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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호 85호 <모자이크: 잊고 있던 조각들>/정치

Affirmative Action : 능력과 평등 너머 '우리'의 이야기

by 중앙문화 2024. 2. 3.

2023 가을겨울 85호 〈 Affirmative Action : 능력과 평등 너머 '우리'의 이야기 〉

 

 

편집위원 석기범

 

Chap 1. 시작(start)


공정 : 공평하고 올바름.
사회적 다양성 : 사회 일반 서로 다른 유형의 사회 구성원들의 혼합. 또는 한 사회의 특수성과 개성.

 

질문(Question)

“어 맞아. 나 사회배려자 전형 맞다고. 그래서 뭐 어떡할 건데? 이제 나도 쫓겨나는 거야?”

 

 2013년 드라마〈상속자들〉. 주인공 김탄(이민호)과 최영도(김우빈), 그리고 차은상(박신혜) 배우 사이에서 일명 ‘사회통합 전형’ 이야기가 화두가 된다. 입학생들 간 전형 경쟁의 소재는 소위 ‘그들만의 리그’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한다. 

 사회통합 전형(기회균형, 지역균형) 이외의 전형으로 본교에 입학한 독자들에게 묻는다. 입시 때 사회통합 전형 때문에 자신이 떨어졌을 거란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혹은 그 전형에 대해 불만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그것도 아니라면 그 전형이 문제라고 생각하여 소송을 걸어 볼 생각을 했는가?

 그런데 미국에서는 이 소송이 실제로 일어났다. 2023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소수인종에 대한 '적극적 우대조치(Affirmative Action)'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그동안 수많은 AA 관련 판결들이 있었지만, 지금의 “The Justice[각주:1] ”들은 파격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그동안 미국의 각 주(states) 법원에서 폐지 여부를 논했던 적은 있지만 연방 대법원에서 공식적으로 의견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워싱턴DC 연방대법원 앞에서 대법원 결정에 찬성 및 반대하는 시위대가 대치 중이다. ⓒ중앙일보

 

 

글을 시작하기 전, 질문을 던지려 한다. 우대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만약 필요하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해답은 저 끝에 있으니, 천천히 읽어가며 각자의 답을 찾아가 보자. 

 

 

출발선이 다르다.

 

 논의에 앞서 ‘Affirmative Action(이하 AA)’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간단히 말하자면, ‘소수 인종 및 사회적 소수자에게 대학 입학 · 취업 등에서 혜택을 주는 제도’이다. 사회적 차별을 최대한 줄이고, 이전에 존재했던 불공정한 상황들을 최대한 공정하게 만들어주도록 힘쓰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적극적 우대조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도입 배경을 가진다. [각주:2] 처음에는 ‘차별 시정의 조치’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그 의미는 시정을 넘어 진정한 평등에 대한 논의를 불러왔다.

 

 

 

 AA 도입 이전에도 미국에서 인종 간 갈등은 항상 뜨거운 감자였다. 1900년대 중반 유색 인종의 민권 운동(civil rights movement) 이후, 사회적 시선과 제도에서 평등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의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1961년 연방대법원(브라운  v. 교육위원회)의 판결에서 새로운 우대제도의 필요성을 논했고, 이어 케네디 대통령에 의해 처음으로 우대조치 제도가 시행됐다. 뒤를 이은 존슨 대통령은 정부 연계사업체에 소수 인종을 대상으로 취업 기회를 확장하는 강화된 조치를 시행했다. 다음은 AA를 처음 시행할 당시 대통령 명령이다.[각주:3] 

 

 

 

 

시작은 입시가 아니라 ‘고용’이었다. 시작은 유색 인종이었지만 그 범위가 원주민, 히스패닉, 여성으로 점차 확대되면서[각주:4] , 미국 사회는 고용 부문의 평등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후 해당 조항이 입시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유무형의 차별을 겪던 소수인종에게 마침내 사회적 지위를 높일 수 있는 문이 열렸다. 실로 그 효과는 엄청났다. 하버드대는 AA 도입 첫 해 흑인 신입생 수가 51% 급증했으며, 흑인/히스패닉계의 명문대 진학률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AA는 ‘공정한 다양성’이라는 이름 아래 소수자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출발선이 달라졌다

 

 제도가 시행됨과 동시에 법원들은 ‘공정’과 ‘평등’을 외치며 AA의 중요함을 역설하였다. 서로 다른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점수를 고려하는 주장은 당시에는 별문제가 없는 듯했다. 기존에 합격할 만한 점수를 가진 사람들이 오히려 제도로 인해 쓴맛을 봤지만, ‘다양성의 보장’이라는 해석은 그 억울함의 말문을 쉽게 열지 못하게 했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만약 자신의 점수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합격시킨다면, 그리고 그 피해자가 당신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간은 한없이 이기적이기 때문에, 어떤 제도의 희생양이 자신이 되는 순간 참으로 분노하기 때문이다. 존 스튜어트 밀이 최후의 방법으로 제안한 “하늘에 호소하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당시에도 소송 이외에는 제도의 힘 앞에서 반박할 방법이 없었다. 실제로 상당한 수의 소송들이 진행됐지만, 대부분의 판결이 ‘AA의 정당성’을 이야기하며 소수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사법 심사를 통해 AA의 경계는 점차 좁혀졌다. [각주:5] 

 

[각주:6] [각주:7] [각주:8] 

 

한편, 입시에서도 제도의 정당성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과제였다. [각주:9] 

 

[각주:10] 

[각주:11] 

[각주:12] 

 

 

위의 판례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유색인종에서 시작된 논의는 점차 성별로 확대됐다. 한편, 법원은 AA의 취지를 오직 ‘다양성’의 제고 및 증대로 한정하며, 할당제는 위헌으로 판단했다. 또한 다양성이 목적이더라도 인종이 여러 평가 요소 중 일부 긍정 요소일 경우에만 가능했다. 

