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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철이면 각 정당에서 청년을 말한다. 청년. 불리는 데에는 익숙한 이름이다. 어떤 당에서 만 나이로 45살까지 청년으로 규정하는 바람에 정당에서 말하는 청년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청년으로 불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정당에 들어가 정치적으로 살고 있는 이들이 있다. 생존이 화두고 정치에 대한 냉소가 이상하지 않은 시대다. 이들은 어떻게 투표소에서 나와 정치를 하게 되었을까.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의 청년당원을 만나 그들이 말하는 정치를 들었다.

당원을 만나다

중앙문화: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명진 | 저는 노동당 청년학생위원회 소속 당원이고 경희대 사회학과 3학년인 안명진입니다.

김경용 | 저는 정의당 중앙 청년학생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경용입니다.

변규홍 | 저를 한 문장으로 말할 땐 ‘정치하는 프로그래머’라고 소개합니다. 청년 녹색당에서 2년째 운영위원을 맡고 있고, 마포 지역모임에서 운영위원을 맡고 있어요. 현재는 산업기능요원으로 대체복무하고 있습니다. 병무청에서 “대체복무 중에 정당 활동을 할 수 없다”라고 해서 싸웠고, 결국은 계속 당원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인정받아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앙문화: 자신이 속해있는 당에 들어가게 된 이유나 계기가 있으신가요?

변규홍 | 기존 정당·원내에서 보수 이데올로기를 펼치지 않는 정당이기만 하면 진보정당일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너무 큰 얘기니까 미루고요.

제가 2010년도에 카이스트에서 동아리연합회 회장을 했습니다. 그때 우연히 친해진 친구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여성주의, 채식주의, 탈핵·탈원전을 외치는 정당이 하나쯤은 있어서 힘을 줘야 하지 않겠냐. 저는 굉장히 전기를 많이 쓰고 원자력 발전을 사랑하던 사람이기에 갈등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가 대한민국 원내정당들 중에서 원자력 발전 반대를 직접 외치는 정당이 없다는 게 생각났어요. 그래서 다양한 이데올로기가 공론장에서 다뤄질 수 있게 하는데 기여하고 싶어서 녹색당에 입당했습니다.

활동을 하게 되면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학교 다니며 학생회를 오래했어요. 그러면서 정치는 남에게 맡기는 게 아니라 내가 필요한 것을 직접 협상과 합의를 통해 얻는다는 점을 배웠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정치는 맡겨놓는 정치에요. 선거로 뽑아놓으면 관여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녹색당이 말하는 민주주의라는 것은 소외시키지 않는 것입니다. 정치 의사결정 과정에서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게 한다는 것이 당헌에 적혀있습니다. 그리고 대의민주주의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가에 대한 실험을 당 안에서 하고 있고 또 밖으로도 확산시키려 하고 있어요. 내가 정치적 의사결정권, 대표성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에도 무슨 일이 왜 오가는지를 알 수 있도록 보장하는 정당은 녹색당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녹색당 청소년 청년 선거운동본부인 하루살이 출범식이 6일 오전 서울 창천동 신촌 나무무대에서 열려 당원들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김경용 | 청년학생위원장을 맡기 전에는 박원석 의원실에서 1년 정도 인턴비서로 일을 했습니다. 저도 변규홍 위원님과 마찬가지로 학생회 활동이 가장 큰 계기가 되었어요. 총학생회장을 하면서 학생자치가 정치를 통해 사소한 제도들부터 구성해나가는 것임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관심을 가지지 않고 외면할수록 점점 더 주장을 하기 힘든 구조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도 많이 경험했어요.

총학생회장 임기가 끝난 후 당적을 가지고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다른 방향의 의사결정구조 등을 겪으며 고민에 빠졌습니다. 그러면서 정당에서 잠시 멀어졌죠. 그러다가 다시 청년 시민단체 활동을 보며, 청년 문제나 의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생활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대안으로써 정의당을 선택했어요.

안명진 | 처음 대학에 들어오면서 ‘대학생이라면 사회운동 해야지’라는 환상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거리에서 노동당을 만나게 되었어요. ‘내가 국회 안에서, 사무실에 앉아서, 당신들을 대의하겠다’고 하는 세련된 양복을 입은 사람이 아니라, ‘나는 당신이다’라고 이야기하는 정당이 노동당이었어요.

오면서 흑석역을 보니까 철거촌이 엄청 많더라고요. 그 분들이 과연 2020년 총선을 기다리면서 다른 국회의원이 나와 대변해줄 때까지 쫓겨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을까요? 없죠. 거리에 있는 정치인, 거리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조건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지금 당장 거리에서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바로 노동당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데모하다 입당한 셈이죠.(웃음)

중앙문화: 말씀해 주셨듯 당원이 되어 활동을 한다는 것은 그 당에서 주로 다루는 사회문제가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문제와 유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현재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회문제는 무엇인가요?

