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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22 봄여름, 82호 <공간; 존재가 서는 자리>

특수고용직 노동자, 그 일터를 들여다보다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2. 7. 5.

수습위원 문휘진

“일한 만큼 돈 번다는 말, 우리도 공감하고 싶어요."

 

택배기사님께서 인터뷰 중 하신 말씀이다.

고등학교 사회문화 시간에 ‘4대보험은 의무 가입이고 산재보험 전액은 사업자가 부담한다’를 배운 다음 날, “택배 노동자, 과로사에도 산재 적용 안 돼…” 라는 뉴스 헤드라인을 보았다. 방금 배운 이론과 정반대의 현실을 마주한 나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우선 복지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과로사가 발생했다는 사 실에 놀랐고, 회사 일로 사람이 죽었는데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것에 또 놀랐다. 이때부터 우리 집에 거의 매일 택배를 배달해주시는 기사님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택배기사는 일반적인 근로 형태가 아니라 위임이나 도급 형식으로 계약하여 일하는 특수고용 노동자에 속한다. 최근 택배기사 과로사 사건은 이러한 고용 형태의 이면을 보여준 사례이다.

일반적인 근로자는 사업주와 근로 계약을 맺고 근로 시간에 따라 임금을 받는다. 그러나 택배기사와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는 개인 사업자 신분으로 업체와 수수료 계약을 체결한다. 이들은 배송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여기서 일반적 근로자와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근로기준법의 적용 유무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분명히 노동자처럼 업체의 관리하에 일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란 이름의 임금을 받고 있지만 법적으로는 근로자가 아니기에 각종 사회적, 법적 보호에서 제외되고 있다. 특수고용직 근로자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도 이러한 차별에서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특수고용직 근로형태가 발생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

국내 택배 산업 초기 택배사에서 택배기사들을 ‘근로자’로 채용하였다. 그러던 중 1997년 국제통화 기금 외환위기가 닥치며 산업과 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과잉설비와 과잉 노동력의 해소를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요구되었고, 결국 경제위기를 이유로 이를 위한 제도가 도입되었다. 1998년 정리해고와 파견근로제도를 합법화하여 제도적으로 해고를 보장하는 등 기존의 고용보호제도를 부분적으로 완화했다. 이러한 정책들은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고용 유연화를 추진할 기회를 제공했다. 즉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정규직 고용 부문을 외주화로 돌리거나 대량 해고 후 신규 고용을 비정규직으로 하는 방식이 확대된 것이다.

그리하여 2000년대에 비정규직 문제가 매우 중요한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논쟁에서 노동계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제어할 수 있는 법적 규제의 도입을 원했다. 기간제 등 비정규직 사용에 대해서 사유 제한을 요구했는데, 이것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규직 고용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이 부담은 줄이고 노동력은 최대로 뽑아낼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다. 사업주는 특수고용 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위장하여 근로계약 관계를 독립된 사업자 간의 대등한 계약 관계로 왜곡시킨다.[각주:1] 이를 통해 사용자로서 부담해야 할 노동법적 책임 및 사업경영에서의 위험부담을 노동자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수고용직 근로자를 해고하더라도 이는 노동자에 대한 해고가 아니라 도급계약 혹은 위수탁계약의 해지라고 보기 때문에 노동위원회 등에서는 부당해고로 판단하지 않는다. 또 사용자로서 당연히 부담해야 할 휴업수당 지급의 의무나, 업무의 수행을 위해 필요한 부수적 비용에 대한 부담을 노동자가 부담하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특수고용 노동자는 자유경제 시장의 이면에서 굉장한 고통을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택배 물량이 급증한 여파로 택배기사의 과로사로 추정되는 사망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택배 노동자를 위한 ‘생활물류법’을 제정했다. 생활물류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과연 생활물류법이 제정된 이후에 택배기사의 근로환경이 얼마나 어떻게 개선되었을지 궁금하여 실제로 물류 서비스업에 종사하시는 기사님과의 인터뷰를 기획했다. 다음은 한진택배에서 7년 일하시고 CJ대한통운에서 7년차 일하고 계시는 한 택배기사님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2022년 5월 21일에 전화로 약 1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다.

 

Q1. 택배 일 하시면서 가장 힘드신 점은 무엇인가요?