 

▲ 2012년 10월 10일, 대법원의 심리가 끝난 후 아비게일 피셔(Abigail Fisher)가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APnews

 

 

미국 수정헌법 14조 제1항 :  
“합중국에서 출생하거나 귀화한 합중국의 관할권에 속하는 모든 사람은 합중국 및 그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다. 어떠한 주도 합중국 시민의 특권과 면책권을 박탈하는 법률을 제정하거나 시행할 수 없다. 어떠한 주도 정당한 법의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어떠한 사람으로부터도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을 박탈할 수 없으며, 그 관할권 내에 있는 어떠한 사람에 대하여도 법률에 의한 평등한 보호를 거부하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수정헌법 14조의 ‘평등권’을 등에 업고 AA의 비합리성을 공격했다. 역차별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으며, ‘다양성의 추구’라는 가치로부터 ‘정당성’이라는 의미는 점점 퇴색되어 갔다.


 한편, 법원 밖에서도 AA와 관련된 움직임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AA를 합헌으로 인정하는 판결의 부당함에 호응하듯 미국 각 주 법원에서 폐지에 찬성하는 움직임이 생겼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인종, 성별 등의 이유로 그 어떤 차별이나 특혜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이 투표를 통과했고, 네브라스카, 뉴햄프셔, 미시간 주가 뒤를 이었다. 특히 미시간의 ‘우대조치 폐지’를 위한 헌법 개정 조치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위헌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각주:13] 

 

 

출발선이 달라진다 

 

 마침내 2023년 6월 29일, 연방대법원이 ‘아시아계 대학생 대 하버드 대학교’ 소송에 대한 판결을 통해 AA를 위헌으로 판결했다. 물론 인종 차별의 역사 속에서 AA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추세는 당시에도 유지됐다. 63년 동안 AA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은 연방대법원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이유가 무엇일까?

 

물 만난 물고기

 

적극적 우대조치의 문제는 트럼프 정부 때 다시 화두에 올랐다.[각주:14] 

 

“단과대학 및 종합대학의 ‘고의적 인종차별’을 수사하고 소송할 변호사를 구해야 함.”[각주:15] 

 

 소수계 우대 정책을 파괴하려는 법무부의 서류들이 구설수에 휩싸였다. AA에 대한 우호적인 판결에도 여전히 보수 단체들은 AA를 ‘백인 학생에 대한 역차별’로 받아들였다. 비록 법무부가 발뺌했지만, 전문가들은 그 배후에 백악관의 입김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오바마 정부에는 잠잠했던 반대 의견들이 공화당의 집권 아래 점점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왜 “아시아계의 차별”을 문제 삼은 것일까? 전문가들은 아시아계 학생들의 차별 문제를 부각함으로써 백인 우월적 인종주의를 감추는 방법이라고 답한다. 백인들의 이해관계와 아시아계의 불만이 상당 부분 겹치므로, 아시아계에 대한 배려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 주장이 사실이라는 듯 대법관의 지형을 바꾸기 시작했다.  


 우리는 미국 사법부의 구조적 특징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은 그 임기와 지위를 보장받는 종신직이지만, 임명 과정에서 해당 정부의 입김을 피할 수 없다. 다음 집권 정부가 민주당 소속이라고 해도, 이전 임기 때 임명된 대다수의 보수 세력이 위헌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이다.[각주:16] 

 

 

▲ 트럼프 이전 연방대법원 이념 분포도. 케네디 대법관의 중도적 성향으로 균형이 이루었던 가운데 스캘리아 대법관이 사망하면서 다음 대법관 지명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후임을 지명한다고 하였지만, 공화당의 새로운 대통령(트럼프)가 임명해야 한다는 주장에 부딪혀 실패했다. ⓒ한겨례

 

 

▲ 이후 트럼프는 닐 고서치 대법관을 시작으로 3명의 공화당 인사를 대법관에 임명한다. ⓒ중앙일보

 

 

 1900년대 후반의 AA 소송을 살펴보면, 중립 성향인 파월 대법관을 제외하고 보수와 진보의 이념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었다.[각주:17] 이는 오바마 임기에도 마찬가지로,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각주:18]을 제외한 보수와 진보의 균형은 여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가 교체한 무려 3명의 강경보수 판사들은 균형을 이루는 저울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위헌 판결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적 법원이 아니”라면서 대법원의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회사는 다양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원 결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며 대법원의 위헌 결정을 채용 과정에서 악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각주:19]


 물론, 누군가는 AA가 대학에 올 자격이 없는 자들이 합격하도록 도와주는 제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AA는 긴 역사적 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로, 대학 입학의 기준점을 큰 폭으로 변화시키지 않았다. 


 AA가 대학의 ‘다양성과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보완적인 제도인 것은 맞지만, 우리는 제도가 적용되는 ‘대학’의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학은 고유한 비전에 맞는 인재를 선발할 자유를 가지고 있다. 더불어 교육적 목적을 위해 학생 구성원을 다양하게 형성할 의무도 있다. 하지만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평가 요소는 선발 과정에서 우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즉 AA는 대학의 존재 이유 다음에 바라볼 문제이다. 소토마요르 현 연방대법관은 “대학들이 성적 등 자격조건을 먼저 검증한 뒤, 인종 등의 요소를 고려한다”는 입장을 드러내며 AA가 주된 요소가 되지 않아야 함을 설명했다.


