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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보기/2020 가을겨울, 79호 <비가역: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대학의 미래로 가는 길 위에서 - 중앙대 교수노동조합 신설과 의사결정 구조 변화를 파헤쳐 보기

by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2020. 12. 23.

<79호>, 2020 가을겨울

편집위원 김현경

  올해는 많은 것들이 변하고, 변할 것으로 예측되는 한 해였다. 대학의 의사결정 구조도 큰 변화를 앞둔 것 같다.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주체 하나의 위치가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 교수노동조합이 신설되며 교수사회는 학내 소통에서 이전보다 적극적인 의사 참여와 영향력 증대를 준비하고 있다. 학생사회도 이 변화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왜 그런지 예측하기 힘들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도록 하자.

  중앙대 교수노동조합은 625일에 설립됐다. 교수로 구성된 노동조합은 낯설다. 교수노동조합의 설립이 가능해진 것은 올해 520일부터였다. 기존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교원노조법) 2조는 초고등학교에 종사하는 교원만을 포괄하는 법으로 대학 교수들은 노동조합을 조직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그러나 2018 8월 헌법재판소가대학 교원의 단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며 해당 조항에헌법불합치판결을 내렸고[1], 올해 5 20일에 국회에서 교원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교수노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졌다. 중앙대 교수협의회는 198월부터 교수노동조합 TFT를 꾸려 교수노동조합 신설을 준비했다. 교수들은 대학의 재정 같은 필수 정보로부터 소외되고, 자신들의 임금조차 직원 노조에 위임돼 결정되고 있다며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교수노동조합의 설립이 가능해지자 중앙대 교수노동조합(중교노)은 기다렸단 듯 6 25일에 출범했다.

  주요 의사결정 구조 조직도에 나온 대학평의원회, 개방이사, 감사(특히 추천감사)는 모두 법인을 견제한다.[2] 사립학교에서는 법인의 의사결정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기에 각 주체는 대학의 민주적 운영에서 중요하다. 각 주체의 입지는 학내 사안에 의사가 반영되는 정도를 결정하며, 이는 법인에 대한 견제 가능성의 결정으로 이어진다.

교수사회에서 시작된 학내 지형 변화는 학과 통폐합과 강의 시수 결정 과정, 총장직선제 논의, 법인 견제 가능성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간단히만 살펴도 학생사회와 밀접한 사안들이다. 교수사회와 학생사회는 학내 운영 사항을 합의할 때 공동으로 참여하는 주체로서 상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중교노 설립 외에도 의사결정 구조의 개편을 위한 점진적인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는 지금, 학내 구성원 모두가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의사결정 구조

  변화를 살펴보기 전, 중앙대의 기존 의사결정 구조를 들여다보자. 대학의 주요 사안은 교무위원회, 대학평의원회, 이사회에서 결정한다. 교무위원회는 학사에 관한 중요 사항을 심의하는 곳으로, 총장과 부총장, 교무처장, 학생처장 등 각 행정부처장과 총장이 지명한 부서장이 참여한다. 올해 빈번했던 학사 변경도 이 교무위원회에서 논의됐다.

  대학 발전 계획이나 학칙 개정, 교육과정, 예산 및 결산과 같은 사항은 교무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친 후, 평의원회를 통과해야 한다. 평의원회는 학생, 교수, 직원, 동문 평의원으로 구성된다. 다양한 대학 구성원들이 모두 한곳에 모여 학내 사안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자리이자, 법인의 일방적인 대학 운영을 견제하는 법적 기구.[3] 평의원회에서는 교무위원회에서 도출된 결과를 평의원 간 대화와 논의를 통해 자문하고, 심의한다. 평의원회에서 통과한 안건은 이사회로 올라간다. 다만 평의원회는 심의기구로, 평의원회의 결정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다.

  이사회는 학내 안건을 최종 심사하는 대학 최고 의결 기구다. 이사회는 이사장과 이사로 구성되는데, 이사는 이사회에 출석해 법인의 업무를 심의결정한다.[4] 이사 중엔 이사회가 법인에 유리한 방향으로 학내 사안을 졸속 처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개방이사가 포함된다. 또한 대학 재정과 이사회의 운영을 감찰하는 감사도 이사회에 출석할 수 있다.[5] 이사회는 법인의 예산 및 결산, 정관 개정, 법인 합병 등의 사항을 논의하고, 최종 결정을 내린다. 대학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서 이사회는 평의원회의 결정을 고려해 안건을 심의해야 한다. 사립학교법에서 평의원회 설치를 의무화한 것은 대학 운영에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이사회의 독단적인 운영을 견제하려는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저희 의사는 반영되나요?

