽들을 찾아내고 개선하는 활동을 했어요. 그러다 올해 난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난민의 권리와 가치 확산도 중요한 목표가 됐죠. 상근 활동가는 현재 5명이고 곧 4명이 될 예정이에요. 아무래도 소수정예다 보니 저희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시민 분들도 함께 활동하고 계세요.

난민 현황

중앙문화 난민이 이슈가 되면서 난민이 정확히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건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난민은 누구인가요?
김연주 「UN 난민협약」 및 「난민법」상 난민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로 국적국에 돌아갔을 때 박해나 생명, 신체, 자유에 큰 위협이 있어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에요. 국적국의 보호가 없거나 국적국이 오히려 박해의 주체가 되는 경우죠. 난민협약 상 난민 사유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시대가 변하면서 발생한 환경 난민 등은 난민협약이 포괄하지 못해요. 한국은 이 난민 개념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어요.
중앙문화 난민은 어떠한 위협 때문에 국적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네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에게 난민은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큰 것 같아요.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거나 나이키 옷을 입으면 난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김연주 난민은 삶에서 평범하지 않은 상황을 겪었던 사람들일 뿐이에요. 난민 중에는 공부 열심히 하시다가 정치 활동하셨던 분들도 계시고, 종교 활동을 헌신적으로 하시다 이런 박해를 겪은 분도 있어요. 이번에 제주도에 오신 예멘 분들도 우리와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가 갑자기 전쟁이 발생해 난민이 됐어요. 난민이라는 용어에서 시민분들이 과거 한국전쟁 같은 어려웠던 시절을 많이 생각하시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중앙문화 국내 난민 상황은 어떤가요?
김연주 전 세계적으로 워낙 분쟁이 많다 보니 국내에서도 난민이 증가하고 있고요. 최근에 유럽이 난민에게 문을 닫으면서 아시아로 오시는 분들이 는 것도 영향이 있어요. 하지만 한국은 난민 보호가 굉장히 열약한 국가에요. 한국에 난민은 계속 있었지만 제도가 없어서 난민을 못 받았어요. 그러다 92년도에 「난민협약」에 가입하면서 난민제도와 난민심사가 만들어지고, 2000년대 초반에 난민을 최초로 받아들이기도 했어요. 그 이후 신청자 숫자는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난민 인정자 수는 여전히 미미해요.
중앙문화 한국이 92년도에 난민협약에 가입했다고 하셨어요. 협약에 가입한건 난민을 보호하겠다는 의미 아닌가요?
김연주 그렇죠. 난민협약에 가입했다는 건 난민 인권보장을 위한 보호나 책임에 동참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거예요. 협약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는 만큼 국내에 들어오는 난민은 이 협약상의 권리를 누릴 수 있다는 뜻도 가지고요.
그런데 한국은 단지 UN과 각종 인권협약에 가입하는 와중에 난민 협약에 가입했던 것 같아요. 최초로 난민을 받아들였던 2001년에도 그 배경에는 자국의 외교적, 정치적 이익이 있었어요. 당시 난민 협약국이던 중국이 탈북민들을 강제로 북한으로 송환한 사건에 한국도 목소리를 내려고 부랴부랴 난민 1명을 수용했다고 들었어요.
중앙문화 형식적으로만 난민협약에 가입한 거군요. 난민 인권 보호가 잘 안 이루어진 게 이해가 가네요. 그런데 이렇게 보수적으로 난민을 받아들이다가 갑자기 2013년에 「난민법」이 제정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김연주 난민협약에 가입하면서 94년도부터 국내법인 「출입국관리법」에 난민심사제도의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됐어요. 그런데 출입국관리법에 규정한 게 문제였어요. 출입국관리법[각주:2]은 난민협약에 규정된 난민의 인권을 실현할 수 없어요. 외국인 관리, 국경수호, 안보가 목표인 법이거든요. 가령 난민 같은 경우 본국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여권이나 비자를 정상적으로 발급받기 어려워서 종종 위조하기도 해요. 출입국관리법상으로는 이게 용납이 안 돼요. 무엇보다 난민의 생계에 관한 규정이 전혀 없었어요. 그래서 난민 인권보장만을 목표로 삼은 난민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시민사회의 운동이 계속 있었고, 난민법이 제정됐어요.
중앙문화 난민법 도입 이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김연주 난민심사가 구체적으로 형성되고, 난민인정자가 내국인과 동일한 사회보장을 받게 됐어요. 난민인정자 뿐만 아니라 신청자도 생계비를 지원받게 됐고요. 문제는 출입국항에서 이루어지는 난민 심사였어요. 전에는 규정이 전혀 없어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하려는 사람들은 입국이 거절됐어요. 그래서 난민법에 출입국항에서 난민 신청을 하는 제도가 도입이 됐는데 오히려 정식 심사도 못 받게 거르는 ‘벽’이 됐어요. (난민법 제정 당시) UN난민기구에서 우려를 표명했던 부분이었죠.

