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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함께 사라진 한 학기>

-2015 구조조정 진행상황

편집위원 신지영

사진1
▲5월 26일 잔디밭에서 열린 대토론회

 

“구조조정 반대 연서명을 받는 중입니다. 잠시만 시간 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월 초 해방광장과 정, 후문 쪽에서 매일 들리던 말이다. 그곳에서 몇 주간 매일 학생들이 광장에 나와 사람들에게 유인물을 나눠주고 서명을 받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그들은 강의실에 방문해 구조조정안을 설명하고 서명을 받기도 했다. 교수들도 목소리를 내기 위해 광장에 나왔다. 캠퍼스는 대자보로 도배됐고, 갖가지 현수막이 내걸렸다.
구조조정 이야기로 순식간에 한 학기가 지나갔다. 여전히 공사장 벽에는 학생들이 붙인 소통의 벽이 있지만, 그동안 시끄러웠던 학교는 어느새 잠잠해졌다. 하지만 그 사이에 ‘후퇴는 없다’던 구조조정안은 훨씬 축소됐다. 짧다면 짧다 할 수 있는 2달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또 다시 구조조정이다.

구조조정, 즉 <학사구조선진화개편안>은 개강하기도 전인 2월 26일, 전체교수회의에서 처음 공식적으로 발표됐다. 교무위원인 단과대학 학장들도 회의 전날인 25일에 처음 내용을 접했을 정도로 본부의 일방통행으로 만들어진 개편안이었다. 또한 이전의 중앙대 구조조정이 몇 개 학과를 통폐합하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전체 학문단위를 대상으로 하는 대대적인 조정이었다.

이번 개편안은 2016년도부터 모집단위의 광역화를 핵심으로 한다. 즉, 학과제를 폐지하고 단대를 기준으로 신입생을 모집한다. 개편안대로라면 16학번부터는 현재처럼 ‘xx학과, oo학과’의 신입생이 아니라, 그 학과가 포함된 인문대, 사회과학대 등 단과대 소속으로 입학해 2학년 2학기 때 전공을 선택한다. 본부는 학과제를 폐지함으로써 사회적 수요에 맞는 전공의 신설이 가능할 것이라며, 학문 단위 유연화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학생들의 선택을 장기적으로 받지 못하는 전공의 경우 ‘융복합’돼 해체될 수 있다. 대대적인 개편에 많은 학생들이 우려를 표했지만, 대학본부의 태도는 단호했다. 서울캠퍼스 구조조정 설명회에서 한 학생이 ‘과반수이상의 학생이 구조조정에 반대하면 백지화가 될 수 있냐’고 물었다.

 

“…기본적인 틀 자체는 갑니다. 대신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 서로 간의 의견을 개진해서 하나하나 이루어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열려있습니다.…”
-3월 2일 서울캠 설명회에서 이용구 총장의 발언 中

 

설명회가 있던 3월 첫째 주 부터 대학교육협의회에 입시요강을 제출하기까지, 개편안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기간은 딱 한 달이었다. 하지만 학칙 개정 절차인 교무위원회 심의가 3월 둘 째 주로 예정돼 있었기에, 실질적인 의견수렴기간은 단 1주일뿐이었다.

캡처

강의실을 나온 교수들

Ⓒ한겨레

 

이와 같은 본부의 태도에 교수 사회부터 들썩이기 시작했다. 2월 26일 전체교수회의에서 본부는 처음 공개하는 개편안을 그 중요성과는 상반되게 자료배포도 없이 PPT만으로 설명했다. 이에 교수들은 불충분한 개편안 설명에 대해 질의응답시간을 요구했다. 그러나 교무처장은 ‘여기는 질문을 받거나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반박 한 후 전체 교수회의를 일방적으로 끝냈다. 총장을 비롯한 보직 교수들은 퇴장해버렸다. 그러자 교수들은 그 자리에 남아 회의를 속개하여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교수 대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1를 발족했다. 이들 비대위는 본부 보직자들이 회의장을 빠져 나간 직후인 12시 30분에 열린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 기자간담회의 질의응답 시간이 끝난 후 장내에 입장해 긴급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대학을 일정부분 개혁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 하지만 문을 걸어 잠그고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방식에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 2

 