유일한학생 참여 기구, 대학평의원회

대학교는 분명 학생, 교수, 직원 이 세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기관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중략) 구성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중앙대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교육정책과 학사 제도를 다루는 교무위원회 혹은 대학운영위원회에 학생 대표가 참석하여 그 의사 결정을 함께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해주시길 요구 드립니다.”

  923일 열린 리더스포럼에서 이인재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전자전기공학부)이 총장단에 질의한 내용이다. 이에 김교성 기획처장은 이미 대학 최종 심의 기구인 평의원회에 3명의 학생 대표가 참여해서, 중요한 결산과정이나 중요한 결정 과정에서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는 있다며 학내 사안 논의에서 학생들의 참여는 평의원회 참석으로 충분하다고 답했다.

  사범대학 이제일 학생회장(체육교육과) 1012일에 개최된 리더스포럼 후속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학사를 진행해왔던 것을 보면 교무위원회에서 결정된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한다며 교무위원회의 학사 협의에 총학생회장의 참석 허가를 재차 요청했다. 하지만 평의원회에서 학생들이 참여하는 기회를 더 활용하면 될 것 같다는 동일한 답변만이 돌아왔다. 이에 이인재 총학생회장은 평의원회에서는 학사와 관련된 결정은 전혀 다루지 않는다며, “교무위원회에 참석해 학생들에게 중요한 학사 관련 내용을 듣는 것만으로도 학생자치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재차 강조했다.

  본부의 대답은 모두 평의원회로 충분하다로 귀결됐다. 대학이 제시하는 대안이 평의원회뿐이라는 것은 학생이 직접 학사, 대학 운영 상황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기회로 평의원회가 유일하다는 것을 시인한 셈이다. 그러나 평의원회의 심의 결과는 강제 구속력이 없고, 회의도 법인 규모의 결정 사항이 있을 때만 열린다. 학교생활과 밀접한 학사 협의는 평의원회에서 다뤄지지 않는다. 학생들의 대학 의사 참여 기회는 턱없이 부족했다.

 

제 역할 못 하는 견제 기관

제7기 평의원회에 교수 평의원이 위촉되지 않은 것이 외부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뉴스EBS

  평의원회는 교내 모든 구성원 대표자가 참여해 민주적인 대학 운영을 상징하는 기구지만 형식적인 심의 절차에 그치곤 했다. 8기 평의원회 의장인 이광호 교수(생명과학과)는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평의원회가 운영된 지 16년이 지났으나, 평의원회가 심의자문한 결과를 본부가 받아들인 적이 한 번도 없다며 평의원회를 유명무실하게 운영해온 본부를 꼬집었다.

  제 기능을 못했을 뿐만 아니라, 2018년부터 올해 2월까지 활동한 제7기 평의원회는 평의원의 숫자 중 절반 가까이가 공석이었다. 7기 교수 평의원을 선출할 당시 대학본부는 몇몇 단과대의 선거관리위원회가 제대로 조직되지 않는 등 선출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여겨 재선거를 시행했다. 하지만 재선거 결정과 그 방식에 대해 본부와 교수협의회 간 의견 충돌이 발생했고, 교수 평의원이 선출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6] 교수 평의원이 없는 반쪽짜리 평의원회는 2년간 운영됐다. 본부는 15명 중 8명의 평의원이 구성돼 과반수를 충족했기 때문에 평의원회의 운영과 심의 결과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여러 주체 간 논의로 학내 사안을 결정하여대학의 민주적 의사결정 실현이라는 평의원회의 의의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교수협의회 측에서 교수평의원을 배제한 제7기 평의원회와 관련해 교육부에 진정서를 넣자, 교육부는 “현재, 중앙대학교 제7기 대학평의원회 구성단위 중교원 평의원이 선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7기 대학평의원회 구성은 완료되었다고 볼 수 없고, 학교 운영 및 교육의 중요 사항에 대하여 심의(자문)의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라며 제7기 대학평의원회는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7] 그럼에도 반쪽짜리 제7기 평의원회는 임기 2년을 채우며 마무리됐고, 8기 평의원회가 올해 4월에 새로 출범했다.

