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위원 김시원
어느 날 뉴스 스탠드가 사라졌다.
모 학내언론의 기자는 어느 날 해방광장을 지나가다 ‘우연히’ 뉴스 스탠드(이하 가판대)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CAU News, 학내언론들의 발행물을 배부하기 위한 가판대가 철거된 것이다. 아주 갑자기 일어난 일이다. 중앙문화를 비롯한 학내언론조차 모르게 갑자기 사라졌다. 가판대는 학내언론과 학우들을 연결해주는 하나의 채널임에도 정기적인 관리나 보수를 받지 못하여 상당히 낡은 모습이었다. 유리는 깨져있고 철에는 녹이 가득 슬어있었다. 그래서 미디어센터장(이하 센터장)은 생각했다. 관리자의 입장에서, 가판대를 ‘철거’해야겠다고. 센터장은 시설관리과와 상의했고, 결국 가판대는 사라지게 되었다. 철거가 진행된 날에는 비가 내렸다. 센터장은 가판대 철거와 동시에 젖어있던 발행물 또한 폐기했다. 그렇게 우리는 허전한 해방광장을 마주해야 했다.
일방적인 통보조차 없었다.
위의 과정에서 미디어센터는 학내언론과 어떠한 상의도 하지 않았다. 상의는커녕 최소한의 공지도 없었다. 철거 전 미디어센터의 한 직원이 각 언론사에게 해방광장에 있는 가판대를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한 것이 전부였다. 학내언론과 발행물을 읽는 학우들이 가판대의 사용자이고 주인이라는 사실을 무시하는 처사다. 심지어 센터장은 ‘가판대 철거 전 사용 여부를 확인한 일에 대해서는 모른다. 했더라도 다른 직원이 했을 것이며, 사용한다고 답한 언론사가 있더라도 철거는 예정대로 진행되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후에 요청이 있다면 설치해줄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따로 공지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철거 후 대응에서도 ‘나 몰라라’식의 태도는 그대로였다. 센터장에게 가판대 철거 후 공지가 없었던 것이냐 묻자, ‘가판대가 없어진 것은 지나가면서 충분히 볼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공지할 일은 아니’라고 답했다. 가판대가 없어진 것은 굳이 공지하지 않아도 각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알릴 필요 없다는 논리는 가판대 철거에 대해 어떠한 문의도 받을 의지가 없는 센터장의 태도를 보여준다. 실제로 해방광장을 지나가다 우연히 가판대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던 모 학내언론은 ‘발견 후 미디어센터에 문의한 결과 학교 측에서 미디어센터에 해방광장 가판대 철거에 관해 이야기했고, 센터장님이 학교 측의 이유에 수긍해 철거를 진행하게 되었다는 경위를 듣게 되었다.’고 밝혔다.
야단맞은 학내언론
철거 후 센터장에게 가판대 철거와 발행물 폐기에 관해 문제를 제기한 학내언론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야단’맞아야 했다. 센터장에게 그때의 정황을 묻자, ‘문제를 제기한 언론사에게 당시 발행물이 비에 젖은 건 알았냐고 물어봤는데 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야단을 좀 쳤다’고 말했다. 또한 그런 것은(비에 젖어 있음을 확인해야 하는 것은) 기본적인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센터장이 요구하는 ‘기본적인 부분’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그는 미디어센터장으로서 얼마나 기본을 지키고 있을까. 그에게는 논의는 둘째 치고, 일방적인 공지마저도 기본보다 어려웠던 모양이다.
