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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우다영

 

몰착락, 성폭력 고발 이후 피해자가 처한 상황이다. 몰착락은 ‘돌아갈 수 없음’을 뜻한다.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을 용기 내어 공개했지만 속했던 집단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일부 구성원들로부터는 2차 가해를 당했다.
최근 교내 동아리 두 곳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고, 두 피해자 모두 동아리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피해자들은 동아리에 사건을 알렸으나 동아리로부터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동아리 구성원들의 언행으로 인해 또다시 상처받았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집단을 떠나는 상황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동아리 사건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C-Mash 성폭력 사건

지난해 11월 15일 A는 동아리와 연계돼있는 더 큰 규모의 동호회에서 운동을 마쳤다. 동아리 구성원 대부분이 동아리의 권유에 따라 동호회에 활동을 함께 해왔다. 운동을 마친 후 A는 동아리 구성원 2명과 자신의 자취방에서 술을 마셨다. 만취한 A를 보고 가해자 B와 다른 동아리 구성원은 술자리를 파했다. 그러나 B는 동아리 구성원과 헤어진 후 A의 자취방으로 돌아가 잠들어 있던 A를 성폭행했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난해 11월 B를 조사해 자백을 받았다. 경찰은 B를 준강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현재 사건은 B의 거주지인 인천지검으로 넘어간 상태다. 1

사건 발생 후 A는 동아리 회장에게 사건 공론화를 요구했다. 공론화로 내부 반성이 이뤄지고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이 세워지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장은 요구를 거절했다. 공론화를 꺼리는 듯한 동아리 임원들의 태도에 A는 결국 동아리 내 여성 구성원 일부만이 속해 있는 단체 카카오톡방(이하 단톡방)에 사건을 알렸다.

A는 성폭행 피해에 더해 공론화를 회피하려는 동아리 대표자와 임원들의 태도에 충격을 받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정신과 입원 치료를 받았다. A는 사건에 대해 알렸던 단톡에 입원치료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이때 동아리 임원을 비롯한 구성원 중 단 한 명도 A의 병문안에 오지 않았으며 A는 단톡방에서 그 어떠한 위로도 듣지 못했다. 상처받은 A는 단톡방에서 폭언하는 데 이르렀다. 이후 한 동아리 임원은 A의 폭언 때문에 놀란 구성원들이 많다며 A에게 동아리 행사에 불참할 것을 권유했다. 이때 A와 동아리 임원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

이후 A의 카카오톡 계정으로 A의 사망을 알리는 글이 동아리와 연계된 동호회 단톡방에 게시됐다. 그리고 며칠 뒤 A가 이 단톡방에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알리는 글을 올렸다. 이 일을 계기로 동아리 임원들끼리 단톡방을 만들어 피해자의 동아리 방출에 대해 논의했다. 논의 과정에서 일부 임원은 피해자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A는 동아리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을 2차 가해로 인권센터에 신고했다. 그러나 5월 14일 인권센터는 동아리 구성원들의 행동 대부분이 2차 가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음악 동아리 성폭력 사건

지난해 9월 8일 C는 가해자 D와 동아리 엠티 준비 및 조사를 위해 인천에 갔다. 답사 후 C와 D는 함께 술을 마시게 됐다. D는 C에게 계속해서 술을 권했다. D는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한 C에게 모텔로 가서 쉬자고 권했다. 이후 D는 모텔에서 C를 강제 추행했다. C는 완고히 싫다는 의사 표현을 다섯 차례나 했다. 그러한 의사 표현에도 D는 관계를 시도하려 했다. C는 D와 경찰서에서 사건을 진술했을 때 둘의 진술 중 크게 어긋나는 지점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경찰에서 거짓말 탐지기를 통한 조사를 요청했을 때 C는 이를 받아들였으나 D는 거부했다고 전했다. 수개월의 경찰 조사 끝에 D는 지난 4월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판결을 받았다.

