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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5 봄여름, 68호 <그들만의 비지니스>

[특집1: 초일류대학의 민낯]그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 2008-2015 그 7년간의 기록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3. 3. 17.

편집위원 서준상

 

뿌린 대로 거두다

  표현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이 문장들은, 3월 24일 박용성 전 이사장이 이용구 총장과 보직교수 등 20여 명에게 보낸 메일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그는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비대위 교수들을 가리켜 ‘Bidet委(비데위)’ 또는 ‘鳥頭(조두, 즉 새대가리)’라고 표현했으며, “그들을 악질 노조로 생각하며 대응해야“하며 “그들을 꽃가마에 태워 복귀시키고 편안한 노후를 보내게 해 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음을 중앙대 인사권자로서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각주:1]

  그의 막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중앙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타 대학 인문대 학생회장 방문에 대응하여 박 전 이사장은 25일 재단 임원들에게 총학생회 이름으로 ‘3류인 너희 대학이나 개혁해라 우리는 개혁으로 초일류가 되련다’는 현수막을 걸라고 지시했다. 현수막은 26일 하루 동안 R&D센터와 본관 앞에 “중앙대를 사랑하는 학생 일동”이란 이름으로 내걸렸다. 대학본부는 박 전 이사장의 이메일에 대해서 ‘다소 표현이 격앙됐을 뿐 관계자들 사이에서 공유된 사적인 표현에 불과하다’고 밝혔지만, 학생들을 사칭해 현수막을 내건은 직접적인 행동은 그의 이메일이 단순한 의견 교환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게 만든다.[각주:2]

  ‘막말 이메일’이 구설수에 오르자, 4월 22일 그는 중앙대 이사장을 비롯한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가 이사장에 취임했을 때가 2008년 6월이었으니, 취임부터 퇴임까지 약 7년간의 세월이 흐른 셈이다. 야심 차게 대학개혁을 선포했던 그의 학교 운영은 정말 성공적이었을까. 지난 7년여의 과정을 천천히 되짚어보면서 미완의 대학개혁을 다뤄본다.

천원재단이 두산을 만났을 때

  중앙대와 두산의 만남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산이 인수하기 전에는 재일교포 기업가인 전 김희수 이사 장(수림재단)이 중앙대를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재단은 대학병원과 로스쿨 신축 등으로 빚이 늘어나 700억의 부채 규모를 떠안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단은 학생들로부터 (매년 재단전입금의 최소 금액인 1,000원을 납부한다는 의미에 서) ‘천원재단’이라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학생들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대는 대학을 인수할 새로운 재단을 물색했고, 이에 따라 2008년 5월 두산은 1,200억 원의 기금을 출연하여 중앙대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보통 대학 인수는 대체로 학교의 부채를 탕감해주거나 재정 투자를 약속하 는 조건으로 이루어진다.[각주:3] 하지만 두산은 대학 인수 기금을 학교법인에 직접 출연하지 않고, 김희수 전 이사장의 개인 재단인 수림재단에 전부 출연하였다. 사립학교법 28조 2항에 따르면 학교 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교지·교사 등은 매도 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에, 대학이 사적 재산처럼 거래된 사례가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 문제를 조사한 검찰은 직접적으로 학교법인 재산이 거래된 것이 아니라 ‘학교 재단 운영권 자체’가 넘어간 대가가 거래된 것이므로 불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각주:4]

  대학본부는 두산과 맺은 양해각서에서 수림재단이 출연금 중 일부 수익금을 중앙대 발전을 위해 사용하도록 노력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수림재단은 공익재단이라는 성격 때문에 특정 학교를 대상으로 장학금 및 연구기금을 기부할 수 없으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단 1원도 중앙대로 기부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각주:5] 이러한 거래를 통해서 김희수 전 이사장은 자신이 학교법인에 출연한 기금(1987년 이래로 총 1,116억 원)에 덧붙여 이자까지 몽땅 거둬들인 셈이 되었다. 학교법인을 운영하는 이사회 교체에 대한 대가성 출연금을 따로 제재할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다.