 

변화하는 의사결정 구조

새로운 교수 조직, ‘중교노

ⓒ한국사립대학교수노동조합

  중교노가 등장하기 이전 교수사회를 대표하는 기구는 교수협의회였다. 기존엔 교수협의회만 홀로 운영됐으나 중교노가 설립된 후 교수협의회와 중교노 이 두 기구가 각자 독립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됐다. 교수협의회가 대학 행정에 참여해 정책을 개발하고 본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면, 중교노는 노동자로서의 권리 증진과 노동조건 개선, 조합원과의 연대활동을 주요 골자로 한다. 둘은 독립된 기구이나 교원의 신분보장과 교권 수호 같은 비슷한 목표를 갖기도 한다.

  현재 중교노는 조직 구성을 정비하고 있다. 중교노 방효원 위원장은 1113일에 진행한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중교노의 현황에 대해 교수노동조합으로서 중앙대학교 교수사회를 대표할 수 있는 정도의 조합원은 모집이 되었으며, “1차 모집 후 위원장 선출을 다시 하겠다고 하였기에 지금은 위원장 재선출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위원장 선출이 끝나면 임원진 및 대의원을 구성해 제대로 된 노동조합의 모습을 갖출 것이라며 중교노의 본격적인 활동이 머지않았음을 전했다.

 

노사협의회에 참여하는 교수

  올해부터 교수자들이 노사협의회에 참여하게 됐다. 노사협의회는 노동자 대표들과 사용자 간 협의가 이뤄지는 기구다. 노동 당사자 입장에서 요구사항을 사용자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으며, 노동 환경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진행된다. 노사협의회에서 합의된 내용은 법적 집행력을 지녀 노동자자들의 노동 환경 개선과 이익 보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교수는 사용자인 대학 법인에게 연구와 강의 등의 노동력을 제공한다. 그럼에도 이전에는 직원 노동조합만 노사협의회에 참여할 수 있었을 뿐, 이곳에 교수들의 자리는 없었다.

  교수협의회는 교수들의 노사협의회 참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법인과 본부 및 직원 노동조합에 대응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의 근로 감독관에게 유권해석을 받아낸 후 진정서를 제출했다. 근로 감독관은 현재 노사협의회가 위법으로 구성된 것[8]이라며 노사협의회의 재구성을 통보했고, 본부는 교수 근로자 대표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9] 노사협의회에 교수가 포함되며 노동자로서 교수사회의 입장 전달과 권리 요구가 가능해졌다. 노사협의회 참여는 중교노 신설과 어느 정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교수노동조합은 법적으로 교수가 노동자로 인정을 받게 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교수가 노동자로 공인되며 노동자가 참여하는 자리에 교수를 배제할 근거는 이제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제자리를 찾아가는 평의원회

  4 3, 8기 평의원회가 출범했다. 과반수를 겨우 충족했던 제7기와는 달리 제8기 평의원회는 정족수 15명의 평의원으로 구성되며 완전체가 됐다. 교수협의회가 교수 평의원 선출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과정에 대해 대학본부와 합의를 맺으며 교수협의회 주관으로 선관위를 구성했고,[10] 327일 진행된 교수 평의원 선거로 7인의 교수 평의원이 선출됐다.

“지금까지 평의원회는 법인이나 본부의 경영 및 행정에 대한 법적 명분 제공이라는 수동적인 역할에만 머물러 있었습니다. 8기 평의원회는 구성원의 의견 수렴을 통해 우리 대학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각종 방안을 제시하고, 이 방안들을 실제로 대학운영에 적용하도록 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제8기 평의원회 발족 인사말 속 이광호 의장의 발언이다. 평의원회가 이전과 달리 대학운영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출하고, 그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이광호 의장은 같은 인사말에서 현재까지의 평의원회는 사립학교법과 정관의 규정을 지키는 데 필요한 법적 요식행위의 들러리에 불과했다면서평의원회 운영방식의 개선과 평의원회의 심의, 본부 및 이사회의 자문결과 인정 범위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여평의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제8기 평의원들은 형식적으로 진행되던 기존 평의원회와는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심의가 유의미하게 진행되는지 살피고, 심의하는 안건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79차 임시회의에서는 본부가 첨단분야 박사 증원에 대해 평의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았음에도 교육부 승인을 요청한 게 드러났다. 이인재 총학생회장은심의라는 의미 자체가 어떤 요청 이전에 이뤄져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며 평의원회의 심의 과정에 의문을 표했다. 이광호 의장은 “(평의원회가) 숫자만 보고 그냥 형식적으로 통과하는 데라는 인식이 있는 거 같다. 이번 평의원회는 아마 그런 식으로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김교성 기획처장(사회복지학부 교수)에게 제대로 된 심의자문을 위한 자료를 요청했다. 그리고 자료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안건을 당장 심의할 수 없다고 판단해 추후 재심의를 결정했고, 해당 안건은 제80차 회의에서 재심의를 거쳐 가결됐다. 여전히 평의원회에서 도출된 결과가 이사회의 결정을 구속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한계가 있으나, 평의원회가 제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법인과 본부를 견제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

