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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청소, 시설노동자 실태보고, 왜 노동조합으로 해결해야 하는가?

편집위원 이재정

 

학내 비정규직, 삶을 묻다

2014-07-07 03;55;29눈이 내리는 계절이다. 흰 눈이 쌓인 교정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학생들, 언 손을 녹이며 손을 맞잡고 걸어가는 연인들이 저마다 캠퍼스의 낭만을 누릴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캠퍼스는 첫눈에 환호하는 이들로 가득찼다. 하지만 학내에 눈이 오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이들이 있다. 바로 청소노동자들이다. 청소노동자 A씨는 손을 꼭잡으며 말한다. “제발 눈이 오기 전까지는 어떻게든 해결이 됐으면 좋겠어. 매년 겨울이면 우린 눈을 치워. 그래서 겨울만 되면 동상을 달고 살지. 제발 이번해엔 눈 좀 안 치워봤으면 좋겠어.” 청소노동자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외곽청소다. 봄이면 꽃잎, 가을이면 낙엽을 쓸고, 겨울이면 눈을 실어 나른다. 외곽청소 담당자를 따로 두는 타학교 1와는 달리 중앙대는 청소노동자들이 각자 맡은 건물 주변의 외곽청소까지 담당하고 있다. 각 건물에서 일을 하다가도 소장이 부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밖으로 나가야 한다.

시설노동자는 방재, 전기, 기계 노동자로 나뉜다. 방재노동자의 주업무는 화재예방과 점검이다. 전기노동자는 전체건물의 전기관련 설비를 관리한다. 기계노동자는 보일러 등의 기계를 가동시킨다. 그들은 주업무 외에도 ‘영선업무’라는 이름의 잔업무까지 담당하고 있다. ‘영선업무’는 화장실 변기 뚫기, 떨어진 문 같은 자잘한 시설물 수리 등의 민원업무다. 학내에 문제가 생기면 각 건물에서는 시설팀으로 전화를 건다. 시설팀에서는 용역업체 2의 소장에게 전화를 건다. 이후 소장은 시설노동자 개인에게 연락하여 잔업을 지시한다. 주업무를 하는 중이라도 전화가 오면 지시된 곳으로 달려가야 한다. 기계노동자는 1시간 정도 기계를 지켜야 하는 시간이 있지만 전화가 오면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 주업무를 충실하게 할 수 없는 환경이다. 행여나 기계가 오작동이라도 나면 담당 노동자의 책임이다.

청소노동자의 계약상 노동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한1~2 시간 정도 이른 시간부터 청소를 시작한다. 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이 주로 건물을 사용하기 시작하는 9시 이전까지 청소를 마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시간보다 일찍 나오는 것은 물론이고 계약상 노동시간은 10시간이지만 임금은 7시간 정도로 받고 있다. 사실상 4시간 이상의 무료노동을 감내하고 있는 셈이다. 고려대학교는 8시간의 노동과 2시간의 식사시간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대는 노동과 휴게의 구분이 없다. 정해진 휴게시간을 지켜서 쉬는 것이 아니라 일하면서 ‘짬짬이’ 쉬고 있기때문에 휴식시간보다는 ‘대기시간’에 가깝다. 근무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휴게시간을 실제 노동자가 지키기란 어렵다.

