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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아(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3개월 전 폐업방침이 발표되고 난 후 불거졌던 진주 의료원 사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 글을 쓰는 현 재 5월 말까지 휴업기간이 연장된 상태로 진주의료원 정상화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앞으로 도의회에서 의 료원해산을가능하게할조례개정안처리를앞두고 있다니 진주의료원 사태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가늠하 기 어렵다. 결국엔 폐업을 강행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 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진주의료원이 어떻게 되느냐는 향후 전국의 다른 지역의료원의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대부분의 지역의료원이 적자로 운영되고 있다니 진주의료원이 적자를 이유로 폐업이 된다면 이는 다른 지역의료원의 미래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진주의료원 사태를 어떻게 볼 것인가? 진 주의료원 폐업은 지난 2월 26일 윤한홍 경상남도 부지 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폐업결정을 발표하면서 공식화되 었다. 그 당시 폐업의 가장 주된 이유는 적자였는데, “매 년 40~60억 원의 손실을 보는 진주의료원이 현재 300 억 원의 부채를 안고 있어 폐업이 불가피하다”라고 폐 업방침의 이유를 밝혔다고 한다.1 기자회견 이후 엄청나 게불어닥쳤던비난여론으로인해폐업의이유가적 자운영에서 강성노조로 다소 옮겨갔지만 적자운영은 아직도 공고하게 진주의료원 폐업의 근거로 활용된다. 더구나 신문보도에 따르면 진주의료원은 지난 몇 년간 임금동결상태였고 7개월 이상 체불임금이 있었다고 하 니2 강성노조는 좌파라는 이름을 덧씌워 여론을 유리 하게 만들려했던 치사한 전략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만에 하나 강성노조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강성 노조의 존재가 지방의료원 폐업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결국 진주의료원 폐업은 홍준표 지사의 정치적 노림수라는 지적3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가운데 진주의료 원 존폐여부의 타당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진주의료 원 폐업의 주요 근거로 활용되고 있는 적자문제 그리고 진주의료원으로 대표되는 지역의료원, 공공의료의 문제 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역의료원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진주의료원과 같은 지역의료원은 말 그대로 지역 주민의 건강을 관리하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이다. 또한 진주의료원은 영리를 최우선의 목적으로 하 지 않는 공공의료기관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다는것은의료행위를통해이윤을남기는것을주요 한 목표로 상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면 우리가 주 변에서흔히볼수있는민간병원의경우의료서비스 제공을 통한 이윤창출이 조직의 중요한 목표이다. 그러 므로 민간병원은 손해를 보면서까지 존립할 필요가 없 다. 그러나 지역의료원 나아가 공공의료기관은 다르다.

공공의료기관의 경우 진료비가 다른대형병원에비해싸고이 윤을높이기위한과다진료등 의의료행위가없어운영에대 해민간병원과같은잣대로판 단해선 안 된다. 사실상 적자는 공공의료기관들이 흔히 봉착하게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더구나 대형 민간병원에서도 적자운영을 피하기 어렵다는 응급의료체계까지 갖추 고 있으니 적자운영을 피하기는 더더욱 어려워 보인다.

그런데 생각해볼 만한 것은 이러한 적자운영이 저 소득층, 나아가서는 지역주민 전체에게는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의료원은 진료비가 싼 만큼 저소득 층이 의료서비스를 받기에 용이하다. 이 점은 잘 알려 진 사실이며 저소득층의 건강관리와 증진을 위해서는 공공의료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공공의료기 관이 빈민의료 혹은 빈곤노인의료 기관으로만 비춰져 마치 지역의료원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서만 시혜적 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생각되는 경향 이 있다. 공공의료기관이 저소득층, 가난한 노인들에 대 한의료를수행하고있고죽음을앞둔사람들에대한 호스피스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 만동시에지역의료원은지역내평범한사람들,내이 웃,내가족이쉽게갈수있는병원이기도하다.대형병 원의과다진료와높은진료비에대한걱정없이갈수 있는 병원인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공공의료기관의 존 재가민간병원의의료비상승을억제할수있어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궁극적으로는 가계경제에도 긍정 적이다. 현재 민간병원은 대형화, 영리화를 추구하고 있 다.비싼검사장비를들이고이윤을남기기위해과다 진료를 수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적자를 보는 응급의료 나 산부인과 등은 과감하게 없애버리는 추세이다. 공공 의료원을 폐업하는 것은 이러한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 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지역의료원은 미래의 예상할 수 없는 질병이나 닥쳐올재난에대비하여중요한역할을할수있다.예 를들면전염병관리에중추적인역할을할수있는데, 2009년에 한국을 휩쓴 신종플루 같은 전염병이 또 다 시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지역의료원은 전염병 확산을 줄이고 전염병에 노출된 사람들에 대한 치료의본거지가될수있다.돈이되지않는다고해서 몇 군데 대형 민간병원만 남겨놓는다면 위급한 상황에 서 일어날 수 있는 혼란과 어려움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건강불평등과 공공의료