 

보다 민주적인 이사회를 향해

  개방이사 및 추천감사 선출 과정을 개편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개방이사와 추천감사는 법인의 독단적인 결정을 방지하고 대학 발전에 가장 적합한 결과를 도출하도록 이사회를 이끈다. 이들은 이사회라는 최종 결정 기구에서 법인을 견제할 위치에 있으므로, 대학의 합리적 운영을 위해 대체될 수 없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동안 중앙대에서 개방이사와 감사는 선출 과정부터 법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개방이사는 두산이 법인을 인수한 이후로부터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법인 소속 추천위원들이 추천한 이로 선정되어 왔다. 정관에서 개방이사 추천 방식을 법인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중앙대학교 정관 제24조의3(추천위원회)

① 개방이사 및 추천감사의 추천을 위해 대학평의원회에 추천위원회를 둔다.

② 추천위원회 위원 정수는 5명으로 하고, 그 구성은 다음 각 호와 같다.

1. 법인에서 추천하는 자 2

2. 대학평의원회에서 추천하는 자 2

3. 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하는 자 1

  사립학교법에 따라 개방이사 및 추천감사의 추천위원회는 5명으로 이뤄진다.[11] 추천위원회는 위원장을 호선한 후, 그 위원장이 주재하는 회의 혹은 상호 협의를 통해 선출해야 하는 개방이사의 2배수를 뽑는다. 추천위원회 위원 5명 중 2명은 중앙대학교 법인에서, 1명은 초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회[12]에서 추천한다. 고등학교에는 각각 학교운영위원회가 존재하고, 3개의 학교운영위원회는 고등학교 중 어느 운영위원회에서 추천위원을 뽑을지 회의를 열어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학교운영위원회의 추천위원 선정 과정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이광호 의장은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학교별로 학교운영위원회가 모여 추천위원 선정에 대한 회의를 진행해야 하지만, 그 회의가 없었다고 개방이사 추천위원회의 구성 방식을 지적했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의 추천위원 선정 과정이 불투명한 데다, 추천위원회 위원 5명 중 3명이 법인에 소속된 사람이다.[13] 추천위원회가 선정한 후보는 법인과 가까운 인물일 가능성이 높아, 법인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현재의 추천위원회 운영 방식은 법인의 전횡을 막기 위해 존재하는 개방이사 및 추천감사의 목적을 흐리게 한다.

  다행히도, 최근 여러 주체가 이러한 추천위원회의 문제점을 해결해 개방이사와 추천감사의 실효성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이광호 의장은 제8기 평의원회 발족 인사말에서 중앙대학교 개방이사 및 감사 추천과 관련된 정관의 개정 및 수정을 시도함으로써 학교 법인의 민주적 대학 경영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교수협의회 역시 개방이사 및 추천감사 선임과정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명확해진다면 법적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중앙대의 민주적 운영을 위한 정당한 행보를 지속할 것이라며 개방이사 및 추천감사 관련 제도를 납득가능한 방향으로 고쳐 나갈 것을 분명히 했다.[14]

 

