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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차별과 혐오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해는 없었다. 인천 퀴어문화축제에서 혐오 세력들은 성소수자들에게 폭언과 폭력을 가했고, 일 년에 하루뿐인 축제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신길역 장애인 리프트 추락사고 후 1년이 지났지만, 장애인은 여전히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여성혐오 범죄로 수많은 여성이 다치고, 죽었다. 제주도에 예맨 난민이 들어오며 난민혐오와 가짜뉴스가 판을 쳤다.

그리고 지난 10월 20일,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평등행진 ‘우리가 간다’가 열렸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성적 지향성,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피부색, 언어 등을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법률이다. 2007년부터 입법을 시도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깃발은 불어오는 바람에 온몸으로 나부낀다. 새겨진 내용을 펼쳐 보이기 위함이다. 의미 없는 깃발은 없다. 모두 저마다의 할 말을 가진 채 바람에 몸을 맡긴다. 10월 20일, 우리는 광화문 광장에 모였다. 형형색색의 깃발을 들고 마포대교를 건너 국회로 향했다.

“우리는 성별에 따라 차별 받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성적 정체성이나 지향을 이유로 차별 받지 않기를 바란다!”
“ 우리는 우리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 받지 않기를 바란다!”
“ 우리는 우리가 청소년, 비정규직 종사자, 혹은 난민이기 때문에 차별 받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누구도 차별 받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

우리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스스로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서로의 힘과 용기가 되어 함께 걷고, 춤추고, 노래했다. 다리에 위에서 바람은 거세졌고, 깃발은 더욱 힘껏 펄럭였다.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임은 맞바람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행진에서 만난 혐오세력은 온갖 혐오 발언을 외쳐대며 우리를 가로막았다.

“차별금지법이 사회를 혼란하게 만든다!” 십자가를 진 그들은 화를 내고, 울먹이고, 기도했다.

그러나 역풍은 동력이 된다. 역풍이 세게 불수록 깃발은 더 강하게 펄럭인다. 우리는 숨지 않았다. ‘우리’가 된 순간만큼은 외롭거나 두렵지 않았다. 혐오세력을 옆에 두고도 우리는 웃고, 떠들고, 더 크게 노래했다. 다리 위에서 만난 역풍은 우리를 막지 못했다. 그리고 저 멀리, 다리의 끝에 국회가 보이기 시작했다.

 

 

 

두 시간 만에 도착한 국회 앞에서 진을 치고 있는 경찰을 마주했다.

“나중은 없다.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제정하라! 제정하라! 제정하라!”

10년 전부터 지속된 이 외침이 이번에는 바리케이트를 넘어 국회에 닿기를, 더 이상 스스로의 존재를 증명해내는데 소진되지 않기를, 있는 그대로를 인정받고 존중 받기를.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소리쳤고, 밝았던 하늘은 어느새 어두워졌다.

 

 

성별은, 출신 국가는, 장애 여부는, 성적 지향은, 나이는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리고 차별금지법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한 토대다. 우리는 오늘 평등을 향해 또 한걸음을 내딛었다. 힘들고 아프지만, 함께였기에 웃었다. 펄럭이는 깃발 아래 오늘의 우리는 마음껏 안전하고, 행복하고, 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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