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Flares Facebook 0 Twitter 0 Google+ 0 Email -- 0 Flares ×

 

수습위원 김지수

(무릎 꿇은 학부모들 ©뉴시스)

 

커져만 가는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갈등

최근 특수학교 설립을 놓고 주민과 학부모 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강서구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발달장애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설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지역구 의원이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대신 ‘국립한방의료원’ 유치 의사를 밝혀 논란이 되었다. 지난 9월 5일 열린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토론회에서는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앞에서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었다. 강원도 동해시에 설립 예정이었던 동해특수학교(가칭) 역시 주민들의 반발로 설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교육을 받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헌법 제31조는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수교육은 국민의 기본권인 교육권 차원에서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교육에서 배제하는 것은 차별이다. 차별은 그 어떤 이유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한 갈등에 대해 “특수학교 설립반대는 헌법의 평등정신에 반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집값이 떨어지거나 지역 이미지가 하락한다는 이유 등으로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고 있다.

갈등의 원인은 집값이 아니다

20년 전 서울 강남구에서 발달장애아 특수학교 밀알학교의 설립을 놓고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다. 1997년 개교한 밀알학교는 설립 당시 집값 하락 등의 이유로 주민들의 공사반대와 소송전에 놓였다. 그러나 이후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학교를 내세우며 인근 주민들에게 학교 공간을 개방하였다. 카페·미술관·음악당 등의 시설을 갖춘 별관 밀알아트센터는 주민들의 문화공간이 되었고, 개방된 공간을 오가며 주민들이 갖고 있던 편견들이 점차 해소되었다. 이제는 주민들이 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등 학교에 대한 적극적 지원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의 의뢰를 받아 부산대 교육발전소가 진행한 ‘특수학교 설립의 발전적인 방향 모색을 위한 정책연구’에 따르면 특수학교 신설이 집값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발표된 연구는 전국 167개 특수학교 인접 지역(반경 1km)과 비인접 지역(1~2km 거리)으로 나눠 10년간의 부동산 가격 변화를 비교했다. 조사결과, 2006 ~ 2016년 특수학교 인접 지역의 땅값이 평균적으로 4.34% 오르는 동안 비인접 지역은 4.29% 상승했다. 두 지역 간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미미해 인접 지역과 비인접 지역 간 부동산 가격 변화의 차이는 없다는 것으로 해석됐다.[2]

연구를 진행했던 박재국 부산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특수학교에 지역 편의시설, 문화공간이 들어서면서 오히려 집값이 올라가는 사례도 있을뿐더러 특수학교 재학생들이 몸이 불편한 관계로 스쿨버스를 타고 등하교에 나서므로 일반인의 통행에도 큰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3]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문제는 부족한 인식이다

특수학교 설립으로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태도는 우리 사회가 장애에 대해 얼마나  부족한 인식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연구결과와 실제 사례에서 나타나듯 특수학교와 집값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다. 특수학교를 기피시설, 혐오시설이라 규정지으며 집값 하락을 우려하는 일부 주민들의 태도는 장애 그 자체에 대한 차별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차별은 특정 집단을 사회적으로 격리시키는 것으로,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그들을 학교, 직장, 거리로부터 격리시켰다. 교육을 받을 권리,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권리 등 일상생활에서 비장애인들이 당연하게 느끼는 권리들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특수학교 설립에 대한 주민과 학부모 간의 갈등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7월 20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한국우진학교(지체장애특수학교)의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누구나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이처럼 특수학교 설립을 놓고 벌어지는 논쟁들로 인해 특수학교 설립 진입 장벽은 높다. 서울시 강서구, 강원도 동해시뿐 아니라 경기도 용인시, 경상남도 창원시에서도 주민반발로 특수학교 설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애 학생 수에 비해 특수학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5년간 서울시에 세워진 특수학교는 강북구 미아동 효정학교 단 1곳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의 특수교육 대상 학생(초·중·고등학교)은 올해 4월까지 8만 9353명에 달한다. 2007년 6만 5940명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2만 3413명 증가했다. 증가하는 장애 학생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특수학교의 규모로 인해 현재 장애 학생의 3분의 1 정도만 특수학교에 진학하고 있다.

어렵게 특수학교에 입학했다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절대적으로 특수학교의 수가 부족하다 보니 한 학급 당 학생 수가 법정정원(유치원 4명, 초·중등 6명, 고등 7명)을 초과하는 ‘과밀학급’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교사 1명이 맡아야 할 특수교육 대상 학생이 4명이라는 법정정원 조항 역시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원거리 통학 역시 문제이다

“특수학교 수가 적어 2~3시간 통학 버스를 타야 합니다. 기저귀가 소변과 대변으로 뒤범벅돼 엉덩이 피부가 곪은 아이가 허다합니다.”

