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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19 가을겨울, 77호 <사이버 대학>

동남아시아 한국기업 노동자들과 연대해야하는 이유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0. 3. 31.

국제민주연대 나현필[각주:1]

 

동남아시아에 취업하라는 정부

2015년도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동순방을 다녀와서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중동 진출을 해보세요. 다 어디갔느냐고, 다 중동 갔다고"라고 말한 적이 있다. 청년고용정책을 세울생각은 하지 않고 무작정 중동으로 가라는 이야기나며 당시 야당과 시민들은 이 발언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었다. 흥미로운 것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비슷한 발언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1월에 문재인정부의 대표적인 외교정책인 신남방정책을 총괄하는 신남방정책 특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김현철 전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강연회에서 ”"여기(한국) 앉아서 취직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마세요. 신남방 국가를 가면 '해피조선'입니다"라면서, "국문과 나와서 취직이 안 된다고 여기 앉아서 '헬조선'이라고 하지 마라""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는 한글 시험이 열리는 날에는 시험장이 터져 나갈 정도로 한글을 배우려고 난리다. 그런 학생들을 몽땅 '한글 선생님'으로 보내고 싶다. 거기서는 우리나라가 '해피조선'이다라고 발언했다. 김현철씨는 이 발언으로 사퇴하였지만 한국어 시험을 봐서 취업하러 온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에게 과연 한국은 해피조선인지 물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반대로 동남아시아 지역에 정말 한글선생님말고 어떤 취업기회가 있는지도 묻고 싶다. 물론 많은 한국기업들이 동남아시아지역에 진출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아세안 무역 교역 규모는 1600억달러로 중국에 이어 가장 많은 무역을 하는 곳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 확대될 예정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마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입장에서는 아세안은 반드시 확보해야하는 지역일 것이며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모두 아세안 진출에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는 국면이다. 그러나 과연 그 지역에 진출하는 한국 중소기업의 일자리들이 청년들에게 매력적인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동남아시아에 진출하는 많은 제조업체들은 현지의 저렴한 임금을 노리고 있고, 이에 더해 노동조합의 힘이 약하거나 관련 법규가 느슨한 곳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이 한국에서 주는 것만큼 임금을 줘야하는 한국 청년들을 더 고용할리는 없다. 현지 한국기업에 취업하더라도 한국청년들은 거기서 행복할 수 있을까?

Ⓒ LifePlaza

 

한국어 욕설부터 배우는 노동자들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이하 국제민주연대)’1995년에 만들어진 해외진출기업문제특별위원회'[각주:2]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해외 진출한 한국기업의 인권문제에 대응해왔다. 국제민주연대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한국기업의 해외진출 이후에, 현지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문제가 심각한 지역의 인권현안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싼임금을 찾아 의류봉제업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한국에서의 강압적인 노무관리를 그대로 답습하였다. 여성노동자들에 대한 성추행과 깡패들을 동원한 노조파괴, 강압적인 야근과 아동노동에 이르기까지 각종 인권침해가 발생하였다. 필자가 2000년대 초중반에 문제가 된 한국기업 노동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한국어가 빨리 빨리야 이 X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성추행과 구타 같은 악습들은 거의 사라졌지만 여전히 현지 노동자들은 왜 한국인 관리자들이 모욕적으로 자신들을 대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현지 기업들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필자가 해당 관리자들과 접촉할때마다 느끼는 것이 있는데, 관리자(절대 다수가 50대 이상의 한국남성들)들이 노동자들을 지칭하는 단어는 언제나 애들이다. 물론, 친근감의 표시 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문제가 생겨서 만나게 된 한국의 활동가 앞에서도 거침없이 애들이 게으르다,” “애들이 지나치다라는 표현을 쓴다. 만약 한국에서 단체교섭자리에 관리자들이 노동조합 간부들에게 애들이라고 표현했다가는 난리가 날 것이다.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계약 상대자로서의 존중이 담겨있는 표현을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했다.

