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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김지수

편집위원 조용주

미투운동 이후에도 학내 성차별 문화는 여전하다. 대표적인 예가 학교 커뮤니티 에브리 타임이다. “가까이 보이는 여자분이 필기하실 때마다 책상에 가슴 눌리거나 얹어놓고 하시는데 집중 안된다“, ”남자들아 우리는 위 디든트(We Didn’t), 유 투(You Too) 운동하자“ 등의 성희롱 발언부터 미투 조롱 발언까지 다양한 성차별적 발언이 난무한다. 이러한 성차별 문화는 여전히 일상 속 성폭력을 문제로 인식할 수 없게 한다.

이러한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반성폭력회칙 제정을 비롯한 제도 개선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반성폭력 회칙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준수하고 따르려는 학생들의 인식 변화 없이는 반성폭력 회칙의 존재가 유명무실해진다. 즉, 제도와 인식 개선이 병행되어야지만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반성폭력 회칙의 필요성

ᅠ학생 회칙은 학생사회의 법이다. 법은 사상의 체현으로, 구성원들의 생각과 행동을 규율한다. 반성폭력 회칙은 학생 사회에 성평등 의식과 행동방식을 제공하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이는 반성폭력 회칙이 학생사회에 만연한 강간문화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ᅠ그런데 왜 반성폭력 회칙인가. 학교의 학칙, 국가의 법률로는 부족한가? 외부의 힘을 통해 학생사회가 직면하는 성폭력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다. 학생 사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학교의 징계를 기다리는 동안, 수년 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사회는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2차 가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건이 끝난 후에도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학생사회의 자정작용이 필요하다.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이를 명시하는 것이 반성폭력 회칙이다.

[사진 1. 유실된 반성폭력 회칙 제 9조 1, 2항.]

[사진 2. 유실된 반성폭력 회칙 제 9조 7항.]

[사진 3. 유실된 반성폭력 회칙 제 10조.]

유실된 중앙대 반성폭력 회칙 제9조 2항은 가해자가 피해자 주변 및 공간에 접근하는 것을 금지한다. 제9조 7항은 피해자 단위가 피해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가해자 단위가 성폭력 인식 변화를 위해 자정작용에 힘쓸 것을 요구한다. 또한 제 10조는 2차 가해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처벌 방법을 다룬다.

[사진 4. 위 코드를 통해 유실된 반성폭력 회칙을 볼 수 있다.]

반성폭력 회칙의 유실, 그리고 부활

2005년 제정된 반성폭력 회칙은  2003년 기숙사 야유회 성폭력 사건을 계기로 총여학생회 주도 하에 발의되었다. 이는 정족수 부족으로 통과되지 못하다가 2005년 1학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며 학생들의 지속적인 관심은 떨어져 갔고, 반성폭력 회칙은 유실되었다. 폐지되지는 않았지만, 아무도 지키지 않는 회칙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실질적으로 의미를 잃은 회칙은 그 어떤 행위 규범의 역할도, 처벌 기준의 역할도 하지 못한다.

학내 미투 운동 이후 반성폭력 회칙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부활시키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응용통계학과의 경우 학생회칙을 제정하며 2차 피해 방지 조항 등을 명문화했다. 제 60대 총학생회 온 또한 반성폭력 회칙 부활을 위한 TF를 구성했다. 지난 4월 18일에는 반성폭력 회칙을 부활시키기 위한 첫 회의가 있었다. 반성폭력 TF는 의장 박지수 성평등위원장을 비롯하여 조승현 총학생회장, 이송주 부총학생회장, 정수형 사회과학대 부학생회장, 민현기 자연대 학생회장으로 구성되었다. 성평등위원회(이하 성평위)에서 회칙을 만들면, TF 내에서 논의를 거치게 된다. 이후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의 내부의결을 통해 회칙이 최종 결정된다.

회칙 제정에서의 문제

  반성폭력 회칙을 부활시킴으로써 반성폭력 문화를 이룩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반성폭력 회칙 제정 과정에는 많은 문제가 존재한다.