제일 힘든 건 육체적 피로입니다. 저는 10년이 넘어서 이제 적응했지만 보통 1~2주 이내에 많이 그만둡니다. 이 일에 적응하려면 6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립니다. 그래서 저는 누가 택배 일을 하겠다고 하면 무조건 말릴 것입니다. 다음으로 힘든 건 고객들의 컴플레인입니다. 확인도 하지 않고 물건을 받지 못했다고 하거나 업체의 실수로 잘못된 주소가 쓰여 있을 때 고객들이 하는 모든 욕은 택배기사들이 듣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택배 회사 자체 내규에 소비자 불평 신고가 3번 이상 접수되면 무조건 해고됩니다. 물론 제대로 배송받지 못한 고객님들 마음도 이해가 가지만 그 탓을 모두 택배기사에게 돌린다는 것은 합당하지 못하죠. 그렇게 발생한 모든 손해를 오로지 택배기사가 모두 배상해야 합니다. 그래서 심한 경우에는 3개월 이내에 몇백만 원씩 배상하는 기사들도 있습니다.
또 하나는 택배기사들이 물건만 배송을 하는 게 아니라 물건을 받아서 터미널에 입고시키는 역할까지 담당합니다. 업체와 본사가 직접 계약하지만, 그 택배비를 택배기사가 대납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기름 값과 핸드폰 비용, 심하면 회사 유니폼까지 사비로 부담해야 합니다. 겉으로 보시기에 택배 기사들이 일을 많이 해서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인터뷰 첫 질문에서 택배기사님들만의 고충을 알 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고객들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하여 그 의견에 대한 책임을 오로지 택배기사에게 떠넘긴다. 그들은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이유로 사업주가 만든 내규에 의해 고통받고 있다.

Q2. 택배기사님들이 특수고용직 근로자로 분류되어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어 정부에서 대안으로 ‘생활물류법’을 제정한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회사에서 따로 교육받거나 들은 적 없습니다.

아무리 국회와 정부에서 이들을 위한 법안을 만들어도, 핵심 당사자인 택배기사들이 알지 못하고, 적용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이들은 법안 자체에 대해 알지 못하니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조차 하지 못한다.

Q3. 생활물류법 제정 이후 법안의 내용과 실제 근무 환경이 일치하는지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Q3-1. 택배기사님들은 분류작업에서 제외한다는 조항, 지켜지고 있나요?

그 작업을 저희 용어로 ‘까대기’라고 합니다. CJ대한통운은 작년부터 분류작업을 위한 알바를 고용할 수 있는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는, 분류작업을 해줄 알바를 택배기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고용하지 못한 경우에 그 보조금을 기사들에게 주지 않습니다. 한진택배, 롯데택배 같은 경우는 택배기사처럼 전문적으로 구역과 주소를 파악하고 분류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하여 직접 급여를 주고 7시부터 분류작업을 하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급여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롯데택배에서 4개월 정도 파업했었습니다.

Q3-2. 심야 배송을 제한한다는 조항, 지켜지고 있나요?

CJ대한통운은 10시 이후에 기사들이 쓰는 업무용 앱이 닫힙니다. 더 일하고 싶어도 전산상으로는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오늘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날은 10시가 지난 후에도 우선 배송하고 그다음날 전산상의 업무 처리를 한꺼번에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보통 택배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기사들에게만 해당합니다. 저처럼 능숙한 기사들은 아무리 늦어도 8시 전후면 일이 끝납니다. 그래서 사실 택배기사들이 과로사했다는 뉴스 보면 저는 잘 공감을 못해요. 그런 뉴스는 보통 신입 기사들에게 해당하는 것 같습니다. 결국 개인의 능력에 따라 업무시간이 달라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택배기사 과로사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택배 분류종사자 구분’과 ‘업무시간 제한’을 중점적으로 질문했다. 다행히 법안 제정 이후 개선된 면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고, 한계가 많았다. 분류작업의 경우, 분류종사자를 본인이 직접 고용해야 하며, 고용하지 못하면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분류작업을 할 경우에는 개인에게 보조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에 어떤 회사가 작업을 도와주는 인턴을 직원이 직접 채용해야 하며, 채용 못할 경우 직원의 작업량이 늘어남에도 급여를 올리지 않는가. 택배회사 직원들의 업무량이 늘어나도 이러할까? 절대 그럴 수 없다. 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합리한 내규에 저항하기 위해 CJ대한통운 노조에서는 최근에 파업을 진행했다. 파업 이후에 과연 개선되었을까?