이처럼 한국기업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노동조합에 대한 무시와 탄압이다. 한국기업에서의 인권침해 문제가 불거진 지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기업규모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한국기업들은 노동조합을 허용하지 않거나 탄압하고 있다. 일 잘하는 착한 우리 애들을 꼬드겨서 노조를 만들게 한 이른바 노조활동가들 혹은 노동단체에 대한 반감은 말할 것도 없고, 노동조합을 인정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도 무시한다. 일례로 2005년에 필리핀 가비테 공단 지역에서 한국 의류공장에서 노동조합이 설립되었는데, 이 노조는 대법원으로부터 단체협상을 할 수 있는 유일하고 합법적인 노조라는 판결까지 받았다. 그러나 현지 한국기업주는 필자와 한국변호사들과의 면담자리에서 그 판결문을 보지 못했다고 우겼다. , 회사 측 변호사로부터 그 판결문을 송달받았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공장 앞에서 1년 넘게 농성하던 여성 노동자 2명은 어느 날, 괴한들에 의해서 납치당하여 그 회사 측 변호사가 운영하는 보안업체 사무실 앞 도로에 버려졌다.[각주:3]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노조파업에 대한 무력진압에 현지 한국 공관이 개입되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201312월에 캄보디아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 및 시위사태가 발생했을 때,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은 한인회 홈페이지와 대사관 페이스북에 총리에게 일일보고를 하는 국가대테러위원장과 접촉하여 현 상황이 외국인 투자자에게 미치는 깊은 우려를 전달하였습니다. 이로써 주재국 정부당국이 금번상황을 심각히 고려하고 신속히 대처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하였고 실질적인 조치로는 군 및 경찰당국과 우리 업체보호를 위해 긴밀히 협조해 오고 있는 바, 특히 수경사령부에 우리 업체와 동반 방문하여 실상을 전달하였으며 그 결과에 따라 방화나 약탈에 대비하여 군이 카다니아 공단 내 기업 중 우리 업체에 대해서만 직접 보호조리츨 수행하고 있습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노동자들의 시위에 대한 캄보디아 군경의 발포로 노동자 5명이 사망하고, 이와는 별도로 한국기업 약진통상 앞 시위에 캄보디아 특수부대 911공수여단이 시위진압에 나선 사태를 두고 현지 공관이 캄보디아 당국에 군 병력 투입을 요청한 것에 대한 진위여부를 두고 국제사회에 큰 파문이 일어났다.[각주:4]캄보디아 대사관은 직접 캄보디아 당국에 군병력 투입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였으나, 당시 김한수 캄보디아 대사가 경찰이 아닌 국가대테러위원장과 접촉한 점, 그리고 한국기업 앞 시위진압에 군부대가 투입되어 시위대를 해산한 점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고 있다.

미얀마에서도 한국기업의 파업에 한국 공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201534일에 미얀마 한국의류업체인 코스텍인터내셔널(한세실업 소유)E-LAND 노동자들의 파업농성장에 경찰과 용역이 강제 해산에 나서면서 다수의 노동자들이 부상당했다.[각주:5]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미얀마 한국대사관이 미얀마 당국에 파업사태로 인해 한국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미얀마 당국에 법에 따라 조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2016년에 미얀마 한국대사관 관계자를 필자를 비롯한 한국 시민사회 조사단이 만나 한국 대사관의 공권력 요청에 대해서 질의하자,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당시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로 인하여 기업이 물품을 반출할 수도 없었고, 당시 한국인관리자가 공장안에 감금되어 밖으로 나올 수 없는 긴박한 상황으로 파악되어 미얀마 당국에 조치를 요청한 것이라 해명하였지만, 당시 파업에 참여했던 노조위원장은 한국대사관 관계자의 해명에 대해서 노동자들은 한국인관리자들을 감금한 바 없으며, 자유롭게 출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고 반박하였다.

 

이외에도 한국기업이 노동권을 침해하는 사례는 부지기수 이다. 한국기업들이 외국에 나가 현지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모습을 다룬 기사들을 보면 부끄럽다는 한국인들의 반응도 꽤 많다. 그런데 위 사례들에서 한국기업은 그대로 두고 사건이 한국에서 발생했다고 보면 아마 부끄럽다는 반응은 거의 없을 것이다. 노동존중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도 한국도로공사는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요구를 무시하고 있으며,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창조컨설팅이란 업체는 기업들의 사주를 받아 깡패들을 동원해 노조원들을 공격한 바 있다. 경찰은 파업이 일어나면 노동조합에 대한 사법처리부터 거론하지만 부당 노동행위를 저지른 사업주가 처벌받았다는 소식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바로 한국이었다. 산재가 발생해도 누구하나 기업주에게 책임을 묻는 언론을 찾아보기 힘든 곳도 이곳이다. , 한국기업들은 그저 한국에서 하는 것을 그냥 동남아시아에서도 했을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한국기업들의 야반도주와 체불임금이다.