슬프지만 건강에도 계층적 차이가 존재한다. 흔히 사람들은 암에 걸리거나 언제 죽는가의 문제는 그저 유 전의 문제 혹은 그 사람의 운명이거나 팔자라고 생각하 지만, 인간의 수명과 건강에는 개인이 생애과정 동안 겪 어온경험과사회경제적지위그리고삶의궤적이새 겨져 있다. 이는 내 주변 사람들의 질병이나 수명만을 관찰하면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한 사회의 전체 인 구를대상으로계층과건강간의관계를관찰해보면 건강에도 계층적 지위가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 드러 난다.결국돈이있는사람,좋은직업을가진사람,교 육수준이 높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더 건강하게, 더 오 래 산다는 것이다. 계층적 지위가 어떻게 건강에 영향 을 미치는가에는 여러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루어지는 좀 더 복잡한 매커니즘이 존재하지만 간단히 설명하자 면다음과같다.돈이있는사람은질병이있을때좀 더질좋은의료서비스를구매할수있고,좋은직업을 가진사람은좋은노동환경에서일할수있으며,비정 규직에 비해 정규직은 스트레스가 적고 경제적, 정신적 안녕(well-being)의 수준이 높다. 또한 같은 병에 걸리는경우에도사회경제적지위가높은사람이낮은사 람에비해더일찍발견하고더질좋은치료를받는다. 더불어높은교육수준이결국돈과직업에영향을미 친다는 점에서 건강과 수명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 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현상을 건강불평등이라고 한다. 물론 이는 한국에서만 관찰되는 현상은 아니며 사실상 지구상의 모든 국가에 건강불평등이 존재한다. 건강불평등이 어 느 정도 심각한가는 국가별로 다르지만 사회경제적 지 위의 차이가 존재하는 한 건강불평등은 모든 사회에 보 편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에 많은 국가들 이 공공보건정책을 통해 건강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노 력하고 있다. 건강불평등은 다방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아주 어려운 사안이지만, 좋은 공공의료체계의 확립이 가능한 해결책의 하나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민간의 료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받을 수 있는 저소득층이나 취약집단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 할때계층간건강불평등의감소를이룰수있기때문 이다. 오히려 서구의 많은 나라들이 공공의료서비스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천하고 있는 지금, 진주의료원 폐업 은 이러한 현실에 역행하는 일이다.

지방의 의료 접근성

서울이 아닌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사회경제 적지위에따른건강의격차뿐아니라지방에산다는 이유만으로도 건강관리와 증진의 측면에서 불리한 상 황에 놓인다. 이는 의료접근성에 존재하는 거주지역별 격차로 이야기될 수 있는데, 의료접근성의 차이는 건강 불평등을 낳는 중요한 요인이다. 특정집단이 상대적으 로 더 의료서비스에 접근하기 어렵다면 건강격차를 낳 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심각한 서울집중화 현상 으로 지역주민의 경우도 서울시민에 비해 의료서비스에 서 소외되어 있다. 심지어 KTX를 타고 서울의 종합병 원으로 병원투어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니 의료와 관련된서울집중화현상은매우심각하다고할수있 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의료원을 없애는 것은 저소득층 뿐 아니라 모든 지역주민의 의료접근성을 더욱 낮추는 일이된다.중증질환의경우서울이나지역내대형민 간병원으로가는것이더나은진료를위한선택일수 있다고 하더라도, 대형병원으로 가기 전에 살고 있는 지 역에서쉽게갈수있는병원이있어야조기진단과개 입이가능할수있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관리하는 이유

