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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김재기


누구나 조작 가능했던 QS평가

“중앙대학교, 세계 대학평가 자료 조작…QS 순위 배제 ‘망신살’” 1, “중앙대, QS 세계대학평가서 순위 제외…자료 조작하다 ‘국제 망신’” 2. 지난 학기 말 외부 언론과 학내 언론의 보도로 한 번쯤은 들어본 말이 QS사태일 것이다. 총장단은 QS사태에 대해 평가 실무 담당자가 우리 대학의 순위 상승에 기여하려는 과욕과 오판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3
QS는 영국의 대학평가기관으로 매년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학교는 그간 QS평가의 순위를 인용하며 학교 발전의 증거로 활용하곤 했다. 4 QS대학평가는 6개 평가지표로 평가를 한다. 그중 중앙대에서 문제가 되었던 항목은 기업계 평판이라는 항목이다. 5
기업계 평판 항목의 진행은 다음과 같다. 먼저 각 대학이 조사 대상 기업과 공공기관 400개를 선정해 QS 국내 대행사인 조선일보에 제출한다. QS는 각 대학이 선정한 기업 및 공공기관 관계자에게 신입사원 채용 시 선호하는 출신 대학을 묻는 설문을 발송한다. 설문조사 메일을 수신한 관계자가 답변을 제출하면 기업계 평판 항목의 조사가 완료된다. 하지만 기업계 평판 항목은 QS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접근해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게 가능하다.

QS사태와 조사 : 대학본부의 셀프 조사
대학본부는 6월 7일 QS 측으로부터 중앙대 순위를 비표시군(Unranked)으로 분류하겠다고 통보받았다. 6 대학본부는 해당 사실에 대한 경위서를 <중앙인> 커뮤니티에 게재했다. 7 그러나 기획처장의 설명에 대한 구성원들의 반발이 일자, 9일 대학 본부는 총장단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6월 12일 서울·안성 총학생회와 총장단 실무진이 모여 연석회의를 열고 QS사태의 수습과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다. 8
6월 20일 대학본부는 QS사태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를 구성했다. 진상조사위는 김성천 교수(법학전문대학원)가 대표를 맡고 ▲학생대표 이구 대학원 전 비상대책위원장(북한개발협력전공) ▲직원 대표 유춘섭 팀장(자연대 교학지원팀) ▲동문 대표 총동창회 김태원 사무총장(경영74) ▲대학 본부 대표 백광진 입학처장(의학부 교수)으로 구성되어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위의 각 주체는 총장이 선발하고 교학부 총장이 통보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대학본부는 직원과 교수 단위의 대표를 각 단위 구성원들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선임했다. 조사위 내부에서도 본부의 대표 선임 과정으로 인해 대표성이 결여됐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로 인해 한때 조사위가 중단되기도 했으나, 결국, 조사위는 대표성을 갖추지 못한 채 재개되었다.
7월 4일 조사를 시작한 조사위는 이틀 뒤인 7월 6일 조사를 종료한다. 그간 대학본부가 학교 발전의 준거로 늘 언급해 왔던 대학평가에서의 누락 사태였다. 대리입력 관행을 묵인해 왔던 총장단 모두가 관련된 사건이었다. 중요한 사건이었고, 조사 대상도 방대했다. 그러나 조사는 단 이틀 만에 끝났다. 과연 조사가 철저하게 이루어졌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7월 19일 조사위는 대학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 결과 발표회를 열었다. 조사위는 “평가팀 및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순위가 상승하지 못하고 반대로 하락하게 되는 결과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심리적 압박이었다.”고 말했다. 조사위는 과도한 압박감으로 인해 실무자가 잘못된 판단을 해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조사위는 평가팀 내부 차원에서 이뤄진 조작행위라고 QS사태를 결론지었다.

합리적 의심이 부족했던 조사

7월 19일 결과 발표회에서 학내 구성원들은 조사결과에 의문과 의혹을 제기했다. 그중 핵심은 대리입력 여부와 5731개의 데이터의 관리 주체 그리고 자동입력방식프로그램(매크로)의 출처였다.

결과 발표회에서 먼저 제기된 의문은 왜 대리입력을 했느냐는 것이었다. QS평가는 본래 기업 및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설문을 입력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관계자들의 응답률이 낮아 조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 기업계 평판 설문은 작성자가 기업관계자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일반인도 접근하기 쉬운 개방적인 구조를 가진다. 그래서 조사위에 따르면 평가팀 실무자가 근무한 2010년부터 매년 이를 대학본부가 직접 대리입력 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조사위는 대리입력이 원칙에 어긋난 방식이지만 중앙대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대학의 관행이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관행이라는 이유는 잘못된 행동에 대해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대리 입력은 명백한 잘못이었지만, 조사위는 이에 대해 큰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조사위의 발표에 의하면, 평가팀 실무자는 2010년부터 기업 관계자 5731명의 인적사항 리스트를 관리해왔다. 대리 입력은 5731명의 리스트에서 실무자가 400개 표본을 추출해 기업 관계자 명의를 도용해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사고가 발생한 이유는, 400개를 넣어야 하는 프로그램에 실수로 5731개 자료를 모두 입력해 평가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5000여 개에 달하는 인적사항을 자의적으로 관리한 것부터 문제지만, 조사 발표장에서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조사위 발표장에서 방효원 교수협의회(교협) 회장은 “이번 평가에서 처음 매크로를 사용했고, 조사위에서는 평가팀 직원의 친구가 매크로를 줬다고 하는데 대가성은 없었느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조사위는 공식 예산에서 매크로에 대한 비용은 나타나 있지 않으며, 비공식 회계에 대해서는 강제 조사권이 없어 확인할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총장단은 조사위를 구성하면서 QS와 관련된 모든 것을 공개하고 조사를 하겠다고 했지만 이처럼 조사위는 강제적인 조사권이 없어 실효성 있는 조사를 해내지 못했다.