Q4. 최근 CJ파업에 기사님도 같이 동참하셨나요? CJ파업이 일어난 이후 이윤 분배 문제와 분류작업 문제가 개선된 점이 있나요?

CJ대한통운은 사실 노동조합원의 비율이 높지 않고 특정 지역에 대부분 몰려 있습니다. 안산에는 노동조합원이 한 명 밖에 없기 때문에 저희는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파업 이후 개선된 점은 거의 없습니다. 사실 파업 이후에 노동조합과 본사가 직접 협상해야 하는데 본사는 협상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대리점 소장과 협상해야 하는데, 사실 대리점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좁아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이윤 분배 경우에 기사들이 문제를 제기했던 부분이 수수료의 상황이 유동적이라는 것입니다. 보통의 회사원들은 월급이 고정적으로 정해져 있잖아요. 그런데 택배는 다릅니다. 고객이 지불하는 배송비에서 간선차가 8%, 택배기사가 8%, 나머지는 본사가 차지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택배기사가 받는 8%의 15%~30%는 대리점에서 가져갑니다. 물론 대리점 나름대로 사무실과 직원들 유지하는 비용이 들겠지만 직접 몸으로 뛰는 택배기사 입장에서는 일하는 양에 비해 급여가 너무 비합리적인 것입니다. 이번 파업에서 본사가 저희에게 제시한 입장은 자녀 학자금, 건강검진 등 기사들 복지를 위한 비용 때문에 더 이상 수수료를 인상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노동조합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이 지난달에 최소 몇백억을 실수입으로 벌었다고 하는데...[각주:2] 사실 노동조합에서 요구한 이윤 분배비율로 따지면 실질적으로 CJ대한통운에 전혀 타격이 없는 정도거든요. 그런데도 전혀 개선점이 없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들은 아무리 택배를 많이 배송해도 실질적으로 얻는 수익이 업무량에 비해 턱없이 적다. 파업한 이유는 본사와의 직접적인 협상인데 본사에서는 이를 회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Q5. 근로 환경에서 가장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이 무엇인가요?

저는 ‘일하는 양과 상관없이 급여에 차이가 나는 점’이 개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같은 시간에 퇴근하는데, 구역에 따라, 대리점에 따라 누구는 많이 벌고 누구는 적게 벌면 상대적인 박탈감이 매우 커요. 본사나 대리점에서 이를 조정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회사든지 능력에 따라 더 능숙한 사람이 많이 버는 것은 괜찮지만, 우선 기본 출발선은 같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사람은 좋은 구역과 거래처를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아 힘들지 않게 기본적인 매출을 받아 갈 수 있지만, 또 어떤 사람은 정말 힘들게 배송하고 거래처와 계약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지만 평균적 급여의 3분의 1밖에 받지 못하는 기사들도 있습니다. 택배 기사와 본사와의 이윤 분배 문제도 중요하지만 기사들 간의 이윤 분배 문제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처음부터 고용 계약할 때 수수료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넘어가면 이를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해서 기사들 사이의 박탈감을 해결해야 합니다.

이처럼 제정된 법안의 내용과 달리 택배기사님들의 근로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그들은 대리점과 본사 사이에서 불안정하게 지급되는 급여를 직접 챙겨야 하며, 좋은 구역과 거래처를 얻기 위해 발로 뛰어야 한다.

이에 반발한 노조에 속한 기사들이 추진한 CJ파업 이후에도 본사에서는 다른 복지제도를 언급하며 답을 회피했다.

생활물류법 자체에 대한 공공운수노조의 반발도 크다. 생활물류법이 택배 노동자를 보호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큰 틀에서 생활물류법이 택배 자본을 규제하고 열악했던 택배 노동자 현실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처방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공공운수노조는 “생활물류법이 제정되면 택배 서비스산업 전반이 해당 법에 적용받는데, 생활물류법의 규제가 극히 일부분이거나 실효성이 없는 강제 조치여서 실질적으로 택배 서비스 사업자들을 규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각주:3] 또한 생활물류법으로 택배 서비스 사업자들이 택배차를 무한정 늘릴 수 있어 택배 노동자 간 무한 경쟁이 일어나고 시장 질서가 교란된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집배송 택배기사뿐만 아니라 간선 운행 기사까지 과로사를 더 확대할 수 있다. 결국 사업 구역에 대한 갈등을 조장하고 이러한 현상은 수수료 인하로 이어져 과로사와 생존권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말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 법안이 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이 보완되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아보기 위해 노동법을 연구하고 계신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님께 여쭤보았다. 2022년 5월 28일 이병훈 교수님과 전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정부에서 제정한 생활물류법이 왜 택배기사의 노동환경에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생각하시나요?

