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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_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며칠 전 저녁, 재개발로 철거 위기에 놓인 을지로 일대 제조업 장인들과 연대하는 문화제를 마치고 늦은 저녁을 먹고자 청계천을 건넜다. 개천을 사이에 두고 ‘청계천 을지로 보존연대’의 농성 천막과 국일 고시원은 마주하다시피 서 있었다. 작년 11월, 7명의 사망자를 낸 국일 고시원 화재 생존자 조 아무개의 직장도 현재 투쟁 중인 구역에 있었다. 그는 화재 트라우마로 운전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청계천을 떠났지만, 이웃하며 일했던 노동자들은 개발로 인해 직장 자체를 잃을지 모를 일이다. 국일 고시원 바로 맞은편, ‘화교 사옥’이라고 불리던 쪽방은 이제 철거되어 두 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2014년 화재의 흔적마저 지웠다. 국일 고시원이 있던 건물 역시 마찬가지다. 추모와 애도, 안전과 주거권을 말하던 글귀들은 치워지고 “임대”라는 큰 글자가 핸드폰 번호와 함께 건물 벽에 나붙었다. 반경 300m에 불과한 공간을 두고 벌어지는 가난한 이들을 내몰기 위한 힘은 실로 역동적이었다. 소유자들이 지배하는 공간에서 그곳을 주거지로, 일터로 점유하던 이들의 설 자리는 한낱 위태로울 뿐이었다.

ⓒ국민일보

한국 주거권의 현 위치

한국에서 주거권이 실정법상 권리로 명시된 것은 채 몇 년이 되지 않는다. 2015년 「주거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비로소 ‘주거권’은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제2조)로 등장하게 된다. 이와 달리 국제사회에서 주거권은 인권으로서의 지위를 가진지 오래다. 1948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 그리고 이를 구체화한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이하, 사회권 규약)은 “주택”에 대한 “적당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제11조 1항). 나아가 사회권규약에 대한 유권해석이라 할 수 있는 ‘일반논평 4’은 주거권의 구성 요소를 제시하였다. 적절한 주거란 ⒜ 점유의 안정성, ⒝ 주거기반시설 및 서비스의 이용가능성, ⒞ 비용의 적정성, ⒟ 거주적합성, ⒠ 접근가능성(노인, 장애인, 환자 등 고려), ⒡ 적절한 위치, ⒢ 문화적 적절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와 같은 요소들이 구비되지 않은 주거는 적절하지 않은 주거이고, 그러한 곳에 거주하는 사람은 주거권을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주거권 침해의 극단에 홈리스가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2005년, 당시 유엔 주거권 특보였던 밀룬 코타리(Miloon Kothari)는 홈리스 상태를 “주거권에 대한 존중이 결여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극단적이고 명백한 징후”라고 말한 바 있다. 유엔 주거권 특보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주거권에 대해 조사와 권고를 수행하도록 한 독립적인 인권전문가로, 현직 주거권 특보인 레일라니 파르하(Leilani Farha)는 주거권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2018년 5월 14일부터 열흘간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3월 4일, 방문 결과로서 한국의 주거권실태를 드러내고, 개선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 공식문서로 채택되었다.

ⓒ오마이뉴스 ▲ 작년 5월 15일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이 서울 마포구 아현2구역 재건축 철거 현장을 방문해,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주거권 특보는 한국의 주거상황을 여섯 가지 주제로 다뤘는데 그중 두 가지가 “비공식 거처: 고시원, 쪽방, 비닐하우스”, “홈리스”로, 이 자체가 한국의 비적정 주거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하나의 방증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는 주거권 특보만의 지적은 아니었는데, 한국 정부는 사회권규약 비준 이후 네 차례 진행된 모든 심의에서 유엔사회권위원회로부터 홈리스 문제에 대한 우려와 권고를 받은 바 있다. 이렇듯 새로운 지적은 아니지만, 이번 주거권 특보의 진단과 권고는 최근 한국의 주거권 실태를 객관화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와 언급할 가치가 있다. 아주 간략하게만 그녀의 진단과 권고를 짚어보자.