 

공장에 남겨진 노동자들

한국에서는 정부가 체불임금 기업 명단을 발표하기도 하고, 노동부와 경찰이 나서서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한다. 사업주가 사업이 어렵다고 야반도주 하는 사례도 많지 않다. 어쨌든 사법조치를 당하거나 망신을 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동남아시아에서는 어느날 갑자기 기업주가 사라지고 수 백 명에서 수 천 명의 노동자들이 순식간에 실업자가 되는 일들이 일어난다. 이것은 의류봉제업의 특성 때문이기도 한데, 의류봉제업은 설비투자보다는 인건비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사업이 어려워지거나 보다 싼 임금을 찾아 기업주들이 갑자기 기계를 남겨두고 다른 지역이나 국가로 떠나버리는 일이 가능하다. 반대로 노동자들은 기업주가 사라지고 남겨진 설비를 매각해봤자 체불임금을 받기조차 어렵고 그마저도 다른 채권자들에게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인도네시아의 한 한국기업의 경우에는 한국기업주가 현지 한국은행에서 대출을 받고 사라진 후에, 해당은행이 공장을 다른 한국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두고 현지 노동조합이 한국인들끼리 짜고 치는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면서 해당 한국은행 앞에서 시위까지 벌이는 일이 작년에 발생하였다.[각주:6]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은 인도네시아 노동법이 기업이 정리해고를 하거나 폐업할 때,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할 보상금이 너무 높아서 한국기업주들을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인도네시아 법과 규정이 이러하니 신중하게 인도네시아 투자를 고려하라는 교육이나 지침을 받았다는 기업인들은 없다. 투자 수익에만 관심을 두거나, 알았어도 무시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인 것이다. 그나마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힘이 상대적으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보다 강하고 정부가 나름은 기업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지는 않는 환경이라, 해당기업들의 바이어들인 미국과 유럽브랜드들을 국제노동인권단체들과 함께 적극 압박하여 사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국가가 운영하는 노조만 허용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업들에게 유리하다는 베트남에서도 한국기업들의 야반도주가 큰 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한국기업들의 베트남 투자가 활발해지고, 삼성이 베트남 최대의 기업이고, 심지어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의 인기 때문에 베트남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 편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는 한국기업의 야반도주로 인해 고통 받는 베트남 노동자들도 존재하는 것이다.[각주:7]

야반도주 문제가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신남방정책 대상 국가들에서 문제가 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37일에 인도네시아 한국기업 SKB에서 발생한 임금체불 사태를 지적하며, 사태해결을 위해 인도네시아 당국과 적극 협력할 것과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이 현지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을 지시하였다. 대통령의 지시는 정부차원에서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해외투자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문제에 대해서 대통령이 직접 이 문제를 언급하고 대응할 것을 피력한 것이었다.

Ⓒ dau thau

 

한국정부의 대책

해외진출 한국기업 문제에 대응해온 기업과 인권 네트워크[각주:8]는 정부에 이미 수차례 대책 수립을 요구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에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각주:9]을 발표하면서,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계획을 발표하였다. 다음은 해당 내용이다.

 해외진출기업 현지노동자 인권침해 방지 및 예방 노력

 국내외 관계기관과 주요 상황 공유 및 협업체계 구축

 해외진출기업 노무관리 현지 설명회 및 진출 예정기업 국내 설명회 개최

 진출국가별 노무관리 지원자료 발간 및 제공

 정부 기반 구제의 실효성 제고

 NCP관련 OECD 동료평가를 통해 선진국들로부터 오랜 운영경험 벤치마킹

 NCP운영 개선

- 중립적이고 전문성 있는 인사가 참여할 수 있도록 NCP위원 구성의 다양화

- 가이드라인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한 해외 이의제기사건 우수 사례 공유

- 시민사회단체, 사용자단체 등 이해관계자 참여 확대

사실상 대책의 핵심은 국내외 관계기관과 협업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 전부인데, 이러한 부실한 대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지자 현재 정부차원에서 대책이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 있게 나올지는 미지수이다.

정부의 대책에도 언급되었지만 현재도 이 문제와 관련하여 OECD 회원국이기 때문에 설립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한국연락사무소(이하 NCP)[각주:10]가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설립되어 있다. 현재 한국NCP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주도하에 정부에서는 고용노동부와 환경부가 참여하고 있고, 민간위원 4명이 참여하고 있 한국NCP는 정부차원에서 한국기업의 OECD가이드라인 위반 진정을 심의하고 조정절차를 통해 사태해결을 도모하는 기구이다. 그러나 한국NCP200O년 설립 이후에 최근까지 NCP위원 구성에서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참여를 배제해오면서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기업과 해외 진출 한국기업의 가이드라인 위반 진정을 제대로 다루지 않아왔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NCP 민간위원 일부를 선심 쓰듯 노동계와 시민사회출신 인사들에 배정하면서 겨우 몇몇 사례들에 대해 조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설령, 한국NCP에서 한국기업의 가이드라인 이행에 대한 권고가 내려진다 하더라도 기업들이 이를 제대로 이행할지는 미지수이다. 법적 강제성이 있는 절차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런 NCP가 있는 나라도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의류봉제업의 경우, 일본유니클로와 같은 일본 의류브랜드들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크지만 한국은 브랜드의 하청을 받아 직접 공장을 운영하는 한국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한국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전자산업의 경우에도 최근 한겨레가 삼성의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공장의 사례를 보도했듯이 이 지역에서의 노동권과 안전보건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계속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현재 동남아 지역에서는 중국기업의 투자가 제일 활발하고 그만큼 많은 인권문제도 발생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NCP와 같이 문제를 제기할 기구도 없고, 이를 도와줄 중국내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도 부재한 형편이다. 이래저래 한국은 생존을 위해서 동남아시아에서 투자를 확대해야하는데, 중국과는 다른 국제사회의 책임과 일본보다 높은 인권침해 위험을 지니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 공익법센터  APIL