 

인사권을 가진 내가 모든 걸 처리한다[각주:6]

  재단 교체는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5월 28일에 열린 이사회에서 이사진 중 7명이 두산 측 인사들로 새롭게 교체되고, 6월에 박용성 전 두산중공업 회장이 새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대학의 운영권은 두산으로 넘어왔다. 박 전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중앙대 이름만 빼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다 바꾸겠다”고 공언하며 대학개혁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당시 대학의 기업화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일부 존재했지만, 모교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던 상황에서 두산의 대학 인수는 긍정적인 것으로 여겨졌다.

  그가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가장 첫 번째로 한 것은 총장직선제 폐지였다. 기존에는 교수들이 추천한 2~3명의 총장 후보를 이사회가 임명하는 방식으로 총장이 선출되었지만, 임명제 전환 이후 이사회가 직접 총장을 임명하게 되었다. 대학 발전을 위해서는 추진력 있는 총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임명제 총장이 법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일부 비판도 있었지만, 이사회 주도의 의사결정 구조가 확립됨에 따라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은 점점 힘을 잃어갔다.

 

소통 없는 구조조정

  박 전 이사장은 취임 초기 ‘백화점식 학문구조’에 대한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보이며 앞으로 있을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그리고 그가 취임한지 2년이 지난 2010년, 대학본부는 강도 높은 학문단위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구조조정은 기업 인수·합병 전문 컨설팅업체인 ‘액센츄어’에 맡겨졌고, 취업률·진학률 등 양적 평가지표들이 활용되었다. 2009년에 발표된 구조조정 초안은 18개 단과대 77개 학과가 10개 단과대 40개 학과(부) 체제로 개편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당시의 구조조정은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로 대학본부가 일부 수정된 안을 내놓는 것으로 타협을 보았다.

  그간 본부의 계속된 학문단위 구조조정은 신캠퍼스 건립과 그에 따른 캠퍼스 재배치라는 명분에 따라 이루어졌다. 당시 대학본부는 인천과 하남 두 곳에 신캠퍼스를 건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건립이 완료되면 서울캠퍼스를 중심으로 동과 서를 단일교통망으로 연결하는 멀티캠퍼스 체제를 확립할 수 있었다. 대학본부는 신캠퍼스에 인원을 배치하기 위해 학문단위가 재조정될 필요가 있음을 밝히면서 학문단위 구조조정의 정당성을 역설했다.

  당시 하남캠퍼스는 4년이 지나도록 첫 삽을 뜨지 못한 상태였지만, 본부는 ‘멀티캠퍼스’라는 명분 하나로 구조조정을 밀어붙였다. 이후 대학본부는 2011년과 2013년 총 5개 학과를 폐과하는 구조조정을 진행했는데, 이는 2010년 구조조정안의 연장선일 뿐이었다.[각주:7] 당시의 구조조정 또한 절차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채[각주:8] 일방적으로 구성원들에게 의사가 전달됐고, 이에 대한 반대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발전’을 향한 두산의 불도저식 대학개혁에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이 민주적으로 수렴될 기회는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중앙대에 기업식 논리를 적용하려는 그의 개혁 드라이브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국내대학 최초로 ‘교수 연봉제’를 도입하여 교수의 연구·교육성과에 기초하여 등급을 매기고 차등적으로 임금을 부여했다. “기업인들에게 ‘중대 애들 뽑아놓으니 숫자는 좀 알더라’라고 평가받는 것이 내 목표”[각주:9]라고 밝힌 그의 교육철학에 따라 ‘회계와 사회’가 교양필수로 지정되었으며, 2009년부터 모든 과목에 엄격한 상대평가가 도입돼 하위 5% 학생들에게 D학점을 의무적으로 부과했다.[각주:10] 또한 그 해에 독보적인 강의 내용으로 학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왔던 진중권 독문과 겸임교수가 해임되는 반면,[각주:11] 당시 친이명박계였던 이재오 국회의원은 모교로부터 박사학위를 받고 초빙 교수로 위임되기도 했다.