 물론, 모두의 출발선이 같아진 상황에 도달하게 되면 우대조치의 존재 이유는 없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이데아로 도달하는 과정에 있으며, 우대조치의 존재 이유와 그 강도에 대한 논의는 현재진행형이다.

 

Chap 2. 확산(diffusion)

 

같은 결과, 다른 느낌


 민권 운동의 성과였던 AA는 ‘우대조치’라는 개념의 기원이 되었으며, 그 파장은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갔다. 브라질은 2004년 일부 미국 모델을 바탕으로 대입 할당제[각주:20]를 도입했다. 유럽 연합은 이 개념을 차용하여 ‘positive action’을 도입했고, 이후 1976년 지침[각주:21]을 통해 평등과 우대조치의 필요성을 천명했다. 그렇게 우대조치는 ‘차별 철폐’라는 목적 아래 다양한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각주:22]


  대한민국에도 우대조치에 대한 논의가 점화됐다. 1987년 전두환 정부 말 <남녀고용평등법>이 도입됐고, 이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고용에서의 남녀 간 차별 금지’와 함께 여성 할당제를 도입했다. 2006년 도입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제도>에서는 “적극적 고용개선조치란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를 고용부분에 적용한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같지 않다(not equal)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평등한 권리와 기회를 요구하는 건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위험을 감수하고 모험하면서 나름의 삶을 헤쳐나가겠다는 의미다. (중략) 하지만 상대적으로 특권을 가진 집단은 차별을 덜 인식할 뿐만 아니라 평등을 위한 조치에 반대할 이유와 동기를 가지게 쉽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차별을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순적인 태도를 보이게 된다.            

- 선량한 차별주의자 - 

 

 물론 도입 과정에서 역차별과 비효율성의 문제는 끝까지 발목을 붙잡았다. 다음 주장을 한번 살펴보자.


“여성에 대한 차별이나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여성에게 정치적, 경제적 지위를 향상함으로써 사회적 복지 및 공익을 증진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것이 가져오는 효율성은 얼마나 높은가?”[각주:23]


 시장 경제 체제는 가장 최선(best)인 사람을 선호하며, 사람들은 최선이 되기 위해 자신만의 능력을 가지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우열을 가린다. 하지만 우대조치는 이 원리에 정면으로 부딪친다. 1등이 1등이 아니게 되는 셈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역차별의 문제와 함께, 가장 최선인 사람이 발휘하는 효용보다 낮은 효용이 도출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는 효율성과 평등 중 무엇이 우선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과거부터 미국은 평등이 우선이라는 답을 꾸준히 내놓았지만, 항상 그것만이 답이 될 수 없음을 얼마 전 스스로 입증했다.


 본교 정치국제학과 손병권 교수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우대조치는 미국의 AA에서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두 국가의 뿌리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우대제도는 바텀업(BOTTOM-UP)이 아닌 정부 주도로 그 논의가 시작됐다. 미국은 뿌리 깊은 ‘차별’이라는 불만의 해결을 위해서 우대조치를 도입한 반면,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조정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은 민족(ethnics)과 관련된 논의가 없기에, 주로 ‘계층’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답이었다. [각주:24]


 마음 같아서는 모두를 무지의 베일[각주:25] 속에 두어 그들 서로를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좋지만 이상을 현실로 불러올 순 없다.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 노력과 결과 사이에 괴리를 보이는 비합리적인 현상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배경이 다르면 결과는 달라진다. 마치  “금수저론”처럼 말이다. 모두를 같은 출발선에 서도록 하기 위해서,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할 방법인 우대조치 도입 여론이 힘을 얻게 된 것이다.

 

 

Chap 3. 논의(discussion)

 

잠재적 가능성


  견미지저[각주:26]라 했던가. 아무리 정치적 싸움의 결과라고 생각해도, 이미 나온 위헌 결정이 불러올 파장은 실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우대조치, 그 취지가 허울뿐인 껍데기가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사회학과 최율 교수는 아래와 같이 AA 위헌 결정의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고 답했다. 

 

1) 한국은 논의가 법원보다는 정치권과 행정부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에 미국과 같은 방식(법원 중심)의 변화는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요.
2) 한국에서 우대조치에 대한 사회적 반대 담론이 인종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논의에 비해 강도도 약하고 논의도 아직 많이 진행되지 않았어요. 

 

 물론 대법원 구성의 변화는 대한민국과 같은 맥락에서 비교하기 어렵다. 이념에 따라  달라지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 흐름을 대한민국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판결을 단순히 정치적 진영 논리로만 해석해선 안 된다. 45년 전과 지금은 명백히 다르다. 인종의 구성과 입시 환경은 다양한 변화를 겪었다. 차별 시정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났지만, 동 제도로 인해 새로운 피해자가 나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또한 정책이나 결정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호소하는 곳이 법원이므로, 우대조치에 대한 논의는 법원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또한 미국에 비해 한국에서의 인종에 관한 논의 강도가 약한 것은 사실이나, 성별에 관해서는 여전히 뜨겁다.[각주:27] 이병훈 명예교수는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지속적으로 보수화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할당제에 대한 여론 수렴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장기적으로 우대 정책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으므로, 변화의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


