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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주 : 사회학과 3 재학 중. 생명자원공학부 다니던 그는 장애인이 겪는 사회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학문을 찾아 사회학과로 전과했다. 현재 학내 장애 학생인권위원회 준비 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신홍규 : 고려대학교 장애 학생인권위원회위원장과 문재인 대선 캠프 장애 청년위원장을 역임했다. 지금도 장애 학생인권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학기 장애 학생인권위원회 준비위원회가 발족했다. 활동 도중에 위원장 세주 씨와 함께 홍규 씨를 만났다.

중앙대학교에 장애 학생인권위원회를 세우려고 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세주 : 저는 청각장애가 있어서 학교생활을 하는데 지원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지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안성에서 서울까지 갔어요. 그런데 거기에서는 안성에도 장애 학생지원센터가 있다고 하는 거예요. 저는 안성에 장애 학생지원센터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이후로 지원을 받으면서 그냥 편의만 봐줄 뿐 제 학교생활에 관심을 가진다던가, 장애인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일은 없었어요. 이 과정에서 장애 학생끼리의 인간관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가 장애 학생지원센터를 담당하는 전문연구원님이 바뀌었어요. 그러고 나서 장애 학생지원센터의 지원이 더 활발해졌고, 지원 과정에서 저희 의견도 잘 받아들여졌어요. 상황이 나아지다 보니까 다른 것도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학내 장애 학생끼리, 더 나아가서 비장애 학생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16년도 2학기에 동아리를 만들려고 사람들을 모았어요. 동아리에는 한계를 느껴서 올해에는 공식적인 조직을 위해서 학내 위원회를 준비하고 있어요. 많은 분이 관심 가지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대학에는 장애 학생을 위한 공식적인 지원기구가 존재하잖아요. 또 우리 학교처럼 총학에 인권복지위원회가 있을 수도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장애 학생인권위원회가 별도로 필요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홍규 :  단순히 혜택 받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권리, 일상에서의 불편을 직접 주장해보고, 설득하고, 바꿔내는 과정들이 중요한 거죠. 단지 서비스 받는 손님으로서 이 학교에 와있는 것이 아니라 주인의식을 가지고 진짜로 필요한 일들을 직접 가꿔내기 위한 조직이 필요한 거예요. 갑과 을의 위치에서, 그저 요청하고 혜택을 받는 처지가 돼버리면 학교에서 ‘야 뭐 그런 것을 해야 하냐?’ 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게 되잖아요. 하지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일들을 직접 하다 보면 앞에서 말한 것 같은 위기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행정 능력도 나름대로 쌓을 수 있을 거고요, 또 ‘직접’ 한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주인의식을 가질 거교요.
그리고 아마 총학생회 산하에 있는 학생 인권단체에 ‘장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냐?’, 또는 ‘장애인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아무런 대답도 못 할걸요? 장애 학생을 위한 지원 단체가 많이 있으니까 장애학생회가 필요 없다고 하는 말은 총장과 학교 본부가 있으니까 총학생회가 필요 없다고 하는 말이나 똑같은 거고요. 총학생회도 단순히 학생 생활 지원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장애인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일에는 뭐가 있을까요?

홍규 : 장애 인권이라는 분야가 단순 불편한 부분을 채워주는 복지의 차원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 권리를 지키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장애를 아는 것이 무엇인지, 장애가 앞으로 어떻게 사람들에게 인지되어야 할 것인지, 같은 인식적 측면을 위해서 활동하자는 거죠. 우리가 장애에 대한 올바른 의식을 학내에서 공유하고, 더 많은 장애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장애에 대한 생각이 학교 전체적으로 변하면서 사회에 영향을 주고 이런 역할을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러면 고려대학교 장애 학생인권위원회는 어떤 활동을 했나요?

홍규 : 대외적으로 하는 활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먼저 장애 학생들의 권리를 더 주장했죠. 이를테면 저는 엘리베이터 설치를 학교에 요구했어요. 또 학교 행사에 장애인 전용 좌석을 만들어서 장애 학생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게 했어요. 한편 비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이라는 사람이 여기 당신들 옆에 있고, 우리가 어떤 상활 속에 높여있고, 당신들의 관심과 이해서 어떤 면에서 필요한지 등을 알리는 작업을 했어요. 그 일환으로 매년 비장애인 대상 부스사업과 영화제를 해요. 심지어 교수들을 대상으로 장애인식 관련 교육을 한 적도 있어요.
제일 중요한 일은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장애학 세미나를 하는 거예요. 우리가 장애인이기는 해도 장애가 무엇이고, 사회에서 장애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잘 모르거든요. 장애가 무엇인지 배울 기회가 전혀 없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다양하게 주제를 정해서 매달 1회 세미나를 하고 있어요. 이렇게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매우 많아요.