안명진 | 청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청년들의 문제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이번 총선에서 용혜인 후보의 선거 운동을 도왔습니다. 용혜인 후보가 했던 말 중 감동받았던 말이 있습니다. 민중연합당의 많은 후보가 “저는 민중연합당의 청년 후보입니다”라며 출마했어요. 젊은이들의 문제를 강조하면서 “젊은이들은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면서요. 그에 비해 용혜인 후보는 “저는 청년이지만 청년후보는 아닙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청년문제가 뭐냐?”라는 물음에 용혜인 후보는 “청년 문제는 60년 쌓인 한국 불평등이 터져 나온 문제다.”라고 답했어요.

노동자들은 수출 주도형 경제 성장 체제에서 굉장히 억압받아왔습니다. 저임금 장시간 체제에서 신음 받아온 노동자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비정규 불안정 체계로 전환됐어요. 그리고 아직 노동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청년들 역시 비정규·불안정 노동의 직접적 피해자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청년문제는 비정규·불안정 노동, 이주노동자, 여성노동, 장애인, 이 모든 사회문제와 연동된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가장 주요모순으로 부각된 문제가 바로 청년문제라고 생각해요. 용혜인 후보가 청년들의 문제를 실감하면서 나왔지만 “나는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청년 문제는 모두 배제된 모든 이들의 문제다”라고 얘기한 점에서 감동을 받았어요. 그런 의미에서 청년문제가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라고 생각해요.

변규홍 | 저는 민주 시민교육의 부재가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급한 일을 다 미뤄두고 정치를 했어요. 공부는 재적당하면 다시 재입학해서 하면 되는 거고 지금 당장 내가 속한 곳에서 급한 것은 학생회 정치라고 생각해서 동아리연합회에 매달렸어요.

2011년 카이스트 사태를 다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제 후배들과 동기들이 정말 많이 자살을 했죠.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카이스트 학내 온라인 여론을 보면 그때랑 지금이랑 많이 바뀐 걸 느낄 수 있어요. 2011년만 해도 사람이 죽는 일이 일어났을 때 엄청난 일이라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런데 2015년 익명게시판 들어가 보면 ‘대한민국 평균 자살률이랑 비슷한데 뭐가 문제지?’라는 글들이 주로 올라옵니다. 사회 공동체에서 표준 이데올로기가 변한 거죠. ‘우리가 어떤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고 있는가’를 질문할 때 대게 부정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앙문화> 69호에서 학생자치를 다룬 기획을 읽었습니다. 거기서 모두가 지금이 자치를 복원할 수 있는 기회라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자치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더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말이에요. 자치가 왜 무너졌느냐? 자치가 무너진 건 정치가 무너진 것 그 자체에요. 옛날에는 새내기 새로배움터에서 선배들이 새로 입학한 구성원을 학생 사회에 속하게 만들기 위해 정치교육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술만 먹는 자리로 변질되었어요. 비슷한 현상이 대학 밖에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한국 정치 사회의 붕괴. 정치 효능감의 붕괴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런 상황에서는 문제를 내가 직접 해결할 생각을 할 수 없게 돼요. 문제가 있다는 걸 안다는 거 자체에서 피로감을 느끼게 되고요. 이게 굉장히 중요한 사회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 같은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우리 당에 얼마 없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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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문화: 당에서 활동하시면서 ‘청년’ 당원이라는 이유로 한계를 느끼신 적이 있으신가요?

김경용 | 청년 당원이라는 이유로 한계를 느낀 것보다는, 아직까지 진보정당에서 청년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잘 모르는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청년 세대에 대한 이중 잣대가 존재한다고 느끼기도 했어요. “청년이니까 발랄하고 흥미로운 기획이 나와야하는 것 아니냐?”하다가도 발랄하고 흥미롭게 하면 “너 왜 이렇게 예의가 없니?”하죠. 이런 식으로 급격한 경계의 전환이 있습니다. 그런 부분들에 대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다른 큰 문제는 청년들의 경험치 부족입니다. ‘위원장으로 해야 하는 일들을 조금 더 빨리 경험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저는 실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실무를 간과하고 정무적 판단으로 넘어가 어떤 세상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청년들이 경험치를 쌓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유예시켜야 한다는 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변규홍 | 청년 당원들이 당의 공식적인 회의체에서 자신의 아이디어가 공격받을 때, 아이디어 대 아이디어로서의 대결구도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청년 대 비청년 구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다른 당의 사람들을 만날 때 그런 걸 느끼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문재인 대표가 작년에 더불어민주당 청년공약을 발표할 때 제가 질문했습니다. “당신네 당의 청년당원들에게 한 번만 보여줬어도 이런 바보 같은 공약이 안 나왔을 거다. 청년 일자리 이만큼 만들겠다고 하지만 이 일자리들을 최저임금 일자리로 고정시켜 놓을 것이 아니면 이 예산으로 안 된다는 거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자료를 발표할 수 있냐?” 그러자 오히려 그 당의 청년당원들이 역대 민주당 당대표 중에서 제일 청년 챙기는 당대표이신데 당신이 뭘 모르고 하시는 소리라는 식의 반박을 했어요. 나중에 <경향신문> “부들부들 청년”이라는 기획에서 그 자리에 저를 불러주신 이소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 대학생 위원장이 청년이라는 이유로 당이 홀대한다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걸 보면서 가슴이 아팠어요. 녹색당 안에서도 힘든 게 있지만, 다른 당은 훨씬 더 힘들겠다고 느꼈습니다.