첫째, ‘비공식 거처: 고시원, 쪽방, 비닐하우스’에 대한 주제이다. 주거권 특보는 이러한 주거가 기준 이하의 조건을 갖췄음에도 엄청난 임대료를 부과하고 있음에 놀라워하며, 이런 종류의 비공식 거처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점유의 안전성을 보장받지 못함을 지적하였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가 비공식 거처를 개선하고 거주자의 적정 주거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는 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에 우려를 밝혔다. 둘째, ‘홈리스’에 대한 이슈이다. 주거권 특보는 무엇보다 한국의 ‘노숙인 등’이란 개념이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을 포함하는 용어임에도 거리, 노숙인시설 생활자만을 파악한다며 실태조사의 문제를 지적하였다. 또한 공원이나 철도역 같은 공공장소에서의 홈리스 퇴거 조치를 지적하며, 이러한 조치들이 홈리스들의 “생활환경 및 주거환경을 개선시키는 것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며 우려를 표했다. 끝으로 ‘결론과 권고’를 통해 “홈리스 발생을 예방, 감소, 종식시키기 위한 긴급한 조치”를 취할 것과 홈리스에 대한 형벌화 조치들을 중단할 것을 권고하였다. 또한 “고시원, 쪽방, 비닐하우스 등 국제인권법상 최소 적정 주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모든 주거의 질과 안전성 향상을 위한 국가 전략을 수립”할 것을 권고하였다. 물론, 주거권 특보의 본 보고서가 곧 국제조약이나 법규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특보의 활동과 권고는 한국 정부도 1990년에 비준한 ‘사회권 규약’에 바탕을 둔 것으로 결코 의례적이거나 가볍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 헌법(제6조)은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아지는 집, 나빠지는 주거

이제 서울 거리에서 낡은 집을 찾는 일은 쉽지 않게 되었다. 개발에 이어 재개발까지 거의 완수되며, 웬만한 높이의 산들은 아파트 숲에 갇혀 버렸다. 주택 상황은 나아졌다.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는 2006년 16.6%에서 꾸준히 줄어들어 2014년 이후로 5%대를 유지하고 있다(국토부 보도자료, 2019.5.16). 주택 보급률도 2007년 이후로는 줄곧 100%를 넘어선 상태다. 모두가 좋은 집에서 살기 충분한 조건이 갖춰졌다. 그런데 주거의 질은 더 나빠지는 모양새다. 집이 아닌, ‘주택 이외의 거처’에서 사는 가구의 규모가 2000년 0.6%에서 2010년 2%, 2016년 4%로 점차 늘고 있다(진미윤·최은영 2018). 도심 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비주택 거처인 고시원의 경우 2009년 6,000여 개소에서 2017년 약 12,000개소로 채 10년이 안 되어 2배가량 늘었다(2018년 통계청 통계 연보). 물론, 이들 거처에 산다고 다 가난하지는 않을 수 있다. 주택을 소유하고 있거나, 소득이 높더라도 다양한 이유로 이들 거처에서 한시적으로 거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들을 제외한 비주택 거주 취약계층의 규모는 22만 여 가구에 이르고 있다(2017년 주택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 좋아지는 주택, 나빠지는 주거. 역설이다.

ⓒ시사인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이처럼, 주거로서 적절치 못한 곳에 사는 이들과 ‘노숙인’은 다른 집단일까? 우리 사회는 ‘노숙인’이란 표현 속에 게으름, 중독, 질병 따위의 속성을 덧붙여 이해해 왔고, 이것이 마치 인구학적 특성마냥 고유한 것으로 간주해 왔다. 결국 이들에게 허락되는 주거는 생활 시설이면 족했다. 이들 ‘노숙인’은 누구인가?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약칭, 노숙인복지법)은 “노숙인 등”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가. 상당한 기간 동안 일정한 주거 없이 생활하는 사람, 나. 노숙인시설을 이용하거나 상당한 기간 동안 노숙인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다. 상당한 기간 동안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 법률상 정의에 따르더라도 다양한 비적정 주거 거주자들은 “노숙인 등”에 포함되는 게 맞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 비적정 주거인 고시원, 여관·여인숙, PC방, 만화방, 사우나 등에서 생활하는 사람이 있다면, “노숙인 등”에 포함하고 그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 규모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진행한 유일한 실태조사인 ‘2016년도 노숙인 등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숙인 등의 규모”는 17,532명에 불과하다. 채 2만 명도 안 된다는 것인데, 이유는 간단하다. “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 ‘쪽방’만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고시원, 여관·여인숙, PC방 등을 주거지로 삼는 사람들은 몽땅 제외한 것이다.

