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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신현욱

 그야말로 혼돈의 나날들이었다. 하루하루가 새로운 인물의 성폭력 사건으로 시작되어 또 다른 피해자의 폭로와 함께 마무리됐다. 서지현 검사의 떨리는 목소리를 신호탄으로 사회 각계의 피해자들이 입을 열었다. 매 주 미투 운동과 관련된 시위와 문화제로 도심 곳곳이 북적였다. 한국 사회에 만연한 강간문화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었다. 성폭력 피해자에서 고발자로 거듭난 이들의 ‘#metoo’는 폭로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이들의 ‘#withyou’로 이어졌다.
중앙대라고 그 물결을 피할 수 없었다. 학생, 강사, 교수로부터 당한 피해를 고발하는 글이 익명 커뮤니티를 뒤덮었다. 공동체에서 외면당할까 봐, 학점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아무런 소용이 없을까 봐 숨죽일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은 서로의 목소리에 의지하며 사상 초유의 ‘폭로의 장’을 만들어냈다. 강간문화를 경계하고 피해자들과 연대하겠다는 학내 단체들의 성명서가 줄줄이 이어졌다. 교수, 교직원, 학생들을 상대로 한 성폭력 예방 교육이 의무화되었으며 학과와 학내 단체들은 반성폭력회칙을 만들기 시작했다. 유의미한 변화다.

그러나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기에 학교는 여전히 자격 미달이었다.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처벌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권센터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성폭력과 관련된 매뉴얼을 갖추지 못하고 있던 학생 대표자들은 우왕좌왕했다.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창구를 찾지 못해 폭로라는 최후의 수단을 택한 피해자들은 폭로 이후에도 사건을 직접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애써야 했다.

폭로는 피해자들로 하여금 성폭력의 원인이 자신의 나약함이 아닌 폭력의 구조에 있다는 각성을 가능케 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미투의 물결이 학내를 한 번 휩쓸고 간 이 시점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폭로 이후의 현실이다. 폭로 이후에 피해자들이 당면했던 문제를 직시해야만 미투 운동을 학내의 제도적인 변화와 성차별적 문화에 대한 변혁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 이에 따라 본 기획에서는 학내에서 이루어진 고발들을 자극적이거나 단발적인 기사로 다루기보다, 폭로와 그 이후의 진행 상황을 따라가 기록하고자 한다. 본 기획을 통해 각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을 따라감으로써 폭로 이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기억해야 할 두 가지 지점이 있다. 첫째로, 학내 성폭력 사건과 이에 대한 고발은 이전에도 있었다는 점이다. 미투 운동이 진행됨에 따라 더 많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12년 알려진 10년에 걸쳐 발생한 교수 성폭력 사건 1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이어진 교수 성폭력 사건 2 등, 성폭력과 그에 대한 고발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둘째로는 언급된 성폭력 사건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각 사건은 폭로 이후 가해자에게 징계를 내리는 과정에 있거나, 처벌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가해자가 가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거나 하는 이유로 현재 진행형이다. 각 사건들의 향후 진행 상황은 후속 기사로 이어질 것임을 알리며 글을 시작한다.

 

경영학부 A교수 성폭력 사건

학내에서 발생한 성폭력에 대한 고발이 끊이지 않던 3월,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 중 한 명은 경영학부 A교수였다. 중앙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제보에 따르면 A교수는 학생들에게 “우리 OO 생리해서 그런가? 기분이 안 좋아 보여”, “우리 OO는 그 날 아닌가 봐, 치마 입은 거 보니까?” 와 같은 성희롱을 일삼았다. 해당 글에는 A교수가 동아리방에 들어와 손을 잡고 어깨에 기댔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A교수는 자신에 대한 고발에 대해 “요즘은 만들어내는 말들이 많다”, “근래에 F학점을 준 학생들이 있는데 혹시 이에 대한 보복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3며 가해 사실을 부인했다.

A교수의 성폭력 가해는 3월 4일 대나무숲에 제보된 이후, 12일 <중대신문>에 의해 공론화되었다. 경영학부 학생회는 사건이 알려진 지 한참이 지난 20일이 되어서야 대응에 나섰으나, 그마저도 고발의 “사실성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데 그쳤다. A교수에 의한 성폭력 피해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총 175개의 응답 중 직접 피해 7건, 목격담 23개가 접수되었고, 설문 결과는 인권센터로 인계됐다. A교수는 가해 사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한 달 이상 수업을 진행하다 4월 27일 수업에서 배제되었다. 성폭력대책위원회 4(이하 대책위)는 A교수의 징계를 요청한 상태이며, A교수에게 공개 사과문을 게시할 것을 권고하고 성폭력 재발 방지 교육을 이수할 것을 명했다.