이 기자회견에서 비대위는 그 날 오전에 열렸던 긴급교수회의에서 있었던 구조조정의 보류·재논의 여부에 대한 찬반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420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87.38%에 달하는 교수들이 재논의에 관해 찬성했다. 그러나 총장은 전체 교수에게 메일을 보내 “5~6명의 교수들이 기자간담회장 문을 쾅쾅쾅 두들기면서 소란을 피우다가 진입해서 돌발 발언을 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며 교수들의 행동을 비난했다. 또한 개편안의 갑작스런 발표에 대해 “방향성에 대해서는 그 동안 충분히 설명해 왔고, 공개되는 순간 생길 혼란을 우려하여 어제 발표 때까지 구조도(構造圖)만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며 소통은 충분했다고 강조했다. 3

이에 비대위는 ①본부안을 전면 백지화하고 대학 구성원들과 함께 학사구조 개편을 논의할 것, ②책임자들을 문책할 것, ③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대학발전방안을 마련할 것 4을 요구사항으로 제시하며 활동을 시작한다.

우선 비대위는 3월 9일부터 11일까지 3일 동안 교수전체투표를 진행했다. 이 투표는 개편안 자체에 대한 찬반을 안건으로 진행됐다. 26일에 진행되었던 개편안을 유보하고 공식적 논의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한 투표와 달랐다. 여전히 기본 틀에 대해 구성원들과 ‘논의’가 아닌 ‘설명’을 하고자 하는 본부에게 확실한 교수들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투표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투표대상자 864명 중 555명이 찬성 또는 반대 의사를 표명하여 64.2%의 참여율을 보였으며, 반대의사를 표명한 투표자는 513명으로 전체 투표자의 92.4%를 차지했다.

 

캡처2

 

투표결과를 바탕으로 교수 공동비상대책위원회 5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비대위는 ‘학부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를 원점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며 만약 개편안을 그대로 강행할 시, 총장 불신임투표와 함께 법적 대응 등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6

그러나 대학본부는 투표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 전임교원의 수보다 교수공대위의 투표 대상자가 적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교수공대위가 투표대상으로 둔 인원은 전체 전임교원 1003명 중 교수회의에서 의결권이 부여되지 않는 별정제 전임교원·강의전담교수·연구전임교수·산학협력중점교수와 이용구 총장을 제외한 것이었다.

 

“최근 ‘계획(안)’ 발표 이후에 몇 명이 주도하는 우리 내부의 임의단체에서 지극히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정상적인 논의를 방해하고 있다.”

 

투표 종료일에 총장이 중앙대학교 재학생과 동문 전체에게 보낸 이메일의 일부다. 이어서 총장은 “자신들의 의견을 마치 학내의 대표의견인 것처럼 호도하고자 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비대위를 비난했다. 7 또한 교수전체투표를 “최근과 같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학내 의견표출 행위는 건전한 의견형성을 방해하고 학내질서를 문란케 하는 행위”라고 표현하며 “학교는 이런 행위를 일절 용납하지 않고 엄중 책임을 물을 것이며, 이러한 형태로 이루어지는 어떠한 의견도 수렴하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했다.

대신 본부는 ‘건전한 의견형성’방식으로서 <학사구조 선진화 협의회>(이하 선진화 협의회)를 제시했다. 총장은 “향후 선진화 계획안이 발전될 수 있도록 협의회의 틀 안에서 모든 것을 충분히 논의해 가겠다”며 “교수님들께서도 좋은 의견이 있으시면 협의회 위원들에게 기탄없이 개진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8 그러나 선진화 협의회는 학생들이 배제됐을 뿐만 아니라, 그 구성원 9이 학장들을 통해 일방적으로 구성돼 형식적인 기구일 뿐이었다. 실제로 선진화 협의회를 통해 나온 수정안은 ‘광역화 모집’이라는 기본 틀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이처럼 본부는 교수투표의 정당성을 부정했지만,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제대로 된 대안은 내놓지 않았다.