  이제는 고려해야 할 이해관계가 다양해지고 권리와 평등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었다. 우리는 우대조치를 인종 간의 대결이나 정치 성향 간의 대결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 제도의 취지와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

 

 

능력주의 vs 기회의 평등

 

 

 

 

 ‘공정’과 ‘다양성’은 능력주의기회의 평등이라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그토록 말하는 능력주의는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자질이나 역량을 기반에 둔다. 능력을 통한 고등 교육의 입학은 개인에게 성공의 지름길일 뿐만 아니라 계급 상승의 사다리라고 할 수 있다. ‘능력에 따른 배분’의 모토는 어쩌면 당연한 규범이었으며, 현대 사회의 불평등을 정당화시키는 요소로 활용되기 시작했다.[각주:28]


 하지만 반대에는 불공정에 대한 시정의 목소리가 있었다. AA는 흑인과 히스패닉을 넘어 저소득 혹은 저학력 가정의 학생들까지 포섭했다. ‘기회의 평등’이라는 이념에 따라 수많은 미국 대학이 부여한 입학 특전[각주:29]은, 대학의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천명했다.


 과연 우리가 이 중에 무엇이 더 공평하다고 결정할 수 있겠는가. 물론 개인의 입장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지금까지 대법원은 ‘공정’과 ‘다양성’의 균형에 힘썼다. 하지만 얼마 전 위헌 결정은 그 ‘다양성’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의 ‘정당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Chap 4. 그래서, 우리는(future)

 

우리 옆의 우대조치들

 

 우대조치는 당장 우리의 관심사인 취업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 변화에 더욱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은 차별로 인한 불이익의 대상이 자신이 될 때 계산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대조치의 본질은 차별이 아니라 서로 다른 출발점을 맞추려는, 공정과 다양성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존재임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우대·혜택 제도에는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취업을 위해 advantage를 받을 수 있는 제도들 역시 ‘기회의 평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 가산점을 필수로 부여하는 것만이 아닌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들도 살펴보았다. 또한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제도들의 성격을 크게 ‘취업’과 ‘입시’로 나누었다. 먼저 취업과 관련된 우대제도를 살펴보자. 

 

1) 국민취업지원제도 : 취업을 원하는 사람에게 취업지원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저소득 구직자에게는 생계를 위한 최소화의 소득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

▲ 2023년 국민취업 지원제도 ⓒ고용노동부

 

2) 청년 취업 아카데미 :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대학생(원) 졸업(예정)자에게 제공하는 제도


3) 지역인재 할당제 : 국가가 시행하는 특정채용시험을 대상으로 선발예정인원의 일부를  지역별 인구비례로 선발하거나, 지방(대학) 출신자를 일정비율 이상 선발하는 채용제도

 

▲ 2023년 지역인재 채용설명회 ⓒ국토교통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4) 여성 할당제 : 각종 분야에서 채용이나 승진 시 일정한 비율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제도.


5) 공공기관 청년고용의무제 : 청년실업 문제에 대응하여 공공부문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선도하고, 민간부문으로 파급함으로써 청년고용 촉진을 도모하는 제도. 공공기관 등에게 매년 정원의 100분의 3 이상씩 청년 미취업자 고용의무를 부과함[각주:30]


6) 국가 유공자 전형 : 가점취업(만점의 10% 또는 5%) / 보훈고용 : 보훈취업 대상자에게 취업을 알선해주는 제도. 의무적으로 일반직 공무원 중 10%가 대상자이며, 이 외에도 지자체에서도 의무고용률이 존재함


7) 청년일경험제도[각주:31] : 청년들에게 다양한 직업세계 및 산업현장에 대한 체험기회를 제공하는 제도. 우수한 중소·강소기업에 대한 정보제공을 통해 중소기업 인력 미스매치 해소 및 노동시장으로의 조기 입직 유도를 진행함


8) 청년도전지원사업 : 구직단념 청년들의 구직의욕 고취, 노동시장 참여 및 취업을 촉진할 수 있도록 자치단체 청년센터를 통해 구직단념청년을 발굴하는 제도. 맞춤형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취업제도와 연계됨

▲ 2023년 청년도전 지원사업 ⓒ고용노동부

 

9) 군 가산점제(폐지[각주:32]) : 군복무에 따른 보상과 제대 후 원활한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목적으로 일정한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

 

 

입시 측면에서는 다음과 같은 우대제도들이 있다.


1) 국가 유공자 전형 : 국가유공자 대학 특별전형으로 유공자 및 그 자녀를 우대하고 있음[각주:33]


2) 지역인재 전형 :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방 학생에게 일정 비율의 입학 정원을 배정하여 대학 입학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노력함 /대학 입시 이외에도 의대, 간호대, 로스쿨에서도 지역할당제가 일부 존재함 / 최근에는 일부 고등학교에서도 지역인재 도입에 대한 이야기가 있음


3) 농어촌특별전형 : 대학의 장이 정하는 농·어촌지역의 학생을 대상으로 입학정원의 4%이내에서 정원 외로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전형 / 대학별 합리적 기준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하여 실시하고 있음


4) 사회통합 전형 : 사회적 배려 대상자 등에게 대학 진학 기회를 차등적으로 보상하고, 대입의 지역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입학전형. [각주:34]

 

 

갈 길은 멀다

 

AA에 대한 열띤 토론 끝에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그 경계를 어떻게 확정할지에 대한 문제가 계속해서 발목을 잡는다. 우대제도가 필요한 이유를 이해하여 도입했어도 그 범위를 한정하기 위해서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까지 우대조치 안에서 ‘공정’과 ‘다양성’이라는 두 키워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반된 두 개념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하다. 예를 들어, “성적이 높은 소수 인종”의 입학에 대해서는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이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AA의 존재는 필연적이었지만,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우리에게 더 많은 과제를 안겨주었다. 연방대법원 판결의 요지를 살펴보자.