지난 9월 13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국우진학교에서 열린 교육부 주최간담회에서 뇌병변 장애 고 1 아이를 둔 장모씨는 “통학할 때마다 ‘사투’를 벌이는 장애 아이들을 보는 부모 심정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다”면서 이처럼 말했다.[4]

서울시교육청이 특수학교 학생 464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특수학교 재학생의 절반에 가까운 42.1%의 통학시간은 30분 이상 2시간 이내인 것으로 나타났다.[5]

일반에 다니면 되지 않나?

특수교육은 분리교육과 통합교육으로 나뉜다. 분리교육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여 특수학교 중심으로 장애인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다. 통합교육은 장애 학생을 특수학교로 격리하지 않고 일반학교에서 교육받도록 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서는 장애 학생이 학교생활을 하고 수업을 받는데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 및 인프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통합교육’을 강조하며 특수학교 대신 일반학교에 진학하면 되지 않느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제기구(UN)에서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24조를 두어 장애 학생의 사회적응능력을 키우고 비장애 학생의 사회적 편견을 버릴 수 있도록 하는 통합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이 제정되며 통합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특수교육법은 특수교육대상자가 장애유형·장애정도에 따른 차별 없이 일반학교에서 적합한 교육을 받기 위한 통합교육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제21조). 교육부가 매년 제공하는 ‘특수교육 연차보고서’를 보면 통합교육을 위한 일반학교 내 특수학급의 수가 2008년 6352학급에서 2017년 10325학급으로 지난 10년간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이 기간 특수학교 수는 149개교에서 173개교로 24개교 증가에 그쳤다.

특수교육법 개정 이후 통합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었지만, 특수학교를 통한 분리교육도 여전히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김용진 도르트문트 대학 특수교육학 박사는 “통합교육이 무조건 모든 장애 학생에게 적절한 교육방식이라 말할 수는 없다. 학교별 커리큘럼 및 지원내용, 아이의 상태, 통학 거리와 같은 현실적 조건까지도 고려해 아이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교육방법을 적절히 선택하는 것이 핵심이다”고 말했다.[6]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장애 학생에 대한 따돌림과 인권침해 우려 그리고 부족한 교육환경으로 인해 일반학교 대신 특수학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장애 학생이 겪는 인권침해나 차별 사례의 대부분이 일반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다.

 

“초등학교가 마지막으로 일반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이를 일반학교에 보냈는데 결국 아이도 저도 적응하지 못했어요. 몇 달을 기다려 특수학교로 전학할 수밖에 없었어요” – 학부모 L씨[7]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은 차별과 배제다

특수학교 설립을 둘러싼 사회 내 갈등은 오래전부터 지속되어왔다. 특수학교 설립의 필요성과 정당성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갈등이 지속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힌 장애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주민토론회에서 연단에 올라온 이은자 강서 장애인부모회장은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향해 이와 같이 호소했다. “강서구에 있는 장애 학생들은 강서구 지역 내의 학교에서 교육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저희들은 아이들의 권리를 위해서 여러분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조금만 마음을 열어주시고 장애 아이의 장애를 먼저 보지 마시고 학생이라고 생각해서 학생들이 공부할 공간을 만든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특수학교는 집값을 떨어뜨리는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이 아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교육의 권리를 위한 시설이다. 권리는 타인에 대해 당연히 요구하고 주장할 수 있는 자격이나 힘이다. 누군가에게 무릎을 꿇어서 얻어낼 것이 아니다. 무릎 꿇어야 할 것은 우리 앞에 놓인 차별과 배제이다.

 

 

[1] “특수학교 설립 반대 헌법 평등정신 위배” <경항신문> 2017년 9월 18일

[2] 특수학교 생기면 집값 떨어진다?…객관적 근거 약해 <중앙일보> 2017년 9월 8일

[3] ‘무릎 꿇는 엄마’ 슬픈 자화상, 밀알학교 보면 해법 보인다 <머니투데이> 2017년 09월 13일

[4] “특수학교 통학에 2시간… 하루하루가 전쟁” <조선일보> 2017년 9월 14일

[5] 서울교육청, 14년 만에 특수학교 4개교 설립 <중앙일보>  2016.04.20

[6] 선택지가 될 수 없는 부실한 통합교육 <함께걸음> 2017년 9월 4일

[7] [데이터데이트] 특수학생 2837명 서울 8개 구, 특수학교는 0 <중앙일보> 2017년 9월 14일

권리는 무릎을 꿇어서 얻을 것이 아니다
태그:         

권리는 무릎을 꿇어서 얻을 것이 아니다”에 대한 1개의 생각

  • 2018년 4월 1일 04:07
    고유주소

    I just want to say I’m all new to blogging and seriously loved this web blog. More than likely I’m want to bookmark your site . You surely come with really good writings. Cheers for revealing your web page.

답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