세주 : 지금까지 학교에 다니고 장애 인권관련 활동을 하면서 주변의 장애 학우 분들이 학교생활에 적응이 힘들어서 자퇴하거나, 휴학하시는 것을 봐왔거든요. 이런 문제를 없애기 위해서 학교는 어떤 노력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홍규 : 제일 먼저 추진해볼 만한 것이 본부 측과의 정기미팅을 가지는 거예요. 저희는 총장하고도 미팅을 했었거든요. 그런 식으로 정례 모임을 만들고 그 자리에서 ‘우리가 이런 불편이 있고 요구 사함이 있으니까 이 문제들을 해결해라’라고 말하는 거예요. 우리의 불편을 들어야 하는 의무에 대해서 경각심을 느끼게 하고 실제로 그것을 이용해서 문제를 해결한 수 있는 공식적인 과정을 만드는 거죠.

아무리 제도적인 지원이 중요하다고 해도 방금 말씀하셨던 것처럼 결국은 각 개인이 장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하잖아요. 홍규 씨가 말씀하신 장애인권위원회의 주된 활동 목적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요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어떻다고 생각하세요?

홍규 : 아무래도 요즘에는 예전처럼 표면적인 혐오가 드러나지는 않죠. 하지만 여전히 사회는 장애인을 한 명의 오롯한 독립체로서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이등 시민 취급을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건 장애인만 그런 것이 아니거든요. 모든 사람을 서로의 도움과 요구를 주고받아야만 할 수 있는 거예요. 혼자서는 살 수 없잖아요. 그런데 이런 프레임을 장애인에게만 씌우고 있어요. 이렇게 장애인만 도움이 필요하고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못하는 존재로 취급함으로써 계속해서 장애인들이 사회에서 부차적인 존재가 돼버리고 이 인식을 스스로 내재화해버리는 거죠. 저는 이런 것들과 계속 싸워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애 학생 인권위원회를 운영하실 때 힘들었던 일은 없었나요?

홍규 : 오히려 안에서 어려운 일들이 더 많았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보다 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의 차이가 더 크다고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하나 맞춰가는 것이 어려웠어요. 일상에서 각자가 불편한 부분이 가시화되는데 이걸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발생해요. 그 예로 저희가 예전에는 매년 엠티를 학교수련원으로 갔어요. 거기로 가면 다른 사설 업소에 가는 것보다 훨씬 싸게 갈 수 있는데 문제는 그 건물에 휠체어가 출입할만한 시설이 없다는 거예요. 그 전까지는 계속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15년도에 저희 조직에 휠체어를 탄 학생이 들어온 거예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거기로 엠티를 못가고 열 배 이상을 돈을 지극하고 다른 곳으로 갔어요. 아무래도 저희가 경증 장애인이 대다수이다 보니까 의식 수준도 거기에 맞춰져서 처음부터 그런 점까지 고려하기는 힘들었던 거죠. 이렇게 서로 맞춰가는 과정에서 분명히 구성원들의 불편이 있었고요. 이 불만과 갈등을 수습하고 모두 함께 회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타이핑을 하는 일 같이 새로 더 필요한 것을 찾아가는 과정은 처음에 쉽지 않았어요. 장애 인권에 관심 있는 사람들 다 착하고 아름다울 거라고 생각하기 쉽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안 그렇고 삶에 어려움이나 불평이 더 많이 쌓여있어서 어둡고 찌든 이런 사람들이 더 많을 수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을 하나씩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부분이었죠. 그래도 지금은 잘 돼서 어떻게 우당탕 굴러가고 있어요.

제일 기억에 남는 활동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홍규 : 성 소수자, 페미니즘 운동하는 분들, 장애 인건운동 하는 사람들, 학내 외국인 학생들 같이 학내에서 소수자라고 이야기할만한 사람들 다 모아서 학교 손 안 빌리고 학생들이 인권문화제를 만들었어요. 먼저 제시하고 운영하고 꾸려갔던 일이 학교에 다녔던 소수자로서 기억에 남아요. 여러분도 그렇게 장애 인권위원회가 시작하면 저희처럼 연대의 틀을 키워보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수자의 권리가 뭐고, 어떤 맥락에서 박탈당하고 있는지 이런 것을 살펴보면 그 기저에 깔린 것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여기에서 더 나가서 이런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사람과 연대를 키워나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 보면 길이 보일 거예요. 저희도 그렇게 하다 보니까 학교에서 음지에만 있던 많은 소수자 단체에 찾아가서 같이 힘을 합하고 결국에는 이런 큰 행사도 꾸려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고려대학교 안에서 소수자 인권이 많이 좋아졌어요. 소수자 인권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총학 산하 공식기구도 생겼고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홍규 : 요즘 전 세계적으로 소수자 운동이 추세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저 사람들을 어떤 소수자라고 선을 그어버리는 대신 각자가 가지고 있는 나름대로의 소수자 성에 대해서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청년이라는 것만으로 2017년의 한국사회에서는 자신을 약자로 규정할 수 있는 부분이 많잖아요. 단순히 장애인들의 불편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떻게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나 권리들을 보장하는 방법이고, 더 나아가서 내 삶의 불평까지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다른 일반 학우 분들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런 소수자 운동과 활동들이 나하고 전혀 상관없는 일이 아니라 저들의 활동이 커지는 것들이 계속 이어지고 이어져서 내 삶을 긍정적으로 가꿔나갈 수 있다는 사실과 나 자신도 소수자인 점이 있다는 점을 명심하면 좋을 것 같아요.

길을 밝혀주리니-장애 학생인권위원회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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