 

첫째, 심사를 통해 ‘다양성 제고’의 달성 기준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대로 AA가 없더라도 다양성 제고가 가능할지 측정할 방법도 없다고 판단했다. 


둘째, 인종을 긍정 요소로 활용하는 AA의 특성상, 오히려 다른 특정 인종이 부정적인 요소로 활용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요소라고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지원자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인종의 개입 여부를 판단하는 문제이다. 평가 요소에서 인종을 반드시 언급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AA를 굳이 적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 사례를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AA를 통해 다양성이라는 가치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확인할 수 없고, 특정 인종에 대한 역차별 문제, 평가 상황별 AA의 개입 등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함을 주장했다. 이제껏 관련 소송이 많았지만, 위 문제를 해결할 합의점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 문제에 대한 숙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회적 혼란은 지속될 것이다. 잘못하면 일관된 판결을 하지 못한 사법부의 명예와 신뢰에 타격이 갈지도 모른다. 지금, 우대조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지금뿐이다. 앞으로 존재할 우대제도들이 가져야 할 시사점은 무엇일까?

 

첫째 : 이행 세대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이병훈 명예교수는 현재 청년들을 대학에서 사회로 이행 중인 ‘이행 세대’라 지칭하며, 청년들의 출발선을 맞추기 위한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현 사회에서 경쟁률, 제도, 배경(background), 이해관계 등 이행을 가로막는 상황이나 제도들이 적지 않다. 이런 행위들은 단순히 경쟁을 저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으며, 남녀 간, 또는 전형 간의 이행의 성공 확률을 낮춘다. 위에서 제시한 여러 전형과 같이 비정규직 제도나 공공기관에서의 고용업무 할당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법제화됐지만, 고용 문제가 큰 난제라는 건 여전하다. 


 이 교수는 현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 보장’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유럽연합이사회에서는 청년보장을 ‘청년들이 실직하거나 정규교육을 마친 시점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양질의 고용, 지속적 교육[각주:35], 견습 또는 훈련을 제공받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각주:36] 해외에서는 비슷한 제도들이 이미 마련되어 있다.

 

1) 유럽연합 - youth guarantee : 2013년 EU 이사회의 청년보장 권고[각주:37]로,  25세  미만의 청년들에게 일정 조건 아래 제공되는 청년보장 프로그램. 즉각적인 취업을 지원하는 단기적 과제와, 청년들의 학교-직장 이행을 크게 개선하려는 구조적·장기적인 성과를 목표로 함.
2) 프랑스  - 미씨옹 로칼(MLT)[각주:38] : 청년이 직업을 구하고 사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가 차원의 공공정책.  국가와의 계약을 통해 지역 공동체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수당지급 및 프로그램이 실시됨

3) 벨기에 - 로제타 플랜 : 2000년 정부가 도입한 강력한 청년실업자 의무고용제도. 종업원 50명 이상 사업장에서 고용인원의 3%에 해당하는 청년노동자를 추가 고용하도록 의무적으로 규정함. 정부 강압 탓에 취직된 청년들은 사업주로부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고, 중장년층 실업자가 증가면서 2004년 폐기됨.

 

청년에 대한 기본적인 복지와 함께 교육 및 참여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이행 세대로 넘어가기 위한 밑바탕을 단단하게 구축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청년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국무총리 산하에 ‘청년정책조종위원회’를 두고 기본 계획을 수립하였다.[각주:39] 윤석열 정부 역시 작년 10월에 개최한 청년정책조정위원회 회의를 바탕으로 올해 7월 새로운 청년정책의 청사진을 발표했다.[각주:40] 우리는 경쟁의 출발점을 비슷하게 하기 위해서는 그 구조적 문제를 더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대조치가 성찰해야 할 논점은 현상 넘어 그 ‘본질’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회의 평등과 결과적 평등 중 무엇을 우선시해야 할까? 기회의 평등이 모두에게 동등한 ‘출발선’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결과적 평등은 맞추지 못한 것들을 ‘마지막’에 맞추는 것이다. 최율 교수는 이에 대해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하며, 기회의 평등을 유지하는 것이 잠재적으로는 결과의 평등을 가져올 수 있는 필요조건은 되나 충분조건은 아님을 말했다. 결과의 평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회적 평등을 추구하는 것 이외에도 고려해야 할 선천적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반면 결과의 평등을 먼저 보장하는 것은 이후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는 데 상대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지만, 사회적 비용의 증가가 불가피함을 이야기했다. 마지막 단계에서 평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치·사회적 합의를 넘어 수많은 논쟁이 필요하고, 이로 인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대조치는 기회의 평등일까, 아니면 결과의 평등일까? 대학을 ‘꿈을 위한 첫 번째 계단’으로 본다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는 밑바탕을 보장하는 기회의 평등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입시 전형 내 특정 점수를 부여하거나 지원 자격을 제한하는 내용이 있다면 결과적 평등으로 볼 수도 있다. 