반성폭력 회칙은 학생 사회의 법이라는 점에서 제정과정에서 대표자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그러나 반성폭력 회칙 작성 과정에 학생 대표자들은 참여하지 않는다. 중운위가 반성폭력 회칙 작성을 모두 성평위에 일임했기 때문이다. 성 관련 의제에 성평위가 더 ‘전문적’이라는 이유로 외주 맡기듯 회칙 작성을 넘기는 것이다. 학생 대표자들이 유일하게 회칙 제정에서 참여하는 부분이라면, 성평위가 작성한 회칙에 대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피드백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성평위는 중운위를 통해 각 단과대에게 회칙에 대한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답변이 온 단과대는 단 두 곳뿐이었다. 피드백 과정에조차 참여하지 않는 대표자들의 모습은 그들이 반성폭력 문화를 조성해야 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지 의심케 한다. 이러한 대표자들이 과연 책임감을 가지고 회칙을 지키고자 할지 역시 의문이다.

몇 안되는 피드백에서도 대표자들이 반성폭력 회칙의 의의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회칙에 대한 초기 논의 과정에서 중운위는 유실된 반성폭력 회칙의 피해자 중심성을 지적하며, 가해자 인권보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반성폭력회칙의 목적은 반성폭력 문화의 확산과 피해자 보호이다. 가해자의 인권은 위 목적이 공동체 내에서 전제된 후에 논의해야 할 문제다. 그럼에도 가해자 인권을 우선적으로 주장한 중운위의 태도는 학생 대표자들의 반성폭력 의식 부재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렇듯 반성폭력 회칙은 대표자들의 반성폭력 의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성평등 의식의 부족을 전문성 부족의 문제로 치환하지 않을 때, 그리고 학생 대표자 스스로 반성폭력 문화의 필요성에 공감할 때 회칙을 비롯한 제도가 바로 설 수 있다.

반성폭력 교육 의무화

학생사회의 근본적인 인식변화를 위해서는 학내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반성폭력 교육이 필요하다. 이는 학생과 학생대표자를 비롯하여 교수, 교직원을 포함한 교육을 의미한다. 2017년 2학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폭력예방교육 의무화’ 방안이 통과된 것과 더불어 2018년 3월 교무위원회에서 전 구성원 대상 폭력예방교육 이수 의무화가 의결되었다. 이에 따라 인권센터는 2018년 1학기 시범운영을 거친 후 다음 학기부터 폭력예방교육 의무 이수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미이수 시 학생은 성적조회 불가, 교직원은 강의계획서 입력 불가 등의 불이익이 주어진다. 학생은 연간 두 시간(각 한 시간)의 성폭력, 가정폭력 예방교육을, 교직원은 성폭력, 가정폭력 예방교육과 더불어 성희롱, 성매매 예방교육을 연간 두 시간 추가 이수(각 한 시간, 총 네 시간)해야 한다.

[사진5. 동아리 임원진들이 인권 및 반성폭력 교육을 받는 모습이다. ⓒ동아리연합회 페이스북 페이지]

그러나 학내구성원들의 인식개선이 없다면 실질적인 교육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2시간이라는 물리적 시간은 그동안 익숙해져온 성차별적 인식의 변화를 야기하기에 너무나 짧은 시간이기 때문이다. 교육에 대한 홍보가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이미 폭력예방교육은 실시되고 있지만, 이를 알고 있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다음 학기부터 폭력예방교육의 의무화가 시행되는 만큼, 해당 교육의 내용과 필요성 등에 대한 홍보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더 큰 변화를 위해서는

앞서 밝혔듯 회칙은 최소한의 안전망이고, 교육은 인식변화의 첫걸음이다. 학내 강간문화가 만연한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만으로는 반성폭력의 온전한 실현이 불가하다. 앞선 변화를 기반으로 더 큰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과 단체 차원의 무던한 자기반성이 필수다. 또한 학생사회 전반에서 반성폭력 의식의 필요성을 느끼고 이를 실천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러한 적극적인 변화가 이뤄질 때에야 반성폭력 문화가 학내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바꾸지 않으면 변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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