 

동남아시아 노동자들과 연대해야하는 이유

만약 임금 및 노동조건이 같은 상황이라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중국기업과 유럽기업 중에서 어디를 택할지 물어본다면 대부분 유럽기업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계약에 대한 신뢰와 기업문화, 그리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어도 노동조합을 비롯하여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할 시스템이 유럽기업에 더 잘 갖춰져 있을 거라는 판단이 작용하기 때문 일 것이다. 한국 기업은 그렇다면 과연 어떨까? 확실한 것은 한국 내에서도 보장받지 못하는 권리가 동남아시아에서는 절대 보장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기업들에게 쇼핑하듯 싼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골라 이동할 자유는 주어졌지만 노동자들에게는 그런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 것이 세계화라고 불리는 현대 자본주의체제의 특징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 체제에서 일방적으로 기업들이 누리는 특권과 인권침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대책들이 논의되고 도입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이다. 2011년에 유엔 총회를 통과한 이 원칙에 따라 비록 느리지만 세계는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 우리에게 금방 와 닿지는 않지만, 삼성과 LG, 포스코를 비롯한 기업들은 UN이 권고하는 기준에 따라 기업들을 운영하겠다고 홈페이지에 밝히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기업들에게 해외 공급망까지 포괄하는 인권침해방지대책을 세울 것을 강제하려고 하고 있다. 한국정부가 부실하지만 제3차 인권정책기본계획에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인권문제를 거론하는 것도, UN에서 한국기업의 인권침해 대책을 한국정부에 요구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변화가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은 인권의 원칙들을 이야기하고 연대를 조직해온 노동조합과 환경단체, 여성과 성소수자를 비롯한 세계 시민사회의 노력 때문이다.

한국의 시민들이 더 강력하게 의류 브랜드들의 책임을 물을 때, 한국기업인이 운영하는 동남아시아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도 개선될 뿐만 아니라 한국 기업인들도 보다 안정적으로 사업체를 운영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유권자들이 정부에게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기업에 정착시키라고 요구할 때, 동남아시아 여성 노동자들의 인권도 더 보호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더 많은 한국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게 되면, 동남아시아 노동자들과 한국의 노동자들은 공동으로 기업의 사업체 이전 협박에 맞서 생존권을 지켜나갈 가능성도 커지게 될 것이다.

동남아시아 한국기업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에 한국 시민사회가 연대하는 것은 결국 이를 통해 향상된 한국기업의 인권개선이 우리사회에도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여러분들을 위해 이 연대에 동참해주시기를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1.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www.khis.or.kr)에서 2006년부터 상임활동하고 있으며 현재는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khis21@hanmail.net [본문으로]
  2. 당시는 참여연대 인권센터 산하였으며, 2000년도에 국제민주연대가 참여연대에서 분리 독립함. [본문으로]
  3. 이 사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기사 참조. 나현필, “"비즈니스 프렌들리? 국제 망신 당할라", 프레시안, 2008.4.14 [본문으로]
  4. 이 사안은 뉴스타파가 제작한 취재영상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뉴스타파, “캄보디아 비극, 한국의 책임은?”2014. 1.17 [본문으로]
  5. 권정두, “한세실업, 미얀마서 노동탄압 논란국제적 갑질?”, 시사위크, 2015.4.7. [본문으로]
  6. 해당 사례는 2018년도에 정의당 추혜선의원이 국감에서 다루기도 하였다. [본문으로]
  7. 나현필, “베트남가는 문대통령, 한국기업은 야반도주’”, 오마이뉴스, 2018.3.19. [본문으로]
  8. 2013년에 만들어졌으며 현재 공익법센터 어필,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국제민주연대, 민주노총, 민변 노동위원회, 좋은기업센터, 환경운동연합이 참여하고 있다. [본문으로]
  9. 5년마다 정부가 실현하겠다고 약속하는 인권정책계획이다. 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은 법무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www.moj.go.kr/moj/334/subview.do [본문으로]
  10. 홈페이지는 www.ncp.or.kr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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