 

감칠맛 나는 본·분교 통합

  2011년 2월 박범훈 전 총장의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임용은 중앙대에 또 다른 전개를 예고했다. 그가 수석으로 임용된지 한 달 만에 교육부는 ‘본·분교 통합’ 관련 규정을 마련하는 ‘대학설립·운영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4월 중앙대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본·분교 통합 신청을 결의했으며, 해당 규정이 개정된 직후 교육부에 통합 신청서를 제출했다. 8월 중앙대는 전국 대학 중 최초로 교육부로부터 통합을 승인받았고, 안성캠퍼스가 본교로 인정되어 다음 해부터 서울과 안성의 학적 구분 없이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됐다.

  교육부는 중앙대에 본·분교 통합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기존 교지확보율 유지’라는 단서를 내걸었다. 조건에 따르면 서울캠퍼스의 정원을 더 늘리면 증가한 인원만큼 교지를 더 확보해야 했다. 교지확보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율적인 정원 조정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었다. 교육부로부터 서울캠퍼스와 안성캠퍼스의 땅을 하나로 묶는 ‘단일교지’ 승인을 받으면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었다. 당시 서울캠퍼스 는 교지확보율이 채 40%가 되지 않았지만, 교지확보율이 300%가 넘어가는 안성캠퍼스와 단일교지로 묶이면 교지확보율은 100%를 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교육부가 내건 본· 분교 통합 조건은 무의미한 것이 돼버린다.

  본·분교 통합 승인을 받은지 1년이 지난 2012년 12월, 본부는 교육부로부터 단일교지 승인을 허가받았다. 이에 따라 대학본부는 서울캠퍼스의 정원을 늘렸을 때 치러야 하는 수백억의 교지 확보 비용을 절감했을 뿐만 아니라 안성캠퍼스의 인원을 자유자재로 서울캠퍼스에 이전시킬 수 있게 됐다. 2014년 서울캠퍼스의 모집정원은 2,903명에서 3,265명으로 362명의 신입생이 추가로 선발되는 반면, 안성캠퍼스의 모집정원은 1,715명에서 1,353명으로 줄어들었다.[각주:12] 단일교지 승인이 되지 않았다면 이런 식으로 모집정원을 조절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이번 단일교지 승인은 대학본부가 안성캠퍼스를 매각하고 멀티캠퍼스를 수립하는 계획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멀티캠퍼스가 건립되면 기존에 안성캠퍼스에 있었던 인원을 신캠퍼스로 이전하기 더 쉬워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 전 총장의 비서관 취임 이후 중앙대가 이렇게까지 ‘감칠맛 나게’ 일이 잘 풀리는 것에는 어딘가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비리가 미래다

  그리고 올해 사건이 터졌다. 중앙대가 교육부로부터 단일교지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박범훈 전 수석이 교육부에 외압을 넣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3월 27일 검찰은 비리 혐의와 관련해서 중앙대에 압수수색을 시행했고, 박 전 수석을 소환조사한 이후 5월 22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하였다. 검찰은 또한 박 전 수석이 중앙대에 특혜를 주는 과정에서 두산그룹과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다고 판단, 박용성 전 이사장을 뇌물공여혐의로 5월 22일 불구속 기소했다.

  본·분교 통합 당시 교육부는 서울캠퍼스의 교지확보율 유지를 조건으로 통합을 승인했다. 하지만 2012년 서울캠퍼스는 기준치인 39.9%에 1.7% 모자란 38.2%의 교지확보율을 기록했으며,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다음 해 입학정원 모집이 정지되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 상황에서 박 전 수석은 중앙대가 행정제재를 피해가도록 교육부 과장에게 압력을 행사했다. 박 전 수석의 요구에 따라 교육부 임원은 ‘정원 190명을 안성캠퍼스로 옮겼다가 단일교지 승인을 받으면 서울로 다시 올린다’[각주:13]는 편법을 학교에 알려주었다. 대학본부는 전산실 직원을 동원해 소속 교수가 안성캠퍼스에서 강의한 것처럼 문서를 위조하고 멋대로 서명까지 해 교육부에 인원을 축소 보고했다.