 

(이외에도 대학본부가 교비 5000만 원 정도를 매년 QS컨퍼런스의 개최와 부스운영에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금과 교육을 목적으로 조성되는 교비는 교육이나 연구목적이 아니면 다른 목적으로 지출할 수 없다. 물론 QS컨퍼런스의 개최와 부스운영이 넓은 의미의 교육과 연구목적과 맞닿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교육 여건에 대한 투자다. 전공개방제도 설명회나 현재 정원이동 논의에서도 학생들이 요구하는 부분은 전임교원 충원과 강의실 확보와 같은 교육여건의 개선이다. 2017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중앙대는 종합 순위 7위를 기록했지만 교육여건에 관해서는 40위로 종합순위에서 한참 벗어나있었다. 9 그럼에도 학교는 평가의 순위 상승만을 강조하며 학교의 발전을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각 평가의 기반이 되는 교육여건에 대한 투자 없이 순위 상승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나간 과거의 문제가 아니다

조사위는 7월 19일 학내 구성원 대상 발표를 끝으로 해산했다. 조사위의 결과에 의혹을 제기한 교협과 서울·안성 총학생회가 합동 조사를 하려 했지만, 내부 협조가 되지 않아 결렬되었다.
이후 교협은 교육부나 감사원의 감사 혹은 수사 의뢰 등 법률적 대응을 예고했다. 10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방효원 교협회장은 “변호사에게 자문했지만 피해자가 QS측이어서 QS가 피해를 인정하지 않으면 소송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QS사태가 중앙대만의 문제가 아닌 한국 대학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에 교육부나 감사원이 감사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현재 교협은 감사에 필요한 조처를 준비 중이다. 11
조사위 결과에 의하면, 이번 사태는 실적 압박에 시달린 평가팀 실무자가 매크로를 사용하면서 발생했다. 이를 단지 개인의 일탈로만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수집된 인적사항만 5000여 개였고, 대리입력은 수년간 계속되었다. 총장단은 대리입력이 부정임을 알았지만, 대학평가 순위 상승을 위해 이를 묵인했다. QS사태는 단순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다. 대학의 본질에 대한 고민보다는, 대학평가라는 결과적 지표에 매달린 학사 운영이 불러온 참사다. 이는 대학본부가 대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문제다. 대학은 평가를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 아닌, 교육과 연구의 장이다.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봐야 할 때다.

QS사태 : 대학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참고:

  1. <전자신문>, “중앙대학교, 세계 대학평가 자료 조작…QS 순위 배제 ‘망신살’”,17.06.13.
  2. <아시아경제>“중앙대, QS 세계대학평가서 순위 제외…자료조작하다 ‘국제망신’”17.06.13
  3. <중앙인> 커뮤니티, 총장단 일동 “QS employer peer review Survey 관련 경위에 대한 추가 설명”17.06.09
  4. “신재영 평가기획팀장은 “평가에 참여한 지 4년 만에 아시아 순위 58계단을 상승시킨 것” <중대신문>, “‘중앙대 QS 평가서 아시아 71위·국내 12위 기록‘”, 13.06.10.
  5. QS대학 평가는 Academic Reputation, Employer Reputation, Faculty Student, Citation per Faculty, International Student, International Faculty로 구성되며 여기서 Employer Reputation이 기업계 평판 항목에 해당한다.
  6. 그러나 대학본부는 이미 아시아QS컨퍼런스 자리에서 해당 사건에 대해 소식을 미리 접한 터였다.
  7. 김병기 기획처장 “2017-2018년 QS 세계대학평가 ‘순위 비표시’ 경위”17.06.07
  8. 8) 서울·안성 총학 성명서 “2017-18 QS 세계대학평가 순위 제외 관련 성명서”17.06.14
    1. 상세한 경위가 포함된 총장 명의의 사과문을 게시할 것
    2. 중앙대학교 모든 구성원이 납득할 만한 실무자, 관리자 인사 조치를 공개할 것
    3. 재발 방지를 위해 관리체계를 보완하여 모든 중앙대학교 구성원에게 보고할 것.
  9. < 중대신문> “중앙일보 대학 평가, 중앙대 7위 ‘교육 여건’은 지난해 대비 8계단 하락한 40위에 그쳤다” 17.10.31
  10. 교수협의회 성명서, “QS평가 조작으로 무너진 중앙대학교의 신뢰 회복을 위해 대학 본부에 보내는 마지막 요청”, 17.08.03.
  11. < 연합뉴스> “중앙대 교수들 “대학평가 조작사건, 감사 요청할 것”” 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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