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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82%ac%ec%a7%841▲‘Vegan Festival Korea’ 제공

“동물 착취 없이도 행복한 세상 보여줄게요”

‘비건 페스티벌 코리아’ 기획단을 만나다

편집위원 김고운

치킨, 꼬치구이, 육개장, 핫도그, 케이크, 라면, … 이 모든 게 고기, 생선, 우유, 달걀 ‘0%’라면 믿어지시나요? 지난 10월 1일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린 ‘비건 페스티벌 코리아’에서는 이 모든 음식을 비건 1으로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비건 페스티벌은 지난 5월 열린 1회 행사에 이어 제2회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다양한 비건 음식들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재료들에 디자인을 입힌 업사이클링 제품들, 동물성 성분을 포함하지 않고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은 화장품, 동물을 쓰지 않은 옷, 채식·환경·여성주의를 담은 수공예품들과 서적, 음악 공연과 요가 수업까지…… 한나절 동안 4천여 명의 방문객이 찾아와 인산인해를 이루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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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gan Festival Korea’ 제공

동물 성분이 빠졌다고 해서 맛이 없다거나 무언가 모자란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습니다. 오히려 ‘동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이렇게 훌륭한 맛을 낼 수 있고 잘 살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놀랐습니다. 닭을 죽이지 않고도 맛있는 치킨을 먹을 수 있고, 돼지를 죽이지 않아도 맛있는 돈가스를 먹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페스티벌을 즐기면서도 한편으로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훌륭한 대안이 있는데, 왜 동물들은 불필요하게 희생되어야 할까요?

아마 기획단도 같은 마음으로 페스티벌을 기획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그 마음을 ‘페스티벌’이라는 멋지고 즐거운 방식으로 알리려 한 그들이 궁금해졌습니다. 기획단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페스티벌이 끝난 후인 11월, 비건 카페 ‘달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중앙문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양양: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패션브랜드 ‘비건타이거’ 대표 양양이라고 합니다. 비건 페스티벌 최초 공동기획자이기도 해요.

주미: 비건 페스티벌 2기 기획단, 대학생 차주미라고 합니다. 비건 된 지는 3개월 정도 되었어요.

캘리: 비건 카페 ‘달냥’을 운영하는 캘리라고 해요. 비건 페스티벌을 처음에 같이 기획했어요.

쏘이: 저는 양양, 캘리와 함께 비건 페스티벌을 기획한 쏘이라고 합니다. 캘리와 함께 달냥을 운영하고 있어요.

비건 페스티벌, 시작과 과정

중앙문화: 어떤 취지로 페스티벌을 기획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쏘이: 대학교 다니면서 처음 채식을 시작했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굶거나 바게트만 먹고 다니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많았어요. 저뿐만 아니라 캘리도 양양도 사회생활하면서 채식을 했어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채식하기가 너무 힘드니까 타협해서 페스코 베지테리언 2을 하기도 했죠. 의지가 있어도 여건 때문에 채식을 하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음식도 그렇고 시중에 판매되는 화장품 같은 상품 중에서도 동물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찾기가 어려우니까요. 비건 가게가 많아지면 비건 할 사람이 더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채식을 어떻게 확산시킬까 고민하다가, 페스티벌을 열고 거기에 비건 식품·상품을 다루는 판매자들이 출점하도록 제안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세대 친구들이 비건을 고민한다면 내가 채식할 때보다는 더 편하게 시선 의식하지 않고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약간의 힘을 보탤 수 있으면 좋겠다는 목표로 기획하게 되었어요.

캘리: 페이스북에서 비건 페미니스트 친구들이 비(非)채식주의자 페미니스트 동료들과 비건에 관해 토론하다가 의견충돌이 있었나 봐요. 페미니스트 사이에서도 동물에 대한 감수성은 통하지 않는 게 답답하고 외롭고, 비채식주의자를 공격한다는 오해 때문에 힘들대요. 그 외로움이 공감되고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이 친구들이 단 하루라도 아무 생각 안 하고 여기서는 먹는 것도 구입하는 것도 고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하게 되었어요.

