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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22 가을겨울, 83호<현현; 사람이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10

휘진의 취재노트: 축제 라인업, 내가 물어봤다 편집위원 문휘진 대학가의 축제가 한창이었던 9월, 앞서 행사를 진행한 다른 학교에서 요즘 제일 잘 나가는 아이돌을 섭외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언제부터인가 초청 아티스트 명단이 대학의 위신을 대변하곤 했다. 그다지 공신력 있는 지표는 아닐지라도 말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누구를 무대에 세울 것이냐"를 두고 추측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라인업이 공개되자 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졌다. 그만큼 학생들의 기대가 컸다는 뜻일 테다. "싸이를 기대했는데 너무 실망스럽다", "우리 학교 라인업 이것밖에 안 되냐"며 한껏 아쉬움을 토로하는 의견들이 눈에 띄었다. 반면 "이 정도면 잘 섭외했다", "라인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콘서트를 가라"는 등 만족스럽다는 반응도 있었다. 공통적으로.. 2022. 12. 27.
퀴어커플 CC대작전 수습위원 윤성빈 부편집장 김가윤 한국대학교를 아시나요? 웹툰과 웹소설을 즐겨 보는 독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물론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한국대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창작물의 단골 소재이기 때문만은 아닌데요. 오픈리로 살아남기 험난한 대한민국에서 한국대만큼은 퀴어들의 성역으로 등장하고는 합니다. 최근에는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가 정리한 ‘한국대 출신 게이 명단’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왓챠에서 8주 연속 1위를 차지한 소설 원작 드라마 ‘시멘틱 에러’의 두 주인공도 한국대 재학생으로 나옵니다. 그렇다면 중앙대학교는 어떨까요? 지난 는 성평등위원회 폐지 이후 퀴어 중앙인들의 삶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83호에서는 ‘중앙대에서 퀴어 캠퍼스 커플로 산다는.. 2022. 12. 27.
읽을 수 없는 사람들 편집위원 장은진 수습위원 윤성빈 읽을 수 없는 사람들 이런 단일 토지세론보다 현대사회에 더 묵직한 한 방을 날리는 것은 그의 정치경제학 밑바탕에 흐르는 자연정의론적 세계관이다. 그가 정치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면 그의 정치경제학에 있는 자유방임론적 요소를 상당부분 포기했을 것이다.··· 경향신문 기사 내용 다음 문장의 뜻을 유추할 수 있겠는가?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왜 이렇게 어렵게 썼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혹은, 문장 자체를 정확하게 해석해내지 못할 수도 있다. 혹시 이 문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 본인의 문해력을 의심하게 되는가? 부디 그러지 말길. 이 문장은 전문 용어가 몇 개씩 들어가 있어, 신문 기사라기보단 전공책에 등장하는 내용에 가깝다. 응당 신문 기사는 연령, 학력 등에 상관 없이 .. 2022. 12. 27.
부지(不知)가 부재(不在)가 되지 않게. 수습위원 곽경은 “우리 학교는 왜 이렇게 경사진 곳에 있어?” “에스컬레이터 타면 되니까 괜찮아.” “진짜 에스컬레이터 없었으면 학교 어떻게 다니나 몰라.” “공강이라 시간도 남는데 빼광 갈래?” “청룡연못 벤치에 앉아 있는 것도 좋고.” 캠퍼스 내 건물 간 이동 시간을 줄여주는 에스컬레이터. 캠퍼스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중앙마루와 청룡연못. 이 모든 것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당신은 일상에서 어느 순간 이곳이 불편하게 느껴진 적 없는가? 가만히 ‘서’ 있으면 이동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는 휠체어를 옮길 수 없다. 잠시 숨 돌리기 위해 찾은 청룡 연못은 바위와 계단을 걸어 내려가야만 비로소 벤치에 앉아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이곳은 정말로 모두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맞을까? .. 2022. 12. 27.
가난한 시간, 가만한 빈곤 [편집자 주] 가만하다. ‘움직임 따위가 그다지 드러나지 않을 만큼 조용하고 은은한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는 ‘빈곤’을 떠올릴 때 허물어져 가는 집 혹은 거리에 나앉은 빈자의 상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빈곤은 가장 보통의 모습을 하고 당신의 일상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의심하라. 당신의 시간까지도. 수습위원 정상원, 부편집장 김가윤, 수습위원 김혜림, 인포그래픽 김가윤 2022년 11월 22일. 오전 7시 40분. 서울 소재 대학 재학생 심현근(25) 씨의 하루는 ‘더 자고 싶은 욕구’와의 사투로 시작된다. 6시간 남짓 그나마도 ‘자다 깨다’를 반복한 몸을 애써 일으켜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금세 출퇴근 인구가 밀집해 그의 지각을 부추긴다. 대충 모자를 눌러쓴 뒤 사과를 한 입 베어 문다. 그에.. 2022. 12. 26.