언어는 실체를 오해 없이 표상해야 하며, 정책 용어는 그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하기에 더욱 그렇다. 과거 「부랑인 및 노숙인 보호시설 설치, 운영 규칙」(이하, 시설운영규칙)에서 쓰던 ‘노숙인(露宿人)’은 ‘이슬을 맞고 자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극히 협소한 개념이다. 이미 당시부터 ‘노숙인’이라는 용어는 지하도, 옥외 추녀 밑, 천막, 응급잠자리, 노숙인쉼터 등 지원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들 대다수를 담지 못하는 잘못 선택된 용어였다. 여기에 「노숙인복지법」은 ‘등’이라는 의존명사를 붙여 왜곡을 연장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의도 여부를 불문하고 지원의 확장을 가로막거나 이중 개념화의 폐해를 만들기 마련이다. 즉, 법률 ‘다 목’(주거로서의 적절성이 현저히 낮은 곳에서 사는 사람) 중 과거 시설운영규칙이 정한 ‘노숙인’과 최대한 유사한 이들을 제외하고는 제도 밖에 세우는 효과를 낳는다. 실제 현행 「노숙인복지법」은 절대다수의 ‘노숙인 등’에게 아무 영향력이 없다. 이에, 우리는 개념 정립의 차원에서라도 ‘홈리스’라는 용어를 쓸 것을 주장해 왔다. ‘홈리스’는 집이라는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구성되는 가족과 사회적 관계, 노동에 필요한 위한 휴식, 안전 보장 등의 재생산 영역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회가 이들을 위해 무엇을 구비해야 할지를 직접 표현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외래어라는 한계가 있다면 ‘홈리스’를 왜곡 없이 대표할 우리말을 채택하면 된다. 비적정 주거거주자, 주거 취약계층 등 다양하게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주거 불안을 겪는 이들을 포괄할 수 있는 용어라면 말이다.