양양: 주변에 채식하면서 고충을 겪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는다거나, 먹을 음식이 없다거나…. 그런 고충을 해결해주고 싶었어요. 채식 안 하는 친구들을 만날 때도 좋은 데 놀러 가고 맛있는 거 먹고 싶었고요. 그러려면 어떤 식당을 가서든 비건 옵션이 있는 게 자연스러워야 하잖아요. 비건을 하나의 시장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어, 비건 좀 멋있네. 힙하다” 하면서 사람들이 흉내 낼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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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문화: 왜 페스티벌이라는 방식을 선택하셨나요?

쏘이: 기존의 사회운동 방식은 시위 같은 남성적인 방식밖에 없었잖아요. 채식을 전파하되, 사람들이 재밌게 놀러, 친구 사귀러 자연스럽게 참여할 수 있는 행사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페스티벌이라는 방식을 택했어요.

양양: 예전에 쏘이와 캘리가 양재동에서 비건 플리마켓을 열었어요. 그걸 확장해 페스티벌을 꾸리자고 제안했죠. 채식주의자들끼리 행사를 하는 것보단 비채식주의자를 공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엄청 멋지게요. 그래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채식을 할 수 있도록 말이죠. 저도 제가 채식을 하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는데, 가랑비에 옷 젖듯이 어느 순간에 비건이 되어 있었어요. 내가 이렇게 변했듯이 다른 사람도 변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채식이 별종이나 예민한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멋진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흉내 내다가 채식주의자가 되는 것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동물과 환경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테니까요.

중앙문화: 구체적으로 행사를 꾸리게 된 과정도 궁금해요.

캘리: 사실 처음에는 비건 페스티벌이라는 이름도 아니었어요. 그냥 비건 플리마켓보다는 사람들이 좀 더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 좀 더 젊은 세대에게 맞는 행사였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만 있었죠. 셋이서 텔레그램으로 얘기를 주고받다가 이름을 ‘비건 페스티벌 코리아’로 정하고, 쏘이가 그림판으로 로고 만들고,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게 올해 4월 중순이었죠.

쏘이: 사실 셋이서만 일을 해도 무리는 없었어요. 그렇지만 다른 친구들과 함께 일하며 우리가 가진 생각들을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서 기획단을 모집하게 되었어요. 같이 일하면서 우리도 젊은 친구들 생각을 많이 배웠고, 친구들도 우리랑 같이 있으면서 비건에 대해 더 쉽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왜냐면 비건을 이렇게 엄격하게 하는 사람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 비건이라는 게 되게 막연하게 느껴지거든요. 근데 저희 주변에는 오랫동안 비건 하신 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저희가 연결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캘리: 1회 행사에서는 알고 있는 사람이 없고 홍보 기간도 짧아서 온라인에서 대외적으로 부스 참여자를 모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비건 식당 등에 개인적으로 연락을 돌려서 부스 참여자를 모집했어요.

쏘이: 1회 행사는 거의 초고속이었어요. 기획단 모집도 한 달 전에 급하게 했고, 본격적으로 준비한 건 3주 정도였어요. 그런데 저희가 생각한 규모의 1.5배가 되었어요. 부스가 최대 50개 정도 들어오지 않을까 했는데, 신청이 70개 넘고 실제로 60여 개가 참여했어요. 신청이 너무 많아서 잘랐어요. 방문객은 이천 명 정도였죠.

중앙문화: 페스티벌을 진행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일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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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혁신센터 커뮤니케이션팀

양양: 이번에 포토존을 만든 게 보람 있었어요. 색종이를 손수 접고 붙여서 세 곳의 포토존을 꾸몄어요. 8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요. 포토존을 만든 이유가 소외되는 판매자가 없게 하려는 목적이었어요. 구석구석에 포토존이 배치되어 있으면 사람들이 사진을 찍으러 오니까, 구석에 있는 부스들에도 도움이 좀 되겠다 싶어서요.