4월 30일 학내에 게시된 사과문에서 A교수는 “여러 차례에 걸쳐 학생들에게 불편함과 성적 불쾌감을 주는 언어 사용 및 동의 없는 신체접촉을 했던 사실이 있다”며 성폭력을 인정했다. 이어 학기 초 자진 신고하기 위해 인권센터를 방문하여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성폭력 가해가 알려졌을 때 학생들의 음모를 의심하던 태도와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현재 A교수는 징계위원회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아시아문화학부/일반대학원 일어일문학과 K교수 성폭력 사건

2012년 6월 4일 중앙대학교 아시아문화학부/대학원 일어일문학과 K교수는 그의 제자들과의 술자리에 A를 불러냈다. 이후 A는 K교수의 제자들과 함께 안성캠퍼스에 있는 K교수의 연구실로 자리를 옮겼다. 연구실에서 K교수는 A를 자신의 연구책상으로 부른 뒤, “내가 너 아끼는 거 알지”라는 말과 함께 손등을 수차례 쓰다듬고 A를 껴안았다. 술자리가 파한 뒤 정류장까지 데려다준다는 K교수의 말에 A는 K교수의 차에 탑승했다. 차 안에서도 K교수는 A를 성추행했다.

A는 사건 이틀 뒤인 6월 6일 K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K교수는 A에게 전화를 걸어 ‘미안하다. 내가 큰 실수를 했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이후 A가 ‘사과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자, K교수는 다시 전화를 걸어 증거가 남는다며 이메일을 보내지 말라고 A를 나무랐다.

석사과정 수료를 앞두고 있던 A는 논문 심사나 박사과정 입시에서 받게 될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에 K교수를 신고할 수 없었다. 대학원 내에 피해사실을 알릴 수 있는 창구가 존재하지 않은 것도 이유였다. “이쪽 세계에 있다 보면 그런 일도 있다. 다음엔 더 조심해라”는 선후배들의 반응에 A는 신고를 단념할 수밖에 없었다.
사건 발생 6년 뒤 A가 사건을 신고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올해 3월 중앙대학교 대나무숲에 올라온 K교수의 성희롱 발언에 대한 고발 글이었다. 자신이 제때 신고를 하지 않아 추가적인 피해자가 발생했다고 생각한 A는 성평등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제보했다. 이후 A는 K교수를 교수직에서 반드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인권센터에 해당 사건을 정식 신고했다.

그러나 신고 이후에도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인권센터로부터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이 넘었기 때문에 징계위원회를 소집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사립학교법」 제66조의4에 따르면 교직원의 징계 시효는 5년으로 제한되어 있다. A의 사건의 경우 성폭력 피해를 입은 시점으로부터 6년이 지났기 때문에 K교수에게 징계를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사안이 위중함에도 불구하고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해결 과정은 더뎌졌다. 이후 K교수에 의한 피해 사례가 추가로 접수되자 인권센터는 사건 조사분과위원회를 꾸렸다. 4월 18일 1차 대책위가 열렸고, 그 결과 K교수는 학과장직과 연구소장직을 내려놓고 모든 수업에서 배제되었다.

현재 K교수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인권센터에 정식 접수한 피해자만 총 네 명이다. K교수에게 강제로 키스를 당했다는 피해자, K교수가 허벅지를 만지고 치마에 손을 넣었다는 피해자, 수차례 강제적인 신체접촉을 당했다는 피해자 등 수많은 피해 사례들이 속속히 접수되었다. 상습적으로 학생들에게 성폭력 가해를 한 사실을 알려졌음에도 5년 시효가 사건 해결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사립학교 교원의 징계 시효는 올해 4월 30일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10년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5년 이전의 건에 대해서는 소급되지 않음에 따라 A는 사건 해결을 위해 직접 추가 피해자를 찾아 나서야 했다. 그 결과 최근에는 5년 내 피해 사례가 목격자를 통해 인권센터에 접수되기도 했다.

▲<중앙대 K교수 해임/파면을 위한 연서명> 서명자들의 응원 및 지지의 목소리
                                              출처: 페이스북 페이지 ‘중앙대 K교수 권력형 성폭력 기록보관소’

 

5월 13일 페이스북 페이지 ‘중앙대 K교수 권력형 성폭력 기록보관소’가 진행한 K교수의 해임/파면을 위한 연서명에 14개 단체 및 1025명이 참여했다. 또한 총학생회, 아시아문화학부 일본어문학전공 학생회,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은 성명서를 발표하여 K교수를 규탄했다. 이에 힘입어 5월 23일, 대책위는 K교수에게 파면을 권고했다. 5년 시효로 인해 대책위의 파면 권고가 실질적인 힘을 가진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대책위가 K교수의 파면을 권고한 것은 징계의 실현 가능성과는 별개로 해당 사안의 위중함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대책위의 파면 권고와 학내 단체들의 압박의 영향으로 K교수가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를 받게 될 지는 미지수다.