난민  심사 과정

중앙문화 출입국에서 이루어지는 난민 심사가 난민을 거르는 벽이 됐다는 게 이상하네요. 난민심사제도에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난민심사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김연주 심사과정은 두 가지 경우로 이루어져요. 먼저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에요. 이런 경우 난민들은 출입국항에서 난민 신청을 해야 해요. 그러면 출입국에서 정식 심사로 넘길지 심사를 해요. 이 심사를 통과하면 정식 심사를 받을 수 있어요. 통과하지 못했을 때는 공항에서 소송을 준비해야 해요. 그런데 소송에 필요한 언어나 법률지원은 전혀 없어요. 심지어 송환대기실이라는 곳에 이 분들을 구금을 하고 있어요. UN난민기구가 저희 같은 시민단체를 연결해 줘야 난민 신청자들이 변호사와 연락할 수 있는데 송환대기실에는 이 연락처조차 없을 만큼 열악해요.
중앙문화 출입국항 심사를 통과한 난민 비율이 찾아보니 굉장히 낮아요.
김연주 네. 작년 같은 경우에는 회부율이 10%였어요. 10명 중에 9명이 정식 심사도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상황인 거죠. 7일간의 심사 과정에서 신청자가 외부조력을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에 출입국항 심사는 한계가 있어요. 이 심사가 사전심사처럼 돼버렸으니 회부율이 낮을 수밖에 없죠. 난민 신청 사유가 없어 보여도 얘기를 들어보면 난민인 경우가 있어요.