  비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2년 11월 대학본부가 교육부에 ‘단일교지 승인’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박 전 수석은 교육부 직원들을 수시로 청와대에 불러들여 중앙대에 특혜를 주도록 압박했다. 당시 중앙대를 심사했던 사무관이 중앙대가 정원 190명을 허위로 이전한 사실을 파악했지만, 이는 상부에 의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박 전 수석은 직접 해당 사무관에게 전화를 걸어 "너희끼리 일하는 것이냐. 이렇게 하면 본부에 근무하기 어렵다."[각주:14]는 내용으로 외압을 가하기도 했다. 단일교지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두 캠퍼스가 동일한 지방자치 내에 있거나 반경 20km 내에 있어야 했지만, 중앙대는 두 기준을 모두 만족하지 못했다. 하지만 박 전 수석은 교육부 대학설립심사위에 안건이 상정되기 전 부정적인 내용을 제거하도록 압력을 넣었고, 결국 중앙대의 단일교지 승인은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중앙대가 단일교지 승인을 받은 바로 다음 날 단일교지 승인에 반대했던 교육부 직원 2명은 지방으로 좌천되었다.

  이에 대해 박 전 수석은 정부의 대학자율화 정책을 충실하게 시행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지만, 그가 청와대 재직 당시 틈틈이 박용성 전 이사장에게 ‘중앙대는 내가 최선을 다해서 챙기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되었다. 검찰은 둘 사이 모종의 뒷거래가 있음을 파악하고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 조사 결과 박 전 수석은 두산그룹으로부터 2011년부터 4년에 걸쳐 1억 원어치의 뇌물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그는 두산그룹 계열사로부터 자신이 설립한 중앙국악예술협회와 뭇소리재단에 18억여 원의 후원금을 받기도 했다. 수석 임기를 마친 그는 2013년 두산엔진의 사외이사로 선임되었는데, 해당 분야에 전문적 지식이 없는 인사가 이사로 선임된 것은 부적절하다는 점에서 ‘전관예우’ 차원의 특혜가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다.

 

좌초된 신캠퍼스안

  두산그룹이 중앙대를 인수하고 난 이후 의욕적으로 밀어 붙였던 ‘신캠퍼스 추진’은 당사자들 사이에서 합의를 찾지 못 하고 최종적으로 무산되었다. 하남시에서는 중앙대가 요구하는 만큼의 재정을 지원해줄 수 없다는 이유로 중앙대가 제출한 건립안을 수용하지 않았으며, 올해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하남시장이 “현행법상 안성캠퍼스를 통째로 하남으로 옮기려는 중앙대 유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각주:15] 지지부진한 하남캠퍼스의 대안으로 나온 검단캠퍼스 또한 부동산 불황으로 인해 사업참여 의사를 밝힌 업체를 찾지 못한 상태로 시간을 질질 끌었다. 결국 올해 5월 8일 대학본부가 인천시에 검단캠퍼스 조성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공문을 보냄에 따라 신캠퍼스 추진은 사실상 무산됐다.

  대학본부의 멀티캠퍼스 구상에 따라서 학문단위 구조조정이 진행되었고, 많은 인원들이 안성캠퍼스에서 서울캠퍼스로 이전했다. 그동안 서울캠퍼스는 포화 상태가 되었고, 이와 반대로 안성캠퍼스는 공동화 현상이 초래되었다. 대학본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신캠퍼스 사업은 말만 번지르르했을 뿐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이에 eo한 피해는 온전히 학생들이 짊어져야 했다.