 

국제물류학과 B교수 성폭력 사건

올 해 1월 학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통해 국제물류학과 B교수의 성폭력 가해가 드러났다. B교수가 술자리에서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교수의 성폭력 가해는 학과 내에서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사건이 다시 수면 위에 오른 이유는 이번 학기에 B교수의 전공 강의가 개설되었기 때문이다. 성폭력을 저지른 교수가 강단에 복귀한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내용, 학생회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의 글이 커뮤니티에 차례로 게시되었고, 이에 동의하는 댓글들이 이어졌다.

▲국제물류학과 학생회의 대응을 촉구하는 게시물
                                               출처: 에브리타임

 

 

이에 국제물류학과 학생회장은 학과장과의 면담 이후 에브리타임에 B교수의 강단복귀에 대한 입장문을 게시했다. 입장문에 따르면, 2012년 피해 학생들과 해당 교수 간에 “피해 학우들이 졸업을 할 때 까지 해당 학년의 강의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더불어 17년도에는 교양강의를, 18년도에는 3,4학년을 제외한 저학년 강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합의”가 있었다. 이에 따라 18년도 1학기부터 B교수가 저학년 전공 강의를 전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권센터는 이에 대해 B교수의 성폭력 사건이 대책위에 회부된 사건이며, 해당 내용이 포함된 합의가 이루어진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합의가 이루어진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서는 비밀유지 조항으로 인해 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2017년 B교수가 교양 강의를 진행하고 있을 당시 게시된 글
                                      출처: 중앙대학교 대나무숲

 

학생회 차원의 대응에 대한 중앙문화의 질문에 학생회장은 B교수의 성폭력과 관련된 설문지를 배포해 학과생들의 의견을 수렴했으며, 개강 이후 ‘학과장과의 만남’을 가졌다고 답했다. 또한 이 자리를 통해 해당 사건이 “학과 내에서는 이미 일단락 지어”졌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다수의 응답자가 설문조사에서 교수 퇴진을 주장했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사건이 과연 일단락되었다고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익명의 학생은 행사 전 “교수님 얼굴을 직접 대면하면서 불만 사항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학생들이 몇 명이나 될 것 같냐”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문에 학생회장은 “(교수 퇴진을 주장하는) 과반수의 의견을 들었지만, 소수의 의견을 또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답했다.

B교수는 결과적으로 이번 학기에는 수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그러나 교수로 재직 중이기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언제든지 강단에 복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아직까지 학과 내에서 해당 교수에게 내려진 미미한 처분을 비판하거나 교수의 사임 혹은 퇴진을 요구하는 움직임은 없다. 학생회장은 학과생들로부터 해당 사건에 대한 추가적인 불만이 제기되기 전까지는 별도의 대응을 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일반대학원 문화연구학과 C강사 성폭력 사건

최근까지도 중앙대에 출강했던 C가 문화연구학과 대학원 재학생 A에게 수년 전 성폭력을 가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3월 12일 발표된 중앙대 C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공식 성명문에 따르면, C는 새벽에 일방적으로 A를 찾아가 “첫차가 다닐 때까지만 있게 해달라”며 A의 집으로 들어가 성폭행했다.

그뿐만 아니라 C는 중앙대학교 내 대안적 학술공동체 ‘자유인문캠프’ 기획단으로 활동하며 2015년 학부생들을 대상으로도 지속적인 성폭력을 가했다. 3월 14일 자유인문캠프가 게시한 입장문에 따르면, 자유인문캠프 구성원은 2016년 2월 C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가 여러 명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이후 같은 해 6월 ‘사건해결 활동기획단’을 결성했다. 사건해결 활동기획단은 내부 회의와 상담 및 자문을 거쳐 C에게 퇴출을 통보했다. 그러나 퇴출 이후 C의 언행을 통해 C가 가해 행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해,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C에게 성폭력 치료 교육을 이수할 것을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C는 성폭력 가해행위 대부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A는 성폭력 사건들에 대한 학교의 미온적인 대처, 피해자에게 돌아오는 2차 가해 등의 선례를 보며 학교를 통해 사건을 해결할 수 없으리라 판단해 당시에 C를 신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에 자신 이외에도 C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C가 학문 활동을 지속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다른 피해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에 책임감을 느껴 C를 고발했다.