Ⓒ법무부, 난민인권센터, 한겨레

중앙문화 앞서 출입국항 심사는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한 사람에 한정된다고 하셨어요. 다른 경우는 어떤가요?
김연주 다른 한 가지 경우는 입국심사를 무사히 거쳐서 들어왔거나 한국에 있다가 난민 사유가 발생한 신청자예요. 이분들은 출입국 관할에 신청서를 제출하면 면접심사를 받아요(1차 심사). 하지만 워낙 인정률이 낮아서 대부분 이의신청을 하고 2차 심사를 받죠.
중앙문화 말씀하신 1차 심사 면접 과정에서 문제점이 많다고 들었어요. 난민 면접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김연주 난민 신청을 하면 굉장히 오랜 시간 기다리다가 공무원과 통역인이 있는 면접실로 들어가요. 그곳에서 당사자의 인적 사항이나 박해 가능성을 판단하는 질문이 이어져요. 그런데 문제가 많아요. 우선 면접 과정에서 인격적인 모욕이 수시로 일어나요. 당사자분들이 얘기하시길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너 돈 벌러 온 거 아니냐’ 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고 해요. 최근에는 당사자가 하지도 않은 말로 면접 조서를 작성했던 일이 있었죠.
그다음으로는 충실한 심사가 이루어지기에는 면접시간에 한계가 있어요. 사건마다 다르기는 한데 4시간 정도씩, 한 번에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충실한 심사가 이루어지려면 여러 차례 면접이 이루어져야 해요. 사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어요. 심사관 수가 전국에 37명밖에 없거든요. 적은 수의 공무원이 많은 난민을 심사하다 보니 한 건 한 건 자세히 심사하기가 어려워요.
게다가 출입국 관리 공무원이 면접을 하기 때문에 인권적인 시각에서 심사하기도 힘들어요. 출입국 관점에서 왜 한국에 왔는지, 돈 벌러 온 거 아닌지 난민의 신빙성을 부정하기 위한 심사가 이루어져요.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이 정말 중요한 문제인 박해 사항을 판단하는 게 아니라 입국과정 같은 세부적인 사항에서 불일치를 잡아내려고 해요. 당사자가 기억을 되살리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잖아요. 난민 신청자는 심사대기도 길고 몇 년 전 기억을 더듬어서 얘기해야 해요. 그런 상황에서 본인 얘기를 충분히 하기는 어렵죠. 물론 난민법에 면접과정에서 본인이 원하는 경우 무조건 녹음 ·녹화를 하고, 변호사 조력을 받거나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과 동석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있어요. 하지만 당사자에게 충분히 고지가 안 되는 실정이에요. 변호사 조력도 어떻게 어디서 변호사를 구하고, 비용은 어떻게 할 건지 대책도 없고요.
중앙문화 1차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다보니 많은 난민들이 2차 심사, 심지어 법원 소송까지 가는 상황이에요. 만약 여기서도 불인정된다면 재신청을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요. 재신청을 한다는 것은 1차 심사부터 다시 거치는 건가요?
김연주 네. 그 전 심사에서 충분히 다퉈지지 않았던 사유가 있거나 여전히 본국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 재신청을 해요. 재신청도 문제가 많아요. 재신청을 하는 것 자체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데 출입국에서 야비하게 체류 권한을 가지고 당사자를 압박하거든요. 재신청을 제한하려는 거죠.
난민신청자는 G1이라는 아이디카드를 가지고 체류해하는데요. 재신청을 하면 출입국에서 가짜난민이라고 이름 지어서 아이디카드를 뺐고 출국명령을 유예하는 방식으로 체류를 시켜요. 신분증 없이 살아가는 상황인 거죠. 은행 업무를 본다거나 핸드폰을 개설하는 것도 당장 어렵고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당했을 때 신분을 증명할 수도 없어요. 물론 대사관에 가서 여권을 연장하면 괜찮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난민 신청을 한 경우 대사관은 본국과 동일하기 때문에 여권 연장이 불가능한 분이 많아요. 그런 분들이 대부분 아이디카드로 신분을 대체하시는데 아이디카드를 출입국에서 뺏는 거죠. 게다가 재신청 같은 경우 면접 시간이 더 짧아요. 재신청을 해도 충분한 심사를 받지 못해요.

Ⓒ법무부, 난민인권센터, 한겨레

중앙문화 가장 기본적인 난민심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네요. 반면에 정부는 올여름 제주도에 예멘 난민이 대거 입국하자 제주도 이외에 지역으로는 이동하지 못하게 하고,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청원 답변에 난민 심사를 더 강화하겠다고 했어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김연주 이 모든 공포감과 우려들은 난민들의 발을 묶음으로써 시작된 거라고 생각해요. 난민분들이 생계를 알아서 살아가야만 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커뮤니티를 찾아가든, 단체들을 찾아가든, 알아서 일자리를 찾게 정부는 발을 묶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리고 제주라는 작은 섬에 많은 난민 분들이 입국을 했는데, 너희 제주가 무사증 제도로 관광의 이익을 봤으니 이 안에서 해결하라는 건 제주에 대한 방관이죠.
청원 답변을 보면서는 정말 외국인의 인권은 어디에 있나 싶었어요. 법무부가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난민법을 제정하는 덴 당연히 책임도 따르잖아요. 난민 인권 옹호의 책임이 있는 정부 부처가 하는 발언에 난민 인권 보장이 항상 뒷순위인 것은 비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사람들의 불안에 대처해야 하는데 너무 무책임해요.