모든 것은 이어져 있다

  올해는 대학 의사결정 구조 변화를 향한 움직임이 활발했다. 교수노동조합인 중교노가 신설되며 교수들의 노동자로서 입지가 확보됐고, 교수들의 노사협의회 참여로 노동 환경에 대한 구체적 요구와 논의가 가능해졌다. 평의원회 역시 여전히 한계는 존재하지만 제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 본부 견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개방이사와 추천감사 선출 방식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중교노 방효원 위원장은 중교노가 대학 의사결정 구조에 미칠 영향을 묻는 중앙문화의 질문에 전체 교수님들의 과반을 (중교노의) 조합원으로 확보하게 된다면, 중앙대학교의 의사결정 구조도 변화가 있을 것이며 학내 민주화도 지금과는 상당히 다르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동시에 지금과 다르게 (학생을 포함한) 전체 구성원의 의견이 폭넓게 수용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교수노동조합이 대학의 소통 지형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중교노 신설은 다른 긍정적인 변화도 이끌어낸다. 교수 노동조합 신설은 교수들의 근로조건 결정권과 노동자로서 입지가 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법인과의 수직적 관계에서 어느 정도 대등한 관계로 발돋움했다고 볼 수 있는데, 권력 구조에서 한 주체의 위치가 달라지는 것은 다른 주체에게도 영향을 준다. 한 주체의 입지 변화는 절대적인 위치에 있던 법인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고, 이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의의도 갖기 때문이다. 결국 교수사회의 변화는 다른 주체인 학생까지 연결돼, 학생들의 의사결정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주체들 간 협업으로 더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탄생시킬 가능성도 커진다.

 

결국 학생사회까지

학습환경의 결정은 당사자의 손으로

  중교노 신설은 학생들의 학과 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법적으로 단체 교섭권을 보장받는 노동조합이 생긴 덕에 교수가취업규칙에 본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15] 교수에게 적용되는 취업규칙에는 1) 강의 시수 확대 조정, 2) 승진과 재임용 기준 상향 조정, 3) 학과 통폐합 및 강제 배치 등이 있다.[16] 강의 시수와 학과 통폐합 내용은 학생의 소속과 학습 환경을 결정한다.

  노동조합이 없던 때 교수들이 본부의 일방적인 취업규칙 개정을 반대하기 위해서는 교수의 과반수를 포함한 모임을 매번 조직하거나, 노동조합으로서의 법적 근거가 없는 교수협의회를 통해 의견을 전달해야 했다. 그러나 중교노 신설로 노동조합이 교수사회를 대표해 단체 협상을 진행하고, 사용자를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할 수 있게 되며 일방적인 취업규칙 변경이 불가능해졌다.[17] 방효원 중교노 위원장은 지금까지 중앙대에서 교수의 근로 조건과 관련해서는 교수들의 의견이 반영된 적이 없다며 중교노 설립 이전엔 법인의 일방적인 취업규칙 변경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방효원 위원장은 중교노 신설 이후엔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본부 측에 교수 근로조건(강의 시수, 업적평가 및 정년보장심사 등)을 교수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재검토해 오지 않으면 지금까지 적용됐던 모든 것들을 단체 협상을 통해 백지화하겠다는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학과 설립 및 폐지에 대해서는 교수들뿐 아니라 학생들의 의사도 직접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 나오고 있다. 평의원회 제80차 임시회의에서는 행정대학원의 지방 행정학과와 보안경찰행정학과를 폐지 후 행정학과로의 통합을 심의했다. 이주은 대학원 총학생회장(동북아학과 박사 과정)학교 측에서 전공 과정 개편을 설명하며 학생들의 의사를 수렴하는 것과 일반대학원 학생회장으로서 학생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차이가 크다며 당사자인 학생들의 의견 반영을 제도적으로 보장하지 않은 채 학과 통폐합을 결정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광호 의장 역시 학생들의 의견과 찬성 내용을 수집한 게 있어야 학과 통폐합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학칙을 통해 학생들의 의견 수렴을 학칙으로 보장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학칙, 운영규정, 시행세칙 등 학과 통폐합 이후 학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함을 언급하기도 했다.

  대학에서 학칙을 근거로 학생들의 의사참여를 요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김교성 기획처장은 해당 요구들에 규정이나 시행세칙에 해당 내용을 담을 수 있는지 고민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답변이 상황을 마무리하려는 형식적인 대응에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개선으로까지 이어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구속력을 지닌 학칙으로 학생들의 의사 참여가 보장된다면 학생들이 본부, 교수자들과 교육 관련 사안을 협의하는 진정한 민주적 대학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내 손으로 뽑는 총장

중앙대학교교수협의회는 오래전부터 총장 직선제를 요구해왔고직선제가 어려우면 최소한 구성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총장선출제 개정을 요구해 왔습니다하지만 교협의 이러한 요구는 이번에도 존중되지 않았고법인은 법인의 입장을 대변하게 될 방식으로 차기 총장을 선임하였습니다이는 중앙대학 구성원 전체의 염원을 무시하는 비민주적 행동입니다.”  - 방효원 교수협의회 회장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를 요구하는 숙명여대 학생들 ⓒ연합뉴스