준비할 때 힘들었지만,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 주고 그게 또 페스티벌의 이야기가 되는 거예요. 사람들이 거기서 사진을 많이 찍어서 해시태그로 인스타그램에 검색해보면 많이 나오더라고요. 사실 급조한 건데. 그렇게 해서 소외되는 판매자도 없게 되고 사진도 많이들 예쁘게 찍어주셔서 보람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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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혁신센터 커뮤니케이션팀

캘리: 2회에서는 공연을 새로 기획했어요. 정말 신기했던 건, 채식을 하고 있거나 지향하는 분들이 다 참가신청을 한 거예요. 실제로 그런 팀들이 많이 존재한다는 것도 놀라웠고 그분들이 하는 음악도 너무 좋아서, 정말 비건 문화를 다 같이 만들어 나가고 있구나 싶었어요. 그냥 페이스북에 올려놓고 기다리기만 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이미 비건 문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다들 있어서, 저희가 판을 깔아주니까 들어오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신기하고 기뻤죠.

나의 채식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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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냥에서 일하는 쏘이 씨

중앙문화: 다들 채식주의라는 가치에 깊이 공감하셨기에 이렇게 “채식하자”는 운동을 거대하게 벌이셨을 텐데요. 채식주의를 신념으로 삼게 된 계기와 이유를 들어보고 싶어요.

양양: 저는 원래 엄청난 육식주의자였어요. 정말 어느 정도였냐면 제가 채식하면 모든 사람이 채식할 수 있다고 할 정도였어요.

4~5년 전쯤에 구제역 사태가 일어났잖아요. 그때 동물들이 생매장돼 죽는 것을 보고 너무 안타까웠어요. 사람들은 열악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촛불 하나라도 들고 일어나는데, 동물은 소리소문없이 몇 십만 마리가 죽는 거예요.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주는 활동을 하고 싶어서 동물보호단체에 들어갔어요. 거기서 축산동물의 고통 문제를 많이 접하다 보니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쉽게 할 수 있었어요.

비건은 동물보호단체를 나온 후 하게 되었어요. 주변에 비건 친구들도 있고 제가 비건 패션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니 어렵진 않았어요. 제 삶의 방식이 비건이어야 조금 더 진정성 있고 자신 있게 다른 사람들에게 비건을 제안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올해부터 비건을 선택하게 되었답니다.

쏘이: 제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어머니가 채식을 시작하셨어요. 그게 멋있어 보여서 따라 하게 되었죠. 1년쯤 지나서였나, 사람들이 왜 채식을 하는지 궁금해서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찾아봤어요. <진정한 영웅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공장식 축산의 참상을 알게 되었고, 엄청 울었어요. 내가 채식을 하고 있지 않았더라면 죄책감에 죽고 싶었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때부터 동물권이나 인권을 공부하게 되었어요.

대학교 다니면서 페미니스트 지인들이 많이 생겨서, 페미니스트 활동을 많이 하면서 동물권을 여성주의 시각으로 풀어내는 접근을 공부하게 되었어요. 동물권도 여성주의도 결국 ‘차별을 없앤다’는 간단한 가치를 담고 있어요. 우리가 인권에 대해 고민하듯이 종차별 3 종식도 같이 묶어서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강제적으로 비건을 해야 한다기보다는, 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비건을 지향점으로 삼아야 해요.

중앙문화: 아까 채식주의자의 외로움에 대해 얘기하셨는데, 공감돼요. 아시다시피 채식주의자가 소수자라는 인식이 부족하다 보니, 채식주의자들은 여러 폭력적 상황과 오해, 편견을 겪고 있어요. 혹시 채식주의자로서 차별이나 오해, 편견, 부당한 상황을 겪어보셨다면 이야기해주실 수 있나요?