청소노동자는 학생들의 생활패턴에 맞춰 일한다. 학생들이 나오기 전에 청소를 마치고, 틈틈이 더러워지는 공간을 청소하며, 학생들이 한바탕 지나가는 시간 이후에 또다시 청소를 한다. 아트센터의 경우에는 청소를 하는 과정에서 학생들만 고려하는 것이 아니다. 극장까지 청소를 하고 있는 아트센터의 청소노동자들은 행사일정에도 맞춰야 한다. 행사가 있는 날이면 쉬는 시간도 없이 청소를 한다. 주말에 행사가 있는 경우에는 월요일에 업무량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에 일요일까지 나와 무료노동을 자발적으로 한다. 특정 건물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에게 업무가 과중되기 마련이다. 행사가 많이 열리는 R&D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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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노동자 B씨는 매달 임금명세서를 받으며 의아함을 느꼈다. 임금명세서에는 분명 연장수당과 주말수당이 명시되어 지급되고 있었지만, 실제 노동시간과 비교해보면 제대로 계산되지 않았다. 사실상 월급은 150만 원 정도로 정해놓고 끼워맞추기 식이었다. 애초에 102만 원이라는 적은 기본금을 책정하고, 연장수당과 주말수당으로 150만 원을 채우는 식이었다. 그 달에 연장근무를 유독 많이 했던 동료와 자신을 비교해봤지만 임금은 같았다. 겨울에는 인원이 충원되어서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여름에는 노동시간이 많지만 겨울과 여름의 임금도 같았다. 노동자는 합당한 수당도 받지 못한 채 과도한 연장근무를 감당하고 있었다. 월 40회를 5명이 나눠 한 달에 8회씩, 오후 6시에서 10시까지 연장근무를 한다. 한 달에 1~2회씩 주말에도 오전 8시에서 오후 5시까지 근무하고 있다. 토요일까지 연장근무가 있으면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한다. B씨는 “이게 어떻게 제대로 된 직업이냐”며 한탄했다. 임금은 4년째 동결이다.

시설노동자가 장시간 근무하는 것은 인원부족과도 관련되어 있다. 시설노동자는 평소엔 15명, 겨울엔 야간인원이 충원되어 23명이 일을 하고 있다. 방재노동자는 소장, 방재주임, 주간·야간·비번기사 3명이 있다. 전기노동자는 오후 6시에서 오전 9시까지 야간근무를 한다. 주간에는 학교에서 직고용한 직원이 근무한다. 2명이 학내 전체건물을 총괄한다. 기계노동자는 총 8명이다. 2명의 노동자가 R&D 건물, 6명의 노동자가 나머지 22개의 건물을 담당한다. 건물이 16개인 한국예술종합학교(석관동, 서초동 캠퍼스)의 시설노동자 인원이 34명인 것에 비하면 중앙대 시설노동자가 얼마나 적은 인원으로 과중한 노동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휴게공간 또한 열악하다.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대부분 계단 아래 공간이나 주차장, 방호실에 위치한다. 지하 계단 아래 위치한 휴게실은 매년 여름이 되면 곰팡이와 씨름해야 한다. 주차장에 위치한 휴게실은 매연으로 인해서 문을 여는 것조차 곤혹스럽다. 방호실을 사용하는 청소노동자는 방호노동자와 함께 휴게공간을 이용하고 있다. 대부분 남성인 방호노동자와 대부분 여성인 청소노동자가 같은 공간을 이용하기란 여러 불편이 따른다. 옷을 갈아입거나 휴식시간에 쪽잠을 잘 때도 눈치가 보인다. 한 휴게실의 청소, 방호노동자는 “서로가 너무나 불편하다”며 방호노동자 스스로 방호실 한편에 따로 임시 거처를 마련하기도 했다. 일부 건물은 규모가 큰 건물이지만 지정된 휴게실이 한 곳 뿐이다. 그래서 각 층의 기계실에 ‘간이 휴게시설’을 만들어 이용하기도 한다. 다목적관에는 휴게공간조차 없다.다목적관에서 근무하는 청소노동자는 휴식을 하기 위해 학생문화관까지 가야 한다. 학생문화관의 휴게실을 함께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노동자가 주로 일하는 기계실은 서울캠퍼스에 5곳이다. 기계실 중 소음을 막아주는 부스가 있는 곳은 자연대 한 곳 뿐이다. 나머지는 창고형식이다. 시설노동자에게 휴게시간이란 없다. 민원을 기다리는 ‘대기시간’만 있을 뿐이다. 이것이 노동자들이 머무르는 공간을 ‘대기실’이라 부르는 이유다. 시설노동자들이 업무를 하다 보면 오물을 뒤집어 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샤워시설이 꼭 필요하다. 시설노동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샤워시설은 법학관에 한 곳, 그리고 24시간 일하는 방재노동자를 위해 마련된 숙소 내의 샤워실 뿐이다.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도 문제를 제기할 수 없었다.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위협감이 팽배했다. 시설노동자들은 임금문제를 얘기하기 위해 무팀을 찾아갔다. “우리부서가 아니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시설팀을 찾아갔다. 용역업체와의 계약상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용역업체에 문제를 이야기해 보았지만 “싫으면 니가 떠나라”, “임금이 적으면 다른 일자리를 구해라” 등의 폭언이 쏟아졌다. 오늘도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은 쉽지 않다.

