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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박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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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석동 일대에 묘한 기류가 흐른다. 군데군데 보이는 현수막엔 ‘재개발’, ‘뉴타운’이 눈에 띈다. 유심히 살펴보면 ‘주택재정비사업촉진조합’, ‘주택재정비사업조합추진위원회’라는 낯선 간판을 내건 사무실도 보인다. 흑석역 바로 앞 흑석 7구역과, 중앙대 병원 옆8구역은 이미 이주가 진행됐다. 이주가 완료된 건물 출입문엔 라카로 그린 빨간색 ‘X’가 있고, 곳곳에 이사 때문에 생긴 쓰레기들이 골목길을 채우고 있다. 사람이 다닌 지 오래되어 거대한 거미들이 곳곳에 진을 치고 있고 근방엔 참기 힘든 냄새가 요동친다.

흑석동 재개발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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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부동산 이야기&재개발 스토리 (존치관리2구역은 흑석10정비구역과 흑석11정비구역으로 분할되었음.)

 

흑석이 뉴타운 사업지로 지정·고시된 해는 2005년이다.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일 때 잠잠해졌다가 2008년에 이르러서야 구체적인 계획안이 고시됐다. 처음 계획안에서는 9개 정비구역과 2개의 존치관리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존치관리2구역이 정비구역으로 변경된 후에는 2개의 정비구역으로 분할되었다. 지금은 11개의 정비구역과 1개의 존치관리구역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정비구역엔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된 조합이 꾸려졌고 현재는 조합을 주축으로 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흑석 뉴타운 사업의 범위는 흑석동 전체다. 정문과 중문 근방을 포함한 몇몇을 제외하곤 전 구역이 재개발된다. 광범위한 사업인 만큼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첫 단계는 4, 5, 6, 8구역이다. 8구역을 제외하고는 이미 분양과 입주를 마친 상태다. 기숙사 뒤편의 푸르지오, 중대병원에서 조금 걸어가면 보이는 동부센트레빌 1, 2차가 1단계 재개발의 결과다. 8구역은 사업이 늦어져 현재 이주 중이다.

2단계는 현재 진행 중으로 3구역엔 흑석 자이가, 7구역엔 흑석 이편한세상이 준공 예정이다. 9구역엔 아파트 단지와 더불어 고등학교가 들어설 예정이다. 18년째 고등학교가 없던 흑석동에 조합 주도의 서명운동으로 고등학교 유치가 결정됐다. 사업성을 올리기 위해 고등학교 유치에 나선 결과다.

세 번째 단계인 1, 2구역은 흑석시장을 포함하는 곳으로 흑석역에서 가장 근방인 구역이다.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기 위해선 해당 지역의 토지등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해당 구역은 상업적으로 우수한 건물이 많아 현재 사업진행이 지지부진하다. 또한 존치관리구역이었던 흑석 10, 11구역 역시 3단계에 속한다. 정문과 중문 일대 역시 학교와 인접하고 있어 상업적으로 우수하여 해당 구역은 현재 흑석동의 유일한 존치관리구역에 포함되어 재건축이 진행 중이다.

 

왜 하필 흑석동이?

흑석동에 재개발 광풍이 불고 있다. 왜 하필 흑석동일까? 뉴타운 사업지로 선정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해당 지역의 낙후도와 사업성이 필수적으로 고려된다. 낙후도의 경우, 낙후된 건물이 n% 이상이면 조건을 만족한다. 하지만 흑석 외에도 서울시의 많은 지역이 n% 이상 낙후된 상태다. 결국 사업성이 뉴타운 지정의 가장 큰 이유다. 안전과 기반 시설의 보완이 명목적인 이유지만, 결국 재개발 이유는 ‘자본의 논리’다.