모든 거처에 적용될 주거기준 있어야

거리 홈리스들의 직전 주거 이력을 보면, 최근 들어 고시원과 같은 비주택에 거주하다 주거를 상실하는 이들의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주거 하향이동을 하다 끝자락마저 놓치고 난 후 주거의 완전한 상실을 경험하는 것이다. 한편, 쪽방, 고시원·여인숙과 같은 비적정 주거들은 노숙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자원이 되기도 한다. 집이 넘쳐나는 시대에 이와 같은 집 아닌 거처들은 오히려 주거로서의 기능이 강화되는 모양새다. 여관·여인숙은 건축법 =상 분류로야 ‘숙박시설’이지만, 집이 없는 이들에게는 ‘집’으로 기능하고 있다. 작년, 방화로 6명이 사망한 서울장 여관도 대부분 장기 투숙객이 머물던 곳이었다. 찜질방이나 피시방, 만화방이나 패스트푸드점도 어떤 이들에게는 그 고유의 기능보다 ‘집’으로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집’ 이란 상품을 자력으로 마련할 수 없기에, 이와 같은 대체물에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전형적인 빈곤층으로 일컬어지는 노숙인, 기초수급자, 건설일용노동자 등과 같은 이들에게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청년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마도 고시원이 대표적일 것인데, 국가인권위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지역 고시원 수 상위 15개 동은 대학가, 학원가, 도심에 있다는 특성을 보였다. 관악구 대학동은 299개로 서울에서 고시원이 가장 많았고, 동작구 노량진1동이 202개로 그다음을 이었다. 고시원과 지하철역의 분포 역시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최은영, 2018). 고시원은 안전과 주거 두 측면 모두에서 취약하다. 그리고 인간 거처로 안전한 주거와 적절한 주거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작년 국일 고시원 화재로 돌아가신 이들은 창이 없는 곳에서 살던 이들이었다. 평소 신선한 바깥 공기를 마실 수 없었던 이들은 불이 나서도 탈출하지 못한 채 유독 가스를 삼켜야 했다. 위험하고 열악한 곳에 사람이 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열악한 아류 ‘집’ 상품이 팔리는 것은 인간 거처로 적절한 집이 너무 비싸고, 공공재(공공임대주택)는 희소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시원, 쪽방 등의 비적정 주거를 강제로 폐쇄한다고 해결될 리 만무하며 가능한 일도 아니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4%대에 불과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을 획기적으로 늘리면서 비적정 주거 모두에게 적용될 최저주거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일부 고시원에만 적용되는 기준이 있을 뿐이다. 국토부 고시인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이 2015년 12월 4일 제정되었으나, 그 이후에 생긴 고시원에만 적용될 뿐 낡은 고시원들에는 아무 영향력이 없다. 게다가 실별 면적이나 공용시설별 이용 인원과 같은 기준이 없어 주거에 대한 기준으로는 크게 미달한다. 한편, 「다중이용업소법」은 고시원 등 다중이용업소에 설치해야 할 안전시설 기준을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이 규정이 적용되기 시작한 2009년 7월 8일 이후 개설(업주변경, 시설변경 포함)된 경우에만 해당한다. 국일 고시원은 그 이전에 영업을 개시하였으므로, 이 규정을 피할 수 있었고 결국 화재에 무방비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다중이용업소법」의 안전시설 기준 역시 소방, 비상구, 피난 통로 등 안전에 대한 것이므로 적절한 주거에 대한 기준은 아무것도 담고 있지 않다.

서울시는 3월 18일, 방의 실 전용면적을 7㎡(화장실 포함 시 10㎡)로 하고, 채광창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서울형 고시원 주거기준”을 밝혔다. 또한 이를 전국단위로 적용되도록 국토부에 ‘다중생활시설 건축기준’ 개정을 건의한다고도 하였다. 긍정적인 신호다. 그러나 이 기준은 강제력이 전혀 없고, 오직 서울시 재정투여로 진행되는 ‘리모델링 사회주택’에 적용될 뿐이다. 더욱이 고시원이 아닌 쪽방, 여관·여인숙 등 다양한 비적정 주거에 대해서는 아무 상관이 없는 기준이다. 고시원에 그쳐서는 안 된다. 「건축법」 상 용도만 다를 뿐 가난한 이들의 주거지로 기능하고 있는 여타의 비적정 주거에 대한 기준 역시 시급하다. 그곳들에서도 가난한 이들이 열악한 주거상태로 인해 병들고, 다치고, 죽어가는 일이 잇따르기 때문이다.

비적정 주거 거주자에 대한 정책 실태

비적정 주거 거주자에 대한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첫째는 거리홈리스 또는 노숙위기계층에게 기본 2개월의 월세를 지원하는 ‘임시주거지원’ 사업이다. 「노숙인복지법」에 따른 주거 지원인데, 노숙을 벗어나 여관·여인숙, 쪽방, 고시원과 같은 비적정 주거지에 들어가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비적정 주거라 하더라도 주거가 아예 없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 비적정 주거를 발판으로 나은 주거로 상향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정책의 성과는 그 측정 방식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꽤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이 정책을 시행하는 곳은 서울, 부산, 대구 등 전국 7개 지자체 불과하며 서울과 부산을 제외하고는 예산 등 정책 수단이 극히 미미하다.