 

학생들의 움직임-서울캠 총학생회 성명서 사태

학생사회 또한 점차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3월 11일 서울캠퍼스 ON-AIR 총학생회는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계획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총투표 10를 공고했다. 개강 직후부터 총학이 예고한 학생의견수렴의 연장선이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총학생회 명의로 본부의 계획안에 대한 입장과 교수비대위의 성명서에 대한 비판을 골자로 하는 두 개의 성명서가 발표됐다. 계획안에 대한 성명서에서 총학은 ▲전공선택 시기 조정 ▲향후 전임교원 충원 계획 공개 ▲교양 세부 시행 계획 공개 ▲기초학문 및 순수학문 존속의 네 가지 세부사항을 대학본부에게 제안했다. 또한 다른 성명서를 통해 교수비대위성명서의 ‘본부 안은 지극히 반교육적이다’ 항목을 비판하며 비대위에 총학과의 소통을 요구했다. 몇 가지 사항을 제시했으나 총학생회의 입장은 사실상 구조조정에 대해 본부의 취지에 공감하며 비대위를 비판한 모습이라 논란이 예상됐다.

 

<홍보실의 ‘총학생회 성명서 사건’>
총학생회 성명서가 발표되자 중앙대 사태에 주목하고 있던 외부언론은 ‘사제갈등’의 프레임으로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언론보도에는 실제 총학생회 성명서에는 없는 “학생들을 볼모로 잡기 전에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라” 등의 내용이 다수 포함돼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외부언론의 왜곡보도는 홍보팀의 보도자료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총학의 성명서가 발표된 당일 홍보팀은 <중앙대 총학생회, 교수 비대위 규탄 성명 발표>라는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보도자료에 적힌 내용은 다름 아닌 총학생회 성명서의 초안이었다. 이는 중앙운영위원회 카카오톡 대화방에서만 공유됐었다.

4일 뒤 총학생회는 홍보팀에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 초안의 입수 경로에 대한 추궁과 학생회의 동의 없이 외부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한 일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또한 공식 성명서에 없는 내용을 보도자료에 포함한 사실도 비판했다.

교수 비대위도 ‘사제갈등을 조장’한 홍보팀에 대해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비대위는 성명서를 통해 ‘성명서 조작사건은 학내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며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라도 관련자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추궁할 것’이라 밝히며 압박했다. 이에 홍보실은 “초안은 보지 않았다. 보도자료가 급하게 작성되는 과정에서 세심하게 표현을 다듬지 못해 발생한 실수” 11라고 해명했다.

 

학생들은 총학생회의 성명서를 강하게 규탄하고 나섰다. 국어국문 등 8개 학생회/학생회장 명의로 규탄서가 발표됐고 미디어커뮤니케이션 14학번 학생들은 ‘총학생회장 한웅규, 부총학생회장 정찬모는 학생 대표자의 지위를 망각한 경솔한 처사에 책임져라’는 대자보를 부착하기도 했다. 내용의 차이는 있으나 이들은 공통적으로 중운위 논의 없이 총학생회 이름으로 성명서를 발표한 점과 총투표 실시 전에 의견을 개진한 사실을 지적했다. 결국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은 성명서를 발표한지 5일 만에 학생들이 제기한 두 가지 항목에 대한 사과문 12을 발표했다.

같은 날 중운위는 학생 총투표 잠정 연기를 공고했다. 총투표는 투표일을 못박아두고 그 전날까지 정해진 계획안을 투표안건으로 삼았었다. 이에 대해 본부의 계획안이 지속적으로 수정되는 상황이여서 회칙을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13 또한 총투표의 취지는 학생 의견 수렴을 위함이라며 다른 방식으로 의견수렴을 위한 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안성캠퍼스>
안성캠 중앙운영위원회는 3월 13일 ‘학생 중심이라는 발전의 뿌리가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성명서를 발표한다. 성명서는 ‘학생중심적이라는 큰 틀에서 대학본부와 의견을 같이 한다’며 ‘선진화 계획 필요성에 깊은 공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안성캠 중운위는▲학생의견수렴창구마련 ▲전공별 인원배정확정 ▲예술/체육 특성을 고려한 추가 수정(안) ▲전임교수충원계획확정을 제안했다.

 

구조조정학생공동대책위원회의 구성

하지만 서울캠 총학생회는 개강 후 3주가 지나도록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에 3월 18일 학과 학생회들이 모여 ‘학생공동대책위원회’(이하 ‘학생공대위’)를 구성한다. 공대위는 자연대, 인문대 운영위원회와 사회학과, 정치국제학과 등 14개 학생회가 모여 구성됐다. 출범선언문에서 공대위는 ‘일반 학생들은 진행상황을 잘 알기가 어렵고 의견을 내어도 하나의 창구로 모아지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대로 구조조정안이 진행된다면 정작 그 대상인 학생들은 아무 역할도 못할 것’이라고 출범배경을 밝혔다.