  총장 선출 방식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총장은 학교의 대표자로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현재 중앙대학교의 총장은 이사회에서 임명한다.[18] 학생, 교수, 직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16대 총장 박상규 교수도 이사회 구성원 중 개방이사를 제외한 이사 9명의 의결을 통해 선임됐다. 방효원 교수협의회 회장은 총장직선제에 대한 교수협의회의 입장과 계획을 묻는 질문에 교수협의회는 총장 선출 제도에 대해 총장 직선제와 구성원의 의견이 간접적으로 반영되는 간선제까지 모든 가능성을 놓고 논의하자고 법인에 요청해왔다고 했다. 의사결정 구조에서 교수들의 영향력이 커진 현재 상황에서 이처럼 교수사회가 총장 선출에 참여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총장 선출 방식이 바뀔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이미 대학가에서는 총장 선출 방식을 학생, 직원, 교수 모두가 참여하는 총장직선제로 바꾼 사례가 많다. 이화여대는 17년도부터 학내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총장직선제를 시행하고 있고, 순천대 역시 19년도 2월부터 구성원들의 직접 투표로 총장을 선출한다.[19] 지난해 연세대 총학생회는 이사회로부터 일방적인 총장선출안을 전달받자, 총장 선출 과정 속 학생 참여 보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끈질긴 협상 끝에 연세대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학생 24명이 포함됐다.[20] 숙명여대도 올해 6월에 학생이 참여하는 총장 직선제를 시행했다.[21] 한국외대는 교수투표에서 총장 후보 선출 개정안이 통과되며 21년에 예정된 총장 선거를 앞두고 총장 후보 선거의 학생 참여가 사실상 확정됐다.[22] 학생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총장 선출 제도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중앙대 학생사회에서도 총장 선출 과정의 개편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1012일에 열린 리더스포럼 후속 간담회에서는 한 학생의 사전 질의로 총장직선제에 대한 총장단의 의견을 물었다. 박상규 총장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직선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1028일에 개최된 중앙운영위원회 공청회에서도 총장직선제에 관한 질의가 나왔다. 공공인재학부 이현수 학생이 총학생회장에게 총장직선제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인재 총학생회장은 직선제가 무조건적인 해답이라고 여기는 것은 편협하다며 총장직선제라는 하나의 방법에 한해 고민하는 것보다는 더욱 폭넓고 다양한 시각을 갖고 고민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현수 학생은 총장직선제를 당장 시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총장직선제가 총장 선출 방법에서 선택 가능한 선택지로 존재해야 한다며 총장 선출에 학생들의 참여와 구성원 간 합의가 필요함을 언급했다. 마침내 총장 선출 방식 개편을 공약으로 내세운 총학생회 선본이 당선되기에 이르렀다. 중앙대 서울캠퍼스 제63대 총학생회로 당선된 <오늘>은 후보자 공청회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학생들끼리 합의한 방식으로 총장 선출 제도의 변화를 이끌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표자 선출에 구성원의 의견 반영이 중요한 이유는 누가 뽑는지에 따라 정책 방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표자 선출 단계에 일부만 참여한다면 선출된 대표자는 결정권을 가진 이들의 입맛에 맞는 정책만 펼칠 가능성이 크다. 신임 총장은 부임할 때마다 굵직한 변화와 혁신이 있을 것처럼 취임사를 내놓지만, 이 혁신엔 대학의 모든 구성원이 포함돼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폐쇄적인 행정과 불통 운영을 견제하기 위해선 학내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총장 선출 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하나의 주체의 힘만으로 총장 선출 방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방효원 교수협의회 회장은 현 교수협의회에서도 수차례 학생회에 동참을 요청하였지만, 학생회에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에 교수들만의 힘으로는 추진이 힘들었다며 총장 선출 제도를 바꾸기 위해서는 학내 여러 구성원의 동참과 협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올해 6월에 학생 참여 총장직선제를 진행한 숙명여대가 변화를 실현시킬 수 있던 배경엔 총학생회의 노숙 농성 등 본부를 향한 학생들의 적극적인 요구가 있었다.[23] 이사회가 독점하던 총장 선출 권리를 해체하기 위해선 학생사회의 참여가 절실하다.