이 글이 전보가 된다면, 당신의 안녕을 묻고 싶다 허태준 의도적으로 분리되는 가치 최근 ‘MZ 세대의 직장 생활’이라는 제목의 영상 콘텐츠에서 출근 시간에 딱 맞춰 회사에 오는 신입사원 이야기를 봤다. 출근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하는 신입사원에게 대리급 직원이 핀잔을 주는 식의 내용이었는데, 대리급 직원이 ‘일찍 와서 일할 준비도 하고 주변 정리도 하는 게 어떠냐?’고 하면 신입사원이 능글맞게 ‘일찍 출근하면 일찍 가도 되냐?’고 맞받아치는 식이었다. 의도적으로 우습게 상황을 묘사한 영상과는 달리, 댓글에는 제법 진지한 토론의 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일찍 출근한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아무 문제없다”는 의견부터 “그래도 불편한 시선을 감수하면서까지 꿋꿋하게 맞춰서 출근할 이유가 있느냐”는 중립적인 의견도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달랐지만, 대부분.. 2022. 12. 26.
망한 세상에서 SF로 싸우는 법 작가 이경희 혹시 ‘사이버펑크(Cyberpunk)’라는 장르에 대해 아시는지? 모르신다고 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 설명할 예정이니까. 이래 봬도 나는 사이버펑크 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다. TRPG 의 제작자 마이크 폰드스미스에 따르면 사이버펑크 장르를 정의하는 것은 ‘분위기’ 그 자체다. 음습하고 어두운 거리, 오염된 대기와 폐기물의 산,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 기모노 홀로그램과 망가진 히라가나 네온사인, 빽빽하다 못해 미어터지는 초고층 빌딩, 첨단 기술와 자본에 지배당하는 하류층 사람들, 기계에 잠식된 인간성, 디지털 카우보이와 사이버 스페이스, 로큰롤과 반항 정신, 전자 마약과 불법 향정신성 의약품, 뉴웨이브 신비주의… 대충 이런 것들이 등장하는 미래가 사이버펑크인 셈이다. 2022년을 .. 2022. 12. 26.
당신 곁의 커뮤니티 편집장 김민지 부편집장 김가윤 수습위원 김세원 중문 씨는 일어나자마자 초점도 맞지 않는 눈으로 휴대폰을 확인한다. 밤사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확인하는 것은 현대인의 미덕! 아니나 다를까 학교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의 알림이 두둑이 쌓여 있다. ‘대외 활동 스펙 없이 대기업 합격한 후기’. 쳇, 웃기고 있군. ‘당신은 따봉도치와 눈을 마주쳤습니다’. 이건 공감 눌러 줘야지. ‘팩트) 붕어빵 논란은 이게 맞음’. 어? 무슨 논란? 중문 씨는 홀린 듯 게시글에 들어간다. 글쓴이는 자신의 논리력을 한껏 뽐내는 어투로 사건의 개요를 설명한다. 있어 보이는 사진과 통계는 덤이다. 중문 씨는 작년에도 비슷한 논란이 일던 걸 기억해 낸다. 에타에도 철이 있다. 가슴팍을 파고드는 시린 바람이 불면 붕어.. 2022. 12. 26.
K라는 이름의 허상: K-콘텐츠 전성시대 부편집장 김가윤 편집위원 문휘진 인포그래픽 김가윤 2019년, 영화 이 개봉했다. 영화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최고작품상)’을 수상하며 대기록의 서막을 올렸다(2019.05.25). 이듬해에는 서구 중심적이라며 매해 비난을 면치 못했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을 휩쓸며 신드롬을 선언했다(2020.02.10). K-콘텐츠 성공 신화의 바통은 넷플릭스 드라마 이 이어받았다. 무려 83개국의 시청 순위 1위에 등극한 것이다(2021.10.02). 드라마계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 불리는 프라임타임 에미상에 비영어권 작품 최초로 노미네이트된 데 이어 감독상까지 거머쥐었다(2022.09.13).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은 올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 2022. 12. 26.
그늘 도시, 그들 도시; 흑석동 이야기 편집장 김민지 수습위원 정상원 PART 1. 그들만의 리그, 재개발과 흑석동 ‘천하제일 일산, 천당 밑에 분당’ 그리고 ‘반포 옆에 서반포(흑석)’ 한때 흑석시장 골목에는 최루가스가 흩날렸다 리그 후반전, 서서히 드리우는 그늘 파이로 본 재개발 결국 재개발의 주인은, 철새는 떠날 수밖에 없다 PART 2. 그래서 흑석이 어떻게 된다고요? 아직 남은 시간이 많습니다 – 1구역 지상 49층, 지하 7층의 주상복합 – 2구역 떠나지 못한 사람들 – 9구역 무엇이 진실인가, 아니면 둘 다 진실인가 PART 3. ‘좋은 주거 공간’에의 반추 주거 공간의 브랜드화 홈, 스위트 홈 덮고 그 위에 다시 얹고 또 다시 살기 좋은 흑석을 만들기 위해선 PART 4. 내가 사랑했던 모든 흑석들에게 흑석 재개발 학생 인식도 .. 2022.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