비적정 주거 거주자에 대한 전국단위의 본격적 대책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이라 할 수 있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은 국토부 훈령인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 업무처리지침’에 의한 것으로 시범사업을 거쳐 2007년에 정규사업으로 편성되었다. 지침에 따른 주거취약계층은 크게 세 집단인데 ⒜ 쪽방, 고시원, 여인숙, 비닐하우스, 노숙인시설, 컨테이너, 움막 등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 ⒝ 최저주거기준 미달 주거환경에서 만 18세미만의 자녀와 함께 거주하고 있는 사람 중 거주지 관할 시군구청장이 주거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 ⒞ 법무부장관이 주거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등 사업시행자에게 통보한 범죄피해자를 그 대상으로 한다. 이 세 범주에 드는 이들에게 매입임대주택이나 전세 임대주택을 최장 20년간 제공하는 제도다. 당초 이 사업은 LH공사에서만 시행했으나 2016년부터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도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비적정 주거 거주자에 대한 첫 임대주택 공급정책이자 가장 유력한 정책이나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가장 크고 고질적인 문제 한 가지만 언급하자면 물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토부가 현재(2018년 10월)까지 공급된 물량은 지침이 정한 기준에 크게 미달한다. 지침(제17조)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용 임대주택을 기존주택 매입임대·전세임대주택 공급물량의 “15% 범위”로 할 것을 정하고 있으나, 아래 그림과 같이 실제 공급량은 이에 크게 미달한다.

자료: 국토교통부, 윤소하위원 요구자료 제출(2017, 2018년), 재구성.

주1. ‘기존 총량’은 ‘기존주택 매입·전세임대주택 총량’을 의미함.

주2. ‘주거취약계층’은 ‘기존주택 매입·전세임대주택 총량’ 중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의 물량임.

지침대로 따를 경우 주거취약계층을 위한 주택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매해 약 4,500호~7,900호가량 공급되었어야 한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는 물량 부족을 이유로 일선 동주민센터에 당해 입주 신청을 받지 말 것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들 주택 중 매입보다 전세 임대주택 비중이 높은 것도 문제다(매입임대주택과 전세 임대주택 공급 구성은 2017년 432호대 666호, 2018년 400호대 935호로 전세임대주택의 비중이 훨씬 크다). 전세 임대주택은 주택이 아닌 보증금을 지원하는 제도로 임대료 상승, 재계약 등의 문제로 매입임대주택에 비해 점유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주거종합계획’(2019.4.24.)의 중점 추진과제의 첫 번째로 “포용적 주거복지 성과의 본격 확산”을 꼽았다. 그리고 “쪽방, 고시원 등 비주택에 거주하는 가구 등 주거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올해 6월부터 적용될 보증금 면제(생계·주거급여 동시 수급자) 또는 분할 납부, 입주 신청을 돕는 서비스를 제외하면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내용이 없다. 국토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취약계층 1천 가구로부터 공공임대 신청을 받았다 홍보하였으나, 올 해 전체 공급 물량이 얼마인지도 밝히지 않고 있다.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매입+전세임대)으로 근년 매해 1,000호 남짓 공급되었음을 볼 때, 이미 그 수만큼 접수를 받은 상황이어서 획기적인 물량 확보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서울·수도권의 물량 부족이 더 심각한데 그에 대한 언급 역시 없다.


ⓒKBS

한편, SH공사 사업 고유의 과제로, 공급 대상 주택을 ‘보증금 100만원-월세 15만원 이하’로만 물색해 공급하는 것도 문제다. 결국 공급되는 주택은 대다수 원룸이며, 최소면적 기준 남짓한 집들이 대부분이게 되며, 일부 지역에만 주택이 편중되는 문제도 만든다. 더욱, 이런 기준은 제도적 근거 없이 SH공사 ‘사장 방침’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다른 이유는 없다. 주거취약계층이 월세를 내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싼 집을, LH공사(보증금 50만원)보다 높은 보증금에 공급하겠다는 이유 밖에. 더욱이 5월 27일, 국토부가 생계급여·주거급여 동시 수급자에게는 매입·전세 임대주택 보증금을 면제하는 정책을 시행하기로 한 것을 고려할 때 SH공사의 정책은 가히 차별적이고 역진적이다.