 

피해는 학생들에게

  멀티캠퍼스 추진이 실패하면서 캠퍼스 간 인원 불균형의 문제가 발생했고, 서울캠퍼스에 인원이 집중되면서 공간부족 문제가 지속되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대학본부는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니 310관이 지어지기까지는 함께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각주:16]는 입장만을 반복했을 뿐이다. 공간부족으로 피해를 보는 학생들에게 310관은 항상 '만병통치약'처럼 제시되었지만, 1,150억 원이 들어가는 건설비용은 대학에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올해 대학본부가 건축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쓰여야 할 발전기금을 구성원과 기부자의 동의 없이 건설기금으로 전용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각주:17]

  두산그룹이 대학을 인수하면서 학내 신축 공사가 늘어났고, 이에 따라 학교의 재정 요건이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대학교육연구소에서 2009~2014년 중앙대 예·결산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두산그룹이 중앙대에 출연한 금액은 총 1,580억 원이지만 같은 기간 두산건설이 ‘독점 수주’한 중앙대의 공사 매출액은 총 2,457억 원이다.[각주:18] 이것은 공사비 중 두산그룹이 출연한 금액 이외의 몫을 중앙대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본 조달이 한정된 상황에서 짧은 기간 안에 건물을 무리하게 지으려다 보니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학알리미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중앙대의 부채비율(고정부채/순자산)은 10.53%로 서울 소재 4년제 사립대 중 세 번째로 높다. 또한 상환 기한이 1년 이상인 고정 부채는 2007년 10억 7,000만 원에 불과했으나 2013년 562억 3,000만 원으로 급등했다.[각주:19] 공사비 중 일부는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부담됐다. 대학본부가 올린 2014·2015년 대학회계 예산서를 살펴보면, 2014년에 2,599억 원의 등록금회계에서 281억 원이 2차 기숙사 신축 목적으로 지출됐다. 그리고 2015년에는 2,500억 여 원에서 250억 원이 310관 신축 목적으로 지출될 예정이다. 이에 반해 건설비에서 재단이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바는 낮은 편이다. 학교 예산 자료에 따르면, 재단은 2013년 건설공사 지출의 8%(30억 원), 2014년 15%(98억 원), 2015년 16%(86억 원)로 극히 일부만을 충당하고 있다.[각주:20] 또한, 본부가 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차입한 부채의 원리금 상환이 대부분 학생들의 등록금회계에서 지출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었다.

 

투명하지 못한 교비회계

  문제가 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언론 보도에 의해 대학본부가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4월 16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본부는 2009~2015년 학내 편의시설 임대수익 203억여 원을 교비 회계가 아니라 법인회계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각주:21] 학교 법인의 회계는 교비회계와 법인회계로 구분되는데, 교비회계의 주 수입원은 등록금이다. 사립학교법 29조 6항에 따르면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이나 재산은 다른 회계에 전출할 수 없도록 돼 있다.[각주:22] 그리고 박 전 수석이 총장에 재직하고 있었던 2008년에 우리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선정하면서 받은 기부금 명목의 100억대 금액을 교비회계가 아닌 법인회계로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립학교법상 법인이 부담해야 할 법인사무처 파견 직원에 대한 급여가 교비에서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본부는 학내 편의시설 임대수익을 법인회계에서 ‘경상비전입금’으로 전출한 뒤 교비회계로 이전했다고 답했다. ‘경상비전입금’은 법인이 대학에 지원하는 인건비, 관리 운영비 등의 비용을 말하는데, 2008년에서 2014년까지 재단 은 총 391억 원을 경상비전입금으로 지출했다. 하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은 원래 교비회계로 처리됐어야 할 임대수익이며, 우리은행 기부금 중 일부가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각주:23] 경상비전입금이 부풀려짐에 따라 전입금 중 법인이 순수하게 부담한 비중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게 되었다.

