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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6 봄여름, 70호 <소수의견>

질문을 바꾸면 대답도 달라진다. - 헌법재판소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합헌결정 이후 새로운 논의를 위해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1. 2. 1.

<70호>, 2016 봄여름

정미애(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공동대표)[각주:1]

들어가며

전형적 의미[각주:2]의 성매매(prostitution)는 은밀하게 행해지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fj나 성산업의 확대와 개방적인 풍조, 성에 대한 도덕관념의 변화는 성매매를 성산업영역으로 포획해, 성거래/성착취 등의 사회적 문제 로 변화시켰다.

한국사회에서 성매매와 관련한 논쟁은 2000년 군산 대명동, 2002년 군산개복동화재참사 이후 2004년 제정된 성매매방지법[각주:3]의 시행과 함께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진행되어왔다. 지난 2013년 1월 서울북부지방법원에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제21조 제1항[각주:4]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제청을 한 이후, 해당 법안은 2015년 4월 9일 한차례 공개변론을 거쳐 2016년 3월 31일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의 합헌의견으로 합헌 결정되었다.[각주:5] 2명의 재판관은 성매매여성에 대한 처벌은 위헌, 성매수자 처벌은 합헌이라는 부분위헌 의견을, 1명은 성매매를 범죄로 규정한 법률 전체가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헌재공개변론 과정이나 그간의 논쟁을 살펴보면, 우리는 성매매에 대한 사회의 양가적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성매매를 여성의 인권이 아닌 성풍속과 성도덕의 영역으로 국한시키고 여성의 몸을 규제-통제하려는 관점을 견지하는 한편, 여전히 그 자발성을 거론하며 성매매를 개인의 ‘선택’의 영역으로 남겨놓으려 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성매매/성산업은 개인의 영역인가?

일반적으로 성매매에 대해 세계 각국이 취하는 태도는 금지주의, 비범죄주의, 규제주의의 형태로 합법화[각주:6]와 불법화 영역으로 구분 가능하다. 한국사회는 일제시대 공창제[각주:7] 폐지[각주:8] 이후 성매매에 대한 금지주의적 태도와 입법정책을 채택해 왔다. 금지주의라고 해서 그 규제대상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성매매 금지체제 초창기에는 당사자 간의 문제에 집중하는 성풍속과 도덕적 관점 이 강했다. 그러나 이후 성매매 관련 조직 및 성매매 착취를 범죄로 규정하고 성매매수요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 특히 2004년 제정된 성매매방지법은 기본가치에서부터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피해자 없는 성행위’에서 ‘사회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처한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성적착취행위’로, 다시 말해 피해-피해자가 있는 개인적-사회적 범죄 행위로 그 인식이 변화했지만 여전히 기존의 법적한계를 일부 답습하고 있다. 이는 여전히 그 낙인과 차별을 여성에게만 부가하는 한국사회의 젠더불평등한 현실로의 귀결이다.

 

성매매는 개인의 행복추구권/성적자기결정권에 해당되는가?

행복추구권(幸福追求權)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중 하나로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 고통이 없는 상태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실현하는 권리로 정의된다.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관한 규정은 행복추구권을 다음과 같이 보장한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로부터 유래하는 인격권을 선언적으로 의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매매는 개인의 행복추구권 중 성적자기결 정권에 해당되는 영역인가? 개인이 자신의 운명을 결정 한다는 의미에서 자기결정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을 파는 행위를 하는 사람은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위해 성매매를 하는가? 성을 파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가? 문제는 자신을 상업적 거래대상으로 내놓는 행위는 성적 자기결정권 행사가 아닌 폭력과 착취의 대상이 되는 것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이는 해당 개인을 위해적인 상태에 내몰리게 하는 것으로, 오히려 인간의 존엄성과 온전성을 훼손한다.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는 신체의 완전성과 정신의 온전성을 외부로부터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그러나 “성인 간의 자발적 성매매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 이라는 판단이 전제된 헌법재판관들의 판결은 성매매를 여전히 개인의 책임으로만 남겨놓는다. 또한 “개인의 성행위 자체는 내밀한 사생활이지만 외부로 표출돼 건전한 성풍속을 해치면 마땅히 법률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성적 보수주의는 성매매여성과 일반여성을 구분하여 성매매를 성도덕-성풍속의 영역으로 묶어 놓는다.