생활 물류는 말 그대로 택배, 배달 서비스 등 그동안에 운송법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분야입니다. 그동안의 법은 새로운 하나의 물류 서비스 영역의 업종을 규제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생활 물류 관련한 사업자가 이 사업을 등록하고 운영하고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운데, 정부는 이를 규제하기 위한 여러 규정들을 마련하는 것을 우선시합니다. 그러다 보니 특정 산업을 규율하는 법안의 경우에는 그 안에 근로자의 노동 환경이나 급여 등의 노동 문제까지 다루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택배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이나 배차, 분리 작업 등의 내용까지 포함하지 못한 것입니다. 

- 택배 노동자의 근로 환경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법안 또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현 노동법에는 큰 공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택배 회사에 종사하는 회사원들은 이미 임금 노동자로 노동조합 결성에서부터 근로기준법 보호를 다 받고 있는데, 정작 택배기사, 즉 생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는 임금노동자에 속하지 못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정부에서 현재 실행하고 있는 국민 고용보험제는 임금 노동자 중심으로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택배 기사 같은 플랫폼 프리랜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해서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논의가 진행된다는 것은 현시대에는 다양한 위협 형태의 노동자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고, 임금노동자의 여러 법적인 규제나 사회복지 비용 등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사업주는 임금 노동자보다 특수고용직 근로자들을 많이 고용하려고 하는 트렌드가 나타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취업자들, 즉 특수고용직 플랫폼과 자영업자까지 보호할 수 있는 노동법의 전반적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택배기사님이 인터뷰에서 ‘현재 근로환경에서 가장 개선이 필요한 점이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고정적 급여(수수료) 지급’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고정적인 급여 지급 문제는 결국 정규직화를 요구한다는 것인데 사실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이다 보니 기업주에게 급여 지급까지 강제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직업 특성상 플랫폼 노동자 같은 경우에는 일감이 고정적으로 확보가 되지 못하다 보니 사업주에게 요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차선책으로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이 앞서 말한 노동법 바깥에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최소한의 법적 소득을 보장하고 근로 시간과 노동 환경, 그리고 산업 안전 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이를 근거로 사업주가 최소한의 적정한 소득과 수수료, 근무조건을 의무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과로사 사건과 여러 번의 파업으로 택배기사들이 제도의 불합리성에 대해 지적함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는 아직 남아있다. CJ파업 이후 택배 배송이 늦어지는 개인적인 불편 때문에 여론 또한 택배기사의 입장을 대변해주지 못하고 있다.[각주:4] 고덕동 아파트 주민들은 지난해 택배노조의 투쟁에 나선 택배회사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의견까지 냈다.

 

과거에 경제위기로 시작된 비정규직 근로 형태가 이제는 노동자들 삶의 위기로 변환되고 있다. 기업에서 특수고용 노동자의 비율을 늘리는 만큼 국회는 이들도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노동법의 체계를 재구축해야 한다. 누구나 일한 만큼 그에 정당한 보상을 받고 안전한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도 늦어지는 배송 시간에 불평하기보다는 그들과 같은 노동자로서 연대 의식을 갖고 그들의 일터가 개선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1. 특수고용 노동자 투쟁의 역사와 과제 2008.5.14 선언자대회&0529 여성운동네트워크 월례포럼 [본문으로]
  2. CJ대한통운에서 발표한 재무정보에 따르면, 2021년 매출액은 약 7조 5000억원이었으며, 당기순이익은 약 900억원이었다. [본문으로]
  3. 참여와 혁신, ‘생활물류법, 택배노동자 위한 법이냐 아니냐?!’, 박완순, 정다솜 기자, 2019.12.10. [본문으로]
  4. 시사저널/고덕동 아파트 배송 재개…택배노조 “폭언 위협에 따른 기사보호 차원”/김서현 기자/202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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