중앙문화: 청년 당원이라는 점과 마찬가지로 소수 정당이기에 느끼는 한계나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한계를 느끼셨는지, 또 그럼에도 활동을 계속 해나가시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안명진 | 이번 총선 때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한겨레>에서 ‘청년에게 정당한 출발선을’이라는 기획을 했습니다. 마지막 피날레로 각 당의 청년후보를 모아 좌담회를 갖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새누리당, 더민주, 정의당, 녹색당 후보를 불렀는데. 노동당 후보가 없었어요. 당시 <한겨레> 담당 기자에게 항의하니까, 당시에 노동당 후보가 없었다고 변명하더군요. 그런데 그때 고양 갑에 신지혜 예비후보가 있었고 용혜인 비례대표 후보도 있었거든요. 소위 진보언론에서도조차 소외시키는 게 뼈저리게 아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노동당을 고수하며 활동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당 고문인 홍세화 씨가 칼럼을 하나 썼어요. 그대로 인용하면 “나는 노동당이 표방한 정책 노선이 인민이 처한 현실에 가장 적절한 대응이라고 판단한다. 최저임금 1만원,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와 기본소득이 그것이다. 나는 내 이성과 감성으로 노동당 당원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정치결사체의 최고 형태라는 점이 부정되지 않는 한”이라고 하셨어요. 저 역시 노동당이 가장 적실한 정당일 것 같다는 판단이 들어 남아있어요. 노동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1만원 그리고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 30만원. 이 세 가지 정책을 통해, 임금삭감 없는 일자리 나눔을 실현하고 비정규 불안정 노동체제 종식하고 모든 시민이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게 민주주의의 물질적 조건을 확충해나가야 합니다. 그 위에서 풀뿌리 민주주의도 가능하고, 가장 한 명이 가족을 부양하는 체제를 넘어 청소년과 여성의 독립을 보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변규홍 | 많은 기자들이 녹색당을 “녹생당”으로 오타를 내요. 심지어 에도 녹생당으로 자막을 내요. 기초적인 수준의 교열에서 걸러져야 할 건데, 많이 속상하더라고요. 고쳐달라고 이메일을 보내도 대다수 기자들은 그조차 무시합니다. 우리 이름 제대로 써달라는 요구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소수당으로서의 한계에요.

그리고 훈수 두려는 사람이 많아요. “너희는 아직 원외에 있으니까 예전 민주노동당처럼 지역구 하나에서 의원을 내는 식으로 하거나, 지방선거부터 이기는 식으로 해야 돼. 왜 비례 후보를 내려고 하는 거야?”하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군소정당은 안 찍을 변명거리가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아직 그 위치에 있다는 것이 군소정당 구성원으로서 속상하죠.

그런데 이게 활동을 하기 힘든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이 주목할 수 있는 정보의 개수는 한정되어 있고 모든 의제가 공평히 배분받을 수는 없어요. 내가 관심 있는 의제가 관심을 덜 받는 건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오히려 그걸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녹색당의 목표는 집권이 아니라 정치적 영향력 행사에요. 근본적인 것. 다양성 옹호와 다양한 정당이 정치 생태계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어떤 분이 총선 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녹색당, 우리와 함께 함께 늘 져주세요.” 그 분들의 투쟁은 항상 져왔어요. 그런 투쟁 현장에 녹색당이 함께 있어 달라. “함께 지자.” 서로 돕고 돕는 관계가 아니라 같은 가족 공동체라는 거죠. 이번 선거 기간을 거치면서 밀양 송전탑 투쟁에 앞장서셨던 많은 분들이 녹색당에 가입하셨어요. 남이 아니라 가족이에요! 누가 투쟁하고 안 하고를 떠나, “같이 하자.” 이걸 할 수 있는 당이라는 게 매력 중 하나에요.

다른 하나는 속기록은 당연히 기록되고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 회의 참가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는 등의 “마이너한” 영역에 대한 이야기들이 전혀 마이너하지 않은 당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단지 몇 표 더 얻기 위해 성소수자 의제를 선거 메인에서 내리거나, 동물권 의제를 선거 메인에서 내리는 걸 거부하는 당이에요. 누군가는 “왜 같지도 않는 소리를 이야기하냐”라고 말하겠죠. 그런 이야기들이 모두 같은 시민권을 가진 사람의 의견으로서 동등하게 다뤄질 수 있는 당입니다. 그래서 저는 계속 녹색당 할 것 같아요.