 

비록 사퇴는 했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문제들의 법적인 책임은 박범훈 전 총장의 구속과 박용성 전 이사장의 불구속 기소로 마무리됐다. 박 전 이사장이 사퇴한 이후 5일이 지난 4월 27일, 이사회는 김철수 전 세종대 총장을 새로운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그는 과거 세종대 총장 재직 당시 각종 사학비리에 연루되어 2005년 총장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가 이사장에 선임되자 과거 교육부로부터 징계를 받은 전력이 논란이 됐지만, 본부는 ‘이사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중앙대를 잘 이끌어나갈 분으로 선임했다’는 입장을 밝혔다.[각주:24]

  박 전 이사장의 사퇴 이후에도 이사장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는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위에 있는 표를 살펴보면, 현재 중앙대의 의사결정은 이사장 1인 독재를 용인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학교 정관상 이사는 이사회가 선임하고 이사장 또한 이사회에서 선임하는 구조로 돼있기 때문에 여전히 두산그룹 중심의 대학운영이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과거와 같은 일이 반복되더라도 그것을 막을 대책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상당히 문제적이다.

  대학을 운영하는 주체는 개인이 아니라 학교법인이며, 학교법인은 이사장 개인의 사유재산이 아니라 교육을 위해 사 회적으로 출연된 공적 재산이다. 대학운영이 민주적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느 한쪽이 주도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아니라, 학내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그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

  스승의 날이었던 5월 15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던 박 전 이사장 앞에 ‘박용성 이사장님 사랑합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그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준 두 명의 학생들이 있었다. 이들은 이사장이 언론에서 부정적인 측면들만 비춰지는 게 안타까웠다고 말하면서, 잘못한 것은 당연히 벌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이사장 덕분에 건물이 새로 지어지고 생활 공간이 넓어져 학교가 발전할 수 있었다고 대답했다.

  스승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것의 본질적인 의미는 곧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사람’에게 존경을 표하는 것이다. 그동안 박 전 이사장의 행적을 돌이켜보았을 때, 그에게 존경을 표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그와 함께했던 지난 7년은 ‘발전’의 시간이었다. 모든 구성원들이 곧 발전할 ‘초일류대학’의 미래를 꿈꾸었고, 이것에 대해 제동을 거는 사람들은 천원재단의 시절이 그리운 과거지향적인 사람들로 매도됐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균형을 맞춰 줄 세력이 부재함에 따라 대학본부는 범법 행위를 저지를 만큼 ‘발전’에 집착했으며, 그것의 폐해는 다시 구성원들에게 돌아오고 있다. ‘학문의 자유’를 추구하는 대학과 ‘최대한의 이윤’를 추구하는 기업의 목적이 더 이상 화해할 수 없음이 밝혀진 지금,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구성원들의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때다.

 

