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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에 사람이 있구나!

수습위원 박기현

 고공_메인

올해 초 “Let’s talk”라는 문구를 걸고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고공 농성에 돌입했다. 벌써 3번째 고공농성이다. 또한, 스타케미칼 해고자 차광호씨는 1년이 넘게 굴뚝 위에 올라 서있다. 일련의 일들을 지켜보 며, 고공 농성은 노동자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동국대와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고공농성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심지어 그들은 나와 같은 학생이란다. 나의 경우 요즘 하루가 모자라다. 한 과제를 하면서도 다른 일은 언제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정도다. 그들 역시 나와 사정이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한창 바쁜 시기인 지금 그들은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이야기를 듣고 기사를 읽어보았지만 나와는 멀게만 느껴졌다. 그래서 직접 찾아가보았다.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에 아무도 없는 저 고공에 둥지를 틀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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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동국대는 형형색색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수많은 연등을 거치고 나서야 저 멀리 천막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말끔하게만 보이던 학교에 모든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놓은 듯, 전혀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 펼쳐졌다. 하늘에 우뚝 솟은 조명탑 위에 파란색 천막이 있었다. 천막 아래에는 종단을 규탄하는 내용의 플랜 카드가 바람에 펄럭였다. 저 위에 학생이 있다니, 꽤 먼 거리임에도 그가 가깝게 느껴졌다. 지상에도 천막은 있었다. 그곳에서 고공을 지원하고 있는 안드레(정치국제 09)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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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학 와서 술 먹고 공부하고 선후배 사귀려고 왔는데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워요. 하지만 동국대가 대학으로서 모습이 만들어지려면 이런 움직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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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익숙한 듯 동국대 사태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 총장은 학교를 쥐락펴락하는 조계종의 압박에 못 이겨 총장후보를 사퇴했다. 나머지 후보 역시 종단 개입에 문제의식을 느껴 총장후보를 그만뒀다. 두 후보 모두 사퇴하자 남은 후보는 보광스님뿐이었다. 그는 18건의 논문 표절로 징계를 기다리고 있는 인물이다. 이사회에는 보광스님 총장 결의안과 표절 징계안이 동시에 올라가는 기이한 사태가 벌어졌다.

안드레씨는 언성을 높이기도 한숨을 쉬기도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표절 총장 반대”, “종단의 부정 개입 반대”를 내건 학생들이 총장실 점거도 하고 난간에 올라가 항의도 했지만 이사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본부는 ‘클린캠퍼스’를 이유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교지를 전량 수거하고 시위하는 학생들의 피켓을 두 동강 냈다. 결국, 동국대 최장훈(일반대학원 총학생회장)씨는 4월 21일 만해광장 조명탑에 올랐다. 그 와중에 이사회는 경찰 병력의 철저한 출입 통제 속에 이사회를 열고 단독 후보인 보광스님을 신임 총장으로 선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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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위는 바람도 많이 불고 생각보다 시원해요

저 멀리 바람에 휘날리는 파란 천막을 뒤로 하고 농성장을 떠났다. 무더운 날씨에 지쳤지만 같은 시간 고공에서 하루 종일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는 최장훈씨를 떠올렸다. 날씨는 점점 더워질 것이다. 하지만 그는 쉽사리 내려오지 못할 것 같다. 햇빛을 그대로 받으며 공중 위에 떠 있는 그를 생각하며, “고공은 생각보다 시원하다”는 그 말이 사실이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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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거리를 돌아 도착한 감리교신학대의 교정은 썰렁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텅텅 비어있었다. 조금 돌아 도착한 종탑에도 사람 기척이 없었다. 종탑 앞에서 소리를 질러보기도 하고 더 높은 곳에 가서 살펴도 봤지만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

“은재야! 이은재!”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종탑 위에 있는 감신대 총여학생회장 이은재씨에게 음식을 전해주기 위해 외치는 목소리였다. 그곳에서 감신대 공동대책위원회의 일원인 이종건(신학과 12)씨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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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건씨는 감신대의 사정을 토로했다. 이사장과 친분 있는 교수만 심사에서 통과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사장은 교수회의를 도청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 비하, 총장에 대한 막말, 동문에 대한 폄하까지 일삼았다. 학생들은 법인사무처를 점거하고, 천막 농성을 벌이는 등 이사장 사퇴를 위해 강경하게 저항했다. 이사회가 무반응으로 일관하자 5월 4일, 이은재씨가 웨슬리 채플 종탑에 올랐다. 이후, 학생들은 비상총회에서 수업거부를 결의하며 뜻을 이어갔다. 위기를 느낀 이사장이 사직서를 자필로 제출했다. 하지만 이내 말을 바꾸며 총학생회장, 총여학생회장 및 교수 30명을 고소했다.

우리가 싸움을 하는 방법을 아는 마지막 세대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권위주의에 맞서 싸움을 계속 해야 하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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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굳이 힘든 싸움을 하냐는 질문에 대한 그의 답이다. 농성장을 다녀온 후 상황이 많이 변했다. 감신대에서는 이사장의 사표가 끝내 수리됐고, 이은재씨는 10일간의 짧지만 긴 고공농성을 마감했다. 아직 고소 문제가 남았지만 이사장의 사퇴로 감신대 사태는 일단락됐다.

동국대의 싸움은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최장훈씨의 용기 덕분인지 몰라도 학내 구성원들의 마음이 모아졌다. 5월 21일부터는 81학번 김영국씨가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최강백 총학생회장은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고 삼천배를 올렸고, 같은 날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은 삭발투쟁을 감행했다. 사태는 여전히 힘들지만 학생들의 연이은 행동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문제를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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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고공농성, 삭발식을 과격하다고, 지나치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고공농성을 하고 거기에 응답한 학생들이 있었기에 감신대 사태는 해결될 수 있었다. 동국대 학생들이 종단의 개입과 표절총장선출을 바라만 봤다면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문제는 지속됐을 것이다.

동국대, 감신대, 중앙대, 홍익대, 건국대, 서울여대 등 올해 많은 대학들에서 갖은 문제가 터져나왔다. 상황이 호락호락 하지 않으니 학생들의 행동은 더 절박해진다. 땅에서는 봐주지 않아 높은 곳에 올랐다. 비판을 위해 든 펜을 부러뜨리고 항의를 위해 든 피켓마저 앗아가니 저항을 위해 남은 공간은 자신의 몸뿐이었을 것이다.

과격함이 아닌 절실함의 눈으로 들여다보면, 거기에 사람이 있다. 집에 돌아와 내가 본 농성장을 떠올려봤다. 기타를 치며 김광석의 노래를 부르는 사람, 고공으로 밥을 올려주는 사람, 그리고 밥이 너무 많다며 투정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나와 같은 학생이다.

저기에 사람이 있구나!

저기에 사람이 있구나!”에 대한 1개의 생각

  • 2018년 3월 31일 12:29
    고유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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