그들이 말하는 ‘정치’를 들어보다

중앙문화: 이번 총선을 보고 의외라는 반응들이 많았지요. ‘개헌 저지선을 막냐 못막냐’까지 얘기가 나왔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여소야대였잖아요. 한편 그럼에도 진보 정당의 득표율은 200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얻었습니다. 이런 총선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명진 | 비례대표 득표율 0.375%라는 처참한 결과를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희망 역시 보았어요. 이향희 후보가 울산 중구에서 20%의 득표율을 받았습니다. 이향희 후보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을 알게 됐습니다.

노동당이 가지는 고질적 문제가 있습니다. 진보정당이 지식인들의 전유물이 되었다는 점이지요. 개념어를 남발하고, 상징자본과 문화자본으로 벽을 쌓았습니다. 굉장히 어려운 말만 사회에 던져요. 현실에서는 이런 말들에 관심 없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이 지지하기 힘들고, 매력적이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생각해요.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지역 사람들과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이런 정책이 당신의 삶을 구체적으로 연결시켜 당신 삶을 어떤 식으로 변화시킬 것입니다’라는 걸 말해준 이향희 후보의 전략이 노동당의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렇게 해야겠지요. 그걸 보면서 ‘저런 정치라면 나도 정치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노동당의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울산 중구의 언어로 풀어서 그 지역 사람들의 의제와 모순에 호소할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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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용 | 기대감이 컸어요. 조사기관에 따라서는 10%의 지지율을 충분히 내다볼 수 있었어요. 이 흐름에서 비례대표 정당 지지에서 많은 득표를 기대했는데 아쉬웠습니다. 역시 현실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고무적인 지점은 총선 과정에서 정의당 뿐 아니라 노동당과 녹색당 모두 청년들이 모두 후보로 나서는 모습을 봤을 때 과거와는 양상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청년 후보’라고 내걸지 않더라도 정당 차원에서 청년 의제를 이야기하고 문제를 진단하려는 모습도 있었어요.

더 많은 대중 속으로 녹아들어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고민하게 만든 선거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지역 중심이 되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조직력과 정치 사업을 어떻게 강화시킬 거냐에 대해 초점을 맞추는 기획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변규홍 | 우선 우리가 더 거리로 나가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동작 갑과 동작 을은 득표율이 두 배 차이 났습니다. 지역구에 후보가 출마했고, 선거운동 집중됐다는 하나 만으로 정당 득표의 차이가 났어요. 한편으론 내 주변에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해서 그게 바로 득표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인 그림을 이야기하자면 19대 총선에서 20대 총선으로 넘어갈 때 2~30대 투표자 수는 60만 명이 늘었지만, 60대 이상 투표자 수는 120만 명이 늘었어요. 청년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든 겁니다. 점점 태어나는 사람이 줄어드는 구조여서 해가 가면 갈수록 더욱 청년 투표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 어린 사람들의 비율이 줄어들면서 나이든 사람들의 고착화된 사고에 나이 어린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직업설문조사를 하면 공무원이 1위에요. 어린 나이 때부터 임금피크제를 들어보게 되고, 이해득실을 잘 따지게 되고. 다양한 가능성들을 단편적 이해관계로 치환시키는 사고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책 선거 역시 실종되었습니다. 정의당이 1000쪽 정도의 정책 자료집을 내놓았고, 노동당 녹색당도 200장 정도의 정책 자료집을 냈어요. 누가 다 읽어보나요? 읽어보고 정당간의 다름에 대해 언급해주는 조직이 어디에 있습니까? 하는 수 없이 녹색당이 “정의당과 녹색당은 이렇게 다릅니다”라고 스스로 이야기했어요.

정당들은 분명히 다릅니다. 그런데 그것 자체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매체가 너무 적었습니다. 이런 점에 대해서 점점 더 고민하지 않게 되는 경향성을 어떻게 끊어내야 하느냐에 대한 숙제를 던져준 선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무서운 선거인 거죠,