현대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관리한다. 현재 많은 나라들이 국민의 전체적인 건강수준을 높이고 유지하 기 위해 보건관련 정책과 복지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 다. 우리나라에서도 동네 보건소에 가보면 영유아를 위 한 예방접종도 실시하고 노인건강을 위한 다양한 보건 복지프로그램을진행하고있는것을알수있을것이 다. 그렇다면 국가는 왜 국민의 건강을 관리하고 건강 수준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까? 전 국민의 건 강 수준을 국가가 나서서 증진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개 념은 근대사회의 등장과 함께 나타난 개념이다. 산업화가되고국민국가가등장하면서이제한국가에거주 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그곳에 물리적으로 거주하는 사 람들이아니라한국가의구성원,즉인구가되었다.사 람들을 국민으로, 한 국가의 인구로 사고하게 되었다는 것은 건강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사고의 전환을 낳는데, 바로 국민의 전체적인 건강수준이 국가의 생산성, 군사 력및성장률과매우밀접한연관을갖는다는깨달음 이다. 한 국가 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프고 비실대는 경우에 군사력이 높을 수 있겠는가? 건강한 국민이 많 아야경제활동을잘할수있는사람의수가많아지고 자연스럽게 국가의 생산성도 높아진다. 공중보건의 개 념이 근대국가의 등장과 함께 생겼다는 것은 우연이 아 니다. 길을 닦고 상하수도 시설을 설비하고 식품 가공 시설을 깨끗하게 관리하고자 한 국가의 노력이 그 당시 에 시작되었던 것은 위생상태를 개선하여 국민을 건강 한 상태로 유지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건강한 국민이 곧 국력이기 때문에 모든 국가들이 복지제도와 보건정책을 통해 국민의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관리하는 것은 불쌍한 사 람들을 위한 국가의 시혜도, 자선도 아니다. 국민이 건 강해야그나라가잘살수있는것이다.그러므로단 지 당장의 수익이나 적자여부로 공공의료의 존폐를 판 단하는 것은 정책결정권자의 시야가 매우 좁다는 것을 말해준다. 더구나 지금은 고령화시대이다. 오래 산다는 것이 인간에게 축복임에는 틀림없지만 건강하지 않은 채질병으로고통받거나삶의질이매우낮은상태에 서 오래 산다면 그것은 한 개인에게도 재앙이자 사회전 체에게 재앙이 된다. 노인인구가 건강해야 노인부양에 대한부담이크지않을수있고그래야젊은세대도행 복할수있다.노년기에건강하게사는것은젊은시절 부터의 꾸준한 건강관리와 적절한 의료적 개입이 선행 되어야 하는 일이며 이를 전체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길은 국가의 공공의료이다.

가진 자에게 양보하라는 것이 아니다

돈보다 생명이라는 말이 많이 회자되고 있다. 적 자때문에의료원을닫는다는것은생명보다돈을중 시하는 잘못된 인식에 기반한다는 지적이다. 물론 맞 는 말이다. 인간의 건강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며 생명은 돈보다 소중한 가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현 재의 자본주의체제에서 한 가지 간과되고 있는 사실이 있다. 돈보다 생명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생명과 건 강이곧돈이기도하다는사실이다.인간의전생애중 노동할수있는상태의기간을늘리는것이야말로경 제적 생산성에 최우선 조건이다. 그러므로 생명은 돈이 자곧한국가의자산이다.건강한국민을마다할국가 혹은 정부가 있을까? 국가의 자산을 관리할 책임은 일 차적으로 지자체를 포함한 정부에게 있다. 적자를 이 유로진주의료원을폐업으로몰고가는것은눈앞의 이익만을 보는 단견이며 정부의 역할과 의무를 저버리 는 행위이다.
홍준표 경상남도지사는 그의 자서전에서 “가진 자 가좀더양보하고,가지지못한자에게기회가주어지 며정의가실현되는바른세상의중심이되는국가를 만들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왜 자서전에서 밝힌 대로 양보하지 않는가를 되묻는다. 그 러나 공공의료는 ‘가진 자가 양보하는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자산을 관리하고 그야말로 국력을 높이는 일이 다. 지방정부의 수장은 국가의 자산인 지역주민의 건강 을 관리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적자운영이 못마땅하 다면개선의방안을고심하는것이먼저해야할일이 다. 진주의료원 폐업은 지방정부의 수장으로서의 책임 을 방기하는 일이다.

진주의료원 사태와 국가의 국민건강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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