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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들어가며

 성남시에서 2016년에 시작된 ‘청년배당’이, 2019년 4월부터는 ‘청년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경기도에서 시작되었다. 24세 청년들에게 연간 100만원을 아무 조건 없이 지급하는 제도가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이다. 이와 비슷하게 서울시에서는 만 19세에서 34세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월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취업준비비용을 지원하는 청년활동지원금(청년수당)이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 청년수당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부는 올해부터 만 18세에서 34세 사이의 미취업 청년들에게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지원한다.

 이 외에도 많은 지방자치 단체들이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현금수당형 제도들을 확대하고 있다.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제도는 소득기준이나 미취업 기간 등의 조건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할 능력이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조세기반 현금성 수당이 확대되고 있는 현상들에 대해 기본소득으로 가는 중간단계의 실험들로 보는 시각도 많다.

한국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증폭된 것은 2016년 이후의 일이다. 세계적 차원에서 보면 2016년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The Future of Jobs’ 보고서를 시작으로, 같은 해 6월에 마감된 스위스 기본소득 국민투표 과정, 2017년부터 시작된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등이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기본소득 실험은 현재 핀란드뿐 아니라 네덜란드, 스페인, 스코틀랜드, 캐나다, 미국의 민간 NGO 등에서도 시행되거나 논의 중이다. 한국에서는 특히 2016년 3월 이세돌과의 바둑대국에서 인공지능 알파고의 승리, 2016년 성남시 청년배당 정책의 시행, 그리고 2017년 대선과정에서 대선후보들의 기본소득 공약은 기본소득 논의를 확산시키는 데 큰 기여했다. 그만큼 기본소득의 필연성에 대한 공감대가 세계적 차원에서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라 하겠다. 그렇다면 기본소득은 왜 필요한가?

ⓒ연합뉴스

 기본소득의 개념 및 필요성

세계적으로 기본소득 운동을 확산시키는데 기여하고 있는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Basic Income Earth Network)는 기본소득을 ‘자산조사와 근로에 대한 요구 없이 모든 개인에게 무조건 교부되는 주기적 현금’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기소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각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하나는 플랫폼 자본주의로의 전환에 대한 복지국가의 기능적 대응으로서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입장이다. 1970년대 이후 자본주의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에서 서비스경제사회로 변화해 왔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노동시장의 불안정성도 확대되었다.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 노동부 산하 근로기준분과 첫 종신 행정관인 데이비드 와일은 불안정 노동의 원인을 기업구조 변화에서 찾았다. 대기업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던 시대는 끝났고, 기업들은 핵심역량을 제외한 부수적 기능들을 외주, 하청, 프랜차이징 등의 방식으로 이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기업들은 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보호의 책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반면에 노동자의 삶은 더 불안정해졌다. 질 좋은 일자리는 사라지고 특수형태고용, 파견, 용역, 프랜차이징 가맹 고용 등 다양하고 고용형태들이 등장했다. 이들은 고용조건, 임금, 사회적 보호 등에서 매우 불안정한 위치에 있다.

 이러한 서비스 경제사회에서 불안정 노동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도 전에 플랫폼 자본주의는 우버 택시기사, 배달앱 노동자 등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불안정 노동을 양산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의 확산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들이 노동권 및 사회보장권 등에서의 불안정성을 전형적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는 사회보장권에 대해서만 설명하고자 한다.

 플랫폼 노동자들은 근로자로 인정받고 있지 못해 헌법에서 보장된 노동권에서 보호받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사회권에서도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사회보험법에서 자격기준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은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로 구성되어 있다.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는 주로 사회보험이 담당한다. 현행 사회보험법은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과 고용보험과, 근로자와 자영업자를 포괄하는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으로 구분할 수 있다.

 4대 사회보험은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 인정 여부에 따라 자격과 보험료 수준이 다르게 규정되어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과 고용보험은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로 인정받을 경우에만 자격이 주어진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보험료는 근로자 인정여부에 따라 다르게 책정되어있다. 2018년 현재 고용보험료는 1.55%(근로자부담 0.65%, 사업주부담 0.9%), 국민연금보험료는 9%(근로자와 사용주 각각 4.5%), 국민건강보험료는 6.24%(근로자와 사용주 각각 3.12%)이다. 근로기준법의 근로자로 인정받을 경우 4대 사회보험료 본인 부담은 임금의 8.27%이지만,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할 경우 고용보험은 원천적으로 가입에서 배제되며, 나머지 사회보험에 대해 보험료로 소득의 15.24%가 부과된다. 일반 근로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료의 100%를 사업주가 부담하지만, 특수형태고용의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료의 50%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 한겨레