주거권으로 잇다

‘집 앓이’가 심하다 보니 정권에게 주거복지, 특히 임대주택 공급 정책은 만지작거리기 좋은 카드다. 신혼부부들의 저출산, 청년들의 취업난, 고령화 사회… 각종 사회적 과제들에 주거복지는 꽤 적절한 해결책이다. 청년 문제가 뜨면 청년 주거, 노인 문제가 뜨면 노인 주거 이런 식이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 총량이 늘지 않는 한 이런 강조점의 이동은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한 그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자력으로 적정 주거를 마련할 수 없는 모두에게 지금 당장 공공주택 정책이 발동되고 공급되어야 한다. 순위 바꿈이 아니라 정책 총량 확대에 대한 한목소리의 요구가 필요하다.

2017년 정부는 ‘주거복지 로드맵(2018~2022)’을 통해 수요자 맞춤형 주거 지원을 하기로 하였다. 청년을 위해서는 매해 평균 6만호씩, 2022년까지 총 30만실의 공적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지난 4월 발표된 국토부의 ‘2019년 주거종합계획’에 따르면, 올해 청년에게 공급될 공적임대주택은 공공임대주택 2.7만호와 공공지원 2.6만실 등 총 4.1만호(5.3만실)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공공임대주택과 비등한 물량이 ‘공공지원’ 임대주택이란 이름으로 배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공공지원 임대주택은 박근혜 정부에서 ‘납세자인 중산층도 정책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미명으로 초기임대료 미규제, 그린벨트 해제, 기금 출자 및 저리 융자 등의 특혜를 주었던 뉴스테이의 연장이다. 뉴스테이의 단점을 보완했다고 하나 임대 의무 기간이 8년에 불과한 단기 임대주택이다. 또한 임대료를 대폭 인하하였다고 하지만 시세의 70~85% 수준은 공공 자원이 투여된 주택치고는 지나치게 높다. 주택도시기금의 중기재정계획(2020~2022)을 보면, 장기공공임대주택 비중을 높이는 방향의 편성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3년간 임대주택지원 예산 51조원 중 12.5조원(24.6%)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민간임대주택 지원 예산이다(참여연대, 2018.11.05.). 또한 올 해 예산을 보면, 사실상 보증금 지원 프로그램일 뿐 임대주택 공급 정책이라 보기 어려운 전세임대주택 지원 예산은 각종 임대주택 예산보다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2019년 국토부 예산개요).


(사진5) ⓒ참세상 ▲작년 10월 3일 ‘세계 주거의 날’을 맞아 청년·세입자·홈리스 등이 정부에 안정적인 주거권 보장을 촉구하며 광화문에서 청와대까지 달팽이관을 쓰고 오체투지를 했다.

우리나라의 임대주택은 정권마다 이름을 바꿔 달며 불필요하게 유형을 쪼개 놓았다. 이제는 공공지원 임대주택이니 사회주택이니 하며 공급 주체까지 다변화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청년이든 홈리스든 공공주택이 필요한 이들의 요구로 일어난 것일까? 정책 수요 집단에 필요한 변화일까? 우리나라에서 영구임대주택이 처음 공급된 것은 노태우 정권 때다. 지배계급과 노동자계급의 격렬한 부딪힘이 있고 난 후, 도시 철거민들의 끊이지 않는 투쟁이 거름이 되어 만들어 낸 정책이다. 주택이 상품이 된 게 잘 못 끼워진 단추인데, 이를 바로 잡기 위한 근원적 투쟁이 있지 않고 몇 개의 제도나 프로그램으로 집 걱정을 없앨 수는 없는 일이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우리가 익숙하게 외쳐왔던 구호는 집 상품을 거부한다는 의미에서 엄청나게 과격한 것이다. 다만, 그렇게 생각하고 외쳤는지 돌아보고 입장을 벼려야 할 일이다. 권리로 누려야 할 것이 상품으로 둔갑해 우리를 힘들게 하는 현실, 쉼의 대명사가 되어야 할 ‘집’이 큰 걱정이 되어버린 현실에 달리 방도는 없을 듯하다. ‘집은 사는 곳’이라는 우리의 권리와 ‘집은 사는 것’이라는 그들의 권리를 충돌시킬 밖에.

주거권이 당연한 세상으로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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