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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철(중앙대학교 정치국제학과 강사)

2012년 12월 12일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와 이 에 대한 UN 안보리의 제재조치로 시작된 한반도에서 의 ‘반발-제재-도발-제재강화’의 악순환 국면이 지속되 고 있다. 2013년 1월 통과된 UN 안보리 대북제재결의 안 2087호에 반발한 북한은 2월 12일 마침내 3차 핵실 험을 감행했고, 곧이어 UN 안보리는 보다 강화된 대북 제재결의안 2094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북한의 반발은 더욱 심해져 한미 간 키 리졸브 훈련과 독수리 연습을 빌미로 정전협정 무효화, 전시상태 선언, 핵무장 지속, 미 본토공격 위협 등을 공언했다. 미국은 한미군 사훈련 기간 동안 세계 최강의 군사력 투입을 공개하고 한미 양국의 정부 인사들은 매우 강경한 경고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러한 긴장 국면 속에서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에도 불구하고 지속됐던 개성공단마 저잠정중단되고말았다.이과정에서점차강화된남 북한의 강경한 ‘말 vs 말’의 대립이 일상적인 전쟁 위협 에어느정도적응이된한국사회에이전과다른위기 의식을 확산시키는 측면도 있었다. 1

그런데 이를 다루는 언론들의 논조를 보면 북한의 위협적 태도와 행동, 이를 억지하기 위해 한반도에 증 가되는 무기, 우리 사회의 안보불감증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전쟁 자체의 파괴력에 대한 인식과 전쟁방지 를 위한 해법 모색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경향을 보 이고 있다. 현재 위기국면의 원인과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느냐를 따지기에 앞서 전쟁으로 인한 남북한 사회의 파국을막기위해‘평화적수단에의한한반도평화달 성’을 강조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과연우리의안보및국제제도의틀을불안하게만 드는 북한의 위협을 물리력으로 막아내고,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안전을 도모하는 것이 최상의 길인가? 과거 북핵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간의 통로를 갖고 대 화를추구해나갔던방식은더이상우리가추구할방 향이 아닌 것일까? 이러한 상황이 지속·강화된다면 정 말 한반도에는 평화가 오게 되는 것일까? 과연 북한이 이러한 상황에 굴복하고 기존의 정책을 변경하여 한반 도및동북아의안보환경이안정화되고평화의새기 운이 솟을 것인가?

일상화 된 ‘위기 메커니즘’과 분단구조의 ‘폭력성’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여론조사에서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59.7 %(2007)→52.2%(2008)→63.3%(2009)→67.3%(2010) →78.3%(2011)로 변화했다. 수치상으로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보면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진 시점 (2007년)에 비해 이명박 정부의 집권 이후 ‘천안함 사 건’(2010. 3), ‘연평도 포격 사건’(2010. 11)이 발생하는 등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대북 불안의식도 커지고 있 다는것이다.1 북한의제3차핵실험이후실시된한여 론조사(2월 실시)에서는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해 묻는 질문에 76%가 위협적이라고 응답했다.2 이렇게 본다면 북한의 군사 위협이 미치는 사회심리적 영향력이 매우 크지만, 그보다 우리의 대북정책이 어떠한가에 따라, 또 한실질적남북관계의상황에따라적대감내지는거 부감의 정도가 상당히 달라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협 인식은 단순히 북한의 위협적 행위뿐만 아니라 남북관 계의 수준, 대화 가능성과 분위기, 정부의 대북정책 성향 등이 밀접하게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 위기는 주로 북한의 비정상적이고 비합리적인행위의결과로보는것에우리는익숙해져있다.이 것이 진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들의 비정상적이고 비합리 적인 행위가 상대방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표출되고 있 다는 것도 사실이다. 한미 군사훈련이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비한 방어용 훈 련이라고 하더라도, 최신 무기가 집결되어 진행되는 훈 련은 북한에게는 상당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에 대응하는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은 다시 우리에게 위협으로 다가오게 된다. 이러한 한반도 분단구조가 가 지고 있는 ‘위기 메커니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현재의 위기국면은 한반도 분단 구조의 ‘폭 력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지금껏 분단은 우리 사회 에 안보 우선의 논리와 편향된 이념적 지향을 중심으로 한 물리적, 구조적, 사회적, 정신적, 상징적 폭력 등 다양 한 폭력성을 생산해 왔다. 북한 사회에서도 반미와 전 쟁위협, 주체사상 등으로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와 유사 한 폭력성을 안기고 있다. 남북한 주민들의 한반도에서 평화롭게 살 권리를 중대하게 침해하고 있는 이 상황을 ‘평화권’ 차원에서 문제시할 필요가 있다.