중앙문화: 언젠가부터 정당들에서 청년이라는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청년정치 혹은 정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또 이를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안명진 | 제가 문학 동아리에 한참 빠져있을 때, 노동당 입당을 권유하고 다양한 사회운동을 함께 하자고 제안한 선배가 이런 이야기를 했어요. “지하철에서 돈을 구걸하는 할머니 할아버지 봤을 때 가슴이 아프면, 지금 하는 것처럼 시를 쓰는 것도 좋지만 그게 그 사람을 사랑하는 구체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냐?” 이 물음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들의 빈곤·비참·삶의 모순을 감상하고 아름다운 언어로 그려내는 게 이들을 사랑하는 일인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재작년 4월 21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에 이동권을 보장하라고 외치며 시위를 했습니다. 경찰이 전동기를 못 움직이게 끄고 나서 최루액을 쐈습니다. 그걸 보며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장애인이 최루액을 맞는다고 시를 쓰면 저 사람의 처지가 바뀌나? 단지 그 사람을 감상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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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그 사람들의 삶을 실제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에는 많은 모순들이 있어요. 흑석동 철거촌을 보면서도 충격을 받았는데, 그런 사람들을 사랑하는 구체적인 기술은 ‘돈 없는 사람들이 왜 쫓겨나야 하지?’라는 의문을 가지고 같이 싸워나가는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변규홍 | 현재 펼쳐지고 있는 청년 담론은 소비하기 위한 청년 담론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청년비례대표라는 개념도 청년을 이만큼이나 챙겨주고 있다는 말을 하면 먹히니까, 팔리니까, 상품 가치가 있으니까 쓰는 거고요. 하지만 분명히 다른 건 있어요. 시기에 따라 생애에서 기대되는 소득격차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청년 정치는 소비를 위해 발명되기는 했지만 이를 통해 얻어낼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정치를 “살아있기 위해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라 생각해요. 제도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기초 복지망이 얼마나 비참하고 처참한 상황인가에 대해서 피부로 와 닿는 경험을 겪은 이들을 봤습니다. 이건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돼요. 죽지 않기 위해서 죽이지 않기 위해서 정치를 해야 합니다. 정치는 공생을 위해 해야만 하는 것이에요. 혼자 살지 않기 위해서는 모두가 익혀야 하는 기술이에요.

중앙문화: 20대가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비난은 이번 총선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는데요. 이런 비난이나 청년세대의 정치의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김경용 | 세대론이 가지는 허구성은 모두가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보죠, 같은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모두 균질한 집단인가요? 학과 단위로 갈리기도 하고, 계층 계급적인 맥락으로 갈리기도 해요. 심지어는 어떤 입학과정을 거쳤냐는 것을 가지고도 편을 나누기도 합니다. 20대를 균질한 상태 로 보고 균질한 투표를 해야 하는 집단인 것 마냥 설정하는 세대론은 납득할 수 없습니다. 분석하는, 관측하는 사람 입장에서 편하게 분석하기 위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저는 20대가 정책적인 소구력이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실업급여 받아보신 분 계신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대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그런데 더 연령대가 있는 쪽을 가더라도 없습니다. 국가로부터 받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잘 모르거나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거에요. 이렇게 20대에게 정책적인 소구력이 먹히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메이저 언론에서 다루어지는 것들이 마치 주요한 요소처럼 다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고리를 어떻게 끊어낼 것인지가 고민이에요. 진보정당의 이미지, 캐릭터와 구호를 어필 가능한 영역으로 가져가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정당도 대중정당으로서의 가능성을 생각하기 위한 대안적인 방향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성이 있어요. 20대가 원하는 것들. 그 가운데서도 문제의식들을 끄집어낼 수 있을 만한 영역을 발굴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들을 통해서 청년들이 정당에 호감을 느끼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책적인 영향력도 중요하지만, 기획과 홍보 측면에서도 그 동안의 진보정당이 상당부분 거칠게 다뤄왔던 지점들에서 탈피하고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게끔 하기 위해 고민해야 합니다.

변규홍 | 가끔 궁금해져요. “20대 개새끼론”을 외칠 수 있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 사람들이 가령 40대라고 해봅시다. 그 사람들이 20년 전에 20대 개새끼론을 외쳤을까? 혹은 그 사람들이 그 시대에 예측했던 미래와 지금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미래가 얼마나 같고 다를까? 그런 걸 생각해보면, 20대 개새끼론은 그걸 외치는 사람들의 ‘자기위로’ 라고 봅니다. “우리는 과거에 그렇게 열심히 했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쟤들은 열심히 하지 않아”라고 위로하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데이터를 보면 20대가 비난받을 만큼 투표율이 낮지는 않거든요.

또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 대부분이 지역구 의원이에요. 그런데 동네에 잠깐 와서 살다가는 청년은 “이 동네 지하철역 만들어 주겠습니다.” “이 동네에 커다란 상가건물 유치하겠습니다.” 이런 공약에 왜 투표하러 가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죠. 지역구 국회의원에서 누굴 뽑아야 내게 유리한지 보이기 힘든 공약을 내걸고, 그렇게 뽑힌 국회의원이 구의원과 시의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선거제도 전체가 20대가 투표하기 힘들게 만드는 전반적인 구조 중 하나임을 관찰할 수 있어야 해요.