주미: 저는 취미가 달리기라, 최근에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기도 했거든요. 흔히 채식하면 단백질이 부족할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채식한다고 해서 단백질이 부족하거나 몸이 허약해지진 않아요. 오히려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라 달리기도 잘하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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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 채식주의자에게 과도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요. “식물은 안 불쌍해?”부터 시작해서, 채식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기를 요구한다든지. 제가 하는 채식이 상대방이 생각하고 있는 채식과 다르면 저를 모순적이라고 생각한다거나, 왜 이건 먹고 이건 안 먹냐며 쉽게 제 식습관에 대해 간섭하는 사람들을 많이 겪어봤어요.

채식을 하는 걸 밝히게 되면 본의 아니게 채식에 대해 논쟁해야 하는 등 피곤한 상황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제가 이야기 하고 싶은 데서,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밝히고 싶잖아요. 그런데 직장생활 할 때는 갑자기 동료가 “너 채식하잖아”하고 ‘채밍아웃’ 해버려서 불편한 상황이 생기곤 했어요.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 그런 불편한 상황 속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하다가 결국은 비건 카페를 차리게 되었죠.

카페를 운영하면서는 그런 불편한 일들이 거의 없어서, 지금은 행복한 상황이에요. 달냥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채식을 하거나 채식 감수성이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오더라도 제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지을 수 있고요. 여긴 내 판이니까.

중앙문화: 말씀을 들어보니 채식을 해야하는 명확한 이유와 소수자로서의 경험을 가지신 만큼, 기획단을 하면서 느낀 바가 많을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기획단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얻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주미: 저는 채식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그런 점에서 기획단 하면서 만난 분들과 얘기하면서 ‘내가 옳은 선택을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게 가장 큰 수확이에요. 비건이라는 또 하나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고요.

캘리: 저는 채식을 한 지 오래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사회에서 채식하지 않는 사람들이 지배적인 문화를 자주 경험했어요. 그 속에서 저는 주체적으로 뭔가를 할 수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죠. 기획단에서는 내가 주체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비건으로 살아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경험을 갖게 되었죠. 또 그런 경험을 다른 친구들과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주미 같은 친구들이랑 만나면서, 이 친구들도 저로 인해 응원을 받고 있다는 걸 느끼거든요.

비건 페스티벌, 성과와 이후

중앙문화: 말씀하신 것처럼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혼자만 고군분투하는 것보다 훨씬 덜 외롭고, 신념에 대한 확신도 들고요. 그 신념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하기 위해 페스티벌을 여신 거잖아요. 사람들의 반응 혹은 페스티벌의 성과가 어땠는지 궁금해요.

양양: 폭발적인 반응이었죠. 예상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어요. 언론에도 많이 보도되었고요. 하나의 문화로서의 비건이 새싹을 틔우고 있다고 느꼈어요.

채식주의의 개념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편이잖아요. 이제는 채식주의가 환경과 동물을 위하는 활동임을 사람들이 알게 되었고, 하나의 트렌드로 다가오고 있는 듯해요. 그게 가장 큰 보람이에요.

하루아침에 채식하긴 힘들죠. 그래도 친구들이랑 채식 레스토랑 한번 가본다든지, 일주일에 한 번 채식한다든지,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을 쓴다든지, 가죽이나 모피를 입지 않는다든지, 그런 변화를 주변에서 보게 됐어요. 같이 일하는 언니도 제 영향으로 채식하게 되었거든요. 변화가 그런 식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게 보여요.

캘리: 육식하는 분들에게 비건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었어요. 비건 해도 맛있는 음식 먹고 살 수 있고, 비건 브랜드를 만들어서 장사를 시작해 봐도 되고, 비건으로서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주었죠.

“비건 페스티벌 뽕 맞았다”는 말도 만들어지는 등 참여자들이 정말 행복해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열면 안 되냐는 말도 들었어요. 채식주의자들은 밖에서 뭐 하나 사려면 성분표 꼼꼼히 읽고, 남들보다 더 발품 팔아야 하거든요. 육식주의자 사이에서 소외도 많이 당하고요. 그런데 페스티벌에서는 마음껏 소비할 수 있고, 비난받지 않고 같은 생각을 하는 채식주의자들과 편히 어울려 놀 수 있어서 다들 정말 즐거워했어요.