 필자는 우대조치가 기회의 평등을 먼저 보장하고 이어 잠재적으로 결과적 평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느꼈다. 당연히 두 평등 모두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결과는 그들이 노력했던 과정에 따라 달라지므로, 기회의 평등은 그들 스스로 ‘참여‘하도록 돕는 역할을 맡는다. 우리는 자연스러운 참여를 통해 시민들의 역량을 판단할 수 있으며, ‘결과’에 오기까지 했던 노력을 존중하게 된다. 모두에게 능력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진다면 자연스럽게 결과에서 공정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둘째 : 공동체의 유지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올해 우대조치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미국 대법원조차도 ‘다양성은 대학 입시와 사회에 있어 긍정적으 로 평가해야 할 요소’라고 분명히 못 박았다.

 

 

▲ '다양성'을 중시하며 AA의 중요성을 주장한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좌), 소냐 소토마요르 대법관(우)ⓒ연합뉴스

 

 

다양성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은 AA에 대한 거의 모든 판결에서 인용된다. 2003년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은 소수의견에서 “25년 안에 AA가 폐지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그 취지는 AA가 아닌 “새로운” 인종평등정책의 도입이었다. 이후, “25년은 잠정적 수치이며, 차별로 인한 피해가 사라지지 않는 한 우대 조치는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며 다양성을 존하기 위한 방안을 추구하는 소수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다양성이 마냥 걸림돌은 아니다. IMF에서는 민족의 다양성과 GDP 간 양의 관계를, 삼성경제연구소에서는 여성 경제활동참가율과 GNP 간의 긍정적 효과를 이야기했다. 경제학자 스콧 페이지의 “다양성이 능력보다 중요하다(diversity trumps ability)[각주:41]”는 말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때로는 시장 경쟁에서 그 효용성을 오히려 높일 수 있다는 것임을 알려준다. 워싱턴포스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3%가 대법원이 대학의 ‘인종 고려’ 입시 제도를 금지하는 방안에 찬성했지만,  64%가  대학의 인종 다양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이 좋다고 답했다.[각주:42] 즉, 다양성은 중요하지만, 추구하는 방법이 문제였던 것이다.

 

 우대조치는 ‘다양성 있는 공동체’를 구성하고 추구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물론 공동체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법은 여전한 논제이다. 하지만 소수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는 것이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바람직한 길이다. 


셋째 : 제도적 장치의 활용이다.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현대 사회에서 기회의 불평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골칫거리이다. 대한민국의 계층에서 발생하는 소위 “빽”의 존재는 계층의 차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가져왔다. SKY 대학의 국가장학금 신청자 중 48.2%가 소득 상위 9/10분위에 위치하여 있으며, 서울대학교에 다니는 2명 중 1명의 학생은 소득 상위 20%인 부모를 두고 있다.[각주:43]


 차별에 대한 과제도 하나의 관건이다. ‘변화가 더디다’는 말은 한국 사회에 적합하다. 비록 21세기까지 민주화와 경제 성장을 거쳐오며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평등 보장은 아직도 저조하다.  2022년 한국은 유리천장지수[각주:44]에서 최하위를 기록했으며[각주:45],  남녀 소득격차와 노동참여율에서 ‘꼴찌’ 판정을 받았다. 여성의 노동시장 소외와 소득 불평등의 문제는 고용 제도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우대조치는 이런 양극화된 사회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를 아우르는 하나의 대원칙이 필요하며, 우리는 교육의 구조 정립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사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기회를 동등하게 부여하여 그 능력의 차이를 개인에 한정해서 파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답(answer)

 

 글을 읽으면서 당신의 의견이 조금이라도 정리되었는가? 그렇다면 이제 이 글의 첫 문단으로 돌아가서, 위헌 결정에 대해 사회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확인할 시간이다. 현대 사회에는 위헌 결정에 대해 소수계 우대 정책의 삭제로 높은 성적을 가진 학생들에게 대학 합격의 길이 열린다는 희망적인 의견과 백인 학생들에게 모든 유리함이 넘어갈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결정 일주일 후인 7월 6일, 앤드루 베일리 미주리주 법무장관은 주 내 모든 대학에 대해 인종을 고려한 장학금 수여를 즉각 중단하라는 입장문을 냈으며, 위스콘신주 하원에서도 장학금 수혜 시 인종 고려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각주:46] 미국의 3천개가 넘는 국공립 대학들은 위헌 결정 이후 전전긍긍하며 그들의 우대정책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아시아계 학생들은 오히려 위헌 결정 이후 대학 입시의 ‘불투명성’이 더 커졌다며 걱정했다. 불안이 현실화하듯 미국의 입시에서 조기 전형[각주:47]에 지원한 소수인종은 전년도 대비 66%나 증가했다.[각주:48] 대입 경쟁률이 더 치열해지고 입학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더 높은 합격률을 기대할 수 있는 조기전형을 선택하는 수험생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인적 자원관리(HR) 업계는 연방대법원의 AA 위헌 결정이 기업의 다양성 정책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파악했다. 기업 내부의 다양성 정책에 대한 관심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다양성 정책 축소를 위한 명분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짚은 것이다. 또한 2023년 2월 퓨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자신의 회사가 직장 다양성 제고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가”의 질문에 대해 54%가 ‘약간 그렇다’고 답했으며, ‘헨드릭 앤 스트러글스’의 다양성 담당자인 조나단 맥브라이드는 “대법원의 AA 폐기는 기업 내부에 냉랭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부정적인 미래를 예견했다.[각주:49]

 

▲ ⓒ조선디자인랩&middot;Midjourney

 

 

하지만 우대조치의 장래가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 소송의 당사자인 하버드 대학교는 판결 이후 다음과 같은 입장문을 발표했다.