지금, 우리에게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2014-07-07 03;55;48

이처럼 중앙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하다. 억눌린 삶을 살던 그들이 살맛나는 일터를 만들고자 지난 9월 27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중앙대분회(이하 중앙대분회)’를 결성했다. 학내에서 하나의 주체로 인정받겠다는 외침이었다. 그렇다면 왜 ‘노동조합’일까?

겉으로는 평등해보이는 노동자와 고용자간의 계약은 사실상 불평등한 구조다. 노동자의 생계와 직결된 고용여부를 쥐고있는 고용자가 권력관계의 우위에 설 수밖에 없다. 임금, 시간, 여가 같은 삶의 중요한 부분들은 노동자 스스로가 아닌 사측에 의해 결정’된’다. 노동자는 주어진 삶을 살아낼 뿐이다.

이런 환경에서 노동자가 할 수 있는 판단은 ‘그저 받아들이고 살 것인가’, 아니면 ‘현재 겪고 있는 부당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를 할 것인가’ 둘중 하나다. 노동조건의 개선을 원한다면 노동조합은 필수적이다. 합법적으로 집단이 항의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이 노동조합이기 때문이다. 헌법 33조에는 ①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노동자는 합법적으로 노동조합을 만들고, 고용주와 교섭하며, 필요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때로는 파업이나 투쟁을 통해 의견을 관철하기도 한다.

한국에서 노동조합은 단체교섭을 통한 협상보다도 ‘여론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대중에게 주목을 받지 못하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목소리를 낸다. 취약한 노동조건을 사회적으로 이슈화하여 고용주가 사회적 책임을 느끼도록 압박감을 주는 것이다. 문제가 공론화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주목받지 못했던 사건에 대한 본질적인 원인분석이 이뤄지고, 쟁점이 생겨난다.

노동자 개인이 문제를 해결하기란 어렵다.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일을 열심히 해서 성과금을 받거나 또다른 개인과의 경쟁을 통해 살아남는 ‘생존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안정적으로 최소한의 생존조건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집단적인 성취와 집단의 권리 상승을 모색해야 한다. 노동조합 하나가 결성될 때 다른 지부에서 연대를 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집단의 규모를 키우고, 연대의 단위를 늘려서 노동자들이 낼 수 있는 목소리의 힘을 키우는 것이다.