중앙문화 10월 17일에는 제주 출입국 외국인청이 458명의 예멘 난민 신청자 중 339명은 인도적 체류, 34명은 단순 불인정 심사 결과를 발표했어요. 즉 난민인정률이 0%였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연주 일률적으로 다 인도적체류지위를 부여했다는 건 정치적인 판단이 있었던
것 같아요. 불인정 된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법무부는 난민인정 배제사유를 들어 불인정했다.) 난민인정 배제사유는 인도적인 범죄, 전쟁범죄, 국익에 심하게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경우에요. 그런데 이건 예외적인 상황이죠. 난민인정 배제사유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판결 등을 통해 확정적으로 위험성이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법무부는 혐오 세력을 의식해서 불인정 결정을 한 거로 보여요. 불인정 사유를 하나씩 봐야겠지만, 의심이 있다는 것만으로 불인정을 내렸다면 반드시 취소돼야 해요.
그리고 예멘 상황은 극명하게 위험해요. (UN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는 예멘의 상황을 최악의 인도주의적 위기라고 말했다.) 34명이 결코 경제적인 목적으로 한국을 찾아온 게 아니라고 상황이 보여주고 있어요. 불인정했다는 건 결국 이 사람들이 송환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죠. 인도적체류지위는 무조건 다 부여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보장제도 

중앙문화 지금까지 심사제도에서 문제점을 들어봤으니 이제는 사회보장제도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난민 신청자에 대한 가짜뉴스로는 6개월간 1인당 138만 원을 받는다, 그 뒤에는 취업도 가능하다 등의 내용을 봤었는데요. 난민 신청자는 실제로 국내에서 어떤 사회보장제도의 지원을 받나요?
김연주 먼저 생계비 지원 같은 경우에는 제도는 마련해 두고 있지만, 실제로는 작년 기준 전체 신청자의 4% 정도만 생계비 지원을 받았어요. 재정이 없다는 이유에서죠. 생계비를 받더라도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을 보통 3개월 동안 받아요. 원래는 6개월 동안 받을 수 있는데 난민 신청을 하고, 생계비 지원 신청을 하기 위해 통장 개설 등을 하고 나면 그래요. 생계비를 받는 6개월간은 취업도 할 수 없어요.
다음으로는 영종도에 위치한 출입국외부인지원센터라는 주거시설이 마련되어있어요. 그런데 수용인원 자체가 백여 명밖에 되지 않아요. 그나마 수용인원도 난민 신청자뿐만 아니라 재정착 난민 수도 고려해야 해요. 난민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의 경우 난민이 그 국가에 체류할 수 없는데요, 재청착난민제도가 있는 국가들이 다시 수용한 난민이 재정착난민이에요. 그래서 난민 신청자가 가고 싶어도 공간이 없어 거절되는 경우가 많죠.
교육은 의무교육이기 때문에 난민 신청자든 인정자든 상관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어요. 의료는 제정은 있지만 당사자가 신청할 수 있는 권리가 없어서 없다고 보시면 돼요. 그 외 사회보장제도는 없어요. 6개월 이내에 난민심사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그렇게 되기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본인이 알아서 일자리를 구해오면 그 자리에 한해서 취업허가를 내어주고 있을 뿐이죠.