 “다양성과 차이는 학문적 탁월함에 필수적이다.(중략) 하버드는 그들의 부모와 조부모가 꿈꿀 수 없었던 꿈을 꾸는 장소이다. 법원의 새로운 판례를 준수하며 하버드의 본질적 가치를 보존할 길을 모색할 것이다.” 

 위헌 결정 대상이었던 노스캐롤라이나대는 판결 일주일 후 “저소득, 중산층 가정 학생들에 대한 무료 등록금 지급 계획을 밝혔다. [각주:50] 위 하버드 대학의 입장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인종의 다양성과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물론 한국이 미국만큼 다인종 사회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우대정책들이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지만, 양극화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22년 “공공기관 및 500인 이상 기업”의 여성 고용 비율은 38.1%, 여성관리자 비율은 21.8%밖에 되지 않는다.[각주:51] 이 명예교수는 노동시장에서 남녀의 비율이 균형을 이룬다면 더 이상 할당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지만, 여전히 큰 폭으로 차이가 나타나는 현 상황에서는 차별 시정의 조치가 불가피함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 조치는 성별의 역차별을 불러오기도 한다. 비교적 비중이 작고 주체로 인정되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여성의 인권 신장으로 노동 시장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이런 인식의 변화에 대해 오히려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조치들이 ‘성별의 다양성’이라는 가치 보장을 위한 목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성평등은 다양성을 보장하는 ‘기회의 평등’이다. 또한 기회의 평등은 공동체를 평등하게 만들도록 하며 사회 구조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자, 이제 여러분의 답안지를 써 내려갈 시간이다. 물론 정답은 없다. 

 

 


*구글 드라이브를 통해 PDF 판형으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https://drive.google.com/file/d/1UCTelQnoSxrDFlmTqK6xtc-6_YX3q60W/view?usp=sharing