학내 비정규직 노동조합은 더욱 중요하다. 홍보실장은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기업이나 대학이나 어느 조직을 운영할까에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는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대학은 점점 기업식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사회적 권력을 가진 이들과 노동하는 이들 사이의 구조적 권력차이는 계속적인 불균형을 만들어낸다. 학교는 기업이 아니다. 사회적 책임이 있는 교육기관이다. 그러므로 대학은 최소비용과 최대효과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학내 노동자들의 부당한 처우에 대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학내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하는 다양한 접근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온정주의적인 접근뿐이었다. 1998년, 2009년 총학생회에서 추진했던 어버이날 행사, 2010년 학군단에서 진행했던 교내 미화활동,2012년 총학생회의 ‘방호원/미화원’s day’, 2013년 사과대 학생회에서 시행했던 ‘방호원, 미화원과 함께하는 도시락 나눠먹기 행사’ 등이다. 이러한 행사는 잠시 청소노동자의 업무를 덜어주거나, 노동자의 퇴근길에 간식을 들려주는 일회적인 행사에 불과했다. 그저 한순간의 ‘훈훈한 기억’이었다. 사업이 끝난 후 노동자들의 삶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노동자에게 필요한 것은 온정주의적인 접근이 아니라 노동시간, 임금, 노동범위 등의 근본적인 문제다. 온정주의적인 접근들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은폐’할 뿐이다. 노동조건을 개선함으로써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단순히 학생들이 도와줘야 하는 문제로 가려져 버린다.

앞서 언급했던 홍보실장은 “여러분들이 이들을 돕기 위한다면 등록금에 부가 형태의 모금보다는 설이나 추석 등 명절이 오면 여러분들이 모금함을 설치하여 모금을 하고 이 모금한 돈으로 청소원이나 방호원들에게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하는 것이 학생의 도리에 맞는일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대하는 접근방식이 얼마나 안일한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바라는 학생들이 해야할 것은 돈을 모아선물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나갈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일방적으로 도와드려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노동자와 학생이 함께 문제를 하나씩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한 문제해결의 길이다.

“노동조합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더라구요.”

하지만 이 사회에서 노동조합을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여전히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들이 사회에 만연하다. 서울권 대학 중 처음으로 노동조합을 출범한 고려대학교의 경우에 는 심지어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경찰서에 간다더라’는 소문 때문에 노동조합 결성에 어려움을 겪었다.2014-07-07 03;55;57

노동조합이 출범한 지 1년이 갓 넘은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의 한 청소노동자는 노동조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노동조합 자체에 대해서도 잘 몰랐고,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경찰에서 조사나오고 그러는 줄 알았아요. 노조하다가 잡혀간 사람들이 많았잖아요. 맨날 빨간띠 두르고 투쟁만 하고, 일도 안하고 회사에 누를 끼치는 존재라고 알았죠.” 한예종 박정애 분회장은 이에 덧붙였다. “TV에서 왜 투쟁을 하는지는 부각되지 않고, 투쟁을 한다는 사실만 너무 부각되어서 폭력적인 집단이라고 알려진 것 같아요. 하지만 알고보니 그게 아니었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그런게 아니라고 알려주고, 왜 좋은지를 알려줬어요.” 직접 노동조합을 경험한 이들은 노동조합에 대한 편견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인지하고 있었다.

노동조합을 위해서는 ‘누군가 총대를 메야한다’는 우려도 있다. ‘누군가 책임자가 되어야 하는데, 책임자가 가장 먼저 짤릴 것이다’라는 걱정에 중앙대분회 출범 이전에 갈등이 있기도 했다. 용역업체에서 교섭을 거부하고, 학교 측에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교에 밉보이는 행동을 하면 해고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있다.

한편 중앙대 비정규직 노동조합 출범이 이슈화되자 학내 커뮤니티에선 여러 의혹이 제기되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가 순수한 문제해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 특정 정당이나 노조가 개입하여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혹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은 일부 학우들의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됐다. 특정정당은 중앙대분회를 응원하기 위해 ‘연대’차 방문한 것이었다. 노동자들의 권리보호를 위한 정당이 노동조합 출범을 지지하기 위해 온 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특정정당의 방문을 나가라고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노동조합이 여러 단위나 정당과 연대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것이 학내 노동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또한 노동자와 사측간의 문제는 정치성을 배제하며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권력관계가 들어간 문제에서 정치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운수 서울경인공공서비스지부(이하 서경지부)가 개입되었다는 의혹은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살펴보면 그것이 잘못된 의혹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노동연맹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있다.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교섭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같은 상급단체의 산하에 들어가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것이 보편적인 형태다. 중앙대분회는 민주노총이라는 상급단체의 산하로 들어갔고, 산별노조 체제 하에 공공운수노조로 결성된 것이다. 산별노조체제란 같은 직업군별로 노동조합을 이루는 체제다. 이런 체제는 노동자 개인이 가입만 하면 되기 때문에 간단하고 안전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업무별 노동자들간의 경계를 두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간의 ‘연대’를 중요시하는 산별노조체제는 비정규직들이 권리를 찾는데 유리한 방식이다. 서경지부가 개입하였다는 의혹은 무지, 혹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2014-07-07 03;56;08