 따라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은 4대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소득의 16% 가까이 본인 부담으로 사회보험료로 납부해야한다. 결국 저임금 노동으로 인해 보험료 납부 여력이 부족한 이들 플랫폼 노동자들은 상당부분 사회보험에서 배제되고 있다. 플랫폼 노동의 사회보험 배제 현황은 특수형태고용 노동자들의 사회보험 배제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조돈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특수형태고용 노동자들의 사회보험 적용률은 산재보험이 12%, 고용보험, 공적연금, 국민건강보험에서의 적용률이 약 7% 수준에 불과했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90% 정도는 사회보험에서 배제되고 있다. 특히 산업재해보상보험에서 배제의 문제는 심각하다. 음식 배달업이나 대리운전업은 사고의 위험이 크며 사고 발생 시의 책임관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이들은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거나, 특수형태근로자로 인정받아 가입하는 경우라도 보험료의 50%는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플랫폼 노동자 개인이 책임을 지게 된다.

 결국 기존의 사회보험 시스템으로는 불안정 노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보험제도에 보완적인 형태로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기능론적 관점에서의 기본소득 제안이다.

 두 번째로 공유부 배당의 정의 실현 관점에서 기본소득을 논의하는 입장이다. 전통적 산업사회에서 가치 생산의 핵심은 인간의 노동력이었다. 산업자본주의에서 가치 생산에 참여하는 노동은 가시적이었고, 생산에 투입된 노동 시간에 따라 임금이라는 이름으로 보상을 받았다. 공정한 임금의 분배는 사회정의의 핵심이었고, 노동시장에서는 불공정한 임금 분배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 간 분배갈등이 존재해왔다. 또한 시장에서의 불공정한 분배는 국가의 재분배 장치인 복지시스템을 통해 보완되었다. 노동력을 제공하는 주체인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시장에서의 분배와 국가에 의한 재분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플랫폼 자본주의에서는 가시적이지도 않고 측정 가능하지도 않은 노동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자유노동, 정동노동이 그것이다. 노동계약관계를 맺은 노동자들에 의해서 뿐 아니라, 시민들의 자유노동이라 불리는 일상적 활동들과 그 과정에서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에 의한 가치 창출의 비중이 커져가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보통 사람들의 소비활동, 여가활동, 생산활동뿐 아니라 일상적 활동 등 다양한 활동들에 의해 구축되며, 빅 데이터화되고, 알고리즘을 통해 가치창출의 핵심역할을 한다. 따라서 기업들은 사람들이 모이고 활동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으로 빅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통해 지대를 추구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빅데이터는 공유부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렇게 생산된 가치는 그 가치 형성에 기여한 일반지성에게 분배되기보다는 데이터를 소유한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다. 이러한 독점 지대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는 경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기업들이 지대를 독점하고 있다.

전통적 산업사회에서 분배정의는 시장에서 가시적 노동과 자원의 교환 방식이었다면, 현대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자유노동을 통해 생산된 부는 분배의 상대를 특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자본에게로 독점되는 경향을 보인다.  전통적 산업사회의 분배정의와 플랫폼 자본주의의 분배정의가 달라야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빅데이터를 통해 가치를 생산하는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분배정의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기되는 것이 기본소득이다. 비가시적 자유노동, 인간의 다양한 활동들에 의해 사회적으로 창출되는 공유부를 나누는 것이 기본소득이 추구하는 분배정의의 핵심이다

ⓒ경기일보

▲4월 30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년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서 참석자들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공유부와 기본소득”이란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쟁들