중앙문화 이번에 제주 예멘 난민 대다수가 인도적 체류지위를 받았어요. 인도적 체류자란 누구이고 어떤 사회보장제도가 적용되나요?
김연주 인도적체류자도 난민법 제정 때 굉장히 우려했던 부분이었어요. 인도적체류자는 난민협약 상의 난민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본국에 돌아갔을 때 굉장히 위험한 사람들을 말해요. 국제관습법상 이들을 고국으로 돌려보낼 수 없고, 그 국가 안에서 비호의 체계를 마련해야 하죠. 그래서 난민법 안에 인도적체류지위가 들어왔어요. 인도적체류자도 난민처럼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점에서 난민인정자에 준하는 사회보장제도가 필요해요. 하지만 지금 인도적체류자는 난민신청자보다도 열악한 상황이에요. 취업밖에 할 수가 없어요. 난민 신청자보다는 덜 제한적인 취업허가를 받기는 해요. 난민 신청자는 직장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허가증을 계속 받아야 하는데, 인도적체류자는 처음 직장에만 취업허가를 받아 놓으면 이직 할 때마다 신고만 하면 되거든요. 이런 게 조금 수월할 뿐이지 직종은 단순 노무직으로 제한돼요. 1년마다 (심사를 통해) 체류기간도 연장해야 해야 하고요. 그 외 지원은 전혀 없어요. 직장에서 직장보험에 가입해주면 건강보험은 가입할 수 있지만 안 되는 직장들이 많아요. 지역건강보험 가입과 기초생활수급도 막혀있어요.
중앙문화 그러면 난민신청자나 인도적체류자에 비해 난민인정자는 상황이 좀 나은가요?
김연주 아무래도 난민법이 난민인정자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보니 신분을 법적으로 보장받아요. 그런데 저희가 발견한 문제는 권리는 있지만 실제로 행사하기는 어렵다는 거예요. 난민 인정을 받으면 법무부에서 난민지위가 확인됐다는 내용과 어떤 권리들을 가지는지 쓰인 A4용지 4장을 받아요. 그 종이에는 어디로 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내는 전혀 없어요.
다른 문제는 귀화 재정요건이 너무 높다는 거예요. 난민은 내국인과 동일한 사회보장제도를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제도가 (한국)국적을 요구해요. 난민인정자들은 귀화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죠. 난민 인정자의 경우 5년 이상 체류하면 귀화 신청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난민분들은 경제적으로 아무런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높은 재정요건을 만족시키기가 어렵죠.
중앙문화 난민은 망명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몸도 많이 상하고 무엇보다 정신적인 트라우마가 심할 텐데, 건강에 대한 아무런 제도 보장은 없는 건가요?
김연주 난민 신청을 할 때 건강검진을 의무로 하고는 있어요. 그런데 당사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의 관점에서 건강의 위험을 배제하기 위한 건강검진, 관리하기 위한 건강검진으로 보여요. 그 외 트라우마와 같은 정신적 보건이나 중증 질환에 대한 지원은 전혀 없어요.