학생공대위는 이내 페이스북 페이지와 오프라인 홍보지를 통해 ‘학생 공대위 서포터즈’를 모집했다. 일반 학생들도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둔 것이다.

 

“저는 특정 학과, 동아리 등을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서 발로 뛰어 우리 모두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 공대위서포터즈에 참여한 장상민 학생(사회 1)

 

공대위는 이후 구조조정을 알리기 위한 활동에 집중했다. 강의실 방문을 통해 구조조정의 문제를 알렸고, 해방광장과 정, 후문 등에서 광장사업을 벌이며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또한 본부에 소통을 촉구하며 페이스북을 통해 퍼진 #cau_ear_relay 홍보물을 캠퍼스 곳곳에 부착했다. 이외에도 학우들이 ’중앙대 구성원인 저는 _하기 때문에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에 반대합니다‘라는 문구의 빈칸을 채우는 ’소통의 벽‘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학생 공대위 캠페인 중 하나인 소통의 벽
▲학생 공대위 캠페인 중 하나인 소통의 벽

 

“책임 통감”성명서 이후 기습적인 학칙개정안공고

교무위원회 성명서
교무위원회 성명서

구성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결국 대학본부도 소통의 틈을 여는 듯했다. 3월 24일 교무위원회는 성명서를 통해 그 간의 계획안을 둘러싼 “혼란을 초래한 것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또한 “학부/학과의 틀을 유지하며, 전공예약자를 포함한 신입생을 단과대학 단위로 광역화하여 모집하고, 무엇보다 세부사항 논의를 위해 교수와 학생 대표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런데 본부는 바로 다음날 ‘2016년도 학칙 개정안’을 공고했다. 새 학칙개정안은 기존 개편안 내용의 ‘전공’이라는 용어를 ‘학과’로 바꾸었을 뿐 기본 내용과 다를 바 없었다. 교무위 성명서에서 학과제를 유지하겠다고 했으나 개정안에는 학과별로 배정된 인원표기가 없었다. 이 상태로 단대별 신입생을 모집하는 건 사실상 학과제 폐지와 다름없었다.
이에 교수비대위는 성명서 14를 통해 ‘교무위원들은 기획팀이 보낸 이메일을 통해 학칙개정(안)을 참고자료로 받았을 뿐’이라며 전날 회의에서는 제안서에 관한 사항만 논의했고 학칙개정안은 전혀 심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사구조개편안 때처럼 일방적인 행보였다.

학생공대위는 학칙개정안 공고 당일 ‘학교 본부는 소통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고 학내 구성원의 의사를 존중하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교무위원회의 긍정적인 태도 변화에 많은 학생들은 기대했지만, 학칙개정안은 실망만을 안겨줬다. 공대위는 이에 광역모집을 말하기 전에 3주체 협의체를 거쳐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야함을 강하게 주장했다. 공대위는 이 성명서를 바탕으로 온라인 연서명을 진행했다. 또한 캠퍼스 곳곳에서 광장사업을 벌이며 4월 10일까지 서명을 받았다. 이에 총 3007명의 중앙대 학생들이 서명을 했고 13일 본부에 연서명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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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에서 연서명 전달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학생 공대위

 

<학생공대위 연서명 전달식>

4월 13일 공대위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3007명의 외침!’이라는 제목으로 연서명 전달식을 가졌다. 이들은 영신관 앞에서 성명서 낭독을 마치고 총학생회장과 총장에게 서명 인원 3007명의 연서명지를 각각 전달했다. 총학생회장은 공대위의 총장실로의 동행제안은 거절했으나 ‘큰 뜻은 동의한다’며 저녁에 열릴 구조조정 협의체 회의에서 연서명을 대학본부에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대위는 이후 총장에게 연서명을 전달하기 위해 본관으로 이동했으나 이는 본부의 접수거부로 타결되지 않았다. 본부관계자는 ‘총장님은 외부 일정 중’이라며 ‘총학생회를 통해서만 받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대위는 공식적인 대표자가 아니기 때문에 연서명을 전달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에 공대위원장 김재경(사회학과 3)은 <중앙문화>와의 인터뷰에서 “공대위에서 받은 3007명 중앙대 학생들의 목소리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며 비판했다.