 기본소득의 기능적 필연성이나 분배정의 실현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기본소득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존재한다. 이들 비판들 중 몇 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는 무조건적 기본소득이 제공되면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은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에서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실업자들만을 대상으로 구직활동 등 조건 없이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엄격한 의미에서는 기본소득이라 할 수 없다. 하지만 근로의욕에 대한 문제제기가 무조건적 현금급여라는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기본소득의 무조건성과 근로의욕의 관계를 예측하게 할 수 있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결과는 행정데이터와 서베이 데이터 결과가 발표되었다. 2017년 기준 행정데이터 분석결과에 따르면,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즉, 기본소득을 받든 받지 않든 더 일하거나 덜 일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2018년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이 더 많이 취업해 있었고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미래 취업전망에 대해서도 기본소득을 받는 집단이 더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다음으로 기본소득이 기존의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복지국가의 발전과정을 보면 이러한 주장은 타당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서구 복지국가의 복지발전과정을 보면, 17세기 공공부조가 도입되었고, 19세기에서 20세기 사이에 사회보험이 도입되었다. 그리고 21세기에 접어들어 사회복지서비스가 확대되었다. 이러한 사회복지제도의 발전과정은 복지지출의 확대와 동시에 진행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복지지출의 확대가 기존의 복지제도를 소멸시키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설명된다. 하나는 복지제도의 정치적 회복탄력성과 제도적 회복탄력성이다. 정치적 회복탄련성이란 비난 회피의 정치로 설명된다. 즉, 연금수급자, 실업급여 수급자 등 복지제도의 수급집단이 복지축소에 저항하게 되고, 정치인들은 이들의 비난을 받지 않으려는 정치적 선택 즉 비난 회피의 정치를 선호하기 때문에 기존의 복지제도가 구축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제도적 회복탄력성은 제도적 경로의존성으로 설명된다. 이미 형성된 제도는 매몰 비용 등의 문제로 인해 새로운 경로로 전환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본소득은 과도한 재정 소요로 도입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재정잠재력을 살펴보자. 2017년 우리나라의 GDP는 약 1700조였고, 조세부담률은 20%였다. 그런데 OECD 평균 국민부담률은 34.3%였다. 만약 우리나라가 OECD 평균의 국민부담률 수준을 지향한다고 하면 GDP 대비 약 14%의 재정이 필요하다. 2017년 기준 238조에 해당한다. 이는 현행 복지제도에 더하여 1인당 약 40만원 정도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는 수준이다. OECD 평균 국민부담률 34.3%의 실현이 불가능한 수치일까? 우리나라 시민들이 민간생명보험회사에 납부하는 보험료는 2017년 기준 약 200조에 해당한다. 시민들이 민간생명보험 가입이 증가한 시점은 1997년 경제위기 이후이다. 당시 우리나라의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수준은 3%에도 못 미쳤다. 국가 사회보장의 부재가 민간생명보험의 구매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재원 마련 가능성 여부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의 문제로 보인다.

  물론 공유부 배당의 관점에서 기본소득을 바라본다면, 재원은 위와 같은 근로 소득세뿐 아니라, 금융소득과세, 부유세, 상속세, 국토보유세, 재건축초과이익환수, 환경세, 주파수세, 로봇세, 구글세, 도로변 간판광고세, 공원 등 공공 공간 활용 수익세 등 다양한 공유부과세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일상활동 속에서 수집, 축적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부를 축적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공유지분권에 대한 배당기금도 고려해볼 만한다. 기본소득을 실현하기 위한 재원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과 의지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이 외에 기본소득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존재하지만 지면 관계상 여기에는 소개하지 못하지만, [백승호•이승윤(2019). 기본소득논쟁 제대로 하기. 한국사회정책, 25(3)]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맺음말

 이상으로 플랫폼 자본주의로의 전환에 따른 기능적 압력과 그에 대한 대응으로서 기본소득의 필요성, 그리고 데이터 중심 자본축적 방식에서 생산된 공유부의 공정한 분배로서 기본소득의 정당성을 살펴보았다. 이러한 기능적 필요성과 정의론적 정당성 이외에 기본소득 중심의 복지국가는 자본주의 발전 과정의 맥락에서도 필연적이다.

 자본주의 역사 발전과정을 보면 생산체제의 변화와 복지체제의 변화는 상호보완적 관계 속에서 발전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복지국가 황금기라 불리던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생산체제는 완전고용과 수요관리 경제정책을 통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조건을 만들었다. 그리고 사회정책은 복지권의 확장과 단체협상, 삼자조합주의에 대한 국가 지원, 집합적 소비를 위한 국가의 급여제공을 통해서 노동력의 재생산을 원조하고, 노동 비용을 사회화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보험은 노동력 재생산과 자본축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이 제도적으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원활한 자본축적을 지원했던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서구의 자본주의 복지국가는 경제, 정치, 재정적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생산체제에서 자본의 세계화가 급속도로 진전되었고,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기존의 대량생산 시스템은 비효율적으로 변화되었다. 정치적으로는 자본과 노동 사이의 전후 타협이 붕괴되었고, 여성, 환경 등 신사회운동이 성장하였다. 그리고 재정적으로는 실업의 증가, 인구 노령화에 따른 조세수입의 감소와 재정적자의 발생 등이 전후 복지국가를 위협하였다.