중앙문화: 현재 한국에서 일반 시민의 정치 참여는 투표라는 소극적인 방식에 국한되어 이루어지는 경향이 강한 것 같아요.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안명진 | 투표가 체제가 허락하는 가장 위협적이지 않은 정치이기 때문입니다.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의 물질적 조건들을 해체합니다. 서구 민주주의 선진국은 대의민주주의가 잘 기능한다고 평가돼요. 그게 가능했던 배경은 의회 밖 사회운동이 강했기 때문이에요. 6~70년대 자본주의 황금기에는 한창 노동조합이 7~80% 조직되고 강한 압력을 행사했습니다. 그래서 계급타협이 이루어졌고 복지가 가능했던 겁니다. 의회 밖 사회운동이 활성화되었을 때만이 의회 내에서 반영되었어요.

반면 저임금 장시간 노동체제에 의해서 시민이 자발적 토론할 수 있는 시간이나 높은 임금이 보장되어있지 않고서는 사실상 투표밖에 할 수 있는 행위가 없어지죠. 비정규 불안정 노동체계를 종식시켜 저임금 장시간 노동시간을 줄이고 임금을 높여나가야 합니다. 민주주의의 물질적 조건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민주주의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의회 밖 사회운동을 활발하게 형성해야 하는데. 그런 조건은 시간적 물질적 조건이 확실히 확보되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변규홍 | 정치참여라는 말부터 어려운 말이라고 인식하는 이들이 많아요. 용어 하나하나가 엄청 어렵고 낯설어 참여 못하는 생태계가 이미 만들어져 있다고 느낍니다. 어제 낙성대에서 청년 당원 5명이 모여 녹색당의 당규를 같이 읽으며 감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어렵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어요. 우리가 녹색당 만든 이유 중 하나가 기존 정치인 말이 어려워서였어요. 그런 우리조차도 당원들이 못 알아들을 말로 당을 굴리고 있다는 걸 새롭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진입장벽도 너무 높아요. 이를 견인해 줄 수 있는, 참여를 이끌 수 있는 콘텐츠도 굉장히 적어요. 그런 걸 만드는 것이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고, 그 때문에 정치라고 하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방법에 대한 연구가 배척받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건 투표밖에 없는 거죠. 나이만 차면 할 수 있으니까.

정의당 조성주씨가 ‘가지지 않은 자들의 정치는 이기는 게임만 하는 정치’라는 말을 했어요. 저는 그것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동시에 이기건 지건 “한다는 것” 자체가, 삶의 영역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공감’인 것 같아요. 학교 다니던 시절 전산학과 학생회를 했던 후배 하나가 생각납니다. 그 친구가 그동안은 과학생회 집부임에도 불구하고 참여하지 않고 더 대표성 갖는 이들에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그런데 어느 해에 전산학과 커리큘럼을 교수들이 말도 안 되게 바꾸는 걸 본 거에요. 너무 화가 나서 자신이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고 그것은 부당하다고 알리고. 그 친구가 그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자기 문제라는 것으로 인식할 때 나서게 되고, 그걸 느꼈기에 선배들이 먼저 학생 운동에 나서게 된 것 같다.”라고요. 사람은 내 문제라고 느낄 때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더 많은 것이 내 문제, 우리의 문제라고 느끼게 될 때 정치참여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10일 오후 서울 홍대입구 지하철역 앞에서 시민들이 '가만히있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고등학생들을 추모하며 행진하고 있다.

‘당원’으로 살아간다는 것

중앙문화: 당원이 아닌 주변 지인에게 특정 당의 당원이라는 사실을 밝히시는지 궁금합니다. 혹은 굳이 직접 밝히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우연히 알게 되는 경우가 있을 것 같은데, 그 때 주위 사람들 반응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안명진 | 안 밝혀도 알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저희 학교는 당원 비율이 꽤 높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당원 분들도 여럿 있어요. 자연스레 술자리 가면 정치 얘기 나오고 서로 많이 싸우기도 해요. 학회에서 다 같이 집회를 나갈 것이냐. 학내에서 세월호 유가족 간담회가 있는데 학회가 공동주최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논의할 때 정당들끼리 입장이 갈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학년이라고 불리는 1, 2학년들 친구들의 경우에는 무서워하더라고요.

다양한 시도를 해봤습니다. 처음에는 숨기고 만나기도 하고, 당당하게 “나는 노동당원이다. 노동당에 가입해라” 얘기하기도 해봤는데 다 실패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삶으로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노동당은 필요한 곳에 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나중에 나오고, 소외된 사람들을 대변하는 정당이고 연대가 필요한 자리가 있을 때 언제나 함께 하는 그런 정당이다. 당원들이 그런 사람이라는 걸 삶으로 보여주려는 노력을 했어요. 그런 노력의 진정성이 지금은 조금씩 전달되는 것 같아요. “선배가 말하는 노동이 뭔지 알겠어요.” “노동자가 나쁜 말인 줄 알았는데 좋은 말인 거 같아요.”, “근로자라는 말을 안 써야겠어요.” 그런 변화들이 이끌어내지는 걸 보면서 감동받고. 당 활동에 보람도 느낍니다.