한편으로는 노동조합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사측과 학교 측의 움직임도 있었다. 지난 9월 9일, 청소, 방호노동자들과 계약을 체결한 용역업체인 티앤에스개발주식회사는 노동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발언을 했다. 이에 노동조합에서는 ‘노동조합에 대해 발언했던 것이 조합 활동을 방해하거나 조합가입을 금지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음을 확인하다’는 내용이 포함된 확약서를 받아냈다. 또한 확약서를 통해 앞으로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어떠한 제재나 오해의 소지가 있는 언행을 하지 않을 것이며, 소장 등 현장 관리자가 노동조합의 자주적 단결을 침해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R&D센터에서 는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에게 특근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을 몰아주는 일이 발생했다. 노동자들에게 특근은 추가수당을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즉, 이것은 엄연한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를 향한 ‘경고’였다.

학교 측에서도 노동조합에 대한 훼방이 이뤄졌다. 지난 11월 14일, 노동조합은 학생들의 연대메시지를 노란색 띠에 받아 나무에 묶는 선전전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것은 방호노동자들에 의해 하루만에 제거됐다.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학교에서 지시를 받은 관리소장이 방호노동자들에게 지시하여 제거하도록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학내의 미화작업을 담당하는 청소노동자가 아닌 방호노동자에게 지시한 것은 단순히 학내 미화작업을 위한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에서 진행한 선전전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노동조합에서나 사람대접 받지, 어디가서 이런 대접을 받겠어”

타 학교의 사례를 살펴보면 노동조합 이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얼마나 개선시킬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고려대학교는 노동조합을 결성한 지 벌써 10년째다. 서울권 대학 중처음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한 고려대는 더욱 어려움이 많았다. 고려대 청소노동자들은 당시를 ‘소장이 쫓아오면 나무 뒤에 숨고, 벌벌 떨던 시절’이라고 회상했다. 1997년 IMF 이후 인원이 대폭 감축되었다. 2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해야 했다. 최저임금도 안 되는 시급으로 퇴직금 포함 65만 원을 받던 시기였다. 노동시간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규정되었지만 일을 끝내기 위해서 2~3시간 일찍 출근하는 상황이었다. 간접고용으로 1년마다 용역업체가 바뀌기 때문에 재계약 기간이면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업체가 바뀌면서 인원이 감축돼 고용승계가 되지 않는 경우도 빈번했다. 소장에게 잘보이면 살아남고, 밉보이면 해고되는 ‘소장 맘대로’시스템이었다.

노동조합이 결성된 이후, 노동자 삶의 많은 부분이 변화했다. 최저임금으로 시작하여 현재는 생활임금3 5700원을 쟁취했다. 현재 노동시간도 오전 6시에 출근하여 오후 4시에 퇴근하고 아침, 점심시간이 각각 1시간씩 주어져 하루 8시간 노동을 준수하고 있다. 지급되지 않았던 식대는 7만원으로 늘어났다. 아직 간접고용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고용승계에 있어서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하기로 합의되었다. 명절에는 상여금이 주어지고, 봄, 가을로 총 500만원의 단합대회비를 지원받게 됐다.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도 완전히 달라졌다. 10년동안 고려대분회는 부당한 권리들을 찾아내어 하나하나씩 해결해 나가고 있다. 고려대 이영숙 분회장은 “우리는 지금 아무것도 걱정되는 것이 없다”며 중앙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기원했다.