사건 발생 이후 C는 사건을 스스로 해결해보고자 일부 구성원에게 사건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줄 사람을 찾기는 힘들었다. 일부 구성원들은 사건을 단순 해프닝으로 취급하는 태도를 보였다. 낙담한 C는 사건 발생 3개월 후 스스로 동아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피해자가 동아리를 떠나게 된 이유Ⅰ-사건에 대한 공동체의 소극적인 대처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C-Mash는 공론화를 하지 못한 이유를 밝혔다. 첫 번째는 사건 발생 이후 가해자 B가 잠적한 상황이라 B와 A의 입장을 모두 들을 수 없어 피해 사실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지도교수와 법조인에게 자문한 결과 공론화만으로도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두 가지 모두 납득하기 어렵다. 먼저 동아리는 경찰조사 진행 상황을 참고해 A의 피해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명예훼손에 대한 우려는 법제처 홈페이지만 들어가 봐도 불식할 수 있었다.

가해자의 자백이 있었기에, 동아리에서 우려하는 명예훼손은 ①에 해당한다. ①을 흔히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라고 한다. 그러나 형법 제310조에 따르면 명예훼손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 이때 ‘공공의 이익’에 대해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널리 국가ㆍ사회 기타 일반 다수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고 말한다. 성폭행 사건을 공론화하여 동아리 내에 사건 재발을 방지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동아리의 사건에 대한 공론화는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행위가 아니다. C-mash가 제시한 두 가지 이유는 결국 동아리가 사건의 공론화에 대해 제대로 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음악 동아리 사건에서는 피해자 C가 사건을 일부 동아리 구성원들에게 알렸으나, 공동체 수준의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동아리 내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것은 동아리를 떠난 C가 중앙대 동아리 연합회(이하 동연)에 사건을 신고한 이후였다. 사건의 당사자인 C 없이 논의가 이뤄졌고, C는 동아리가 D에게 동아리방 출입을 금지했다는 사실도 동연 측을 통해 알게 됐다.

 

 

왜 동아리가 나서야 할까?

 

두 동아리 모두 중앙대학교 동연에 소속돼 있다. 동연 회칙에 따르면 동아리 구성은 많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동아리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동아리의 회칙, 대표자 그리고 구성원이 필요하다. 또한 동아리는 활동 목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동아리는 체계적으로 운영되는 공동체여야 한다.

①안정적인 공동체

공동체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구성원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고 이를 위해 대표자와 구성원은 노력해야 한다. 동아리 내 성폭력 사건은 한 구성원이 다른 구성원에게 폭력을 가한 일이므로, 사건에서 피해를 당한 구성원에게 동아리는 안정적인 환경을 보장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 더불어 대표자는 이에 책임을 느끼며 사건 처리를 위한 단계를 밟아야 한다.
동아리의 사건 처리는 구성원 간의 상호 신뢰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구성원 간의 신뢰가 깨진 공동체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힘들다. C-Mash와 음악 동아리의 경우처럼, 사건의 진위를 몰랐던 구성원들이 외부로부터 사건에 대해 알게 된다면 문제를 방치한 대표자와 구성원들에게 실망할 것이다. 이러한 실망은 자신에게도 비슷한 일이 생기면 동아리로부터 완전한 보호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공동체 내에서 구성원간의 상호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동아리는 사건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한다.

②피해자 보호 차원

두 동아리가 사건 처리에 있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는 사법 기관에 의존하여 문제를 해결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아리는 형사 소송 과정이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실제 C-Mash 사건은 작년에 검찰에 송치됐으나 아직 가해자의 형량에 대한 판결이 나지 않았다. 따라서 사법 기관의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성폭력 피해자는 피의자의 보복을 염려할 수밖에 없다. 또한 피의자와 대면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피해 경험을 상기시켜 정신적인 고통을 준다. 따라서 법적 결과를 기다리기보다는 공동체 내에서 사건을 조사하고 피해자와 피의자를 분리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동아리는 다른 구성원의 2차 가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

③법적 제도의 한계

▲출처: 여성신문

한국의 법률로는 성폭력 범죄를 처벌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 강간죄의 성립 요건을 매우 좁게 해석하는 ‘최협의(最狹義)설’ 때문이다. 형법 제297조, 제298조에 따라 강간죄와 유사강간죄로 인정받으려면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할 정도에 이르는’ 폭행 또는 협박이 존재해야만 한다. 2