본부의 이 같은 입장에 따라 연서명지는 총학생회가 협의체 회의에서 관계자에게 전달하기로 결정했다. ‘총장에게 연서명을 전달하는 과정을 학생에게 영상 등을 통해 확실하게 보여달라’는 공대위원장의 의견에 노영돈 학생처장은 “총학생회를 통해 공대위의 연서명서를 전달받고 이를 꼭 이 총장께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3주체대표자 회의의 고단한 구성

학칙개정안에 대한 구성원의 거센 반발 속에서, 교무위원회 성명서 내용에 근거해 협의체 구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이 전에 존재하던 <학사구조 선진화 협의회>는 학생대표가 없고, 본부가 구성원을 선정하는 등 그 구성에 많은 문제가 있었다. 때문에 새로운 방식의 논의기구가 필요했다. 그러나 교무위원회의 성명서발표 이후에도 본부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학칙개정안이 공고된 바로 다음날인 26일 교학부총장(교학행정실)은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위원회>라는 이름으로 협의체 구성인원까지 확정한 공문을 각 단과대학 학장들에게 발송했다. 그리고 학장들에게 4월 3일까지 단과대별 협의체 대표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사실을 알게 된 교수협의회는 교수들의 대표조직인 자신들을 배제한 점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에 교학부총장은 같은 날 교수협의회에 “협의체 위원 선정에 교수님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 후 교학부총장과 교무처장은 “학장이 지정하는 방식으로 대표를 추천받지 않겠다“며 ”이번에는 교수협의회가 제대로 교수들의 대표가 참여하는 선정방식에 도움을 달라”고 합의했다. 그러나 교학부총장은 이에 관해 먼저 요청을 했었던 단과대학 학장들에게 공문을 따로 보내지 않는다.

한편 교수협의회는 교학부총장으로부터 협의체 위원 선정에 대한 협조를 요청받은 이후 대의원총회를 개최하여 학칙개정안/협의체 구성에 대해 협의했다. “교수협의회가 평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단과대별로 대표추천을 주도하며, 학장이 일방적으로 대표를 파견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이 협의안에서 교수협의회는 협의체의 성격과 함께 협의체의 구성인원을 논의하고, 더 나아가 학생 대표에 공대위를 넣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4월 1일 이 협의안을 전체교수에 공지했다. 다음날 교수협의회는 교학부총장(교학행정실)과 단과대학 학장들에게 이에 관해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교학부총장은 ‘협의체는 학장이 대표를 선정함이 바람직하며, 교수협의회는 대표 선정에 협조해 달라‘고 선을 그었다. 또다시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였다.

이에 교수협의회와 교수비대위는 “이는 결국 이전의 <선진화 협의회>의 대표 선정방식으로 회귀한 것”이라며 “대체 최소한의 요구도 수용하지 않고서 학교본부 마음대로 할 것이면 협의체는 왜 출발해야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5

 

3주체 대표자 회의로 인한 가시적인 변화

이처럼 많은 논란 끝에, 새로운 <중앙대학교 학사구조 개편 대표자 회의>의 교수대표는 교수협의회의 인사추천을 대부분 반영한 상태로 학생대표 16까지 포함해 4월 9일 첫 회의를 가졌다. 힘든 과정을 거쳐서인지, <중앙대학교 학사구조 개편 대표자 회의>(이하 대표자회의)는 이전의 논의구성과 달랐다. 기존회의들은 항상 대학본부가 안을 만들어서 논의를 하는 형태였지만, 이 회의는 의제부터 대표자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토론을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한다.

특히 2차 회의(15.04.13)에서는 논의가 시작된 시점에서 바로 교무위원회를 열어 학칙개정안을 심의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이에 따라 원래 4월 15일로 예정되어 있던 교무위원회회의가 대표자회의 이후로 미뤄졌다. 실질적으로 진행되고 있던 행정체계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그 다음 3차 회의에서는 수시 100% 학과별 모집, 정시 100% 단과대별 모집으로 합의안이 도출됐다. 총 입학정원 중 정시의 비율은 약 22%다. 이 날 회의에서 본부는 광역화 모집인원이 전체 신입생의 50%를 넘어야한다고 주장했지만 교수와 학생 측의 반발로 조정될 수 있었다. 비록 고등교육법에 따라 본부가 이미 2016학년도 및 2017학년도의 입시전형(전형요소와 비율)을 제출했기 때문에 그 안에서 논의해야했지만, 교수와 학생사회의 노력 끝에 최대한으로 축소할 수 있었다. 이 때 합의된 큰 틀 안에서 지금까지 회의는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3주체 대표자 회의는 기존의 권력구조 형태를 깨며 민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물론 한계는 있다. 다른 주체들에 비해 학생대표자의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학생들의 의견을 피력하기 어렵다. 또한 2017학년도에 대해서도 논의하기로 내부 합의가 됐지만, 아직 제도적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 1회성으로 끝날 우려도 있다. 따라서 조속히 학칙으로 보장되는 하나의 주요한 논의기구로 자리 잡아야 한다.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앞으로 교육환경에 대한 논의를 비롯해서 학교발전에 대해 민주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돼야 한다.