결과적으로 서구 자본주의 복지국가는 경제정책을 통해서는 혁신과 경쟁력을 강조하는 공급 측면의 관리정책으로 국제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노동의 생산성을 제고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사회정책을 통해서는 복지권 및 사회적 임금의 축소 등 노동연계복지국가(workfare state)로의 전환을 통해 노동력의 재생산 비용을 감소시킴으로써 원활한 자본축적을 지원하고자 하였다. 이렇게 전후 복지국가 황금기 이후에도 서구 선진 자본주의 복지국가는 복지체제와 생산체제의 상호 보완적인 조정 과정을 통해 노동의 생산성을 확보하고 노동력의 재생산 비용을 감소시켜 여전히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자본축적과 조정기능을 수행해 왔다.

 현재 플랫폼 자본주의의 생산체제는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전통적 사회보험 중심 복지체제와 정합적이지 않다. 플랫폼 자본주의에서는 전통적 복지국가에서 노동력 재생산을 지원하는 기능을 했던 사회보험보다는 일반지성의 활동을 지원하는 기본소득이 제도적으로 친화적이다. 데이터를 추출하는 인간의 활동이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자본축적의 핵심이지만, 인간의 활동은 임금으로 보상을 받기 어렵다. 그 활동의 시간, 강도, 가치생산과의 연관성을 직접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플랫폼 자본주의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소득을 창출하지 않는 인간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적 소득 보장은 필연적이다. 이것은 실리콘 밸리의 기업가들이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게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기본소득이 필연적이라면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는 과제는 기본소득 실현 여부가 아니라 어떤 기본소득을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자본주의 초기 성숙하지 못했던 복지국가의 모습은 자유주의 복지국가에서 사민주의 복지국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구현되었다. 어떤 모습의 기본소득 중심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느냐는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그 사회 구성원들의 적극적 투쟁, 주체적 역량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물론 기본소득이 실현되는 사회상은 아주 먼 미래의 일 일수 있다. 그러나 2017년 기준으로 볼 때, 기업가치 세계 10대 기업 중 7개가 플랫폼 기업이었고, 2016년 유니콘 기업 10개 중 7개가 플랫폼 기업일 정도로 지난 10년간의 변화는 상전벽해와 같이 진행되어왔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브린욜프슨과 맥아피 교수는 ‘제2의 기계시대(The Second Machine Age)’라는 책에서 자본주의의 거대한 전환이 진행되고 있으며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거대한 자본주의의 변화라는 맥락에서 플랫폼 노동을 바라볼 필요가 있으며, 사회보장의 단기적 개혁 전략뿐 아니라 장기적 전략도 함께 고려될 필요가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정규직 노동과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보호를 위한 기존의 사회보장 개혁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제도로서 기본소득을 포함하여 복지국가를 재구성하기 위한 전략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여기에 더하여 원래 모두의 것이었던 인터넷, 축적된 지식 그리고 모두에 의해 생산되고 있는 빅데이터를 이용하여 부가 축적되고 있지만, 정의롭게 분배되고 있지 못해 발생하는 불평등의 문제 또한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정의로운 사회의 실현은 이렇게 생산된 수익, 공동의 것으로 돌려야 할 수익(공유부)을 모두에게 평등하게 배당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기본소득은 플랫폼 노동의 불안정성 해소라는 기능적 측면에서뿐 아니라, 공유부 배당을 통해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한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기본소득의 기능적 필요성, 필연성, 정의실현의 방법으로서 기본소득에 대한 정당성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을 생존노동의 노예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것,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기본소득일 수 있다는 점이다. 노동 없는 미래의 모습은 사람이 일을 하지 않는 미래가 아니라 사람이 자유의지로 노동을 선택할 수 있는 미래를 의미한다.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노동을 선택해야 하는 산업사회의 노동에서 벗어난다는 의미에서 탈노동(de-labourization) 사회 또는 생존적 노동(labour)에서 벗어나 다양한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에서 다중활동(multi-action), 포스트 노동(post-labour) 사회를 기본소득은 지향한다. 다중활동이라 함은 생존을 위한 노동(labour)을 넘어, 인간 실존의 조건을 확인하게 해주는 다양한 일(work)과 행위(activity)를 포괄한다. 여기에는 자원봉사활동, 정치활동, 환경보호활동 등이 포함된다.

기본소득의 지향은 착취에 기반 한 임금노동을 선택하는 것에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이 원할 수 있는 다중활동의 기회를 보장하는 사회이다. 그런 사회의 실현에서 청년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미래 플랫폼 자본주의를 살아갈 핵심 주체이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청년들이 발 딛고 서 있는 플랫폼 자본주의의 작동방식, 플랫폼 자본주의에서의 정의실현을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플랫폼 자본주의와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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