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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위원 김고운

사진 이누리 김고운 노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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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가 머지 않았다. 2년 가까이의 지난한 시간 동안 해결된 문제는 아무것도 없다. 뜨거웠던 투쟁의 열기는 식고 사람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세월호는 정치권의 관심 밖으로 내던져졌다. 아이들의 수학여행은 아직도 허점 투성이로 남아 있다. 안산 분향소 주변의 상인들은 분향소 때문에 장사를 망친다며 눈을 흘긴다.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농성장은 이제 당연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변한 것 없는 세상을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는 아직도 언제 어디서나 세월호를 탄다. 내가 탔을 때 침몰하지 않았음에 안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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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 앞서 2013년 여름, 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고등학생 다섯 명이 숨졌다. 세월호를 꼭 닮은 사건이었다. 캠프에 대한 소홀한 관리∙감독과 느슨한 규제가 학생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유가족들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꼬리 자르기 식의 처벌 외에는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듬해 겨울, 리조트 붕괴로 대학생 아홉 명을 비롯해 열 명이 숨졌다. 그리고 그 해 봄, 세월호가 침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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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즈음에 중학생들 사이에서는 무서운 소문이 돌았다. 대학생이 죽고, 고등학생이 죽었으니 이제 다음 차례는 중학생이라고. 이 어린 학생들의 공포는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이 사회에 대한 정확한 자각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예견된 참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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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라가 국민을 사지로 내몰고 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단원고 희생자들의 교실은 국가범죄의 참담함을 가장 잘 보여주는 ‘현장’이다. 그렇기에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멈춰버린 시간을 기억하려는 절박한 시도로 단원고 교실을 존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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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단원고에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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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손으로 썼을 수많은 편지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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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빼곡히 놓인 주인 잃은 책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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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자기 사진이 이상하다고 투정을 부렸을 아이들이 말없이 걸려 있는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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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을 메우던 웃음소리와 꿈과 고민과 사랑이 살해당한 채로, 교실은 우리에게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남아있다. 하지만 이제 교실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단원고 학부모들 일부가 교실을 정상화할 것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단원고가, 안산이, 팽목항이 비극이라는 딱지를 떼어내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곳들은 ‘현장’이고, 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매듭 짓지 못한 사건을 깨끗이 지워버리고 그 자리를 채울 ‘정상화’란 그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기 위한 수면제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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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움직임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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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힘을 모아 416 기억저장소를 건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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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저장소는 사진과 그림으로 희생자의 삶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시민들의 눈으로 본 다양한 세월호의 기록을 수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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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저장소에서 시민들은 세월호를 함께 이야기하고, ‘기억과 약속의 길’을 순례하며 자신의 이야기로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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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유가족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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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의 노란리본공작소에는 세월호 기억의 상징인 노란 리본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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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마다 ‘기억 낭독회’에 찾아오고, 매주 토요일마다 문화제에서 촛불을 드는 사람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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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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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일이었던 11월 12일, 수능을 보지 못한 단원고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사람들은 220개의 가방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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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해결되지 못한 참사가 또 다른 참사를 불러오는 비극은 계속되었다. 이제는 그 고리를 끊어야 할 때임을 우리는 안다. 세월호를, 희생자의 삶을, 그들이 남긴 숙제를, 부조리와 부패와 불통과 절망을, 이 모든 이야기들을 기억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정상화’가 불가능함을 안다. 당장의 비극에 눈을 가린 채로 나아간다면 넘어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성공과 영광이 아닌, 수치와 비극을 기억해야 한다.

세월호 이후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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