김경용 | “그럴 줄 알았다”, “입당할 줄 알았다”라고 하더라고요. 학생회 활동과 총학생회장을 했으니 당연하게 정치를 할 거라고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정치라는 행위 자체를 좋아합니다. 교섭을 통해 얻어내고, 뭔가 부당한 것에 대해 투쟁하고.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재밌었던 거 같습니다. 졸업을 하고 나서 당연히 정치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녹록하지가 않더라고요. 제가 가고 싶었던 정당이 곧 분열될 위기에 처해있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까 저는 긴 시간을 방황했던 것 같습니다. 당적을 가지고 있지만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지 못해서 떳떳하게 밝히지는 못했던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당시의 저와 비슷한 청년들이 많다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한 해결점으로 다가옵니다.

또 이미지와 느낌을 따라 온 사람들, 그리고 이성적 판단으로 선택한 사람들과 모두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통로가 넓게 필요하다고도 생각합니다. 이 역시 중요한 문제에요.

변규홍 | 같이 학생회에서 활동했던 후배들은 “형이라면 그럴 줄 알았어요” 이런 얘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제가 학생회 내에서도 외골수적이고 마이너한 존재였고, 주변부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 점에서 당원이라는 것을 밝힐 때, 오히려 녹색당원이기 때문에 신뢰감을 주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당원이라고 하는 개념 자체에 엄청난 무게감이 부여되고 있어요. 그래서 “몰래 당원”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녹색당원은 그런 점에서 정말 평범한 시민들로 구성되었다 생각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당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시의원·구의원·국회의원을 할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고민하고 있어요. 그 결실 중 하나가 의왕과천 지역 지역구 후보 출마했던 홍지숙 후보가 한 말에서 드러난다 생각합니다. “나는 평범하다, 고로 정치한다.”

중앙문화 당적을 갖게 된 후 자신의 삶에서 바뀐 점이 있으신가요?

변규홍 | 과학고등학교 출신이고 한 때 다니다 중퇴한 대학이 카이스트이다 보니까 “당신은 이공계 출신인데 어떻게 반과학적인 정당의 당원이죠?”같은 질문을 대놓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오히려 계산기 두드리다 보니까 원자력 발전을 공학자로서 싫어하게 됐어요. 당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건데, 밀양 송전탑 문제나 원자력 발전 문제나 다 연결이 되어있는 거예요. 원자력 발전은 한 곳에서 많은 전력량을 생산하고, 또 송전배전을 해야만 유지될 수 있는 중앙 집중적인 발전 방식입니다. 결국 발전소 개수를 줄이고 철탑 개수를 늘이는 거여서 전혀 바람직한 발전 방식이 아닙니다. 또 원전이 수명이 다했을 때 이를 어떻게 없애야 하고 비용이 얼마가 되느냐에 대한 계산이 굉장히 애매한 상황이고, 이것을 제대로 계산하려는 학계도 별로 없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해주면 친구들이 “녹색당이 단순히 방사능 공포 때문에 원자력 발전 싫어하는 당인 줄 알았어”라고 놀랍니다. 그러면 “그거보다 철탑이 더 심각해. 밀양이 더 심각해”라고 얘기해줍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바뀐 게 게 당에 입당하고 나서 일어난 중요한 변화 중 하나에요.

그거 말고도 바뀐 게 많아요. 당적 갖기 전까지만 해도 나이 위계를 따지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작년에 들어온 신입당원 중에 저와 말을 놓은 친구들이 많습니다. 우리 당의 자유스런 문화죠. ‘나이가 전혀 중요치 않다’는 것을 내 삶에 적용하는 경험을 해보면서, 자연스럽게 당 밖에서의 활동에도 적용했습니다.

여성주의를 만나기도 했어요. 그동안은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억울해하는 측면만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시도도 해봤습니다. 올해 1월에 몇몇 여성당원들이 고압적으로,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이야기하는 제 태도 때문에 당 활동을 하기 힘들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제 태도를 돌아보기 위해 한 달 동안 모든 행사 속에서 말끝마다 “냐옹”을 붙이는 실험을 해보라고 요청하셨고, 전 그걸 받아들였어요. 그렇게 해보니까 평소에 얼마나 말을 함부로, 거칠게, 억압적으로 하는지 알게됐습니다.