 

더 이상 일방향은 없다.

두산이 중앙대를 인수한 이래로 몇 년간 여러 구조조정이 있었다. 2010년, 2011년 그리고 2013년에 차례로 구조조정이 있었고, 이번의 구조조정 또한 2014년부터 진행됐다. 여러 번의 구조조정에서, 일방적이지 않은 구조조정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매 번 학생들은 ‘대화’를 요청했고 농성장에 모였으며 여러 토론회와 공청회가 있었다. 심지어 몇몇 학생들은 한강대교와 크레인 위에 올라 ‘대화’해달라고 외쳤다. 그러나 본부는 그 모든 외침들을 듣지 않았다. 애초에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학생들이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번 구조조정도 비슷해 보였다. 교수들의 총투표는 무시당했고, 공대위의 연서명 전달은 거부당했다. 학생과 교수들의 대자보가 ‘학칙위반’이라는 이름으로 뜯겼고, 강의실 대관이 일방적으로 취소당했다. 그러나 학생들과 교수들은 계속해서 광장에 나와 제 목소리를 냈다. 그 결과 3주체 대표자 회의가 구성됐다. 조금씩 중앙대에 학생과 교수의 자리가 생기고 있다. 이는 분명 구성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학기 초부터 수많은 일이 있었다. 구조조정으로 시끄럽던 학교는 이제 전 이사장과 총장의 비리로 들썩거리고 있다. 대부분의 구성원이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다. 몇몇 사람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학교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중앙대의 각 주체가 모두 모여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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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8일에 빼빼로광장에서 열린 <중앙대학교 미래를 위한 대토론회>
바람과 함께 사라진 한 학기

참고:

  1. 중앙대 교수협의회 전·현직 회장들과 교수평의원회 전직 의장들로 구성
  2. <중대신문>, 「내년부터 학과제 완전히 폐지된다.」, 2015.3.1
  3. <총장이 전체교수에게 보낸 이메일> -교수비대위블로그, 2015.2.27
  4. 교수비대위 “반학문적, 반교육적 밀실 개편안 철회하고, 책임자는 사퇴하라.”성명서, 2015.3.2
  5. 교수대표 비상대책위원회, 사회과학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자연과학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인문대학 비상대책위원회, 예술대학 비상대책위원회으로 구성
  6. <중앙대학교 교수투표 결과 발표에 즈음한 교수 공동비상대책위원회의 성명서>, 2015.3.12
  7. <총장입니다> 이메일, 2015.3.11
  8. <총장의 이메일>, 2015.3.5
  9. 선진화 협의회는 단과대학별 교수 대표 2명씩과 본부위원으로 구성됐다.
  10. <15.03.17(화) 24:00까지 발표한 학부 학사구조 선진화 계획(안)에 대한 전체 학생 찬반 투표>
  11. <한국대학신문>, 「중앙대 총학 “학교가 여론호도” vs 학교 ”서두르다 실수한 것“」, 2015.3.18
  12. “총학생회 성명서 관련 사과문”_중앙대학교 57대 총학생회장 한웅규, 부총학생회장 정찬모 배상, 2015.3.17
  13. <총학생회 회칙 제 79조 2항> “투표의 안건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7일전에 공고해야한다”
  14. ‘중앙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 <학칙개정안의 기습적 공고를 철회하라>, 2015.3.26
  15. <학교 본부는 협의체를 자기 마음대로 짤 수 있다는 망상을 아직도 버리지 않았는가>, 교수협의회 및 교수대표비상대책위원회, 2015.4.3
  16. 학생대표는 서울과 안성 양캠의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으로 구성됐다.

바람과 함께 사라진 한 학기”에 대한 3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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