  1. <경향신문>,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목 쳐달라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 2015.04.21. [본문으로]
  2. 학사행정은 학교의 장의 고유권한이므로 학교법인 이사장이 학사행정에 개입하는 것은 사립학교법 위반이다. 현행 사립학교법 20조 2항에 의하면 “학사행정에 관하여 당해 학교의 장의 권한을 침해하였을 경우” 관할청은 해당 임원의 취임 승인을 취소할 수 있다. [본문으로]
  3. 대학교육연구소, 「두산 중앙대 인수 파장과 문제점」, 2008.06.13. [본문으로]
  4. <시사투데이>, 「두산, 중앙대 인수 편법 매매 의혹」, 2009.06.29. [본문으로]
  5. <시사주간>, 「두산그룹,'1200억원 수림재단 출연한 이유' 재조명되나?」, 2015.04.03. [본문으로]
  6. 박 전 이사장이 보낸 이메일에서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 모든 걸 처리한다”라는 문장이 포함되어 있다. [본문으로]
  7. 2010년 초안은 가족복지·아동복지·청소년학과가 사회복지학부 아래 ‘인간발달·가족학’으로 통합되었고 민속학과는 역사학과로 통폐합되었으며 가정교육과는 폐과되었다. 추가적인 논의 이후 발표된 최종안에서는 기존에 인간발달·가족학으로 통합되었던 학과들은 사회복지학부 아래 가족복지, 아동복지, 청소년학과로 구성되었고 비교민속학과는 아시아문화학부 아래 재편되었으며 가정교육학과는 사범대학 아래 존립하였다. 하지만 2011년 대학본부는 교사 임용 축소를 이유로 가정교육과를 폐지했고, 2013년에는 가족복지, 아동복지, 청소년학과, 비교민속 학과를 전공 선택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폐지했다. [본문으로]
  8. 당시 본부는 구조조정안에 대해 대학평의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거나 심의 거부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학칙개정 시 구성원들에게 20일 동안 공고해야 하는 의무 또한 지키지 않았다. [본문으로]
  9. 9 <월간조선>, 「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학교에 대해 무슨 규제가 이렇게 많은지...’」, 2008.11 [본문으로]
  10. 중앙대는 2016년 신입생부터 F학점을 제외한 학생들에게는 재수강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본문으로]
  11. 대학본부는 “겸직 기관이 없다는” 이유로 진 교수의 재임용을 거부하였지만, 이는 이미 사문화된 규정으로서 3번간의 재임용에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진 교수는 정권과 재단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계속해서 펼쳐왔다는 점에서 이에 따른 보복성 인사조치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본문으로]
  12. 또한 대학본부는 재정지원사업을 받기 위해 감축해야 할 185명의 정원을 본·분교 통합 때 미리 ‘파킹’해두었던 안성캠퍼스 정원에서 감축하는 섬세함도 잊지 않았다. 본부는 본·분교 통합의 승인 전제 조건인 유사·중복학과 통폐합을 위해 2012년도 안성캠 경영·경제대 일부학과를 모집 중지하였고, 남은 인원을 안성캠 내 다른 학문단위에 조정·배치하였다. [본문으로]
  13. 또한 대학본부는 재정지원사업을 받기 위해 감축해야 할 185명의 정원을 본·분교 통합 때 미리 ‘파킹’해두었던 안성캠퍼스 정원에서 감축하는 섬세함도 잊지 않았다. 본부는 본·분교 통합의 승인 전제 조건인 유사·중복학과 통폐합을 위해 2012년도 안성캠 경영·경제대 일부학과를 모집 중지하였고, 남은 인원을 안성캠 내 다른 학문단위에 조정·배치하였다. [본문으로]
  14. <연합뉴스>, 「박범훈 압박에 중앙대 조사 공무원 5일만에 지방 좌천」, 2015.05.24. [본문으로]
  15. <연합뉴스>, 「박범훈 압박에 중앙대 조사 공무원 5일만에 지방 좌천」, 2015.05.24. [본문으로]
  16. <중대신문>, 「학생은 교육 서비스를 사는 고객이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2014.03.30 [본문으로]
  17. <한겨레>, 중앙대 발전기금→건설기금 전용…“박용성 이사장 지시라고 들었다”, 2015.05.07. [본문으로]
  18. <한겨레>, 「중앙대, 건물공사 두산 몰아주고 등록금으로 빚 갚기」, 2015.04.03. [본문으로]
  19. <한국대학신문>, 「중앙대, 법인책무성 ‘나몰라라’ 교육여건 ‘더 열악해졌다’」, 2015.04.17. [본문으로]
  20. 중앙대 교수 비대위 출간 <중앙대 세 가지 현안 토론을 위한 자료집>, 2015.05.18. [본문으로]
  21. <한겨레>, 「학교 돈이 법인으로 ‘줄줄’…중앙대의 수상한 회계」, 2015.04.16. [본문으로]
  22. 사립학교법 시행령 13조에 따르면 학교시설의 사용료 및 이용료는 교비회계의 세입에 해당한다. [본문으로]
  23. 중앙대 교수 비대위 출간 <중앙대 세 가지 현안 토론을 위한 자료집>, 2015.05.18. [본문으로]
  24. <파이낸셜투데이>, 「김철수 신임이사장, 사학비리 전력 논란」, 2015.05.01.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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