  1. 미 연방대법관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본문으로]
  2. 박경순, 「여성을 위한 적극적 우대조치에 관한 연구」, 2008, 서강법학연구 10권 1호, pp 117-150. [본문으로]
  3. 조지형, 「적극적 평등실현조치와 "역차별"의 정치」, 2008, 이화사학연구 36권, 261-294. [본문으로]
  4. 행정명령 10925호가 선언적 명령임과 달리, 11114호는 더 구체적인 방향을 지시하였다. 린든 대통령은 11114호의 명령을 더 강력하고 의무에 구속된 명령으로 개정하였다. [본문으로]
  5. 안주엽, 「노동과 차별(I): 선진국의 반차별법·제도」, 2007, 한국노동연구원. [본문으로]
  6. 대법원은 이를 설명할 때 “color-blind”,“sex-blind”의 표현을 사용하였다. [본문으로]
  7.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간수의 비율은 남성이 1% 미만, 여자가 41% 이상이었다. [본문으로]
  8. 당시 자격요건을 갖추었다고 판단된 아홉 명 중 면접위원에 의해 추천된 남성이 아닌 어퍼머티브 액션 담당자가 추천한 여성이 선발되었다. 대법원은 전통적으로 직무에 대한 불균형의 존재와, 남성 피고용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적법하다는 선고를 내렸다. [본문으로]
  9. 정일영, 「미연방대법원 적극적 평등실현조치 판례 경향의 분석과 전망」, 2022, 중앙법학 24권 4호, 7-42. [본문으로]
  10. 1)과 동일 [본문으로]
  11. 소수인종이라는 이유로 특정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할당제에 해당해 위법이나, 소수인종을 하나의 요소로 고려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해석이다. [본문으로]
  12. 바키 이후 최초로 대학교의 적극적 평등실현조치를 위헌 판단한 사안이다. [본문으로]
  13. 특혜를 인정할지 여부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주민자치의 영역이지 사법부가 판단할 영역이 아니라고 명시하였다. [본문으로]
  14. 시사in, “대입 인종 갈등은 트럼프의 꼼수?”, 2017.08.22. 정재민. [본문으로]
  15. 2017년 뉴욕타임스가 공개한 트럼프 행정부 산하 법무부의 내부 문서의 내용이다. [본문으로]
  16.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각 대법관의 이념적 성향과 가치관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관해서는 이재우,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의 유형과 사회적 영향에 대한 연구」, 2016, 사법정책연구원 연구보고서.를 참고. [본문으로]
  17. 1950년~1960년대에 진보적인 성향이, 1970년~2000년대에 보수적 성향이 강했지만 AA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본문으로]
  18.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중도~중도보수의 이념으로 해석되며, 캐스팅보트(casting vote)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본문으로]
  19. 법률신문, “美 연방대법원 "대입 시 소수인종 우대 정책 위헌" …바이든 "정상적 법원 아냐" 반발”, 2023.06.30. 홍윤지. [본문으로]
  20. 박남기, 「인도와 브라질의 고등교육 기회균등정책 분석」, 2009, 비교교육연구 25권 3호, 341-370. 공립대학 정원의 20%를 흑인, 혼혈 학생 등 소수자로 구성시키도록 했다. [본문으로]
  21. 〈근로조건에 있어서의 동등 대우 지침〉. 고용과 근로에 있어 결혼이나 가족 관계 등을 이유로 한 모든 유·무형의 직·간접적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였다. 자세한 내용은 박영란·최진우, 「유럽연합 양성평등정책의 제도적 발전 과정」, 2007, 유럽연구 25권 1호, 1-27. 참고. [본문으로]
  22. 현재는 세계 10여 개의 국가가 고등교육기관 입학과 관련한 차별 철폐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은 버렸지만…세계 10여개국 '소수인종 우대입학' 운용”, 2023.06.30. 최인영. [본문으로]
  23. 마경희, 「적극적 차별개선 조치(affirmative action) 현황과 과제」, 2021,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을 참고. [본문으로]
  24. 18)과 동일, 우리나라는 미국과 같은 심각한 인종차별 문제는 없지만, 성별ㆍ학력ㆍ출생지ㆍ경제력 등을 기준으로 하여 모든 영역에서 명백한 차별 및 무의식적 사회적 차별 등 그 형태가 다양하다. [본문으로]
  25. 롤스가 고안한 가상의 개념으로, 자신의 위치나 입장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를 의미한다. 롤스는 무지의 베일 상태에서 구성원들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정의의 원칙을 찾을 수 있다고 보았다. 중앙일보, “무지의 베일”, 2006.05.31. 이세정. [본문으로]
  26. 일의 미세한 조짐만을 보고 나아갈 방향이나 결과를 분명하게 앎. [본문으로]
  27. 연합뉴스,  “[팩트체크] '여성할당·가점제'로 남성 취업 불이익?”, 2021.07.03. 김수진·임순현·김예정. [본문으로]
  28. 중앙문화, “웬만해선 능력주의를 막을 수 없다”, 2021.06.22. 김아영. [본문으로]
  29. 특별한 규칙. [본문으로]
  30. 미이행 시 고용노동부에서 미이행기관에 대한 명단을 관보에 게재하며, 관계부처에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요소로 반영하도록 요청한다. [본문으로]
  31. 문재인 정부의 ‘중소기업 내일체험 제도'를 통합 및 확대·개편한 취업지원제도이다. [본문으로]
  32. 1961년부터 제대군인에 대하여 공직임용시험에서 총점의 5~10%가 가산점으로 부여되었지만, 헌법상 근거 부족 및 평등권 침해를 이유로 1999년 폐지되었다. [본문으로]
  33. 우대 지원자격은 대학마다 상이함 [본문으로]
  34. 「고등교육법」 제34조8(사회통합전형의 운영)에서 대학으로 하여금 차등적인 교육적 보상이 필요한 사람을 일정 비율 이상 포함한 입학전형을 공표하도록 하며, 「고등교육법 시행령」제42조 6에서 그 구체적인 대상을 정하고 있다. [본문으로]
  35. 지속적 교육이란 안정된 직업자격으로 이어지는 양질의 훈련 프로그램을 의미하며, EU는 실업률이나 고용률 문제를 떠나 포괄적으로 청년층의 경제활동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청년보장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본문으로]
  36. 김주일, 「해외 선진국가의 청년 일자리 정책과 지방정부의 역할」, 2016. [본문으로]
  37. Council of the European Union, 2013a [본문으로]
  38. 오마이뉴스, “프랑스의 청년보장, 청년의 자율성 강조”, 2017.11.01.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센터. [본문으로]
  39. MBC NEWS, “문 대통령 "'청년정책 기본계획', 청년 삶 전반을 바꾸는 첫 걸음"”,  2020.12.13. 조국현. [본문으로]
  40. 연합뉴스, “尹정부 청년정책 청사진 발표…"희망·공정·참여 3대 기조"”, 2022.10.26. 한혜원. [본문으로]
  41. 경향신문, “(5)연령·인종·성별·성적 취향…다양성 공존하는 사회일수록 부·창의성 증가”, 2017.11.05. 이영경·김찬호·유설희 [본문으로]
  42.  조선biz, “미국인 63% “대학입시에서 ‘특정인종 배려’ 폐지 찬성””, 2022.10.24. 이용성. [본문으로]
  43. news1뉴스, "김회재 "SKY대학 국가장학금 신청 학생 중 48.2% 고소득층"", 2022.04.11. 김동수. [본문으로]
  44.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여성 지위를 평가하는 지표로, 노동 참여율/성별 임금 격차 등 10가지 세부 지표를 종합해서 평가한다. [본문으로]
  45. 연합뉴스, “한국, '일하는 여성 환경' 유리천장지수 11년째 선진국 꼴찌”, 2023.03.08. 현윤경. [본문으로]
  46. 서울신문, “美 ‘어퍼머티브 액션’ 거센 후폭풍… 사회 전반 공정 이슈로 불붙어”, 2023.07.11. 이재연. [본문으로]
  47. 원서 접수를 일반전형보다 앞서 시작하고 합격 여부를 먼저 확정시켜주는 제도이다. ‘보너스 지원’이 아니므로 자신이 어느 대학에 가장 진학하고 싶은지 심사숙고할 필요성이 있다. [본문으로]
  48. Education Bridge, “대학 조기전형 지원자 늘었다”, 2023.11.20. 윤지혜. [본문으로]
  49. 매일경제, “美 ‘소수인종 우대 입학’ 위헌 영향?…직장에서도 고개드는 ‘다양성’ 피로감”, 2023.07.04. 최현재. [본문으로]
  50. 41)과 동일 [본문으로]
  51. 한국일보, “한국판 '어퍼머티브 액션' 17년... 공공기관·대기업 여성 관리자 비율은 여전히 22%”, 2023.05.24. 곽주현.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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