‘신 우경화 경향’ : 신자유주의적 삶의 방식과 결합된 분단 구조의 ‘기형적 산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근거없는 유언비어와 함께 무책임한 ‘전쟁불사론’이 온-오 프 라인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극우 성향 누리꾼들의 집합소인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는 전쟁의 필연성을 주장하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3 다른 한 편에서는 아직 소수로 추정되지만 북한을 추종하는 소 위 ‘사이버 종북세력’이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사상·이념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으며 패권국인 미국과 맞서는 작은 나라,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통해 군사강 국을 추구하는 것에 매료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통 일이후북한의핵무기는우리의것이라는주장을피 력하기도 한다.
양쪽의 모습은 극단적인 극우주의나 민족주의 관 점에서 ‘신냉전적 우경화’, ‘탈이념적 우경화’의 경향을 보이고있는것으로해석할수있을것이다.이들우경 화는 기존의 좌우 이분법과 이념적 스펙트럼에는 포착 되지 않는 과거와는 다른 우경화이다. 이러한 우경화 경향은 신자유주의적 삶의 방식과 결합된 분단 구조의 ‘기형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을 신자유주의와 결합된 분단구조의 기형적 산물로 여기는 것은 이들이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호불호보다는 생존을 위한 경 쟁이라는 신자유주의의 전쟁 같은 삶의 방식 속에서 분 단을 냉소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안보불감증’도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국가안보의 관점에 서국가가안보를위해모든사회적문제해결을뒤로 미루면서 일심단결을 요구하는 가운데 대부분 국민들 의 일상은 신자유주의적 삶을 영유하면서 힘겨워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재현되는 한반도에서의 전 쟁 위기를 인식하면서도 정작 그들 일상은 하루하루가 총성 없는 전쟁과 같은 삶의 연속이다. 더구나 현대전은과거와달리전쟁을피해피난을가는것도어렵다. 우리 국민들은 한반도 위기와 전쟁의 위협을 인지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또 다른 일상의 전쟁을 치루면서 분단 구조를 회피하거나 냉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분단과 전쟁에 대한 냉소적 이성은 위기의 불감증이나 분단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힘겨운 삶과 일상 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나아가 젊은 세대들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과 회의 론 확대도 마찬가지다. ‘88만원 세대’,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 ‘루저’로 전락할 공포를 안 고 사는 이들에게 희망적인 통일한국의 미래비전을 제 시한다고 해도 현재 삶의 공포가 미래비전을 압도함으 로써그설득력이떨어진다고할수있다.이들에게기 성세대가 갖고 있는 확고한 통일관과 안보관을 요구하 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인 것이다. 통일에 무관심한 젊 은 세대의 인식을 기성세대의 통일관으로 재단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젊은 세대들에게 기성세대의 통일관은 당위성만 강조하는 관념적이고 규범적인 통일관일 수 밖에 없다.

한편, 북한 당국은 핵무기를 민족의 심장이라고 하 면서 ‘김일성 민족주의’와 결합시켜 핵무기 보유를 합리 화하고, 미 제국주의에 의한 전쟁 위협으로부터 민족을 보위하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북한의 권력 엘리트 들은 체제의 존속과 자신의 기득권을 위해 ‘민족’을 볼 모로미제에의한전쟁위협에대한증오의확대와함 께 핵보유를 합리화 하는 논리를 펼치고, 이를 주민들 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들에 의하면, 정보의 통제속에서당국의논리를대부분북한주민들이받 아들이고 핵보유를 자랑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 다. 또한 경제난으로 인한 일상의 어려움 속에서 북한 주민들은 전쟁이 나서라도 세상이 뒤집혔으면 하는 자 포자기식의 바람을 갖기도 한다.4 북한에서도 ‘미제에 의한 핵위협과 전쟁공포’로부터 민족을 지키고 있다는 또 다른 분단의 기형적인 국수주의와 민족주의를 (재)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남남갈등’: 사회 제반 모순을 숨기는 이념 논쟁