결국 한국의 형법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좁은 범위에서만 보장한다. 따라서 성폭력 사건의 피의자가 증거불충분 등으로 혐의가 없다고 밝혀졌다고 해도 그의 행동은 충분히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법적 결과와는 별개로 학내단체 차원에서 피의자에게 징계를 내림으로써 법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반성폭력학생회칙

 

실제로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에서는 자체적으로 만든 반성폭력 회칙을 기반으로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린다. 주목할 점은 회칙 내 성폭력 판단의 기준이 실제 법 조항보다 더 넓은 관점에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해 논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칙에서는 성폭력을 ‘상대의 동의를 받지 않은 성적 언동을 함으로써 한 인간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침해하고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회칙에서는 성폭력 개념과 2차 가해에 대한 조항이 있는데, 그 밑에 달린 해설은 어떤 행위가 성폭력과 2차 가해에 해당하는지 상세히 설명한다. 서울대의 사례는 공동체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자체적 판결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법적 한계까지 보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④사건 재발 방지

A가 동아리에 공론화를 요청하고 C가 동아리 내부에 사건을 알린 이유는 같았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바람처럼 동아리는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내부적으로 반성하고 사건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했다.
성폭력 사건은 단순히 가해자를 처벌하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공동체 내에 존재하는 성차별적 문화가 사건 발생의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동체 내에서 사건에 대한 내부 판결이 끝나면 구성원에게 사건에 대해 알려야 한다. 이후 구성원들 간에 이러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함께 반성하고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동아리 내의 성차별적 문화를 인식하게 된다면, 이를 변화시키는 것에 대한 논의까지 진행돼야 한다.
이러한 논의는 그 과정 자체로서 가치를 갖는다. 성폭력 사건에 대해 함께 말하는 과정에서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개인은 자신의 행동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자신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체적인 과정에서 공동체는 구성원의 안전을 보장해줄 수 있는 환경으로 나아가게 되고, 이는 성폭력 사건을 예방할 수 있게 한다.

 

피해자가 동아리를 떠나게 된 이유Ⅱ-강간문화

강간문화는 강간이 빈번히 발생하는 현실뿐만 아니라 강간을 조장하고 용인하는 사회 환경을 말한다. 아래의 구성원과 피해자의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강간문화를 볼 수 있다.

C-Mash

 

위 자료는 피해자 A가 동아리 단톡방에서 몇 차례 폭언한 이후 동아리 임원들이 임원 카톡방에서 A의 동아리 방출에 대해 나눈 대화다. 동아리 임원들은 A의 폭언에 강경하게 대응하려 하고 있다. 처음으로 구성원들에게 폭언했을 당시 A는 성폭력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였다. 그런 A에게 필요한 것은 아픔에 대한 동아리 구성원들의 공감과 위로였다. 그러나 동아리 구성원들은 A에게 무관심했다. 또한 동아리 임원은 A에게 폭언을 이유로 동아리 행사에 불참할 것을 권유했다. 이후 서운함을 느낀 A는 몇 차례 폭언하게 된 것이다. 즉, 동아리 임원들은 A의 폭언이 시작된 배경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동아리 임원들은 전체 구성원에게 동아리 활동의 잠정 중단을 알리는 과정에서 성폭력 사건을 ‘남녀 간의 불미스러운 일’로 표현했다. 성폭력 사건을 사적인 사건으로 축소하는 것은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같다. 피해자에 대한 공감의 부재와 성폭력 사건 축소는 성폭력 사건의 올바른 해결과 성폭력 예방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악순환은 집단 내 강간문화를 지속시킨다.

 

한 임원의 “피해자 코스프레”라는 말은 A가 피해자가 아니면서 피해자인 척을 하고 있다는 말과 같다. 이를 통해 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해자다움’을 은연중에 강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폭력 피해자가 무기력하고, 우울한 병리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피해자답지 않다며 배척당한다. 이처럼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고정관념은 피해자에게 우울하고 무기력할 것을 요구하여 결국 피해자가 피해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한다.