한예종은 노동조합이 결성된 지 1년이 갓 넘었다. 한예종 박정애 분회장은 “결성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변화한 것이 많다”고 이야기한다. 시급은 최저임금에서 생활임금 3 5700원으로 개선되었다. 관리자가 퇴근시간 이후에도 조회를 진행하면 노동시간이 초과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현재는 6시 반 출근, 3시 반 퇴근이 정확히 지켜지고 있다. 60세였던 정년은 70세로 늘어나서 생계를 이어나가기 수월해졌다.

외곽청소와 공동작업도 문제였다. 겨울이면 ‘하얀것이 보이지 않도록’이라는 학교의 지시에 따라서 눈을 치웠다. 건물 외벽까지 담당하여 유리창을 닦고, 곰팡이를 제거했다. 비가 오면 다같이 물이 고인 곳을 찾아다니며 모기유충을 제거하고, 막힌 하수구까지 청소했다. 하지만 현재는 남성 청소노동자들이 외곽을 담당하고, 일반 청소노동자들보다 외곽수당 23만원을 추가로 받기로 합의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전, 용역 측의 중간관리자로 인한 압박도 극심했다. 휴게실 문도 뜯어서 속삭임까지 다 들리게 하는 등 횡포가 날로 심해졌다. 한예종 노동자들은 “이런 상황에서 한예종 청소노동자의 실질적인 노조가입률 100%(개인사정이 있는 분은 제외하고)는 당연한 결과였다”고 입을 모았다. 한예종은 여러 투쟁과정을 거쳐서 세밀한 노동조건도 개선했다. 5일간의 추가휴가와 여성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생리휴가를 보장받고, 샤워공간도 확보했다.

우리는 이러한 사례를 통해 중앙대분회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다. 이미 중앙대는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무급으로 나와서 일했던 개교기념일은 휴일로 지정되었다. 중앙대분회가 용역업체와의 교섭이 성공하고, 안정적으로 자리잡는다면 그동안 침해당했던 권리들을 하나씩 되찾아 갈 수 있을 것이다.

“노조에 가입하고 나니 어깨가 절로 펴져요.”

그동안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는 학생들의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노동자는 부당한 일을 당해도, 노동이 너무나 힘들어도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가 없었다. 그동안 학생들은 깨끗한 강의실, 낙엽이나 눈이 치워진 거리, 고장나면 수리되어 있는 화장실 등등 잠깐 잠깐사이에도 변화하는 주위 환경을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다. 학생들은 그들을 신경쓰지 않았지만 그들은 항상 우리 주위에 있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은 그들의 노동에 대한 대가였다.

이제는 그들이 침해당한 권리에 대해 인식하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출범식 이후 노동자들은 지속적으로 학내 선전전을 진행하여 학생들에게 그동안 침해당했던 권리들에 대해 알렸다. ‘8시간 근무 보장’, ‘토요근무 폐지’, ‘생활임금 보장’, ‘고용안정 보장’ 등을 구호로 요구사항을 알리기도 했다. 이후 교섭이 계속 결렬되자 용역회사를 규탄하며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것을 요구했다.

한편으론 노동조합에 가입한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대폭인상! 생활임금 쟁취!’, ‘노동기본권 쟁취! 비정규직 철폐!’라고 쓰인 조끼를 입고 생활투쟁을 벌였다. 학생 서포터즈와 함께 현수막을 직접 손으로 써 학내 곳곳에 붙이거나 ‘준법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준법투쟁이란 계약상의 노동시간에 맞춰 일하는 것을 말한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그동안 청소노동자들이 일을 끝마치기 위해서 추가노동을 감내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에만 일하는 것은 중앙대의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일하는 시간과 임금을 받는 시간을 비교해보면 하루 4시간 정도 무료노동을 해왔다. 휴게실을 방문하며 만난 청소노동자 C씨는 “그동안 몸에 베인 습관들이 있어 정해진 시간에만 일을 하는 게 익숙하지 않지만, 우리가 겪었던 추가노동의 심각성을 준법투쟁으로 학교 관계자들과 학생들이 몸소 느끼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준법투쟁에 대한 내용을 알리기 위해 대자보를 쓰거나 화장실에 유인물을 붙이기도 했다. 당장 학생들이사용하는 건물이나 외곽이 지저분해질 수도 있지만, 이는 그동안 청소노동자들의 무료노동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해왔는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앞으로 우리들의 역할2014-07-07 03;56;17