서울시 지도를 살펴보자. 서울시 최남단과 최북단을 연결한 선과 최동단과 최서단을 이은 선이 만나는 점, 서울의 중심엔 현충원이 있다. 현충원에서 멀리 갈 필요도 없다. 현충원에서 걸어서 10분, 대중교통으로 5분 남짓한 거리에 흑석동이 위치하고 있다. 게다가 흑석동은 한강과 인접하고 있다. 같은 단지라도 한강을 조망권으로 가지는 곳과, 그렇지 않은 아파트 시세는 하늘과 땅 차이다.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의 경우 한 층이 올라갈 때마다 시세도 덩달아 천 만원 올라간다는 속설도 있다. 이처럼 한강 조망 아파트가 가지는 사업성은 어마어마하다.

흑석동이 가지는 지리적 우수함은 한강이 다가 아니다. 4km 거리엔 노량진 뉴타운이 입지하고 있으며, 그 거리의 두 배인 8km 거리엔 중심업무지구(CBD)가 위치하고 있다. 또한, 흑석은 여의도~용산~영동 부도심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으며 2009년엔 흑석역이 개통되면서 역세권이라는 프리미엄까지 붙었다. 어떤 부동산 전문가들은 흑석이 현재를 대표하는 강남, 미래의 용산 사이에 위치한다는 이유에서 흑석의 지리적 잠재성을 역설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수한 흑석동의 잠재적·현재적 사업성이 흑석동 재개발의 이유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재임 당시 ‘강남 같은 강북’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강북에 집중적으로 뉴타운을 지정할 때, 예외적으로 흑석동을 뉴타운 대상지로 선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미래의 흑석동

KakaoTalk_20151130_212141303“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전 구역 재개발된다.” 동작구청 흑석동 재개발 담당공무원의 말이다. 재개발은 토지등소유자 75%의 동의가 없이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하지만, 구청에선 동의를 전제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대나 시행착오 때문에 소요 기간은 예상할 수 없지만, 결국엔 동의한다는 투다. 그렇다면 담당 공무원의 말대로 사업 예정인 정비구역이 전부 재개발된다면 흑석동이 어떻게 달라질까?

과음한 다음날 해장하자며 선배가 데려갔던 순대국밥집, 어느새 서로 익숙해져 웃으며 반겨주던 슈퍼 주인, 직선의 식상한 길이 아니라 집의 모양 따라 이어지는 울퉁불퉁한 골목길까지 모두 사라진다. 흑석 시장의 풍경들도 이주가 결정되는 순간부터 볼 수 없게 된다. 흑석동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던 주민들도 대부분 사라진다. 기존의 주택 시세와 새로 지어지는 아파트의 큰 시세 차 때문에 원주민들 대부분은 정들었던 지역을 떠나야만 한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주택의 시세가 올라가면서 지역의 주민들이 쫓겨나는 현상이다. 홍대가 거리 예술가들의 공간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홍대 인근에 주택 시세가 치솟았다. 홍대 거리에서 예술을 하던, 홍대의 정체성을 만들었던 사람들은 결국 자리를 떠나야 했다. 흑석동도 마찬가지다. 오랜 기간 거주하며 흑석동의 색깔과 고유의 냄새를 만들었던 주민들은 모두 떠나야 한다.

또한, 재개발은 도시공간에 담긴 기억과 역사를 매끈하게 삭제하는 작업이다. 장소 위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기억이 구성된다. 그런 의미에서 도시 공간은 기억이며 역사의 기록물이다. 하지만 재개발은 이를 제거하곤 미관적으로도 구린 아파트를 들여세운다. 과거 주민들의 흔적은 높이 솟은 아파트로 이뤄진 단지 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흑석 자이, 흑석 롯데캐슬처럼 ‘흑석’이란 단어를 빼면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 단지와 다를 바 없다. 지역 정체성은 없어지고 다른 지역과 대동소이한 아파트 단지가 흑석동을 이루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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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많은 것들이 사라진다. 흑석시장, 가게들, 골목길, 주민들도 사라진다. 그런데 사라지는 것들 중, 중요한 것이 하나 빠졌다. 우리들의 집이다.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많은 학우들이 거주하던 자취방, 고시원, 하숙집들이 사라진다. 실제로 쫓겨나는 사례도 일어나고 있다. 흑석 8구역에 거주했던 O주현(OO학과1O)씨는 계약기간이 O개월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재개발 때문에 이주해야 했다. 재개발법에 의하면, 주거세입자의 경우 이주가 결정되는 순간 계약기간과 무관하게 쫓겨난다.