음악 동아리

 

 

사건 이후 C는 동아리 구성원 중 꽤 친밀하다고 생각했던 E와 카카오톡을 통해 대화를 나눴다. C는 가해자 D가 자신에게 술을 먹였으며, 함께 모텔에 간 뒤 예상치 못한 신체접촉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E는 D가 자신의 선을 넘어버려 앞으로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는 C에게 “와 나도 써먹어야지”라고 말하며 장난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E의 말에서 사회에 만연한 강간문화가 드러난다. 상대에게 술을 먹여 상대가 이성적인 사고를 하지 못할 때 신체접촉을 하는 것은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이는 성폭력에 해당한다. 그러나 E는 성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적인 행위를 연애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 정도로 치환해버렸다. 성폭력 자체, 혹은 성폭력 시도를 강간이 아닌 연애를 위한 단계나 수단으로 인지하는 문화는 성폭력의 심각성을 덮고, 가해자에 면죄부를 준다. 이와 같은 인식은 성폭력을 성폭력으로 인지하는 것을 어렵게 하며, 강간문화를 지속시킨다.

 

 

 

C와 다른 동아리 구성원 F와의 대화이다. F는 C를 돕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F는 “안 잤지? 했어?”라며 피해 사실의 본질을 흐렸다. C가 “안 했어”라고 말하자 피해자가 수치스러워지는 사회라며 다행이라고 말했다. “안 했으면 수치스러울 일도 없어”라는 F의 발언은 성폭행 피해를 고발하는 일이 수치스러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발언은 성폭행 사건이 여성의 정조와 관련한 문제라는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여성의 순결을 강조해온 사회는 ‘순결한’ 여성은 보호의 대상으로, 그렇지 않은 여성은 비난의 대상으로 상정한다. 순결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방식 중 하나이다. 과거 성폭력 관련법에서도 이같은 인식이 드러난다. 1995년 전에는 형법에서 성폭력 범죄를 ‘정조에 관한 죄’로 명시했다. 국가는 ‘정조’를 잃은 여성만을 위해 성폭력 범죄를 처벌했다. 1995년 형법이 개정되면서 형법 제32장은 ‘정조에 관한 죄’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로 바뀌었다. 정조라는 단어가 형법에서 사라진 지 20년도 더 지난 지금, 정조를 중시하며 성폭력의 본질을 흐리는 일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에 수치를 느끼게 만든다. 또한, 성폭력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피해자가 제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피해자 A와 C는 모두 동아리 내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동아리 구성원이었다. A는 사건이후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에서도 C-Mash의 행사에 참여하려고 했을 정도로 동아리 활동을 좋아했다. C 또한 동아리에 정성을 쏟았다.
A와 C는 성폭력 사건 이후 신뢰했던 동아리로부터 도움을 받고 다시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길 원했다. 하지만 그들이 용기 내어 사건에 대해 알린 후 마주해야 했던 것은 구성원들의 외면이었다. 결국 두 피해자는 많은 상처를 받고 동아리를 떠나야만 했다.
C-Mash의 한 동아리 관계자는 중앙문화 인터뷰에서 “매뉴얼이 없어서 어떻게 대처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 말을 통해 공동체가 피해자를 외면하는 최악의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매뉴얼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모든 동아리에 성폭력 사건 처리에 관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교내 동아리를 총괄하는 동연은 5월 3일에 ‘성폭력 예방 및 처리에 관한 회칙’을 신설했다. 회칙은 폭력 사건 처리 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매 학기 동아리 임원진을 대상으로 반성폭력 교육을 실시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동연의 회칙 또는 다른 학교의 반성폭력 회칙을 참고해 각 동아리는 자체적으로 반성폭력 회칙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제도가 갖춰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제도를 통해 공동체 내에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처리가 진행된다 하더라도 구성원의 2차 가해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은 결국 강간문화가 척결돼야 가능한 일이다. 공기처럼 만연한 우리 사회의 강간문화를 인식하고 그 문화에 일조하지 않는 것이 성폭력 근절 및 예방의 첫 시작이다. 문화를 함께 바꿔나간다면, 성폭력 피해자들은 사건 고발 후 더 안전해진 공동체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몰착락: 돌아갈 곳이 없는 성폭력 피해자들.

참고:

  1. 이형민, [단독] 조직 내 성폭행 피해자를 외면 아픈 상처 덧낸 대학 동아리, 국민일보, 2018.01.25.
  2. 이세아, ‘왜 저항 안 했나’ 캐묻는 한국 성폭력 규정, 피해자 두 번 죽인다, 여성신문, 201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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