당시를 돌이켜보면 코르셋을 제 자신에게 스스로 씌웠고 마음만 먹으면 거기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은 그렇지못해요. 정당 조직에서 활동하는 여성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아요. 개표참관 과정에서도 느꼈습니다. 개발도상국 선거전문가들이 한국을 방문해서 선거에 대해 배워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루마니아 여자 교수님이 “선관위원 중에 여자도 있는 거죠?”라고 물어봤어요. 확인해보니 다 남자였습니다. 그렇게 전에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게 됐어요. ‘그런 게 이상한 거구나. 왜 이렇게 됐지?’하며 고민하게 되고. 그 구조가 단순히 사회구조적 문제뿐 아니라 문화적 문제 등이 함께 얽힌 결과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안명진 | 저는 진은영 시인을 좋아하는데요. 그 분이 인터뷰에서 ‘제게 가장 힘이 되었던 건 자본론이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왜 그러냐?”라고 물으니, “자본론을 읽으며 아버질 용서할 수 있었다. 영세 자영업 하다 망해서 가정이 무너졌는데, 자본론을 읽다보니 자본의 독점화 경향이 존재하고 자본이 독점 자본이 되어가면서 영세 자영업은 다 망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었다”고 답했어요.

저에겐 그게 노동당이었어요. 제가 이번 선거 때 기고한 글의 표현을 그대로 쓰자면, 고민의 답을 찾아주기보다는 왜 같은 고민을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해야 하는가를 가르쳐주었고 약자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강자에 대한 분노를 가르쳐주었고, 사적인 ‘화풀이’가 아니라 공적인 ‘문제 제기’를 앞장서 실천하는 것을 보여줬어요. 노동당 선배들이 학교에서도 부당한 일에 가장 앞장서서 항거하는 태도가 감동이었어요. 저도 그런 걸 실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아버지 사업이 실패했는데 그건 아버지 개인의 무능이 아니라 구조 문제라는 걸 인식했고요.

김경용 | 당적을 갖는 것도 그렇지만, 관련된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을 택했기에 돌이키기 어렵고 이제 되돌아갈수 없다는 측면도 있어요. 당 일을 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현실에서의 조건 안에서 정치적인 전망과, 정당의 전망과, 정치적인 행보에 대한 고민들을 함께 보게 됩니다. 그것들을 만들어나가는 것 자체가 지향점과 비전들을. 정당과 정치 본질들을 다시 발견해나가는 계기였어요. 이런 과정들을 통해 사고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사람들 삶이 파편화되어 가는 상황입니다. 정당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최대공약수를 찾아나가고, 그 가운데서 하나로 의견을 모아내는 갈등 조율 과정을 발견하는 건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입니다. 최대공약수로 삼을 수 있는 것이 어디까지인가를 보는 게 자기 정치적 지향을 볼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각자가 느끼는 불편함의 지점들이 다르다는 것, 다양한 결에서 무엇이 핵심인가를 발견하는 경험이 정의당에서 겪은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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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문화: 마지막으로 정당 활동을 하며 앞으로 하고 싶은 활동이나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세요.

변규홍 | 저는 살아가는 동안 직업정치인을 안 했으면 하고 정치인이라는 직업을 갖는 시간이 짧았으면 해요. 정치가 정치인의 전유물일 필요는 없습니다. 직업이 뭐였던 간에 직업정치로 뛰어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부터 프로그래밍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하는 프로그래머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은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정당에 입문하게 하는 교육 자료가 너무 적습니다. 그런 걸 만드는 데 사람들을 동참시키고, “본격 국회 속기록 만화”를 꼭 그려볼 거에요.

사실 제 인생의 꿈은 일본어 만화책을 넣으면 한국어 만화책이 나오는 컴퓨터 프로그램 만드는 거에요. 지금은 정치하면서 그런 꿈을 잠시 접어줬어요. 늙어 죽기 전에 다시 기계 번역, 컴퓨터 프로그램 연구를 하면서 좋은 학문적 연구를 해서 기여를 남기고 싶습니다.

김경용 | 지금 저는 청년 학생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제 뒤에 올 청년들을 위한 정치적인 터전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청년 이후의 정치에 있어서는 나의 뒤에 있는 사람들이 내가 겪었던 문제들을 답습하지 않을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카데미 형식의 교육기관일수도 있고, 더 나은 정당일수도 있겠죠. 기본적으로 이런 선순환 구조가 될 때만이 좀 더 나은 정당, 좀더 나은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명진 | 제가 이루고 싶은 목표는 집권입니다. 사람을 사랑하는 가장 구체적인 기술이 정치지만, 가장 많이 사랑할 수 있으려면 가장 많은 권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선거, 투표, 의회라고 불리는 과정에서 포기되는 것들을 놓치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당 모델을 만들며 그 과정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몫을 하고 싶어요.

제 꿈은 정치인입니다. 어디 꼭 출마하는 것만 정치는 아니에요. 정당에서 상근하거나, 사회운동의 영역에서 사람들을 조직하고 운동을 하는 몫일수도 있어요. 어떤 몫을 담당할지는 모르겠지만 노동당이 이 시대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다루는 유일한 툴이자 틀이라고 믿기에, 노동당이 요구하는 나의 몫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평범하다. 고로 정치한다” 진보 3당 당원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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