정부에선 재개발로 쫓겨나는 주거세입자를 위해 임대주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본론부터 말하자면 학생은 임대주택을 신청할 자격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30세 이상이며, 무주택 세대주여야 하고 재개발 지정 당시부터 거주해야 한다. 2005년부터 거주하는 30세 이상 무주택 세대주인 학우가 있을까? 있더라도 물론 극소수일 것이다. 학우들의 주거권 침해는 임대주택 제도로는 전혀 풀리지 않는다.

흑석 6구역에 165세대를 비롯, 앞으로 지어질 흑석 7구역엔 자그마치 322세대가 부분 임대 아파트다. 부분 임대아파트는 아파트 주거공간 일부를 독립된 현관과 부엌, 화장실, 방으로 꾸며 세입자에게 임대할 수 있도록 설계한 주택이다. 집주인은 전·월세로 임대소득을 올릴 수 있고, 학생 등 1~2인 가구는 독립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흑석동의 임대주택 아파트의 시세가 터무니없이 높다. 이미 지어진 흑석 6구역의 부분 임대 아파트의 경우 6~7평에 보증금 2000, 월세 80이다. 부분임대아파트 역시 기존의 학우들의 주거공간을 대체할 수 없는 대안이다.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재개발이 되면 집값이 올라간다. 과거 원룸촌이 즐비했던 6구역이 재개발되면서 정문과 중문 일대의 전월세 값이 올랐듯, 정비구역에서 자취하던 학우들이 이사하게 되면 정문과 중문 근방의 전월세 시세는 오른다. 또한, 원주민들의 수요 역시 재개발 사각지대 주택 전·월세의 상승 요인이다. 개발 전후의 주택 시세 차이가 상당히 크기에 재개발의 경우 원주민 재정착률이 상당히 낮다. 하지만 기존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원주민들은 원주거지 근방을 벗어나지 않는다. 존치관리구역인 정문과 중문으로 수요가 몰리게 되고 정문과 중문의 전·월세 시세는 계속적으로 오를 것이라 짐작된다.

실제로 흑석동 인근 전월세 시세가 심상치 않다. M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흑석동 뉴타운 이주수요로 인해 흑석역이 위치한 흑석동, 노들역이 위치한 본동은 물론 인근 노량진동·상도동·동작동 일대까지 전세물량이 바닥났다.” 또한, P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여기에 흑석뉴타운 이주수요가 더해지면서 전세, 반전세는 물론 월세까지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재개발이 진행될수록 학우들이 거주하는 공간의 시세는 더 치솟을 것이고 학우들의 주거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대책은 없다

재개발 담당 공무원은 “중앙대 학생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나 시 차원에서 마련하는 대책은 없다.”며 단언했다. 하지만, 재개발은 광범위한 사업이므로 해당 지역과 관계 맺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특히, 경제력이 약한 대학생의 주거권 문제에는 “대책이 없”으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 학교, 시, 조합에서 학생 주거권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이미 당면한 문제이며 앞으로도 심화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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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되는 흑석동, 사라지는 주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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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되는 흑석동, 사라지는 주거권”에 대한 25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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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 신길1동에서 거주하면서 동작1번 마을버스타고 통학하는줄 알았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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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고 해서, 서울 최고(古)의 슬럼을 존치하는것도 무리다…

    도시의 콘텍스트를 유지하여 전통이니, 마을문화니 만드는것도 한정이 있기 마련인데
    불법과 무허가가 판치는 건물에 눈속임으로 합법의 포장을 씌운들

    방 한 칸 점유하며 살게 되는 사람들에게는 이거나 저거나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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