그러나 우리는 성매매를 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권리가 박탈된, 생존권이라는 이름하에 오히려 자신의 성적자기결정권을 포기해야 하는 구조적 상황 —성매매여성은 성적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ㅡ 을 고려해야만 한다. 다시 말해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를 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사회 구조적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매매는 강요와 착취를 내포한 행위로, 사적 성행위와 본질적으로 다르다. 여전히 '성을 파는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현행법이 존재한다. 이를 변화시키기 위해 성매매여성에 대한 비범죄화 운동이 10년이 넘게 진행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풍속과 도덕은 여성들을 보호와 지원, 선도의 대상으로만 대한다. 그러나 성매매는 젠더폭력에 기반한 성 별불평등한 구조의 문제, 성매매/성산업의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해야만 한다.

©시사IN

성매매/성신업구조적 폭력의 문제

이번 헌재판결은 성매매/성산업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와 시스템의 문제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으로 평가 가능하다. 성매매를 '대등한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거래행위로 볼 수 없다’며 성산업구조 속의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한다는 지점들은 성매매/성산업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변화를 보여준다. 물론 제정당시(2004년) 입법목적으로 제기된 내용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하더라도 성매매의 인권적 문제와 비대해진 성매매/성산업시장구조의 문제, 이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를 함께 인식하고 해결해 나가고자 한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의의를 지닌다. 성매매는 단순한 성적대상화와 거래의 문제가 아니다.

 

성산업/성매매공간에서 여성은 소모되는 상품 ᅳ 수익은 누구의 몫인가?

여성의 몸을 이용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집단과 개인이 수요를 떠받치고 있다. 여기에 여성은 상품으로 거래되는 몸으로 착취-피해를 입는다. 인권이 삭제된 거래 속에서 이는 마치 계약관계의 성립처럼 보인다. 법망을 피해가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허위/위장계약에서는 여성의 몸이 담보로 제공될 뿐이다. 우리는 왜 여성들은 목숨을 담보로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는가를 질문해야 한다. 전 세계적인 성산업 착취구조 속의 피해와 여성들 의 수많은 죽음을 통해 우리는 그 실상을 배워왔다. 그렇기에 우리는 성매매를 반대하고 성매매여성들의 인권을 위해,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위해 타인의 몸을 성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과 조직-업체, 업소-업주들에 대한 처벌의 강화를 요청하는 것이다.

전국의 교정기관에 수용 중인 폭력조직원을 대상으로 한 형사정책연구원의 현문조사(2015)에 따르면, 대다수 폭력조직은 유흥업소를 직접 운영(74.9%)하거나 영업 보호(45%)하는 방식으로 유흥업에 관여하고 있다. 마치 황금알을 낳은 거위처럼 유흥업은 불패신화를 자랑한다. 그 이유는 유흥업이 접대와 놀이의 결합, 일명 비즈니스 산업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비즈니스산업에서 여성은 유흥접객원(혹은 도우미)이라는 성매매여성으로 전락한다. 업주들은 업소운영만으로는 많은 수익을 낼 수 없기에 여성(상품성 있는 여성)들을 대기 시키고 이들을 성매매로 내몬다. 유흥업소 업주들은 성매매알선행위라는 범죄행위를 교묘하게 빠져나가기 위해 실장이나 마담 아래 여성들을 묶어놓고 각종벌금이나 대출사기등의 방 식으로 여성들을 옭아맨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KIC)의 면접조사 내용에서 폭력조직원 대부분은 ‘유흥업소에서 성매매알선업과의 연결이 이뤄져야 손님이 오고 수익이 발생한다'고 진술한다. 성매매/성산업은 수익창출을 위한 폭력조직의 구조적관여 아래 구성되는 조직 법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별 여성들에게 그 책임을 묻는 현실은 결국 여성들을 업주의 구조적 폭력-착취 아래 방치하는 일이다.