중앙문화: 정말 반가운 성과네요. 그럼 채식주의를 사람들에게 전파할 방법이 또 뭐가 있을까요?

양양: 하반기에 상영회를 기획하고 있어요. <카우스피러시>라는 영화를 상영할 예정이고, 축산업이 어떻게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내용이에요. 그 외에도 축산업이나 환경 관련 상영회를 지속적으로 열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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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gan Festival Korea’ 제공

비건 김장 행사도 열려고 해요. 사실 한식으로 비건 하기는 쉽거든요. 산나물이나 부침개, 국, 된장, 고추장. 간장 다 비건으로 만들 수 있어요. 가장 대표적인 김치에요. 그래서 함께 재미있게 김치를 담그면서 비건 김치도 맛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요. 그렇게 다방면으로 시도해보고 있어요.

캘리: 1인 가정에 한 끼 식사를 비건으로 제공하는 회사를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어요. 그리고 서울혁신파크에서 간단한 비건식을 팔 계획이에요.

비건이 힘들지 않게 살아갈 수 있어야, 비건 할 사람이 더 많아질 거라고 봐요. 사람들이 더 쉽게, 오늘만 채식해봐야지, 한 달만 해봐야지 하고 가볍게 비건에 접근할 수 있었으면 해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여러 행사를 기획하려고 합니다.

중앙문화: 이런 활동들을 통해 이루고 싶은 최종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캘리: 저는 경계가 없는 게 좋아요. 채식주의자냐 아니냐 이런 걸 구분 짓지 않는 세상을 바라요. 제가 비건으로 규정되는 것도 어떤 맥락에서는 불편하기도 하거든요. 비건은 철저하게 채식해야 하고, 아닌 사람은 안 해도 되는 게 아니라, 모두의 지향점이 되어서 그 구분이 없어졌으면 해요.

양양: 비슷한 말인데, 비건을 규정짓고 유형화하는 분위기를 없애고 싶어요.

그리고 십 년 내에는, 젊은 사람들이 가죽까지는 아니더라도 모피 정도는 사지 않았으면 해요. 패션에서 가장 배제하기 쉬운 거니까요. 식문화는 너무 오래된 거라 하루아침에 바꾸기는 어려운데, 옷은 바꾸기 쉽잖아요. 특히 젊은 사람들은 변할 가능성이 더 크니까요. 제가 비건타이거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고요. 겨울이 되면 백화점을 눈 뜨고 돌아다닐 수가 없어요. 너무 끔찍해서.

중앙문화: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양양: 부족한 인력이지만, 일 년에 두 번은 페스티벌을 꼭 하려고 해요. 그러려면 많은 조력자가 필요해요. 기획단이 저희 셋만 있으면 폐쇄적이거나 분란이 있을 때 흔들릴 수 있거든요. 다른 젊은 친구들이 같은 가치를 가지고 기획단으로 모이니 애정도 더 커지더라고요. 다음 페스티벌 준비할 때도 기획단 혹은 자원봉사자로 같이 힘을 더 모아주시면, 페스티벌을 오래 이어가면서 재밌는 비건 문화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비건 페스티벌 3회, 4회, 5회, 6회 계속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 가져 주시면 좋겠어요.

“동물 착취 없이도 행복한 세상 보여줄게요” -‘비건 페스티벌 코리아’ 기획단을 만나다

참고:

  1. 고기, 어류는 물론이고 우유, 달걀 등 모든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채식 혹은 채식주의자
  2. 소, 돼지 등의 육지동물은 먹지 않고 어류, 어패류, 우유, 달걀은 먹는 채식주의자
  3. 종을 근거로 한 차별, 즉 인간 아닌 동물에 대한 차별. <중앙문화> 70호, “인간만 평등하면 되나요?” 참고

“동물 착취 없이도 행복한 세상 보여줄게요” -‘비건 페스티벌 코리아’ 기획단을 만나다”에 대한 10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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