이후 인권센터에 사건이 신고 되고 처리되는 와중에 C가 A를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비대위 구성원 중 일부는 4월 9일과 29일, “ㅇㅇㅇ(C의 실명)은 나부터 고소하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SNS에 게시하며 피해자와 연대하고 가해자의 적반하장 식 대응을 비판했다.
5월 4일 중앙인 커뮤니티에 C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대책위의 결정사항이 게시되었다. 대책위는 C강사에게 자필 사과문을 해당 학과의 교수진 및 재학생에게 공유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과 중앙대학교에서는 10년간, 그리고 타 대학에서는 1년간 출강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C가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대책위는 C가 상습적으로 성폭력을 가했으며 그 상습성과 유사성이 뚜렷하다고 판단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대책위는 신고인의 요청을 받아들여 C의 중앙대학교 출강을 금지했다. 대책위의 처분 이후에도 C는 A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지 않은 상태다.

학내 미투 운동,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중앙대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하지 않은 것 같다” 5는 총장의 발언이 무색하게도, 일일이 기록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폭로가 쏟아져 나왔다. 대나무숲을 통해 평생교육원 연기예술학과 교수가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서 학생을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졌다. 또 다른 제보자는 “학교 직원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던 학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 달라”며 10년 전 학교 총무처에서 근로 장학생으로 일했을 때 대리로부터 당한 성추행을 고발했다. 익명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성평등위원회가 만든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도 성폭력 가해에 대한 고발이 이어졌다.

 

▲10년 전 학교 총무처에서 대리로부터 당한 성폭력에 대한 고발글  출처: 중앙대학교 대나무숲

 

 

학내 미투 운동으로 폭로된 수많은 성폭력 사건들은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성별 위계로부터 대학 역시 자유롭지 않음을 시사한다. 학생들의 안전은 대학이라는 공간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자 기본적인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보장되지 않았다. 성폭력은 만연했고, 피해자들은 그 당연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성평등, 인권존중 캠퍼스를 만들기 위한 교수들의 다짐

 

고발이 터져 나온 이래 가장 많이 지목된 가해자들은 다름 아닌 교수들이었다. 이는 학생의 학업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권력을 지닌 가해자로 인해 수많은 피해자들이 이제껏 신고를 망설여 왔음을 보여준다. 젠더권력관계에 더해진 교수-학생 간 위계 구조로 인해 숨죽일 수밖에 없었던 학생들은 또 다른 학생들의 고발을 보며 폭로를 결심했다. ‘그때 내가 말했더라면 또 다른 학생이 피해를 겪지 않았을 것’이라는 미안함과 자책은 책임감과 결의의 감정이 되었고, 피해자들은 끈끈한 연대와 지지 속에서 어느 때보다 큰 폭로의 장을 일구어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많다. 학내에는 폭로를 한 피해자를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망도,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할 제도적 장치도, 폭로를 내부 반성과 대책 마련으로 이어나갈 학내 단체들의 인식도 부족하다. 가해자들이 진정으로 사과하고 가해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더 나아가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공동체적 노력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투쟁해야 하는 이유다. 학내에서 터져 나온 일련의 폭로들은 단발적이고 예외적인 ‘해프닝’이 아니다. 이제 시작되었을 뿐, 학내 성별 위계 구조가 공고하고 그에 따른 성폭력이 만연한 이상 고발은 계속될 것이다. 더 많은 피해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평등한 캠퍼스가 조성되어야 한다. 이제는 고발에 응답해야 할 때다.

이제는 고발에 응답해야 할 때 – 중앙대 내 미투운동

참고:

  1. <중앙문화> 68호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없다’ 2015. 06. 발행
  2. <중앙문화> 68호 ‘저절로 이루어진 것은 없다’ 2015. 06. 발행
  3. <중대신문> ‘경영학부 A교수, 성추행·성희롱 의혹’ 18.03.12
  4. 인권센터 사건 접수 이후 피해자와 피신고인의 주장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인권센터의 중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무산되는 경우, 심각하고 지속적인 피해로 인해 피신고인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피해자의 신고가 없었지만 사건의 심각성에 비추어 인권센터의 직권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관련 규정에 따라 대책위원회를 소집하여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대책위원회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피신고인에 대한 징계 등 사건 해결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판단하여 학생상벌위원회, 인사위원회 등에 의견을 제출한다.
  5. <중대신문> “교육·연구 시스템 변화에 온 힘 쓰겠다” 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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