성산업/성매매는 여성들의 취약한 지위와 사회-경제적 상황을 이용한 성 착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매매 피해자를 '강제·강요로 성매매를 한 사람’으로 한정시키는 사법기관의 태도는 여성들을 법적 지원과 탈성매매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수요차단을 위한 활동으로의 전환

2014년 ‘성적착취와 성매매가 성평등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결의안’에 의회 과반수이상이 찬성하며 유럽의회 결의문은 유럽연합의 결의안으로 채택되었다. 해당 결의안은 성매매는 그것이 강요된 것이든 자발적인 것이든 관계없이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을 침해하는 일임을 강조하며, 유럽의회 소속 국가들이 탈성매매를 원하는 여성들에게 대안적인 소득 창출방식과 탈성매매 전략을 찾게 할 것을 요구한다. "성매매를 법적인 '성노동’ 으로 간주하고 성산업을 일반적으로 합법화하고 인력제공을 합법화하는 것은 취약한 여성과 미성년여성을 폭력과 착취로부터 보호하는 방법이 아니며, 이들을 더 고도화된 폭력의 위험에 놓이게 하며 성매매시장을 고무시키는 반대효과룰 가져오며, 학대를 겪는 여성과 미성년여 성의 숫자는 늘어나게 된다”(결의문 34)는 점을 강조하 서 수요차단 정책으로 전환해야 함을 설득한다.[각주:9]

수요차단은 성을 사는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성구매/매수’는 상대방의 인간 존엄성, 신체의 자유 및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을 야기한다는 점에서 개인적 법익에 관한 범죄인 동시에, 성별에 따른 불평등을 강화하고 인간의 존엄에 반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사회적 법익에 관한 범죄다.

 

나가며

성매매/성산업구조속에서 여성은 상품-도구로 전락한다. 여성들은 업주들의 돈을 벌어주는 도구로 이용되고, 성매수자들은 범죄의식이나 거리낌 없이 성구매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성매매/성산업은 분명 젠더불평등한 권력관계속에서 발생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다. 성산업 착취 구조를 해체시키고 그 여성들의 삶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젠더불평등한 사회구조와 시스템을 바꾸어야만한다.

©SBS

  1.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약칭 전국연대)는 2000년 군산개복동화재참사를 계기로 성매매방지법제정활동 및 전국성매매여성에 대한구조지원활동을 한 여성단체들의 연대체로 2016년 현재 전국 13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성매매여성인권운동단체이다. 관련자료나 활동은 전국연대 홈페이지 [본문으로]
  2. 인간에 대한 밀매와 거래영역은 전통적인 영역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오래되어 문화적 관행으로 용인되어 온 상황'을 고려하여 전통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전형적(사전적의미: 같은 부류 안에서 가장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특성을 가진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본문으로]
  3. 본고에서는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등에 관한 법률'을 통칭하여 성매매방지법이라 칭하겠다. [본문으로]
  4.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제1항은 '성매매를한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본문으로]
  5. 2004년 성매매방지법 시행 이후, 이 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접수된 사건은 총 7건으로 알려져있다.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건물주를 처벌하는 조항 등에 관한 사건과 성매수자들에 의해 제출된 것으로 모두 합헌 또는 각하/기각 결정이 되었다. '성매매 행위자 처벌 조항’에 대해 헌재가 판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문으로]
  6. 성매매를 합법화하면 합법화 정책으로 인해 해당 지역의 성산업이 급속하게 증가하고 대담해지며, 이로 인해 성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가하게 되고 이를 충족시키기 위한 인신매매 시장은 더욱 성장하게 된다(유엔인권위원회 보고서, 2006.2). [본문으로]
  7. 공창제도(licensed prostitution, state-regulated prostitution)란 일정지역이나 구역에서 성매매영업을 하도록 지정하고 그 지역이나 업소에 여성을 등록시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 • 감독하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본문으로]
  8. 해방 후 미군정청이 ‘공창폐지령’을 내려 1948년 공창제도가 폐지돼 불법화되었다. [본문으로]
  9. 스웨덴 정부는 성매매가 본질적으로 착취와 불평등을 특징으로 하고 여성과 사회에 해를 끼치며 인신매매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여 1999년 성을 판 사람들은 비범죄화하는 반면 성을 산 사람들은 범죄화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일명 ‘노르딕모델’로 명명된 이러한 접근방식은 효과적인 수요차단정책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여성단체들도 2000년 성매매방지법을 제정을 위한 활동을 할 당시 성매매여성에 대한 비범죄화를 달성하려고 하였으나 관철시키지 못하였고, 현재 법률은 ‘성매매 피해자’와 '성매매행위자’로 구분되어져 성매매피해자에게는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성매매행위자는 처벌되도록 하는 이중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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