  총장 선출 방식에서 학생사회와 교수사회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같은 목표를 가졌기에 각 구성원 간 협의와 소통이 필수적이다. 의사결정 구조의 변화와 각 주체의 제도를 개편하려는 노력이 더해져 2022년에는 차기 총장 선출 방식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

  몇 가지 사건을 놓고 대학의 의사결정 방식의 변화를 바라보는 건 동떨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단편적인 것처럼 보이는 변화는, 종종 연쇄적인 반응으로 큰 변화를 만든다. 우리가 대학에 속한 다른 주체들의 변화를 살피고 기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이유다.

  민주적 대학 운영은 시대적 요구다. 의사결정 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대학가의 구성원들은 모두 구성원의 의사 반영 보장과 구성원 간 대등한 소통 구조를 목표로 한다. 이는 법적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의 법으로는 대학 내 모든 주체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광호 의장은 대학을 민주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사립학교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며 대학 모든 구성원의 의사 반영과 평의원회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현 사립학교법의 맹점을 국회의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도 국립대학법인 서울대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서울대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서울대 평의원회는 평의원의 90%를 교수가 차지했다. 개정을 통해 이러한 비대칭적인 구조를 벗어나 특정 구성원이 평의원의 과반을 차지할 수 없도록 제한하려는 것이다. 법적 근거 마련은 많은 사람들이 그 필요성을 요구할 때 가능하다. 민주적 대학으로의 발전은 이제 시작이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출발한 대학 지형의 변화가 민주적 결정 구조를 정착해낼 수 있을지 중앙대의 미래가 주목된다.

 


[1] <한겨레>, 전국교수노조, “교수노조 합법화 원년고등교육 공공성 확보를”, 2020. 04. 01.

[2] 감사 중 1인은 추천감사로 이뤄지며, 추천감사는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출된다. 감사는 이사회의 운영과 관련 사항, 그리고 법인의 회계를 감사한다.

[3] 사립학교법 제26

[4] 중앙대학교 학칙 제272

[5] 중앙대학교 학칙 제28

[6] <중대신문>, 대학평의원회, 갈등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2020.04.05.

[7] <교수협의회>, 비민주적 대평선거에 대한 즉각 중지 요청 성명서, 2020.01.20.

[8]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노사협의회는근로자와 사용자가 참여와 협력을 통하여 근로자의 복지증진과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구성하는 협의기구. 여기서 근로자란 근로기준법 2조 정의(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에 속한 자를 말한다. 교수는 2015년 헌법재판소 판결에 의해 근로자임이 밝혀졌고, 고용노동부는 2001년에 사립대학 교수는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9] <교수협의회>, 노사협의회의 구성과 역할, 2020.07.14.

[10] <중대신문>, 2년 만에 대학평의원회 완전체 구성 앞둬, 2020.03.22.

[11] 사립학교법 제144항에 따르면 추천위원회는 5인 이상의 홀수로 구성해야 한다.

[12] 학교법인 중앙대학교에는 중앙대학교 서울안성캠퍼스, 부속유치원, 부속초∙중∙고등학교, 중앙대학교 병원이 속한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 운영의 자율성을 높이고 창의적인 교육을 위해 구성된 기구이다.

[13] 각 단위는 추천위원회 위원으로 해당 단위에 소속된 사람을 추천한다.

[14] <교수협의회>, 교육부공문과 과거를 답습하는 총장, 2020.06.09.

[15] 교수의 노동조건은 1) 근로기준법, 2) 단체협약, 3) 취업규칙, 4) 개별계약 순으로 상위 규약의 적용을 받는다. 노조 설립 이전엔 취업규칙개별계약의 적용만을 받았으나, 노동조합이 신설되며 단체 교섭권이 생긴 덕에 단체협약적용이 가능해졌다.

[16] 중앙대학교 교수협의회 노조안내문 3

[17]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취업규칙의 변경에 대해 근로자의 과반수 혹은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18] 중앙대학교 정관 제312

[19] <숭대시보>, 대학가에 부는 총장 직선제의 바람, 2019.05.20.

[20] <뉴시스>, 연세대, 총장 선출에 학생들 참여대학가 확산될까, 2019.10.13.

[21] <연합뉴스>, 숙명여대 학생들, 총장 직접 뽑는다…6월 총장직선제 도입, 2020.04.24.

[22] <외대알리>, 2020.09.23.

[23] <연합뉴스>, 숙명여대 학생들, 총장 직접 뽑는다…6월 총장직선제 도입, 2020.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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