학생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기 위해 지난 10월 10일 ‘비와당신(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하는 당신)’이라는 서포터즈를 발족했다. 많은 학생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요구를 공감하고 지지를 보내고 있다. 개별적인 지지뿐만 아니라 인문대학생회, 철학과 학생회, 정치국제학과 비상대책위원회, 사회학과 학생회, 국어국문학과 학생회, 자유인문캠프 기획단 잠수함토끼들, 동아리 연합회 등의 단위에서도 연대하고 있다. ‘비와 당신’은 발족식과 함께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노동조합이 왜 필요한지 잘 알지 못하는 학우들을 위해 이병훈 사회학과 교수를 모시고 ‘지금, 우리에게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라는 주제의 특강을 열었다. 하버드 학생들의 학내 노동자 생활임금 쟁취 투쟁을 그린 다큐멘터리 <점거>를 상영하기도 했다. 상영회 이후 토론시간을 가져 연대를 해야 하는 이유와 어떻게 연대를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포터즈학생들은 지속적으로 휴게실을 방문하여 노동자들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 현재는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와 함께하는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많은 노동자들과 학생들은 ‘비와 당신’ 서포터즈의 활동이 단기적인 활동으로 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서포터즈 박휘준(사회학과 12)씨는 서포터즈의 활동이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노조의 상황이 괜찮아지면 서포터즈의 활동이 줄어들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해가 바뀌면서 실천단의 구성원이 바뀔 수는 있지만, 계속 학교 내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들을 진행해 나갈 생각입니다.”

학내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단기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노동조합을 출범한 것이 전부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고려대의 경우에는 노동조합이 결성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한번도 끊기지 않고 학생들의 연대가 이어졌다. 고려대는 노동자와 학생간의 연대가 학생들의 일방적인 도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노동자도 학생들의 문제가 생기면 함께 연대했다. 2006년, 고려대엔 7명의 학생이 출교당한 사건이 있었다. 출교생들은 본관 앞에 천막을 치고 항의했다. 그동안 학생들에게 도움만 받았다고 생각한 청소노동자들은 학생들이 법적으로 싸울 때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을 고기나 떡 등의 음식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을 도왔다. 일방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힘들 때 도와주는 바람직한 ‘연대’의 모습을 보여줬다. 중앙대에서도 중앙대분회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학생들의 끊임없는 연대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일방적으로 주는 ‘도움’이아닌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진정한 ‘연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대분회가 나아갈 길은 멀다. 아직 세 달도 되지 않았다. 노동자와 학생 모두 지치지 말고, 살맛나는 일터를 위한 투쟁을 계속 해야한다.노동자들 간의 연대와 노동자·학생 간의 연대가 끊기지 않고 지속되기를 응원한다.

 

학내 청소, 시설노동자 실태보고 / 왜 노동조합으로 해결해야 하는가?

참고:

  1. 고려대, 한국예술종합학교, 경희대 등의 학교에는 외곽을 담당하는 청소노동자가 따로 있다.
  2. 시설노동자와 계약을 체결한 용역업체는 금성소방산업이다.
  3. 물가와 상황을 고려하여 노동자의 최소생활비를 보장한 급여를 말한다.

학내 청소, 시설노동자 실태보고 / 왜 노동조합으로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2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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