난민 반대 세력에 대한 의견

중앙문화 한국은 난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난민에게 난민심사를 제대로 하지도 않고 그들의 생존권도 보장해주지 않고 있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런 상황을 모르잖아요. 그만큼 난민을 반대하는 의견이 굉장히 우세한데요. 그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가 난민이 자국민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거예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연주 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정책적인 미비나 문제점들을 굉장히 흐리는 논거라고 생각해요. 지금 난민신청자, 인도적체류자는 물론 난민인정자까지 생존에 대한 정책 자체가 없어요. 예외적으로 본인이 알아서 일자리를 찾으면 정부가 소극적으로 용인해주는 정도죠.
게다가 난민이 내국인보다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워요. 언어의 한계도 있지만 그 분들의 특수한 상황이 불이익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가령 난민신청자는 취업 허가를 사후에 내주고 있어요.[각주:3] 체류 연장을 하려면 하루를 빠져서 심사도 받아야 하고, 소송도 가야 해요. 그런데 사업주가 이런 부분들에 협조해주지 않는다거나 아예 자르는 일이 비일비재해요. 당신 아니어도 쓸 사람 많다고요. 그렇다고 노동 상담 창구를 열어둔 것도 아니에요.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가 알아서 살아내고자 하는 노력조차 막을 수는 없잖아요. 우리의 일자리가 없고, 생존권이 위협받는 건 정부에게 우리의 삶을 보장하라는 운동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죠. 현재 난민의 숫자만 봤을 때도 내국인의 일자리를 위협할 정도라고 보기도 어렵고요.
중앙문화 어느 사회에서나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젠더권력이 강력하게 작동하는 만큼 여성의 안전이나 권리가 침해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배경에서 예멘 난민이 입국했는데, 대부분이 남성이다 보니 불안과 공포를 느낀 여성들이 많았어요. 남성과 여성의 권력 차에서 비롯된 불안이라는 점에서 일부 언론의 가짜뉴스와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연주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살아오면서 우리가 이미 피해를 많이 봤는데, 어떻게 보면 더 가부장적인 문화권에서 남성 난민들이 대거 들어왔으니 걱정이나 불안을 가지는 건 당연해요. 계속 고민하는 문제기도 한대요. 물론 이슬람 문화 안에 여성혐오 요소가 있다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여성혐오가 이슬람을 특정해야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이번 일이 있기 전에 예멘의 한 여성이
쓴 책을 봤었어요. 가부장제가 이슬람 문화 자체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고 그 안에 풍습과 악습이 문제다, 그 안에서 여성들은 이런 것들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얘기였죠. 이 글을 보면서 그 내부 안에서도 투쟁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 우리도 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중앙문화 앞으로 난민 문제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요?
김연주 올해는 시민사회의 관심이 굉장히 많았던 시기였어요. 그만큼 앞으로는 시민사회의 공감대가 중요해요. 난민분들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시민분들의 의식, 공감대, 이웃으로 받아들이기 위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죠. 또 지금으로서는 혐오 발언이나 행동을 제제할 방법이 전혀 없는 만큼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도역시 지금 많이 부족해요. 일단은 1차 심사가 충실하게 이루어져야 해요. 이의신청제도도 유명무실해지지 않도록 심사제도를 잘 만들어야 하고요. 그 과정에서 당사자의 기본적인 행정권도 보장해야 해요. 가령 생계비 제도도 차라리 취업허가를 전면 도입해서 취업할 수 있는 사람은 취업하되, 현실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생계비를 지원한다든지 세세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중앙문화 감사합니다!

용어 설명

난민 — 난민협약 및 난민법상 난민이란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인 신분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보호받기를 원하지 않는 외국인 또는 무국적자인 외국인
난민인정자 — 출입국관리법 제76조의2에 따라 법무부장관으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자
인도적체류자 — 난민협약상 난민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출신국에서 고문 등의 비인도적 처우나 처벌 또는 그 밖의
상황으로 인하여 생명이나 신체의 자유 침해, 기타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할 위기에 처해있는
이들에게 국가가 제공하는 보호
난민신청자 — 출입국관리법 제76조의2에 따라 대한민국 안에 있는 외국인으로서 법무부장관에게 난민으로
인정받고자 신청하는 자
재정착난민제도 — 해외 난민캠프에서 한국행을 희망하는 난민을 유엔난민기구(UNHCR) 추천을 받아 심사 후
수용하는 제도

  1. 1 테러지원국을 제외한 180개국 외국인에 한해 한 달간 비자 없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는 제도 [본문으로]
  2. 2 「출입국관리법」 제1조(목적) 이 법은 대한민국에 입국하거나 대한민국에서 출국하는 모든 국민 및 외국인의 출입국관리를 통한 ‘안전한 국경관리와 대한민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체류관리 및 난민(難民)의 인정절차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본문으로]
  3. 3 난민 신청자가 취업 허가를 받으려면 사업주에게 사업자등록증과 근로계약서를 받아야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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