다시 한국사회의 문제로 되돌아 와서 ‘남남갈등’의 문제를 살펴보자. 개성공단 잠정 중단 이후 우리 정부 의대화제의와이에대한북한반응의상호작용속에 서 우리 정부는 북한에게 “우리 사회의 남남갈등을 조 장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언론에 의해 제기되었 던 남남갈등이라는 용어는 통일·북한문제와 관련한 이 데올로기적·정책적 대립을 의미했다. 남남갈등은 반공 을 기반으로 한 냉전적 사고와 탈냉전적 사고의 대립,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여부를 둘러싼 갈등으로 표현됐다. 그런데 이러한 남남갈등은 이데올로기적·정 책적대립을넘어지역감정과계급및세대간갈등,그 리고 국내정치의 역학관계가 중첩적으로 맞물려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남남갈등은 이데올 로기적 대립을 넘어 지역·계급·세대 간 갈등을 표출하 고 있었으며, 이에 대한 국내정치 세력들 간의 정쟁(政 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남한사회의 갈등은 지역·계급·세대 간 대립이 중첩 되어 사회 각 분야에서 매우 복잡하게 표출되고 있다. 특히지역간,계급간,세대간갈등은보수적인기득권층의 위기의식을 확산시켰다. 다른 한편으로는 제국 주의, 반공 이데올로기, 군부, 재벌 등 많은 상대와의 싸 움을 전개해 왔던 이른바 진보세력도 자신들의 모습을 뒤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통일·북한문 제와 관련해 남한사회를 시대착오적인 좌우 이념논쟁 으로 몰아가고 있다.

한편에서는 남남갈등은 남한사회의 민주화 과정에 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문제라고 지적한다. 즉, 민주주 의 제도의 정착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 는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사회를 주도했던 기득권층 과새로운세력의부상과대립은기존인식과제도와 의 마찰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마 찰이 지나쳐 사회적 갈등 비용을 증가시키지 않도록 제 도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가 서로의 이해관계를 존중하며 협상을 통해 해결 책을 도출하는 관용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해결책 을 제시하기도 한다. 관용은 자신의 생각이 모두 옳지 는않다는전제아래이성적인토론과설득으로다른 사람과의 합의점을 찾아가고, 극단을 부정하며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할 때 비로소 실천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용은 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 립될 때는 발휘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좌우 이념논 쟁은 정치·경제·사회 전반의 모든 문제를 단순화시킨 다.단지선과악의대립만이존재할뿐이다.결국복잡 해진 남한사회의 제반 문제는 통일·북한문제와 관련된 이데올로기 대립 속에서 부차적인 과제로 전락해 버리 고, 관용보다는 경제적·물리적 힘으로 상대를 억압하 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대화와 타협은 첨예한 자신의 이익 관철을 요구하는 양 극단을 부정하 고 극복할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 제반의 모순을 감추려는 시대착오적인 이념 논쟁의 가 면을 벗겨야 한다.

특히 남한사회에서의 이데올로기 대립은 반공과 종 북의 논쟁 속에서 안보의 불안을 확대시켜 대중들을 공포에 휩싸이게 한다. 보수적인 기득권층은 지난 반세 기 동안 이루어진 반공교육 속에서 남한 주민들의 ‘레 드 콤플렉스’를 적절히 활용해 왔다. 물론 탈냉전적 사 고의확산속에서레드콤플렉스효과가반감된것은 사실이나, 앞서 언급했듯이 분단구조의 기형적 산물도 양산해내고있다.이에따라힘겨운일상속에서국민 들로하여금좌우이념논쟁의옳고그름을가리기이 전에 분단 구조와 갈등에 무관심하거나 냉소하게 만들 고있다.어떻게보면이는곧보수적인기득권의현상 유지에유리한조건을마련해주는것이라할수있다. 따라서 보수적인 기득권 세력은 이념논쟁을 끊임없이 제기하고 나서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남북한의 기득권 세력은 ‘안보’를 명분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위기 메커니즘’을 유지·생산하는 명분을 지 속적으로 상대로부터 제공받고 그것을 합리화하고 있 다. 그리고 일상화된 분단 구조의 작동 속에서 남북한 주민들의 삶의 방식과 결합되어 현재 예외적이고 기형 적인 인식과 행위를 생산하고 이를 일상화함으로써 분 단 구조를 고착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분 단 구조가 존재하는 방식, 현재 전개되고 있는 한반도 의 군사적 위기가 분단 구조를 새로운 방식으로 번역해 나가고 있는 것을 포착하고 해석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삶과 결 합된 분단구조에서 파생된 부산물과 이 속에서 가려진 사회적 모순을 밝혀내고 해결하기 위한 지적 재구성 작 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상화된 한반도 위기를 읽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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