“대학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선 소통이 우선이라 생각한다. 학교의 발전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나아가야 하는 지금, 허심탄회한 대화는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이다.” 1
2017년 6월, 센터장이 남긴 말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그는 소통을 우선시하는 모습과는 상당히 멀어 보인다. 가판대의 안전 문제가 우려되어 철거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면, 당연히 사용자와 상의를 해야 한다. 상의하지 못할 정도로 급하게 철거해야 할 상황이었다면 사후 공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센터장은 ‘나름의 이유’로 그 모두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센터장은 가판대가 비를 맞을 수 있는 야외에 있는 것도 전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고, 두꺼운 철과 유리로 만들어진 가판대가 관리 없이 방치되는 것은 ‘전형적인 예산 낭비’라 말했다. 총무처장도 이와 같은 입장이었다고 한다. 센터장에게 학내언론의 입장은 관심 밖이었던 것일까. 아니라면 이미 학교가 결정을 내린 사항을 가판대의 사용자인 학내언론과 논의하는 것, 이후에 공지하는 수고까지 미디어 센터에게는 예산 낭비였던 것일까.
학내언론은 관리가 아닌 소통이 필요하다.
학교와 학내언론이 같은 입장이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소통은 중요하다. 학교의 입장에서는 가판대를 철거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라 해도 언론의 입장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센터장은 이런 입장의 차이를 무시했으며 소통 대신 호통을 선택했다. 이는 학교가 학내언론을 단지 학생으로 보며 관리하고 통제하는 태도를 보여왔던 것과 같은 선상에 있다. 부수 축소 문제도 그렇다. 센터장은 수요가 줄어든다면 언제든지 부수를 축소할 예정이며, 이는 학내 모든 언론사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라 밝혔다. 덧붙여 부수 축소에 따른 예산 차이가 크지 않더라도 낭비는 하지 말자는 게 학교의 목표이며 언론 탄압의 의도는 전혀 없다고도 말했다. 물론 부수 축소가 무조건 언론 탄압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우선되어야 하는 고민은 분명히 있다.
조금의 예산이라도 아끼고 싶은 것이 학교의 입장이라면, 자신들이 담은 세상의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에게 도달했으면 하는 것이 언론의 입장이다. 부수 축소는 새로운 독자가 들어올 수 있는 문틈을 좁힌다. 중대신문 또한 부수 축소에 대해 “부수를 줄이기보다는 더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수 축소가 이뤄지기 전에 지면 도달률에 대한 명확한 통계가 있어야 하고 도달률을 늘리기 위한 효과적인 방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에 한해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4년 전과 무엇이 다른가.
중앙대학교의 기관 소개에 따르면 미디어센터는 학교 구성원 간의 원활한 교류와 소통을 위한 여론 수렴 창구 역할을 한다. 하지만 미디어센터의 행보, 특히 센터장의 언행은 그와 모순적이다. ‘원활한 교류와 소통’을 방해하고 있다. 센터장의 가장 큰 문제는 학내언론을 언론으로 존중해주지 않으며 상호 간 소통의 가능성을 닫아둔 데에 있다. 가판대 철거에서는 어떠한 상의, 최소한의 공지도 없었다. 남는 부수를 보고 어떻게 하면 학내언론이 더 활성화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지 않았다.
말했듯 학교가 학내언론을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고 학내언론의 입장을 무시한 일은 결코 처음이 아니다. 4년 전, “총장이 발행인인 중대신문의 기본 논조는 학교를 대변해야 한다.” 2는 박용성 전 이사장의 메일은 학내언론의 위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중대신문에 실릴 예정이었던 B 교수의 기고문을 빼고 구조개혁 관련 기획기사를 다음 호로 미루게 했다’는 이태현 전 미디어센터장의 메일은 언론의 학내 부서화가 편집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됨을 보여주었다. 이에 따라 2015년 5월 이용구 전 총장은 임시 교무위원회에서 ‘언론 자유화’의 일환으로 미디어센터장직에 직원이 아닌 교수를 임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3그렇게 지금까지 흘러오게 되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결국 이 문제는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것 같다. 수면 위로 드러난 사건은 없더라도 지금과 같은 태도는 어떤 간섭으로 이어질지 모른다. 언론의 학내 부서화로 인한 편집권, 자율권 침해에 대한 경계는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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